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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5

서리여왕(2) 삽화有

“돌격.”

시니컬한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설원에 어울리지 않는 땅 밟는 소리가 울린다.

수백 명의 갑옷 입은 기사들이 일제히 돌진하는 그 광경은 중세의 유럽 중장기사단을 떠올리게 했다.

-콰아아아앙!

쐐기 모양의 기병돌격이 얼음의 권속들을 휩쓴다. 몇몇 거대 개체들이 그들의 돌격을 저지해보려 했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쏟아지는 포격이 그들을 난타했다.

-끼룩! 끼끼룩!

끼끼룩족 전사들의 포격장갑에 의한 핀포인트 포격.

후작급 결전병기에 탑승한 야피가 지시하는 대로 집중된 화력은 돌도끼 든 야만인들을 휩쓰는 외계군단 그 자체였다.

-얼음정령 다수 포착. 고강도 화력지원 개시.

[이미 알고 있다!]

야피의 통합 지휘통신에 시베리아 설원에 투입된 다섯 용들이 호응했다.

그들의 아가리가 벌려지며 거대한 에너지가 집속된다. 곧이어 설원을 가르는 브레스가 퍼부어지고 병력을 짜내 지원 온 추가 군단은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후~ 우리도 우리지만, 용들 화력이 진짜 장난 아닌데?”

전장에 천둥벼락을 쏟아내며 한 축을 쓸어버리고 있던 김재혁도 용들의 브레스 연사에는 감탄을 쏟아냈다.

“감탄할 시간 있으면 번개 한 방이라도 더 떨어뜨려. 녹아내린 땅에 번개 떨어뜨리면 직빵이니까.”

소연은 기사단의 재돌격을 준비하면서 전황을 살폈다.

“소연아, 왜 그래?”

“병력 충원속도가 느려.”

“이게?”

시베리아에 쏟아지는 서리여왕의 권속은 그야말로 무진장이다.

눈이 쌓이면 그것에 주입된 마력이 얼음 정령을 낳고, 예티들이 솟구치며 꽝꽝 얼어붙은 얼음 병정들이 설원이 눈을 토해내듯 쏟아지고 있다.

“17년의 전투영상과 비교하면 이 정돈 아직 약과야. 병력의 질은 더 좋아지긴 했지만··· 무엇보다 ‘서리거인’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서리거인이 뭔데?”

태연덕스럽게 되묻는 재혁에게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소연. 명색이 만신전 필두기사라는 녀석이 과거 데이터 조사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여왕의 군단장. 친위기사들. 단신의 전투력은 여왕 이상이라는 괴물들이야.”

“예티보다 강한 권속이 있다고?”

예티만 해도 S급 헌터를 찢어발기는 괴물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보다 강한 괴물이 있다는 것에 재혁은 놀라운 눈치였다.

“최악의 흑색 등급 중 하나니까.”

괜히 3대 재앙 중 하나가 아니라며 소연은 방랑하는 마검을 떠올렸다.

살육대공 아카샤가 깃든 방랑의 마검은 단일개체 최강이라는 평가였지만, 서리여왕은 그와는 다른 의미로 최강이라 불렸다.

“성배기사님들이 계신 이상 큰 걱정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전장이 이렇게까지 밀리는데 서리거인 하나 나오지 않는 건 기이했다. 아직 서리여왕이 완전히 부활한 것은 아닌가?

“뭐, 얼음성 진입하면 뭐가 됐든 알게 되겠지.”

재혁의 창끝이 몰려드는 설원의 몬스터들에게 향하려다 거두어진다.

설원을 태우는 불기둥과 그로 인해 녹아내린 얼음물들이 파도가 되어 쏟아진다.

여기서 더 화력을 투입하는 건 낭비였다.

* * * *

러시아가 총력을 다해 틀어막던 시베리아 전장은 성배기사와 기사단의 투입으로 돌파됐다.

아직 설원에 수많은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얼음성을 점거한 용과 끼끼룩족 전사들이 역으로 수성전을 하며 틀어막았고, 성배기사들과 기사단 소수지만 러시아 헌터들이 얼음성에 진입했다.

-거점 방위모드 개시. 본기는 백작급 기체로 콕핏을 옮김.

후작급 결전병기에 자동전투명령을 내리고 내린 야피는 구대성과 함께 선두에 진입했다.

“내부의 적 병력 다수!”

야피와 구대성, 카리나를 필두로 한 나주 제1기사단이 빠르게 얼음성에 진입하자 침입자를 저지하러 달려드는 얼음 병정들.

-끼룩! 화력제압 개시.

구대성의 방어 유지력과 백작급 기체에 탑승한 야피의 화력지원만으로 여왕의 병정들은 순식간에 휩쓸렸다.

“얼음성이라. 운치 있군.”

거기에 베테랑 성배기사인 카리나의 보조까지.

중간에 꽤 위협적인 몬스터들이 튀어나왔지만, 카리나의 일격을 버티지 못했다.

