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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3

EP57. 묵시록(1)

나팔소리가 지하수로를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끊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간의 신체구조상 호흡을 하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저 감염자들은 양팔을 벌리며 고개를 든 채로 끊임없이 성대를 긁으며 나팔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미 인간의 신체구조를 벗어나 있었다.

“으윽!”

나팔소리가 점점 커지자, 잭이 귀를 막으며 휘청거렸다. 나팔소리가 마치 뇌에 직접 울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잭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달팽이관이 마비라도 된 것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진우가 마법으로 소리를 차단하자, 잭이 겨우 벽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글쎄.”

진우도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이번 작전의 목적은 강력한 감염원을 확보하고, 모든 감염자를 격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진우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며 작전 내용을 변경하는 것처럼, 소울이터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일단 확인부터 해봐야겠어.’

진우는 감염자에게 다가갔다.

감염자는 진우가 다가왔음에도 어떤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나팔소리를 낼 뿐이었다. 시간의 권능으로 멈춰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진우는 마법을 사용했다.

일단 급속냉동으로 얼리기 위함이었다.

팅!

마법이 튕겨져 나왔다.

게다가 마법진까지 깨져버리며 순식간에 무효화되었다.

나팔소리가 그러한 이능을 발현하고 있었다.

저 감염자들은 소울이터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 말은 소울이터가 저 나팔소리를 내게끔 만든다는 말이었다.

이 모든 게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다. 애초부터 그러한 존재의 생각을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우가 별의 손으로 감염자를 붙잡았다.

“음?”

붙잡힌 감염자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주변의 물이 증발하고 벽이 녹아내릴 정도로 강렬한 열기였다. 진우는 빠르게 방어 마법을 펼치며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차단했다.

지하수로로 흐르는 물이 전무 수증기로 변해 지하수로를 가득 채웠다.

감염자의 손과 발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기체로 변하며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사지가 그렇게 녹아버리고, 머리만 둥둥 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벌어진 입에서는 나팔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진우도 섬뜩함을 느낄 정도였다.

괴물, 귀신이라는 단어로 저것을 수식하기에는 너무나도 얌전했다.

파앗! 팟!

주변에 있던 감염자들도 영향을 받아 똑같이 변하기 시작했다. 제프 하워드의 가족들, 그리고 수많은 선거단원들의 몸이 모두 사라졌고, 머리만 남아 둥둥 떠다녔다.

푸욱!

두개골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안구가 반쯤 튀어나왔다. 머리들이 통로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자, 진우는 일단 지하수로 전체를 폐쇄했다.

[보스, 이곳으로 와보셔야겠습니다! 크윽!]

요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자, 진우는 잭을 데리고 지하수로를 벗어나 컨벤션 센터 밖으로 나왔다.

“으으윽!”

“아악!”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차량이 전복되어 있었고, 수많은 시민들이 귀를 막으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귀를 막고는 있지만,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것처럼 나팔소리는 여전히 들렸다. 출동한 경찰이나 구급차마저 도로를 벗어나 건물에 처박혔다.

나팔소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진우처럼 마법적인 소양이 있는 자들뿐이었다.

요원들은 괴로운 듯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진우가 마법으로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들이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그대로 실신한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문제는 이들이 아니었다.

진우는 마법을 사용하여 단번에 가장 높은 빌딩의 위로 올라갔다.

“심각하군.”

주변 건물의 옥상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딱 봐도 수천 명은 되어 보였다. 마치 파도타기라도 하는 것처럼 불꽃이 일더니 그들의 몸이 전부 불타올랐다. 결국, 머리가 분리되며 둥둥 떠오르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진우는 우주기지에 있는 이화연에게 연락했다.

“보고 있습니까?”

[…보고 있다.]

“위에서 파악한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화연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진우는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모든 나라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작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 규모다. 네가 있는 곳의 규모가 가장 커 보이는군. 전 세계는 물론, 이곳에까지 나팔소리가 들리고 있다.]

“우주기지에까지 말입니까?”

[그래, 그 때문에 연구원들이 대부분 실신한 상태다. 아린 박사가 빠르게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규모라…….]

