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44

서리여왕(1)

인류를 덮친 최악의 게이트 사태는 세 개의 흑색 게이트에서 비롯됐다.

첫째는 상하이 사변.

대악마 스카쟈 카리어의 등장. 그리고 끊임없이 부활하는 악마에 의해 중국은 자국 최대의 경제도시를 잃고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소멸하면서 53개국으로 갈기갈기 찢어졌다.

둘째는 런던 참사.

유럽 연합공략대의 흑색 게이트 공략 끝에 드랍된 에픽급 아이템 ‘방랑하는 마검’이 숙주를 지배하면서 런던 뿐 아니라 온 세계를 들쑤시며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마지막으로 시베리아 설원 서리여왕 던전 브레이크.

앞선 두 흑색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자국 한복판에 나타난 흑색 게이트에 대처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전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게이트 공략에는 실패했고 그 결과 시베리아 한복판에 흑색 등급의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 것이다.

서리여왕이라 불린 이 괴물 보스는 단숨에 설원을 장악. 거대한 얼음성을 창조했고, 이와 동시에 설원이 점차 확장됐다.

2016년 전후를 비교해 설원은 20% 이상 확장됐고, 러시아는 국운을 걸고 헌터들과 군대를 총동원해 서리여왕을 겨우 쓰러뜨렸다.

“제길, 그때 완벽하게 처리했어야 했어.”

시베리아 설원 감시대 소속 병사는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싸리눈이 몰아치는 설원의 혹한에 이를 악물었다.

2017년. 서리여왕 공략에 성공한 러시아 공략대였지만, 그것은 반쪽짜리 성공이었다.

“어, 어떡하죠? 벌써 예티까지 나왔습니다!”

파괴불가 오브젝트 서리여왕의 심장과 얼음성은 여전히 시베리아에 남아 러시아를 괴롭히고 있다.

어지간한 헌터는 접근하는 것만으로 얼어 죽어버릴 정도로 이상현상을 일으키는 이것은 매년 시베리아를 조금씩 넓혀갔고 얼음성에서는 끝없이 몬스터들이 태어났다.

예티는 그중에서도 여왕의 최고위 권속이라 불리는 S급 필드보스. 이놈까지 탄생했다는 건 여왕의 부활은 사실상 이루어진 셈이다.

“윗선에 보고를······!?”

병사는 상관의 낯빛이 흙빛으로 변하자 고개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곧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에 목덜미에서 식은땀을 흘린다.

“아······.”

뒤돌아본 그가 마주한 것은 거대한 거인. 새하얀 털과 흉악한 크기의 괴물.

-크르···!

“예, 예티···!”

서리여왕의 최고위 권속 예티가 그들 눈앞에만 셋.

“지, 지원을······.”

부하 병사는 상관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그것이 당장 자신의 생사에는 의미 없는 행위임을 알았어도.

“상사님?”

병사는 상관을 연이어 찾았지만, 대답이 없다. 병사는 곧 그 이유를 알 수밖에 없었다.

‘모, 몸이?!’

어느 순간부터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는다. 병사는 조금 전까지 자신과 대화하던 상관이 꽝꽝 얼어붙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

상관은 이미 얼어 죽었다.

그 원흉은 어느새 자신들을 둘러싼 얼음결정과 같은 이형의 존재들.

“정령······.”

수십에 달하는 얼음 정령들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서리여왕의 권속인 얼음정령들. 이 설원에서는 A급 이상의 포텐셜을 보인다는 최악의 몬스터.

17년 전, 저 정령들에게 수백 명의 헌터들이 동사했다.

-크크륵···!

마치 병사를 비웃듯이 손을 뻗는 예티. 거대한 예티의 팔이 병사를 낚아챘다.

“아······.”

쩍 벌려지는 입을 바라보며 병사가 떠오른 것은 하나였다.

‘만신전. 그들이 이곳에 있었더라면······.’

눈발이 휘날리는 시베리아 설원. 얼음성을 감시하던 러시아 병사들이 속속 실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스카쟈카리어! 나야말로 파괴의 화신이다!!]

상하이 게이트. 중국을 붕괴시켰던 대악마가 다시금 부활했다.

* * * *

시베리아 설원 서리여왕의 부활은 곧장 전 세계 정부로 알려졌다.

서리여왕으로 인해 설원이 확장되는 것은 주변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였고, 상하이 게이트, 방랑하는 마검과 더불어 24시간 추적, 감시하는 인류 최대위협 중 하나기 때문이다.

