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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9

충돌

제3세계 국가들은 점차 옥죄여오는 오크들의 세력에 생존위기를 느꼈고, 궁지에 몰린 이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법이다.

-멍청한 오크 놈들이 저리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건 검은 오크들 때문이다.

-수뇌부만 없애면 놈들도 이전처럼 돌아갈 거다.

-다행히 놈들이 방심하고 있다. 아직 전국에서 시위가 유지되고 있고 오크들의 파업이 장기화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오크 연방은 아직 시민들을 강경진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인간 경찰들이었고, 그들도 필사적이었다.

만약 그들이 이들을 제압하지 못하고 오크들이 직접 진압에 나선다면··· 필연적으로 대학살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 문제도 심각했다. 오크들의 총파업이 선언된 지 열흘이 지났다.

선거결과에 굴복하고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것에 서구 문명들이 반발하며 오크들의 파업을 비판했지만, 오크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소수의 헌터 공략대를 파견했지만, 그 넓은 중국대륙을 커버할 순 없었다.

-던전 브레이크 횟수가 위험수위에 도달했소. 무르카인지 뭔가하는 놈을 쳐죽이고 저 짐승들을 게이트로 밀어 넣어야 하오.

-하지만 지난번 협상 이후 놈들이 모습을 감췄다. 습격을 대비한 것 같은데······.

-그 부분이라면 문제없습니다. 우한 공화국 우한시. 그곳에 놈들이 모여있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정보를? 그날 이후로 우리 위성은 한 대도 뜨지 못했는데?

-후후, 후원자 분이 계십니다.

후원자의 정체에 대해 모 공화국의 전직 국회의장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 진위여부를 확인할 여유 따윈 없었다.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어떻게 됩니까? 헌터 전력이 중요합니다.

-각국에서 헌터들을 차출했습니다. 태공전사 길드, 전랑 길드, 붉은혁명근위대──S급 헌터만 오십 명에 전원 A급 헌터로 이루어진 정예로만 3천 명입니다.

과연, 대륙은 대륙이었다.

인구수가 반토막나고 제대로 된 양성소조차 없이 주먹다짐으로 자가성장하는 이곳에서도 대충 저항세력들이 모인 것만으로 S급 헌터가 오십 명.

헌터 강대국인 한국도 스무 명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전력이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후원자께서는 대량의 ‘별철무구’를 지원하셨습니다. 전원을 무장할 수 있는 양이지요.

-?!!

설마설마했지만, 별철무구가 언급되자 그들도 후원자의 정체를 짐작했다.

-정말로 만신──

-쉿! 이번 작전에서 그분들의 이름을 거론하면 죽는 거론 끝나지 않을 겁니다!

만신전의 기사들은 단순한 살육기계가 아닌 영혼 살해자. 그들이 가진 소멸의 힘에 악마들조차 두려워하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표면상으론 만신전 소유의 별철무구 창고가

-적 전력은?

-후원자의 관측정보에 따르면 놈은 오백도 안 되는 친위대와 함께 연방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건방진 놈들.

오크들은 소중한 군사자원이다.

그것만큼은 인정하지만 거기까지.

야만스러운 짐승 놈들이 인간의 머리 위에 있는 꼴을 반 오크연합은 인정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자신들의 권력이 빼앗기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 * * *

고요한 밤. 전투기들이 쏟아낸 폭격이 붉게 피어오르고 퍼져나간 불길이 도시를 밝힌다.

우한 공화국 청사를 급습한 항공군의 성공적인 폭격과 동시에 무전기로부터 신호가 왔다.

[톈진과 선양의 항공대가 선제타격에 성공했다. 진입해라.]

“망할 오크 놈들.”

반 오크연합의 S급 헌터 황춘자이는 무너진 청사에 깔렸을 오크 놈들을 떠올리니 모멸감이 피어올랐다.

대륙의 동시다발적인 오크 쿠데타 34일. 그동안 대륙 각국의 헌터들은 오크들에 의해 너무나 손쉽게 장악된 자국을 보며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나라였던 그들이다. 비록 53개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하나 된 중화는 세계제일. 그러한 잠재력을 가진 조국을 저런 짐승들에게 빼앗기다니.

‘짐승 놈들이 우리 위에 서는 걸 용납할까 보냐.’

오늘 그 검은 오크 놈들을 몰살시키고 조국의 이름을 되찾으리라.

[적 부대 발견! 교전에 돌입하겠다!]

슬슬 전투가 시작됐군.

황춘자이와 반 오크연합 헌터들은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륙 각지에서 조국을 위해 일어난 강력한 S급 헌터가 50명. 거사의 은밀성을 위해 최정예 A급 헌터로만 이루어진 3천 명을 결집시켰다.

