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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7

245. 소꿉친구 – 사람을 쓰는 방법

“와하하! 오랜만이야. 이게 대체 얼마 만이지?”

“루벤! 반느!”

야만인 전사들이 서로를 와락 부둥켜안았다. 주먹을 맞대며 찡긋 눈인사하기도 하고 익살스럽게 가슴을 두드려 서로의 건재함을 확인했다.

친인척 형제 전사들의 끈끈함이다.

비자인 부족 전사들뿐만 아니라 노랑드 부족, 드위너 부족, 바루가 부족, 메이와 부족 등 다양한 부족의 전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반가움을 나눴다. 바루가 부족 출신인 ‘하투’는 아예 두들겨 맞고 있었다.

제아무리 선별된 검대의 일원이고 개중에서도 레브의 직속 제자라지만 저렇게 얻어맞으면 몸살을 앓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앞으로 열 번은 더 두들겨 맞을 예정이었다.

레브 일행이 도착한 이곳은 가이단 후작의 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숲이었다. 나무가 우거진 이곳에 상당한 규모의 숙영지가 세워져 있었고, 천 명이 넘는 전사가 주둔 중이었다. 하지만 이런 숙영지는 여기 외에도 열한 곳이 더 있었다.

총 12,000여 명의 야만인 전사.

오른 왕국 각지의 야만인 부족이 레브를 믿고 보내준 전사들이었다.

그들은 유구한 역사와 부를 자랑하는 가이단 후작의 재산을 빠르게 갉아먹고 있었는데, 이것도 고작 팔 할(割)가량만이 도착한 것이었다.

나머지 이 할은 어디로 갔느냐 하면…

모른다.

각 부족의 마을은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전사를 떠나보냈다. 한데 그렇게 많은 인원이 우르르, 한 번에 이동하면 각 지역 당국의 의심을 살 수 있으므로 전사들을 열 명 내외로 짝지어 보냈다.

다른 건 모르겠고, 가이단 후작이라는 귀족의 영지로만 가면 된다.

이렇게만 듣고 머나먼 여정을 시작한, 세상에 처음 나와보는 전사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평생의 무용담이 될 여행을 했을 터였다.

그 와중에 이 할에 달하는 인원이 엉뚱한 곳으로 가버린 것이고.

하지만 뭐 별일이야 있겠는가?

호탕한 전사들은 “어휴, 등신들.” 킥킥거리며 이를 대수로워하지 않았다. 레브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는데, 십중팔구 그네들은 가이단 후작이 변경백으로서 소유한, 콘라드 왕국과의 접경지대에 있는 두 번째 영지를 목적지로 착각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말고.

무책임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대의 군사 활동에서 이만한 정도의 손실은 예사다. 되려 팔 할씩이나 도착한 게 대단할 지경이라 레브는 열두 곳의 야영지를 기분 좋게 둘러보았다.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군량의 보급 상태였다. 가이단 후작이 힘써줬는지 군량은 충분했다.

그다음은 병사들의 무장 상태와 훈련의 정도였는데, 아쉽게도 전사들 대부분이 도끼나 활 같은 자신의 사냥 도구를 그대로 장비하고 있었다.

테오빅 패밀리의 무기 상단을 털었음에도 만 이천 명을 무장시키긴 부족하고, 가이단 후작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많은 무구를 빠르게 조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인 건 전사들의 훈련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 거병 일자를 일 년이나 늦췄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각 숙영지는 누가 통솔하고, 어떻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지?”

레브가 물었다. 비자인 부족의 대전사는 아들뻘인 친척(레브)에게 공손하게 답했다.

“각 부족의 대전사들이 나누어 맡았습니다. 연락은 딱히 하지 않았습니다만… 가이단 후작의 총관이라는 사람이 식량을 가져올 때 바깥소식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좋아, 군 조직을 개편하겠네. 가이단 후작이 일부러 우리를 천명 단위로 나누어둔 것 같으니 각 숙영지를 그대로 천인대로 분류하겠네. 자네는 앞으로 천인장일세. 그리고 루벤.”

“네.”

“자네는 여기서 천인장의 부관 겸 연락책을 맡도록 해. 천인장은 백인장 열 명을 뽑고, 백인장들이 알아서 십인장과 연락병을 뽑도록 하게. 완료되면… 저기 남쪽의 숙영지로 루벤을 보내도록. 거기가 내가 머무르는 본대가 될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천인대는 무어라 부르면 되겠습니까? 제1 천인대라 할까요?”

대전사가 은근히 넘버링에 욕심을 내며 물었다. 레브는 그런 것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편이었으므로 “그렇게 하게.” 쉽게 허락했다.

그렇게 레브는 열두 곳의 숙영지를 돌아다녔다. 들른 순서대로 제1, 제2, 제3… 숫자를 붙였고, 천인장이 된 대전사들에게 그의 열 제자를 한 명씩 붙여주었다.

