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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7

오크 쿠데타

남북통일 이후 통일한국의 행정, 사법, 입법부는 그야말로 치열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니까! 북한 지역을 농업특구로 지정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식량자급률을 늘려야 한다 이말입니다! 요즘 핫한게 축복받은 작물 아닙니까! 이걸 북한의 특산물로 확장시켜야──”

“북한의 열악한 교통환경을 개선하는 게 우선입니다! 하이퍼루프를 적극적으로 깔아서 운송 인프라를 확보해야──”

“북한 지역의 과열된 투기 분위기부터 어떻게 해야 합니다. 국토개발부는 정부의 투기를 장려하는 정책을 당장 철회하세요!”

“야당의 당대표가 항복한 북한 군 장성들과 접촉했다 들었는데, 이거 곧 있을 대선에 대비하려는 거 아닙니까?”

“얼토당토 않은 음모론으로 야당을 탄압하지 마라!”

‘은퇴 마렵다······.’

통일한국 초대 대통령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거머쥔 안동길 대통령이었지만, 날이면 날마다 싸워대는 여야 앞에선 이 짓도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골 아픈데, 곧 있을 다음 대선을 앞에 두고 다들 눈에 핏발을 서고 있다.

‘평양에선 드래곤이 시장도 해먹었던데.’

평양 시장선거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었다.

선거 과정은 일반적인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쨌든 민주주의라는 형태는 지키면서 최초로 이종족이 투표로 선출된 사건이었으니까.

드래곤 시장이 당선된 이후 남한 정부와의 협약에서도 드래곤 관료들은 생각보다 일을 잘했다.

레온이 협상대상일 때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일들을 드래곤들은 철저한 황금과 계약의 신 계약서를 바탕으로 FM대로 처리했으니까.

용들 특유의 위에서 내리깔아보는 태도는 고깝다는 평가지만, 계약의 세밀한 부분에서 놀라운 협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덕분에 이종족의 정치계 진출에 대해 기대하는 이들이 생겨나가고 있다.

‘뭐, 엘프 같은 외견이 특출난 종족들은 얼굴 빨로 비례대표 해먹기 좋긴 한데.’

이종족들의 정치계 진출에 대해 상상하던 안 대통령은 문득 오크들의 정치계 진출에 대해 생각했다.

민주주의 표결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권’을 충분히 보유한 그들은 정치계에서도 충분한 포텐셜을 발휘할 수 있는 종족이다.

‘뭐, 불가능하겠지만.’

하지만 오크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타고난 전사 종족. 쌈박질 하는 데 바빠서 정치계에 나갈 생각 따윈 하지도 않는 것이다.

“각···!?”

‘다음 비례대표 중에는 만신전에서 엘프라도 스카웃해야 할까~’

차마 라이온하트 출신의 기사들보고 정치하라는 소리는 못 하겠는 안동길이었다.

“──하!!”

‘레온 그 양반이 선거에 나오면 파급력이 너무 강할 것 같군. 다들 그래서 언급도 못하는 모양인데. 그럼 베아트리체 여왕이라도──’

“각하아아!!”

“어어, 드, 듣고 있습니다.”

안 대통령은 각료들과 의원들의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회의실의 커다란 TV를 향해 있다는 것도.

“각하!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부터 안 대통령을 부르던 비서실장이 TV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뭐야, 저긴?”

“우한··· 우한 공화국 공식성명입니다! 실시간 방송입니다!”

우한 공화국. 분명 쪼개진 중국 53개국 중 하나로 인구수 오백만의 제법 큰 대륙국 중 하나다.

곡창지대인 헤이룽 인민국과 달리 한국과는 별다른 교류가 없는 흔하디흔한 군벌 독재국가 중 하나지만──

“응? 왜 대통령 대변인이 아니라 오크 장군이?”

어쩐지 통역도 안 해주는데 말이 잘 통하더라.

생존자 특성인 언어 어드밴티지로 유창하게 들리는 한국어에 안 대통령이 의아해할 때, 믿기 어려운 단어가 내뱉어졌다.

[이번 쿠데타는 어디까지나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되돌려주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었다!]

뭐? 민주주의? 오크가?

라이온하트 기사가 무교를 선언해야 대충 밸런스가 맞을 소리를 하는 오크 장군.

청와대 비서실장이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쿠데타··· 입니다.”

“어, 그래··· 나도 봐서 알아요.”