“방금 그건 얼음 정령이었어요! 그것도 상당히 강력한!”

“본작은 일반 병졸과 별 차이를 못 느끼겠군.”

과연, 성배기사. 그들에게 있어 일반 몬스터와 A급 몬스터는 힘의 단위를 재는 게 의미 없었다.

초력의 성배기사가 무려 셋. 뒤따르는 나주 기사단은 이 공략이 손쉽게 끝날 것이라 자신했다.

“역시 이상해.”

“응? 소연 후배님, 왜 그래요?”

하리의 물음에 천소연은 기시감을 느끼는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서리거인이 여전히 보이질 않아요. 사실상 여왕의 최후 방어선일 텐데······.”

“그냥 생성 못한 거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 데 안 보이는 걸 보면.”

재혁이 별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천소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마리쯤은 있어야 해. 서리거인은 여왕이 가장 먼저 탄생시키는 권속이니까. 애초에 권속들을 진두지휘하는 지휘개체이기도 하고.”

그렇다는 건 즉, 이 얼음성 안에 서리거인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들쑤셨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여왕의 곁에서 지키고 있다는 거군.”

발견하지 못한 최상위 몬스터 다수가 흑색 등급 보스인 서리여왕의 곁에 있다.

“곧 여왕의 홀이다. 방심하지 말고 주변을 경계하도록.”

카리나의 조언과 함께 그들은 곧 여왕의 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얼음성이라는 스테이지와 달리 내부는 가면 갈수록 어둡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파괴불가 오브젝트’ 얼음성은 외부의 빛조차 차단한다.

시커먼 어둠 속은 마지 동굴형 던전을 연상시킬 정도. 야피의 적외선 및 열상 카메라가 어둠을 살피며 전진. 여왕의 홀 앞 거대한 문에 도달한다.

“제가 열겠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재생력이 좋은 구대성이 손수 문을 열었고, 그 안을 향해 야피가 무언가를 던졌다.

-위이이이잉! 팡!

그것은 사방팔방에 적외선 레이더를 쏘아가며 구조를 파악하는 장치였다.

야피는 어두컴컴한 여왕의 홀 내부를 탐색하곤 견론을 내렸다.

-내부에 생명반응 확인. 개체수 둘.

“여왕인가?”

-끼룩?

야피가 더 자세한 정보를 관측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악! 퍽!

내부에서 무언가가 던져진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구대성과 카리나는 그것을 확인했다.

“”목?””

꽝꽝 얼어붙은 거인의 두터운 목은 야구공처럼 던져지더니 백작급 전쟁무장에 부닥쳤다.

-쾅!

그것을 얻어맞은 백작급이 기우뚱거린다. 별철로 제조된 전쟁무장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야피 경!”

습격자는 곧장 구대성을 향해 메이스를 휘둘렀고 이를 대지의 방패로 이를 막는 구대성.

-꿍!

“어?!”

대지의 방패로 그것을 막았던 구대성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방패 너머에서 느껴지는 충격. 팔을 전달된 힘의 총량이 무언가 기이할 정도다.

마치 맨앳암즈 시절 처음으로 레온의 기마 돌격을 막았던 그때처럼.

“구대성 경!”

그 강맹한 일격을 방패로 막았음에도 구대성은 메이스가 휘둘러진 방향 그대로 튕겨 나갔다. 성배기사가 견뎌내지 못한 경악스러운 힘.

“이놈···!”

카리나의 마검이 검게 물들며 적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 절대절삭의 마검을 앞에 두고도 상대는 오히려 전진하며 어깨로 카리나의 공격 타이밍을 어그러뜨리더니 그대로 들이박는다.

“큭···!”

충격에 넘어지면서도 내리치는 메이스를 피해 옆으로 몸을 던지는 카리나. 그녀의 시선 끝에 기관총을 겨누는 야피가 보인다.

-두두두두두···!

분당 수천 발의 기관포탄을 퍼붓는 야피의 사격이 놈의 등 뒤를 덮쳤다.

-크르···!

이미 십수 발의 포탄을 얻어맞고도 그가 보인 반응은 야수와도 같은 하울링과 함께 성큼성큼 다가가는 것.

-······!?

최고가 별철탄환조차 묵묵히 버텨가며 접근해오는 습격자. 야피는 곧장 수십 개의 와이어를 펼치며 근접전투에 들어갔다.

전술성법 <천라지망>

무엇이든 절삭하는 날카로운 예기의 와이어들이 철저한 계산 끝에 회피 따위 불가능한 궤도로 쏟아진다.

말그대로 천라지망. 거미줄처럼 습격자를 감싸는 와이어들을 습격자는 비웃듯이 스스로 걸어갔다.

<스쿠닉의 준족>

그의 발이 바닥을 밟는 순간, 전신이 어둠에 휩싸이며 안개처럼 사라진다. 초고성능 적외선 카메라로 지켜보던 야피조차 사라진 그 순간을 목격하지 못했다.

-······?!

다음 순간, 와이어의 그물망이 휩쓸고, 그 파괴적인 성법이 훑은 자리에 습격자가 나타난다.