마지막, 더 붙여줄 제자가 없었던 11번째 숙영지에서 레브는…

“…이 새끼가 설마?”

레오 덱스터를 바라보았다. 그의 반응에 피식 웃고는 11번째 숙영지를 맡고 있던 대전사에게 명했다.

“자네가 앞으로 천인장일세. 본대와의 연락을 맡을 연락병과 열 명의 백인장을 뽑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레브는 그 길로 마지막 12번째 숙영지를 향했다. 그곳의 대전사를 천인장으로 삼고, 자신은 본대를 이끄는 장군이 되었다.

편성을 완료한 레브는 가이단 후작을 만나러 말머리를 돌렸다. 그때, 에브니 드라진 후작이 붙여준 열두 명의 기사 중 하나가 말했다.

“레이디께서는 마차에 오르시지요.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레나 아이나르에게 하는 말이었다. 레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으나 순순히 마차에 올랐고, 레브와 나란히 말을 몰던 레오가 물었다.

“그런데 네 제자들 말이야. 반느랑 루벤, 하투, 이런 애들.”

“걔들이 왜?”

“꽤 열심히 가르치던데… 왕자들 때려잡는 데에 쓰려고 검술을 가르친 것 아니었어?”

“그랬지.”

“그럼 왜 고작 부관 겸 연락책으로 떨어버린 거야? 나였으면 데리고 다녔을 것 같은데.”

타당한 질문이다. 허나 레브는 마차를 호위하며 뒤따라오는 기사들을 지목했다.

“쟤네들이 있으니까. 드라진 후작이 기사를 내어줄 줄은 몰랐거든. 너는 기사대장을 맡아.”

“…”

레오는 잠시 말문을 잃어버렸다.

물론 제자들을 암만 가르쳐 봐야 완성이 된 기사만 못하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그래도, 카트리나 이후로 우리가 처음 들인 제자가 아닌가. 무려 일 년이 넘게 함께한 애들인데… 레오였다면 절대 저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났으면 잘난 대로, 제자들과 끝까지 으쌰으쌰 함께했을 거다.

레오가 중얼거렸다.

“아까 번호를 붙일 때도 그랬지만, 넌 낭만이 없구나.”

레브는 짧게 응수했다.

“유치하긴.”

* * *

한 달 뒤, 여름. 레브와 하르베이 가이단 후작의 군대가 출병했다.

야만인 전사들은 가이단 후작의 군대를 뒤따랐는데, 이는 왕국의 이목을 속이기 위함이었다.

레나는 동행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이단 후작의 영지에 머무르기로 했다. 마침 후작 부인의 요리 솜씨가 좋아서 그녀에게 요리를 배우기로 한 모양이었다.

“잘 다녀와. 비도리닌 성이라고 했나? 기다릴 테니까 전공 많이 세워서 나 호강시켜 줘야 해. 알겠지?”

레오는 자기만 믿으라며 호언장담했다. 기죽은 레나나 그런 그녀의 공허함을 채워주려 애쓰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럽다.

레브는 이를 지켜보기 힘들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고, 새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옆에 하리에 가이단이 멍한 표정으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사의 꿈을 잃어버린 레나와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버린 하리에.

두 여자에게선 비슷한 분위기가 풍겼다.

인간이 스스로 발산하는 생동감이 사라지고 육체만이 덩그러니 남아 도드라졌다. 처량하게.

순간 두 사람과 카시아의 옛 모습이 겹쳐 보인 레브는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했다.

‘저 여자보단 레나의 처지가 낫지. 레나는 그래도 그녀를 저렇게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으니…’

그러자 누군가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 말 돌리지 마. 하리에를 저렇게 만든 건 너야, 위선자.

‘…어쩔 수 없었잖아.’

– 오!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 날 속이려 들지 마. 넌 네 목적을 편하게 이루려고 저 여자를 희생한 거야. 저 여자를 도와줄 방법이 못해도 다섯 가지는 있었는걸? 네가 알다시피 말이야.

‘넌 누구야.’

– 난 레브(Lev)야. 멍청아.

눈을 뜨자 속삭임이 잦아들었다. 데모스 마을의 평범한 청년이었던 그는 어느새 장군이 되어 선두를 이끌고 있었고, 가이단 후작이 말했다.

“앨제어 드 로그넘 공작은 북상 중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군사를 삼만 명이나 끌어모았더군요. 애톤 드 로그넘 왕자가 기사단을 두 개나 파병해줘서 정면으로 붙어선 승산이 없습니다.”

그들은 숲을 지나고 있었다. 레브가 고개를 흔들곤 물었다.

“마법사는요?”

“모르지요.”

가이단 후작이 아니라 소아렐 데메트리 오거튼 백작의 답변이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동기들과 선배 마법사들에게 연락을 돌리긴 했습니다만, 역시 좀 시큰둥하더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왔으니까요.”

