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249

#249

강환계 (1)

모든 것이 뒤섞인— 지상과 심연의 경계.

“···곤란하군.”

가만히 서서 사방의 균열을 바라보던 혁명가가 나직한 혼잣말을 내뱉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수십 년에 걸친 안배가 하나둘 마무리되고 마침내 천 년 대계의 종막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가장 첫 단추인 불사왕의 부활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욕심 많은 마르코스의 손에 자연스럽게 ‘불사왕의 파편’이 들어가도록 수를 쓰고, 놈이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모든 것을 제물로 바쳐 그것을 완성하도록 유도했다.

또 다른 파편을 보유하고 있던 브로코슬락 클랜도 마찬가지.

사실 두 파편이 성공적으로 융합되기만 한다면, 그 주도권을 마르코스가 가지든 브로코슬락 클랜 쪽에서 갖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렇게 탄생한 불사왕은 통제 불가능한 폭탄이 되어 날뛰기 시작할 테니까.

‘그렇게 탈리아 왕국부터 시작해 서부를 뒤흔들고 자연스럽게 연쇄 반응을 노리려 했는데.’

그런데 정작 그 불사왕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애써 준비한 계획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거점을 잃고 유페르쉬와 반목하다 그대로 오바이포에 흡수되어야 했을 브로코슬락은 여전히 건재했고.

불사왕에 대항해 교단과 왕국들이 힘을 합치려는 순간 툴크 왕국을 뒤엎을 계획이었던 올드만은 틀어진 계획에 타이밍만 살피다가 불사의 군대에게 역으로 잡아먹혀 버렸으며.

거기에 호응해 북부 산맥에서 수많은 몬스터들을 이끌고 남하해야 했을 누라베는 괜히 엘프 제물 하나 잘못 건드렸다가 교단의 재빠른 개입에 뭘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척살당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지.’

그나마 특별히 직접 신경 쓴 대륙 규모의 제물 의식과 심연의 문 개방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망정이지···.

그것들마저 실패했다면 애초에 뒷일은 시작조차 하지 못할 뻔했다.

‘거기다가···.’

조용히 균열들을 살피던 혁명가가 지그시 눈을 감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모래알 흘러가는 듯한 노이즈 속에 섞인 세상의 소리.

그 소리가 알려주고 있었다.

‘···이건, 좋지 않군.’

오랜 세월 심혈을 기울여 온 위대한 대계(大計)의 종말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에게 스멀스멀 기어 오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압도적인 죽음을.

‘아주 좋지 않아.’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자신의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나게 된다.

죽음이야 두렵지 않다지만 주어진 사명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큰 문제.

그것만큼은 절대 좌시할 수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이유이자 모든 것이지 않던가.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모양이었다.

혁명가의 시선이 옆쪽으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 꿈틀거리는 광기의 씨앗에게로.

***

한동안 연구에 매진하던 한스가 드디어 그 결과를 내어놓는 동안.

각자의 영역에 있던 다른 아바타들의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시 만나 반갑네요. 정식으로 소개하죠. 저는 한국 귀환자 협회 서울 남부 지부장, 윤지윤이라고 합니다.”

“하인즈다. 지금은 혈맹의 대표를 맡고 있지.”

“···실례지만,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전에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최근 오페라 가면을 쓴 괴한이 밤마다 범죄자들을 사냥하고 다닌다고 하는데, 혹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그런가요.”

하인즈 2세는 지구와 아우테리카를 오가며 휘하의 세력을 추스르고 외부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느라 바빴고.

“킁! 거 피곤하게 굳이 아가씨도 따라올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우후후— 이래봬도 제가 제법 마당발이랍니다? 길 안내는 물론 각 부족의 족장님들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죠. 누가 뭐라 해도 대족장의 딸이니까요.”

“으하핫! 그건 좋구만! 그래도 상당히 먼 거리를 빠르게 움직일 예정인데 괜찮겠어? 아무리 대주술사라지만 따라오기 힘들 텐데?”

“아! 그건··· 외람되지만 할리 님께서 업어 주시면··· 흐히힛—.”

할리는 미스티의 협조를 받아 함께 남부를 돌아다니며 부족들을 하나로 묶는 데 전념했다.