그들은 게이트에서 오크들도 얼마든지 사냥해본 베테랑들이다.

한 명 한 명이 오크 대전사쯤은 상대할 수 있는 정예. 고작 오백 마리의 오크들로는──

[끄아아악!]

[무슨 괴물들이···! 지원! 지원을──!?]

“?!!”

무전기 아니, 그를 통하지 않더라도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전투의 소음에도 묻히지 않는 비명소리는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전장의 상황이 결코 순조롭지 못함을 증명하는 무전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대장! 어떻게 하죠?”

“우리도 서두른다!”

황춘자이는 아군이 쉽게 당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방금 그 무전은 중화대륙 굴지의 S급 헌터 진바오의 부대였다.

S급 헌터만 열 명이나 포함된 강력한 전력이 고작 오크들한테 당할 리가 없다.

“진바오의 부대에 오크 대칸이 나타난 거다! 놈만 처치하면 오크 연방도 끝이다!”

과연, 오크들의 대장 노릇을 할 자격은 있는 건가. 황춘자이는 오히려 이것이 기회라 여겼다.

그 오크만 죽이면 오크 연방은 삽시간에 무너진다. 그러면 이 반정은 성공이다.

“우리가 왔다! 대칸이라는 놈은 어디──!”

전투가 벌어진 현장.

그곳에는 검은 오크들이 반 오크연합의 헌터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중화대륙의 자랑인 S급 헌터 진바오는, 피를 철철 흘리며 ‘목’만 남긴 채 머리채를 쥐여잡혀 있었고.

“뭐냐, 저놈은.”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머금은 도끼. 흉터 가득한 사나운 인상의 헬칸의 챔피언 발바자는 전투가 다 끝난 와중에 도착한 황춘자이를 응시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벌써······.”

S급 헌터만 열 명이었다. 나머지도 준S급과 A급이 수두룩한 최정예가 수백이다. 그런데 고작 백 마리도 안 되어 보이는 검은 오크들이 최정예 헌터들을 도륙하다니?

“어쩌시겠소, 대장로. 너무 약해서 다 죽여버렸는데.”

발바자의 시선 끝. 그곳에서는 검은 노괴가 혀를 차고 있었다.

블랙오크들의 2인자. 무르카의 오른팔인 크란이었다.

“어쩌겠나. 인간 놈들이 약해빠진걸. 쯧쯧, 기사 놈들과 부닥치던 시절이 그립군.”

크란은 그리운 과거를 떠올리며 지팡이를 황춘자이와 헌터들에게 향했다.

무언가 온다! 순간 본능적으로 방어스킬을 발동한 황춘자이와 헌터들이었지만, 곧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자 속았다, 라며 치욕을 삼켰다.

“어?”

당장이라도 크란을 향해 반격하려던 황춘자이는 무언가 이상한 중압감을 느꼈다.

거대한 존재감이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자, 잠깐.”

올려다본 그곳에는 이글거리는 거대한 녹색 눈동자가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크록의 시선>

다음 순간, 녹색광선이 황춘자이와 헌터들을 덮쳤다.

“저런. 소재로 쓴다더니.”

발바자의 물음에 크란은 코웃음을 쳤다.

“다음 놈들은 적당히 안 죽이고 잡아보지.”

그렇게 말하는 크란의 시선이 허공을 향한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활활 번져가는 불빛이 닿지 않는 검은 바다. 대칸께서 눈동자를 들이미는 족족 요격하시니 기어코 최대급 장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지혜의 대악마들도 성가셔했다던 로봇인가.”

-······.

반연합에 무장과 정보를 제공한 배후. 그 명백한 악의가 오크 대륙연방을 향하고 있었다.

“무섭군, 무서워.”

오싹할 정도로 무기질적인 기계의 시선에 대하 크란은 쿡쿡 웃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

라크샤르에 의해 인류의 우주공간 활동이 줄어든 반년. 야피는 새로운 우주 통합 무장플랫폼을 띄움과 동시에 적의 위성 격추를 방어할 시스템도 함께 올려보냈다.

공작급 비전투 관측모드.

유려한 디자인의 그것은 얼핏 보면 인간과 닮아있는 이족보행로봇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병기라곤 해도 이 기체는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고 요격을 시도한 무르카의 녹색 광선조차 회피해냈다.

정지된 위성으로는 격추당하기 십상이니 위성 대신 우주에서 오크 대륙연방을 감시하고 있는 공작급이었지만, 이번 반오크연합의 토벌 실패는 야피도 보고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끼룩.

공작급을 오토파일럿 모드로 돌린 야피는 자신들을 응시하는 눈을 바라봤다.