무슨 자신감일까.

하지만 레브도 왕자들을 엿 먹일 자신이 있었으므로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굴지 않았다.

행군하고, 자고, 다시 행군하는 하루하루가 흘렀다. 콘라드 왕국과의 육상 무역의 중심지, 보스포를 지나친 레브와 가이단 후작의 군대는 찌는 듯한 땡볕 아래에서 앨제어 드 로그넘 공작의 군대와 조우했다.

두 군대는 각자 병영을 꾸렸다.

당연히 왕족이자 공작인 앨제어 왕자가 상급자였으므로 가이단 후작이 보고를 올리러 왕자의 병영으로 들어갔다.

레브와 레오가 같이 따라 들어가서 왕자의 목을 쳐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이백 명이 넘는 기사와 삼 만에 달하는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살아 나오지 못할 터였다.

왕족인 레안 드 예리엘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후작은 기쁘게 웃으며 돌아왔다. 땡볕을 피할 가림막 아래서 그가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계획대로 진행될 듯하군요. 왕자는 예상대로 ‘라도가’를 먼저 점령하자고 했습니다.”

라도가는 이로타시 강 너머에 있는, 보스포와 쌍벽을 이루는 콘라드 왕국의 무역 도시였다.

지금은 테르탄 공작가가 아닌 ‘기디언 로페로 백작’의 통치하에 있었는데, 에릭 왕자와 테르탄 공작이 죽으면서 미디언 테르탄이 서부 변경백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었다.

“그렇겠죠. 그만한 도시를 지나칠 순 없으니까요. 그럼 앨제어 왕자의 군대가 이로타시 강을 건널 때 급습하면 되겠습니다. 콘라드 왕국과도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기디언 로페로 백작은 밀리는 척하다가 이로타시 강에서 반격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군은 도하를 최대한 느리게 해야 하는데… 아, 핑곗거리를 찾을 것도 없군요. 마침 왕자가 징발해온 병사들 상당수가 해적입니다. 일부러 늦추지 않아도 저쪽의 도하 속도가 훨씬 빠를 겁니다. 오히려 도하를 서두르는 척하는 게 좋겠군요.”

“해적이라 하셨습니까?”

“네. 어디서 저렇게 많은 병사를 끌어모았나 했더니 병사로 복무하는 자의 죄를 감해준다는 칙령을 해안 도시들에 쭉 돌렸다더군요.”

레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해안 도시의 생리를 모르는 오거튼 백작이 질문했다.

“그건 좀 어리석은 행동이 아닙니까? 해안가의 도시들은 서로 무역을 할 텐데… 앨제어 왕자가 군사를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콘라드 왕국에도 전해지지 않았겠습니까? 어차피 실패할 원정이었군요.”

“하하. 앨제어 왕자를 띄워주려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무역풍을 깜박하셨군요.”

“무역풍이요?”

하르베이 가이단 후작이 해안가의 바람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겨울에는 바람이 대륙에서 바다로 불어나간다. 해서 원양어선(遠洋漁船, 육지와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배)은 겨울에 이 ‘날넋바람’을 타고 바다로 나가고, 여름에 대륙으로 불어 들어오는 ‘들넋바람’을 타고 돌아왔다.

바람의 움직임이 이러하니 여름과 겨울에는 다른 왕국과의 해상 무역이 성립하지 않았다.

하지만 봄과 가을에는 대규모의 해상 무역이 가능했는데, 이는 ‘서-무역풍’과 ‘동-무역풍’ 덕분이었다.

“봄에는 바람이 서쪽으로밖에 불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대륙을 감싸고 도는 것이지만, 우리 왕국 입장에서는요. 왕자는 칙령을 가을이 끝나갈 무렵에 내렸습니다. 무역 선단들이 동-무역풍을 타고 콘라드 왕국으로 떠났을 무렵에요. 그리고 봄에는 서-무역풍밖에 불지 않으니 돌아오는 선단들밖에 없지요.”

“아하. 그 사이에 콘라드 왕국으로 가는 배편이 없었던 거군요. 이해했습니다. 똑똑하군요.”

“네. 해적들은 파도가 거칠지 않은 근해에서 갤리선(galley船)을 타고 다니는데, 그들이라고 노를 저으며 살고 싶겠습니까? 병사로 복무하면 죄를 감해준다니깐 얼른 자원입대한 것이지요.”

“흐음… 좀 안타깝군요.”

“무엇이 말입니까?”

“그래도 새사람이 되어 살아보겠다고 왔는데, 이로타시 강에 수장될 운명이 아닙니까. 혹 그들을 용서해줄 생각은 없으십니까?”

오거튼 백작이 레브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레안 드 예리엘과 달리 산적과 도적, 건달과 깡패를 극도로 싫어하는 레브는 건조하게 답했다.

“살아 있다면요.”

새사람은 무슨.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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