한국 헌터협회장 오강혁은 인근 국가에서 터진 위기에 빠르게 반응했고, 이미 일본 헌텨협회장 다케다 회장과 협업을 약속했다.

이제 레온에게도 도움을 부탁하면 완벽했는데······.

“악마를 토벌한다.”

“폐, 폐하!”

곧장 서울로 날아온 레온이 오강혁이 어떻게 예를 갖추며 부탁드려야 할지 고민했던 것을 먼저 언급했다.

“다른 이들은 어디로 갔지?”

레온이 원탁회의의 빈 자리를 언급하자 오강혁이 서둘러 대답했다.

“아, 예! 다른 10대 길드들은 모두 한반도 각지에 주둔 중입니다. 아직 24시간 게이트 감시체제가 회복되지 않아 즉각대응하기 위해서··· 이지요.”

“쯧, 내 미합중국 대통령의 면을 보아 별소리는 안 했건만, 일 처리가 이리 늦어서야.”

“저, 정부를 통해 공식서한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레온은 고개를 끄덕이곤 자연스레 원탁의 상석에 앉았다.

“짐이 찾아온 것은 드디어 상하이의 그 빌어먹을 대악마 놈이 부활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폐하라면 참을 수 없는 소식이긴 합니다.”

상하이의 데몬 게이트. 그것은 레온이 지구에 막 귀환했을 때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일이었다.

방랑하는 마검.

서리여왕.

스카쟈카리어.

흑색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이 세 개의 재앙 중에서도 대륙을 쪼개버린 원흉 아니던가.

스카쟈카리어가 그토록 처참하게 중국을 유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죽어도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S급 공략대가 동원되어 겨우 쓰러뜨려도, 몇 년만 있으면 부활해서 돌아오니 피해는 누적되고 결국 중요한 인적 자원이 붕괴할 수밖에.

그토록 집요하게 대륙을 괴롭혔던 대악마지만, 이젠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짐과 기사단이 처리한다. 악마는 그 육편 한 점, 영혼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소멸시킬 것이야.”

성법을 다루는 라이온하트의 기사들에게 악마는 그야말로 천적. 그들의 자랑인 불멸도 개념의 힘 앞에선 무의미했다.

“용단을 내려주시어 감읍할 따름입니다!”

“시베리아에서도 성가신 일이 벌어졌다 들었네만?”

“실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만신전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외각 공략을 시도해보다 헌터 수백 명이 죽고 다쳤다는 모양입니다.”

이미 한 번 서리여왕을 공략해본 적이 있는 러시아였지만, 이번 참사는 전보다 더 압도적인 위기라는 모양이다.

러시아 정부는 자존심을 굽히며 세계각국에 지원을 요청했고, 특히 한국 만신전의 참전을 간곡히 청했다.

“그렇군.”

레온은 흑색 게이트란 말에 최소 성배기사급의 전력을 파견하는 게 타당하다 여겼다.

“안 대통령의 얼굴을 보아 내 기사단을 파견토록 하지. 대통령에게는 평양은 물론이고 남포까지 눈감아준 빚이 있으니 말이야.”

“대통령 각하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우리 정부에게 빚이 없으십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폐하께 큰 빚을 지었지요.”

제2차 한국전쟁은 레온이 없었다면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막대한 빚더미에 세계최빈국인 북한을 흡수하는데도 만신전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항을 겪었을 일이 수두룩했다.

비록 북한 최대도시인 평양을 사실상 독립시키고, 끼끼룩족의 남포 점거를 눈감아주었지만, 그 이상의 이익이 한국에 들어왔으니 어찌 계산을 따져 물을까.

“뭘. 한국은 라이온하트의 친구이지 않나.”

“폐하···!”

오강혁은 레온에게 감격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짐과 불카누스 경이 함께 상하이로 갈 것이야. 라이온하트 출신인 우리들로서는 악마가 더 중할 수밖에 없으니.”

“허면 시베리아에는 누구를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보낸다고 한다면······.”

레온은 어렵지 않게 시베리아로 파견할 기사단을 선정했다.

* * * *

2016년 서리여왕의 등장은 러시아의 존속을 위협한 대재앙이었다.

끝내 파괴하지 못한 서리여왕의 심장과 얼음성은 끝내 여왕의 부활과 함께 러시아의 악몽을 재현하고 있었다.

“지원! 지원이 더 필요하다!”

“몬스터가 끝이 없다! 헌터들을 더 보내줘!”