전세계에 나팔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이 나팔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재단에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 세계에 감염자가 제법 있을 거라는 것은 예상했고, 은밀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저, 저건 뭐야!”

“으아아악!”

“괴, 괴물!”

진우의 마법 덕분에 겨우 정신을 차린 시민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명을 질러댔다. 머리가 날아다니니 그럴 만도 했다.

무려 수천 개의 머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목 아래에서는 강한 열기와 함께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보면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에, 에디!”

“아아…….”

방금 전까지 같이 웃고 떠들던 지인의 머리를 본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혼절했다.

마법도, 시간의 권능도 통하지 않았다.

물리적인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마치 유령 같은 상태였다. 진우는 별의 손으로 머리들을 붙잡았다. 그 순간, 머리가 벗겨지며 강렬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쨍그랑! 콰가가가!

강렬한 폭발이 주변을 휩쓸었다. 진우는 마법을 사용하여 간신히 폭발을 막아냈다.

‘하나하나가 1급 마법 수준이군.’

그것은 대마법사의 마법과 닮아 있었다.

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수천 개가 동시에 터지게 된다면 이 일대는 물론, 미국 자체가 전부 증발할 수도 있었다.

‘상대할 방법을 찾아내야…….’

저대로 계속 둘 수는 없었다.

무언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확신은 없었다.

일단 진우는 신중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휘이이! 뚝!

하늘을 규칙적으로 날아다니며 나팔소리를 내던 수천 개의 머리들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머리들의 입이 닫히며 나팔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침묵.

지구에 침묵이 찾아왔다.

이렇게 조용해도 될까 싶을 정도의 침묵이었다.

귀가 먹어버린 것 같은 착각마저 일었다.

쉬익!

가만히 멈춰있던 머리들이 하늘 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머리를 구성하고 있던 모든 부분이 붉게 타오르며 동그란 뇌만 남게 되었다.

눈으로 좇는 것이 힘들 정도로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공기와 마찰에 의해 마치 혜성처럼 꼬리를 달며 그렇게 올라갔다.

[머리들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어요! 영상을 전송할게요.]

아린 박사의 다급하게 진우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진우가 손을 뻗자, 그의 손 위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잭과 요원들도 진우가 있는 빌딩으로 올라왔다.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였다.

“그건…….”

잭이 진우의 손 위로 떠오른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우주기지에서 촬영하고 있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지구 각 지역에서 불꽃들이 올라왔다.

그 불꽃들은 모두 감염자의 머리였다.

대기권 밖으로 도달한 불꽃들이 한곳에 뭉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진우의 바로 위였다.

요원들은 홀로그램에서 눈을 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불꽃이 하늘 위에 떠있었다.

거대한 불꽃은 점차 뭉치더니, 무언가로 변하기 시작했다. 불꽃이 사라지고, 점차 하얀 빛깔로 물들었다. 불꽃이 변한 것은 진우도 잘 아는 형상이었다.

“해골?”

“해골이 하늘에…….”

요원들은 넋이 나가버렸다.

그것은 해골이었다.

거대한 해골이 상공에 떠 있었다. 마치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돌며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골의 크기는 지상에서 명확하게 보일 만큼 거대했다.

“…….”

진우는 잠시 말을 잊었다.

달에서 Z3을 상대했던 때보다, 종말의 세계에서 거대한 문어를 봤을 때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쩌어억!

해골이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지구를 향해 무언가를 쏟아 내고 있었다. 그것은 불꽃처럼 보이기도 했고, 붉게 일렁이는 구름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것이 무엇이든 간에, 지구로 내려오게 되면 엄청나게 해로운 일이 발생할 게 너무나도 명확했다.

우주기지에서 빠르게 분석을 마쳤다.

[Z15-1과 비슷한 성분이에요!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시뮬레이션 결과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나 했는데… 환장하겠군.”

진우는 마법을 사용하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진우의 세라프는 우주기지에서 제조 중이었다. 아직 별의 손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세라프가 없더라도 진우는 별의 손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

진우는 별의 손을 해골을 향해 펼쳤다.

광범위하게 내려오는 수상한 것들을 모조리 잡기 위해 손을 크게 만들었다.

거기서 끝내면 안 된다.

해골 역시 날려버려야 했다.