그 외에도 휴버트 상회는 은연중에 이뤄진 각 세력 권력자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에 힘입어, 툴크 왕국 제일 상단을 넘어 서부 최대의 상단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있었으며.

해리스는 대대적인 라이칸스로프 색출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줄곧 세계수를 지키면서 빈둥거렸다.

‘헤스페론과 호루스는 줄곧 수련 삼매경이고.’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불사의 군대의 넘쳐나는 인력을 그대로 놀려두는 것도 아까워 그중 일부를 북부 자원 개발로 돌렸다는 점일까?

마치 노예 수용소 같은 끔찍하고 반인륜적인 광산이 북부 산맥 곳곳에 들어서고, 지치지 않는 언데드 노동자들이 쉬지 않고 희귀 광석들을 캐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 드워프 하워드에게 제공되고 남은 광물들은 그대로 휴버트 상회에 흘러 들어가 그들의 세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어주었으니.

‘그것 때문에 졸지에 휴버트가 불사왕이 인류에 심어놓은 끄나풀이 되어버렸지만. 뭐, 간부들이 그걸로 납득한다면 상관없겠지.’

물론 납득하지 않더라도 까라면 까야 할 테지만, 그래도 수긍하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이 더 능률이 높지 않겠는가?

‘호전적인 간부 놈들 몇은 하인리히의 명성을 높이는 제물로 쓰기도 하고 말이야.’

그간 불사의 군대를 운용하며 영 아니꼬웠던 권력자 놈들을 원하던 만큼 때려잡았고, 그 과정에서 인류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그 어느 때보다 똘똘 뭉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인 역천의 서약의 혁명가를 때려잡고 놈이 꾸미고 있는 음모를 철저하게 분쇄하는 것뿐이었다.

그러고 나면 슬슬 안방극장의 최종 단계, ‘마지막 결전’으로 접어들어도 될 터.

‘물론 아직 아우테리카에서 할 게 많이 남긴 했는데, 그거야 안방극장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 그보다 지금은 다른 쪽에 더 흥미가 가는군.’

나는 흥미진진한 기분에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론은 완벽하다. 이제 남은 건 「이계전송진 소환」의 쿨타임을 기다렸다가 실행하는 것뿐.’

처음 전송된 곳이 아닌 다른 이세계로 갈 수 있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모든 지구의 각성자가 갈 수 있는 이세계는 오직 단 한 곳.

지금까지 거기에 예외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귀환자들이 괜히 출신 차원을 중시하는 게 아니지.’

최초의 고유스킬을 제외하고 그들이 배우게 되는 이능과 추가되는 스킬들은 모두 그 세계의 영향을 받는 것들이었다.

쉽게 말해 무림계 차원에서는 마법 관련 스킬을 얻을 수 없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강환계는 아우테리카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 어떤 능력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되네.’

나는 전송진의 쿨타임을 기다리는 동안 새로 진입할 차원에 대해 조사했다.

첫 이계전송을 준비할 때만 해도 어느 차원으로 가게 될지 몰라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했었는데, 이동하는 장소를 확실히 알고 있다 보니 조사하는 것이 이렇게 편할 수 없었다.

“어라? 이거 좀··· 이상한데?”

그런데 그 조사 과정에서.

나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현재까지 밝혀진 차원의 숫자는 물경 수백.

일반적으로 그 차원에 대한 정보 갱신은 지구로 복귀한 귀환자들이 각국의 협회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게 된다.

당연히 모든 이들이 솔직하게 응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신고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집계는 무시할만한 게 못되었다.

‘이거 최근 귀환율이 왜 이렇게 낮아? 아니, 거기다 가장 최근 갱신일이···.’

그런데 강환계의 경우는 가장 최근에 정보가 갱신된 것이 무려 일 년 전의 한 명이 전부였다.

그 이후 이세계의 시간으로 약 10년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리이지 않나.

‘살마··· 천살마제처럼 알려지지 않은 귀환자가 있다고 쳐도, 이건 너무 과한 것 같은데.’

강환계 귀환자 수의 통계를 보니 더욱 그랬다.