서리여왕의 부활과 동시에 계엄령을 선포한 러시아였지만, 그들의 확장속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끊임없이 탄생하는 몬스터들. 죽어도 죽지 않고 부활하는 악마들과 달리 이쪽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다.

‘하필 게이트가 생성된 곳이 시베리아였다는 게 너무 커!’

서리여왕의 말 그대로 그것은 얼음을 다스리는 권능의 소유자다.

기온이 낮으면 낮을수록 서리여왕의 권능은 강해지고, 서리여왕의 게이트가 나타난 곳이 하필이면 시베리아 설원이었다.

이곳에서 서리여왕의 힘은 그야말로 무한하다.

손짓만으로 몬스터들이 우후죽순으로 태어나고 개중에는 얼음정령과 예티라는 어지간한 적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까지 수두룩하다.

전장은 그야말로 궤멸적인 상황. 러시아가 총동원한 헌터와 군부대는 서리여왕의 군세에 밀려 절망적인 전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아······.”

몬스터의 파도가 몰려든다. 쓰러뜨린 몬스터보다 더 많은 몬스터들이 설원의 눈밭을 밟고 달려든다.

끝이다.

자국의 S급 헌터들이 총동원되어도 고작 며칠을 버티지 못하다니.

20년 가까이 시베리아에서 힘을 축적하고 있던 서리여왕은 이전보다 더 강해졌고 그 냉기는 한 나라의 총력으로도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끝이──”

대성법 <대지의 창>

끝을 직감한 순간, 러시아 헌터의 눈앞을 관통하는 거대한 ‘땅’.

전장을 한축을 뒤엎은 그것은 서리여왕의 권속들을 말 그대로 분쇄했다.

“무, 무슨 일이···!”

──────!!

하늘에서 돌연 떨어진 거대한 기계들. 그것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서로 들러붙더니 돌연 우주전쟁에서나 나올 법한 외계인들의 로봇으로 변모한다.

-후작급 결전병기 결합완료. 전투개시.

철의 로봇이 굉음을 쏟아낸다. 그 결전병기의 전신에서 쏟아지는 파멸무장은 설원의 짐승들을 휩쓰는 쓰나미였다.

-궈어어어어어어어!!

거대한 짐승이 포효한다. 외계로봇 같은 그것의 등장이 짐승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숙적의 등장인 것처럼.

“예, 예티다!”

“예티가 온다!”

러시아의 S급 헌터 여럿을 살해한 괴물이 후작급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거대 결전병기는 예티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

‘부, 부딪친다!’

압도적인 여왕의 물량을 휩쓸던 거대로봇이 당한다면 이 전장의 분위기는 다시금 뒤바뀐다.

러시아의 헌터들은 겨우 역전되려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예티의 돌격을 홀로 막으려 들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저 로봇이 이 국면을 바꿀 결정적인 한 수라고.

“으으···!”

그러나 결연한 그의 용기는 시시각각 거대해지는 예티의 그림자에 무너져 내린다. 자신의 객기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가 코앞에 들이닥친 괴물에 무기를 떨어뜨리려는 순간──

“훌륭한 용기다. 상찬해주지.”

시원하기까지 한 여인의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설원을 질주한다.

검은 탄환. 새하얀 설원을 달린다.

-······?!

하얀 거인이 그것의 정체를 채 눈치채기 전 마검이 휘황을 밝힌다.

-콰아악!

살점이 절삭되는 섬뜩한 소리. 휘둘러진 마검이 정확히 예티의 목을 절단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짐승이 무너져내렸다.

‘S급 필드보스인 예티가 일격에?!’

여왕의 군단장. 서리거인 다음이라고 일컬어지는 하얀 짐승이 칼질 한 번에 죽어나갔다. 그것은 헌터들은 물론이고 여왕의 병정들에게조차 충격적이었는지, 모든 시선이 검은 머리칼의 여인을 향했다.

“아직 많군. 스피너 경과 구대성 경이 힘 좀 쓰게.”

검은머리 여인의 말에 녹색갑주의 기사의 목소리가 투구에서 흘러나왔다.

“대공 각하께선요?”

“본작은 왕족이니 말이야. 선두에 서는 영광은 기사들에게 양보하는 편이지.”

-끼룩!

말은 그렇게 해도 검은머리 여인은 제게 접근하는 몬스터들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것만으로 몬스터들의 단단한 육신이 푸딩처럼 잘려 나갔다.

단 세 명.

겨우 세 명의 등장으로 전장의 국면이 달라진다.

이런 초력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지구상에 단 하나.

“성배기사······.”

그들이 시베리아에 당도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