‘어떻게든 해보자.’

아직까지는 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후우…….”

진우는 긴 숨을 내쉬고는 모든 마력을 일으켰다.

별의 손 위에 순식간에 거대한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마법진은 아니었다. 별의 손의 능력으로 발현되는 마법진은 빛과 어둠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일렁거렸다.

시간의 권능과 별의 손으로부터 파생된 것이었다.

진우는 자신이 이룬 것과 받은 것을 한곳에 뭉쳤다.

마법이라는 줄기에 엮어 하나로 만든 것이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내고 있었다.

쿠웅!

진우의 몸이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너무나도 불안정했기에, 그 여파가 그의 몸에 고스란히 밀려왔다. 그러나 진우는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마법진을 완성했다.

파아아앗!

마법진이 완성되자, 별의 손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이건…….”

이것은 1급 마법 따위가 아니었다.

대마법사인 진우조차 다루기 힘든, 거대한 힘이었다.

시간의 권능과 대마법사의 마법, 그리고 별의 손이 지닌 힘이 하나로 합쳐져 엄청난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초월마법.

모든 것을 초월한 마법이었다.

이능이 아닌 마법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진우가 만든 규칙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품은 거대한 마법진이 해골의 입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수상한 것들을 막아냈다.

치지지직!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막는 것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왔지만, 밑으로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진우는 마법진을 해골의 바로 앞까지 가져갔다.

구멍에 마개를 막는 것처럼 마법진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해골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초월마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꺼져.”

마법이 발동했다.

거대한 에너지가 발출되며 해골을 말 그대로 분해해버렸다. 해골을 이루고 있던 것들이 증발되며 지구 궤도 밖으로 날아갔다.

분명 엄청난 에너지 방출이었지만, 지구에는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 심지어 구름조차도 그대로 있을 정도였다.

진우는 놀라움을 느꼈다.

이것은 물질의 형태를 넘어선 마법이었다.

손이 얼얼했다.

신체의 통증이 아닌, 영혼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휘이익!

마력과 체력이 모두 고갈되어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빌딩에 그대로 꽂혔지만, 시간의 권능을 일으켜 간신히 회복했다.

“후…….”

자주 사용할만한 마법은 아니었다.

진우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해된 해골은 대부분 지구 궤도 밖으로 흩어졌지만, 일부가 남아서 지구 주변에 빛나는 고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다.

지구 궤도에 있는 위성이 힘을 잃고 그대로 지구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주기지에는 영향이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럭저럭.”

[정말 믿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이제 끝난 겁니까?]

“이제 시작이야. 그러니 우리도 시작해야지.”

진우는 몸을 일으켰다.

군용 헬기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컨벤션 센터로 오고 있었다.

“합류 지점에서 대기하도록.”

[알겠습니다.]

요원들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자, 진우는 지하수로 쪽으로 들어갔다. 밀폐된 공간이어서 그런지, 지상에 있던 머리들과는 다르게 여전히 똑같은 모습이었다.

진우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었다. 초월 마법을 이용해서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됐네.”

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예상대로 머리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 * *

잭은 요원들과 함께 현장을 은밀하게 빠져나왔다. 컨벤전 센터에는 군인들이 쫙 깔렸고, 삼엄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프 하워드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선거단원들이 전부 사라졌기 때문이다.

“후…….”

합류 장소에 도착하자 잭은 길게 숨을 내쉬며 가면을 벗었다. 오늘 본 장면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일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요원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진우를 기다렸다.

요원들은 임무가 끝날 때까지 진우을 보스라 불렀다. 이번 작전에 사용하는 코드네임이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 오셨…….”

잭과 요원들은 진우의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진우가 무언가 들고 있었다.

그것은 끈이었고, 그 끈에는 수많은 무언가가 연결되어 있었다.

“머, 머리……?”

“머리들이…….”

진우가 초월마법으로 끈을 만들어 머리들의 절단면과 연결한 것이다. 목에 끈을 박아 넣으니, 진우의 의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산 헬륨 풍선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진우는 그렇게 풍선이 된 머리를 들고 요원들에게 다가왔다.

“무슨 문제라도?”

“아…….”

진우의 태연한 모습에 잭과 요원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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