“실패인가요?”

-······.

베아트리체의 물에 야피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크큭, 그러게 그런 오합지졸들로는 안 된다니까.”

“웃지 마라, 불카누스 경. 아까운 목숨이 스러졌다.”

카리나의 지적에 불카누스는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뭐, 그 방자한 놈들 몇 죽은 것에 슬퍼할 정도로 인류애가 폭넓지 않아서 말이외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신들의 백성들 뿐이지.”

“그래, 폐하의 세례를 받기 전엔 경이야말로 세기의 대악당이었지.”

제국을 쓸어버리자고 주장한 왕국의 강경파. 불카누스에겐 만인을 사랑하고 보듬는 인류애 따윈 없다.

“그래도 설마··· 그만한 전력이 이렇게 압도당할 줄이야······.”

전투 영상을 지켜봤던 구대성은 경악스러운 표정이었다.

한때, 아득한 천상의 경지였던 S급 헌터들이 이렇게 추풍낙역처럼 쓰러지는 모습을 봤으니 그럴 법도 하다.

“오크 챔피언들은··· 둘째치고, 블랙오크들 전원이 보통 강한 게 아닙니다.”

S급 헌터와 A급으로만 이루어진 최정예들을 말 그대로 압살했다.

블랙오크들 중에서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불과 수십의 피해가 발생했을 뿐. 교전비로 따지면 100:1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저나 폐하께선 어찌 생각하시오? 놈들, 만만찮군.”

“뭐, 짐승치고는 강하더구나.”

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거기엔 얕잡아보는 기색이 없다. 레온의 시선이 야피에게 향했다.

“그래, 스피너 경이 보기엔 어떻던가? 분석이라면 그대가 우리보다 낫다.”

-최소 A급 헌터 이상. 그중에서도 최정예. 성배기사단과 동급의 전투력을 보유했다고 추정됨.

“챔피언들은?”

-‘신력’ 사용을 확인. 분석결과··· 성배기사급.

“과연.”

레온은 성검의 검집. 초대 사자심왕의 성물을 손에 쥐며 말했다.

“제레아 경의 성물 호송대 게이트에서 오크 챔피언 셋을 본 바가 있지. 아마 본래의 역사에서 제레아가 끝내 성물호송에 실패했던 건 놈들이 개입했음이야”

놈들에겐 성배기사조차 제압할 힘이 있다.

“크, 큰일 아닙니까? 무르카 그자만 해도 보통 강한 게 아니었는데······.”

구대성의 불안에 레온은 피식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경은 모르겠지만, 과거, 라이온하트의 왕국에서는 그리 낯선 일은 아닐세.”

인류와 오크.

비슷한 생활권을 점유하는 두 종족은 필연적으로 생존경쟁을 해왔다.

레온이 이 세계에서 놀란 것은 오크들이 상상 이상으로 약하다는 것. 하지만 그 간극의 차이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신들의 힘을 대리하며 끊임없이 서로 싸워왔다. 수백, 수천 년을 대립했고, 서로를 죽고 죽이며 싸워온 것이다.”

레온의 시선은 다시금 구대성을 향했다. 오크의 강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에게, 아직 어린 성자에게.

“최강의 수호자인 짐과 사상 최강의 성배기사들이 짐의 휘하에 있었음이야. 그럼에도 오크들이 멸종하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놈들도 그만큼 강하기에.

그 끝없는 생존경쟁 속에서 괴물로 성장하지 않으면 진작에 멸종됐을 것이다.

“이제 그 시절을 추억하는 망령들도 수백에 불과한가. 놈들도 꽤 숫자가 줄었구나.”

레온, 카리나, 불카누스를 비롯해 50인의 불타는 검 기사단.

무르카, 크란, 오크 챔피언들과 짐승신의 마지막 사도를 비롯한 수백의 블랙오크들.

“이 지겨운 혈투를 끝낼 때가 왔다.”

[바로 그러하다!]

사자심왕의 선언에 빛과 정의의 여신이 선언했다.

[그 시건방진 야수들의 신과 끝장을 볼 때가 온 것이다! 전쟁나팔을 울려라! 진정한 전쟁이 막을 열을 것이니!]

전쟁과 불꽃의 신. 라이온하트의 인류가 전쟁을 신앙하게 된 원흉을 앞에 두고 끓어오르는 혈기가 솟구친다.

“우리 라이온하트의 진정한 적은 처음부터 오크. 이것은 이 지구의 인류도 마찬가지. 이건 종을 건 생존경쟁이다.”

국제사회의 명분 따윈 아무래도 좋다. 그들이 조심스러워한다 해도 라이온하트는 오크와의 결전을 준비할 것이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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