놈의 우악스러운 팔이 붉은 기운과 함께 뻗어졌고, 순간 최대의 방어성법을 전개하는 야피.

전술성법 <철의 가호>

순간적인 방어력 상승. 이 극강의 방어는 짧은 시간 실로 무적을 자랑한다. 하지만──

-콰직

붉은 손이 백작급 기체의 장갑을 우악스럽게 붙잡는다. 그 손아귀에 붙잡힌 장갑은 그대로 뜯겨져 나갔다.

“말도 안···!?”

믿기지 않는 순간, 장갑이 손모양 그대로 뜯겨져나가며 드러난 콕핏에 야피의 본체가 드러난다.

<고크록의 시선>

곧이어 어둠 속 그의 눈빛에서 눅진한 기운이 흐르더니──

-콰아아!

녹색 섬광이 야피를 향해 퍼부어진다.

-긴급사출!

콕핏을 향해 쏟아진 녹색 섬광을 피해 장갑을 긴급사출 시스템을 작동한 야피. 허나, 습격자의 팔은 콕핏을 탈출한 야피를 붙잡았다.

“날파리.”

그런 평가와 함께 습격자의 입꼬리가 비틀린다. 절체절명의 순간, 카리나가 등 뒤에서 나타났다.

“그 천한 손을 놓아라!”

완벽한 기습. 절대절삭의 마검이 놈의 등 뒤를 베었으나 그뿐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의 갑옷은 마검의 절삭력에 저항했고, 추가 공격은 카리나에게 던져진 야피가 막아섰다.

“큭···!”

야피를 받아낸 카리나가 밀린 사이, 습격자의 메이스가 그녀를 향해 내리치려 한다.

“한 방 먹여라.”

“······?!”

카리나의 시선 끝. 거대한 힘이 ‘망치’에 집속된다.

“흐읍···!”

게오브릭의 망치에 광오한 힘을 집속한 구대성이 망치를 내리쳤다. 꽝! 하는 아찔한 소리와 함께 얼음성이 요동칠 정도의 위력. 이 일격을 직격당한 이 중 살아남은 생명체는 없다!

“후우······.”

승리를 확신한 구대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 순간, 망치를 내리친 어깨가 붙잡힌다.

그것이 방금 자신이 내리쳤던 습격자라는 것을 깨달은 구대성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이걸 맞고도 멀쩡하다고?!’

대지에 내리쳤다면 지형을 바꿔버릴 일격이었다. 그런데 태연하게 버텨냈을 뿐 아니라──

-콰아아아아!!

서서히 올라가는 메이스. 섬뜩한 붉은 파동이 메이스에서 쏟아지자 구대성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무, 무슨 힘이···!”

위기를 느끼고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놈은 한 팔만으로 구대성을 봉쇄하곤 곧이어 메이스를 내리쳤다.

-꿍!

본능적으로 대지의 방패로 막은 것도 의미 없이 방패째로 튕겨 나간다. 찌그러진 별철 투구가 볼품없이 뒹굴거린다.

“진형을 갖춰라!”

메이스를 얻어맞고 튕겨 나간 구대성을 향해 기사단이 그를 보호하듯 진형을 펼쳤다.

그들은 훈련받은 대로 거의 본능적인 진형을 갖췄지만, 저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파리해진 안색이다.

‘서, 성배기사들이······.’

‘고작 한 명한테 당했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당황할 시간 따윈 없었다. 구대성을 가볍게 내리친 메이스가 이번에는 파멸적인 힘을 집속시키며 들려진 것이다.

“위, 위험?!”

수호가 거의 본능적으로 방패를 전개했다. 성배기사 아말렉의 빛의 성물. 그 절대방어를 전개함과 동시──

<헬칸의 큰손>

숨 쉬는 것조차 멎게 할 정도로 사나운 붉은 파동. 붉은 유성이 모두의 오금을 저리게 한다.

위압적인 카리스마와 메이스의 절망적인 기운은 기사단과 헌터들을 압도하였고, 공포로 잠식시킨다.

성배기사들의 가호조차 웃돌 정도의 힘이 저 괴물에게는 있었다.

-꽈아아아아앙!

바닥을 내리찍은 메이스에서 뿜어지는 파동이 얼음성을 붕괴시키며 온 사방을 으스러뜨렸다.

──────!!!!!

소리가 사라진 현장.

단 일격에 끔찍한 대파괴가 일어난 그 앞에서 모두가 아연실색한다.

이만한 힘조차도 저 습격자에게는 가볍게 휘두른 ‘시범’일 뿐.

“성배기사. 조금은 기대했건만··· 실망스럽기 짝이 없군.”

홀의 시커먼 어둠 속. 메이스가 밝히는 붉은 에너지가 습격자의 얼굴을 드러낸다.

“도망쳐라, 깡통들아. 너희 왕에게 전해.”

너의 숙적이 왔노라고.

오크.

그것은 사나운 야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크 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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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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