그렇게 보기 드문 일은 아니다. 가끔 머리 굵어진 오크 장군이 오크 전사들의 지지를 받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건 가끔 있는 일이었으니까.

“우한뿐이 아닙니다. 스좌좡, 후허하오, 지난, 난창, 선양, 시안, 청두··· 중국 대륙 전역에서 오크들에 의한 쿠데타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민주주의 투표였다.

“엑?”

오크가?

* * * *

30여년 전, 대격변 사태 이후 숱한 국가들이 멸망하거나 분열되었다.

대표적으로 중화대륙. 한때, 세계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던 이 대국은 흑색 게이트에서 출몰한 대악마의 출현과 누적된 피해로 결국 지방 군벌들에 의해 철저히 쪼개졌다.

그 밖에도 여성 헌터의 철저한 배제 탓에 만년 헌터부족에 시달리는 중동, 헌터를 발굴하고 양성할 최소한의 인프라조차 없는 아프리카.

마력 각성자들이 헌터가 아니라 카르텔의 돌격대장 노릇이나 하는 남미.

지나치게 넓은 땅덩이에 헌터 숫자가 극도로 부족한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등 거대한 영토에 비해 인구수가 부족한 국가들.

물론 국가예산으로 어떻게든 헌터들을 양성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하지만 기껏 헌터들을 양성해놓으면 그들은 조건 좋은 선진국의 헤드헌팅으로 날라버리기 일쑤.

국가에 돈이 없다는 건 곧 헌터 약소국이 된다는 걸 의미했고, 이는 또다시 국가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들은 어떻게 대격변 이후 30년이 넘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았을까?

“오크 생존자들은 헌터 약소국들에게 축복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생존자들.

이계에서 넘어온 그들은 게이트의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함을 지닌 이들이고 그중에서도 오크는 대표적인 전투종족이다.

“생존자들의 전투력은 보장되어 있지만, 문제는 그 숫자다. 소수의 강자로는 영토를 커버할 수 없다.”

“오크들은 기본 포텐셜도 포텐셜이지만, 타고난 호전성과 번식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은 헌터를 대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력이다.”

이계의 생존자 중 종족 단위로 넘어오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그러했고, 같은 인간이나 마녀, 마탑이라는 집단이 넘어오는 일도 있었다.

처음 이 오크들을 마주했을 때,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그들이 골칫거리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인간과 몇몇 가치관이 충돌할지언정 기본적으로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기에 별문제가 없었다.

엘프들이 가끔 에코파시즘에 빠지거나 드워프들이 양조장에 단체로 방문에 접대의 관습을 요구하는 일 같은 걸 빼면 어느 정도 문화 상대주의가 적용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크들은 기존의 이종족들과는 그 궤가 크게 달랐다.

그들은 전사를 숭배하며 모든 것을 싸움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강한 전사가 아니면 말을 들어 처먹을 생각을 안 하니 통제도 어렵다.

이런 와중에 오크들을 생존자로 받아들이는 건 리스크가 커보였다.

그렇게 오크들은 꽤 오랫동안 제대로 된 국적도 없이 방랑하며 용병 노릇을 하고 다녔다.

“우리 우한 자유인민 공화국은 오크 생존자들의 적극적인 귀화를 권장합니다!”

첫 스타트를 시작한 건 찢어진 대륙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53개국 중 하나.

헌터 양성에 소모되는 끊임없는 예산, 거기에 잘 키워놓으면 조건 좋은 선진국으로 이민을 가버리는 통에 매해 헌터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었다.

“오크 귀화시민에 대해 집과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게이트 공략대에 참여하면 특별 혜택을 약속하겠습니다.”

그렇게 오크 이주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모두가 우한 공화국의 대규모 오크 이주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싸움밖에 모르는 야만스러운 놈들이다.

-분명 문제를 일으킬 거다.

이런 우려 속에서 세계는 오크 이주민의 생각지 못한 장점을 발견하게 됐다.

-확실히 오크들이 잘 싸운다. 성년의 오크 전사가 웬만한 B급 헌터 수준이다.

-이게 최소치라는 게 놀랍다.

잘 싸우는 거야 당연했고.

-쟤들은 안 쉬나? 어제 공략 끝내 놓고 바로 다음 게이트로 들어가네.

-내비둬. 점마들 어릴 때부터 서로 주먹질하는 게 놀이임.

오크 특유의 호전성으로 이들은 게이트를 알아서 찾아 공략했다. 그뿐 아니라──

-정치? 우린 그런 거 관심없다.