제법 초기에 발견되었는지 첫 등장 이후부터 귀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던 제법 활발한 차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하더니 끝내 이 지경에 이르렀군.’

머릿속에 몇 가지 가능성이 스쳐 지나갔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어떠한 이유로 생존이 힘들 정도로 위험성이 올라가서 전멸해버렸다고 볼 수 있겠지.

-차원명 : 강환계

-등록 번호 : C-309BK

-차원 타입 : 무림계

-위험 등급 : 매우 높음, 생존 우선

-······

때마침 귀환자 협회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강환계의 정보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다.

마왕이 강림해 대륙이 전화에 휩싸였다고 알려진 아우테리카 차원의 위험 등급이 ‘상당히 높음, 주의 요망’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저긴 대체 어떤 마경이 펼쳐져 있을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곧바로 시선을 내려 등급 산정 근거들이 빼곡하게 기재되어 있는 정보들을 살펴보았다.

‘···살마의 기억을 읽었을 때는 이런 디테일한 정보까진 얻을 수 없었는데.’

심연으로 영육이 망가지고 번천회와의 연관성에 집중하느라 그런 탓도 있었지만, 놈의 기억이 온통 파괴와 학살로 점철되어 있던 것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협회의 정보를 읽으며 천살마제였던 놈이 세상의 위험성을 높인 이유 중 하나였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제 입으로 말했던 ‘강환계의 공포’라는 게 영 없는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런데, 단순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자칭 공포니 뭐니 해도 기껏해야 개인일 뿐이다.

불사왕처럼 대륙을 뒤덮을 군대를 부릴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아무리 현경이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보일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강환계의 위험도 산정은 여러 가지가 얽힌 탓에 발생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래도 그건 귀환자가 없다는 의문의 해답이 되진 않아.’

물론 위험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될 순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귀환자가 없다는 것은 위험성 이전의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 예를 들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지구인이 소환되지 않고 있다거나.’

새로 유입되는 인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통계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살마는 시스템이 경고를 보내는 20년을 꽉 채우고 돌아왔었지.’

그리고 강환계의 공식 귀환자가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것이 이세계 시간으로 약 10년 전.

평균적으로 10년 전후에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둘이 각성하고 전송된 시기는 대충 비슷하다 봐도 될 터였다.

‘그리고 그게 강환계에 있었던 전송의 막바지였을 터.’

그에 좀 더 정보를 찾아보니 그런 차원이 은근히 적지 않았다.

위험도가 ‘매우 높음’까지 치솟고 귀환율이 급격히 줄어들다가 이내 아무도 이후에 대해 알지 못하게 되는, 일명 ‘닫힌 차원’이 되는 것.

‘하필 새로 개척한 차원이 그런 곳이란 말이지?’

아마 지금쯤이면 강환계엔 단 한 명의 지구인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의 다른 차원들이 그랬듯 서서히 잊혀지다가 몇몇 귀환자들의 기억 속에서만 추억으로 남게 되겠지.

어떤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으니 왠지 모를 찝찝함이 차오르다가··· 금방 사라져 버렸다.

사실 그런 건 자신과는 하등 상관없는 문제일 뿐이었으니까.

‘흥미롭군. 닫힌 차원이라···.’

오히려 순수한 호기심과 왠지 모를 직감이 나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었다.

바로 그곳에, 뭔가 중요한 단서가 있다고.

그렇게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이계전송진 소환」의 쿨타임이 모두 채워졌을 때—.

“좋아, 그럼 가 볼까?”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가늠할 수 없는 그 위험한 세상에 한 명의 선발대를 보냈다.

“아··· 거긴 여기보다는 공기가 좋겠지? 어후, 어떻게 결계를 쳤는데도 이 모양이람···.”

초월에 이른 강자이면서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세계수 옆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던 하이 엘프, 해리스를.

《위업 달성! 허락된 세상을 넘어 새로운 세계에 진입했습니다.》

《차원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한 보상으로 특전 「이계전송진 소환」이 강화됩니다. 하루 한 번이던 쿨타임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위업을 달성해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카르마가 대폭 상승합니다.》

마침내 경력 있는 신입이 새로운 세계에···.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한 대기업이 몰락한 골목 상권으로 발을 뻗는 순간이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