-지도자란 놈들은 왜 저리 허약한 거냐? 국회에서 왜 주먹으로만 싸우지?

자신보다 약한 놈들의 명령을 거부하지만, 되리어 그것이 정치에 대한 극도의 무관심으로 향했다.

비록 타고난 호전성과 폭력성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오크 거주구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그들은 굳이 거주구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거주구 밖으로 튀어나올 땐, 전용 격리트럭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죄수 취급하듯 수송하는 방식에도 오크들은 부족 전사 50명이 타도 널널한 몬스터 트럭을 마음에 들어했다.

이렇게 우한 공화국이 성공적으로 오크들을 운용하자 제3세계 국가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대충 땅만 주고 식량지원만 하면 알아서 어택땅 하고 게이트를 처리해주는 슈퍼 전투종족이 있다?

이거 완전 개꿀 아니냐?

그렇게 헌터 약소국인 제3세계 국가들은 앞다투어 오크 이주민들을 받아들이게 됐고, 종극에는 오크 전사들을 ‘수출’하는 이주 사업도 횡행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건 아니다.

머리 굵어진 오크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킨다든가, 거리에서 난동을 부린다던가.

타고난 호전성과 전투력 때문에 사고를 치면 그 스케일이 심하긴 했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오크 전사들은 매력적인 이주민이었다.

“투표! 해라!”

“투표! 해라!”

그렇기에.

제3세계. 즉, 대부분이 명목상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독재자들의 영구통치를 받고 있던 중화 53개국 중 49개국.

그 49개국 중에서도 오크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웬만한 지역엔 오크 장군 한 명씩은 있는 27개국이 오크 장군들에 의해 쿠데타를 직면했다.

[나는 오크 대전사 카림 준장이다! 나는 그 어떤 사욕도 가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권력을 돌려줄 생각이다!]

독재자들이 군사력과 헌터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량이주시킨 오크들에 의해 정부가 전복되고 그 오크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아이러니.

시민들은 오크와 민주주의라는 도저히 매치가 안 되는 표어를 맞이하게 됐다.

-오크들이··· 투표를 독려해.

-이거 괜찮은 거냐? 우리 독재자 돼지새끼 목 날아간 건 아무래도 좋은데······.

-여기 베이징 공화국인데, 우리 주석 배꼽에다가 불붙여놨다.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돼지새끼래······ 실시간으로 불타는 중.

-오크가? 화끈하네······.

시민들은 오크들의 쿠데타는 그러려니 받아들였지만, 그들이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투표를 선택했다는 것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쨌든 민주주의의 부활은 시민들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비상사태니 게이트 사태가 해결될 때까진 강력한 통치가 필요하다느니 핑계야 많았지만, 결국 독재자들이 20년, 30년씩 해먹고 있으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 부분을 아는지 오크들은 쿠데타로 독재자들 머리통을 쪼개면서 그들의 숨겨진 재산 내역부터 공개한 것이다.

-미친··· 나라에 도둑놈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미국산 게이트 감시렌즈 빼돌려서 팔아먹고 싸구려 렌즈로 대체했다고? 국가안보도 팔아먹은 거냐!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오크들은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듯 대통령, 주석, 총리 선거를 실시했다.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에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오크들의 지지자가 된 건 아니다.

후보 중에는 오크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들은 인간이었으니까.

독재자들 머리통을 쪼개준 건 고맙지만, 오크를 제 상전으로 모실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오빠, 오빠는 누굴 찍을 거야?”

“음~ 역시 기호 2번 아닐까? 젊었을 때부터 독재정부에 항쟁해온 운동권 출신이고.”

“난 3번. 선거공약도 그렇고 마음에 들어!”

선거는 신속하게, 번갯불에 콩 볶듯 개시됐지만, 시민들은 벅찬 기대감을 안고 투표소로 향했다.

제대로 투표도 치뤘고, 처음으로 시민들에 의한 대표도 생겼다.

중국 이십칠 개 국가들은 민주주의의 부활에 환호했고, 이 순간만큼은 쿠데타를 일으켜 기꺼이 권력을 내준 오크들에게 감사했다.

다음날, 대통령 관저가 다시 불타는 걸 보기 전까지만 해도.

[투표 다시 한다.]

익숙한 오크 장군은 시가를 꼬나물며 카메라를 향해 2차 쿠데타 성공을 선언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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