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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

25화 도주

25화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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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꼬리팡팡: 1등 탈환!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세실사랑: 세실 잘 먹는 거 보기 좋다 ㅎㅎ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바토리바라기: 근데 저 쿠라는 놈은 누구임? 아는 사람?

└ 딱풀전사: 몰루

└ 강아지는야옹야옹: 리메이크판 신캐 아님?

[RP가 3만큼 상승합니다.]

– REL: 근데 왜 통찰 안 먹힘?

└ 얼룩무늬성애자: 소드마스터라서?

└ Wkrrkalclsshadk: ㄴㄴ 데미안이 저런 소드마스터 없다 했음

└ 넙띠: 정신 방벽기 있는지도

[RP가 4만큼 상승합니다.]

– 박쥐인간: 작가ㅅㄲ 전개 늘어진다 ㅅㅂ 정신 안 차리냐?

[RP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 딱풀전사: 박쥐새끼 태세 전환 준비한다 ㅋㅋㅋㅋㅋ

└ 박쥐인간: ㄲㅈ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 먼지털이간질: 먼지 많이 출연시켜 줘 ㅠㅠ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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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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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 동이 트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귓속이 얼얼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사내의 우렁찬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귀를 울렸다.

“데미안.”

불침번을 서고 있던 세실의 목소리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세실이 통통, 제자리 뛰기를 했다.

“몸. 가뿐해.”

세실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이상할 정도로 몸이 개운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사라진 사내 탓에 편히 쉬지 못했는데도.

“재밌는. 사람.”

“응?”

“어제. 쿠.”

세실의 입술이 엷은 미소를 그렸다.

“함께하고 싶었어?”

“그건. 아니야.”

세실이 나직이 덧붙였다.

“쿠. 광산. 알아.”

세실의 말대로다.

그 ‘쿠’라는 사내는 광산의 일에 대해 알고 있었고, 우리가 광산 노예라는 것을 간파했다.

허술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딴판일지 모른다.

‘통찰이 통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걸리고.’

의아한 점은 왜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었느냐는 거다.

그는 우리에게 고기를 먹이고, 쾨르다시에 가문과 브리앙스 백작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생면부지인 우리가 어떻게든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래서 함께 움직이고 싶다고 말했던 건가.’

의심스럽다.

인간의 삶에 이유 없는 친절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족제비. 침.”

고개를 돌려 보니 족제비가 입을 헤벌린 채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세실이 소리 없이 웃었다.

왠지 사내가 다녀간 뒤로 세실이 전보다 밝아진 것 같다.

“데미안.”

“응.”

“살인.”

“응?”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세실을 돌아봤다.

세실이 내 눈을 피하며 작게 말했다.

“······어때?”

나는 세실의 표정을 보고서야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세실은 광산을 탈출하던 날, 생애 처음으로 살인을 했다.

‘소설에서도 위험에 처한 카인을 구했을 때가 첫 번째 살인이었지.’

세실은 길고 긴 블레오파드의 역사 속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천재였지만 실전 경험은 없었다.

도주 생활을 이어갈 때도 추격자의 숨통을 끊은 것은 언제나 레이븐이었다.

세실은 그것을 평생 가슴 아파한다. 자신이 살인을 겁낸 탓에 레이븐이 죽었다고 믿는 것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당시 세실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했다면 레이븐은 죽지 않았을 거다.

실제로 나는 보급로의 두 기사를 순식간에 죽이는 세실을 봤다.

그때 세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람 죽이는 거, 나는 별 감정 없어.”

“어째서?”

그들은 모두 소설 속 활자의 조합물이니까.

“죽이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을 테니까.”

“살인. 했어?”

“응. 꽤 많이.”

“아무렇지. 않아?”

“응. 아무렇지 않아.”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데미안.”

“응.”

“쿠. 좋은. 사람?”

나는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나쁜. 사람?”

“아직 모르겠어.”

“······.”

세실이 시무룩한 표정을 했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응.”

“왜?”

“고기. 맛있어.”

그 말은 맞다.

어젯밤의 고기는 정말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머뭇거리던 세실이 작게 말했다.

“······묻지. 마.”

뭐야. 자기가 말 꺼내놓고서.

“일어날. 시간.”

호도독 달려간 세실이 테오와 족제비와 덩치의 이마를 콩콩콩, 손날로 때렸다.

“음? 왜 이렇게 몸이 개운하지?”

“나도야 테오! 날아갈 것 같아!”

“우우우!”

우리는 다시 늪지를 걸었다.

그러면서 나는 주위 풍경과 먼지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먼지야. 뭐 느껴지는 거 없어? 혼돈이 담긴 조각이야.’

혼돈(混沌).

무한회귀 세계관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힘.

따라서 혼돈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혼돈의 조각이 소서러의 힘과 연관이 있다는 것과, 아스트레아 대륙 전역에 흩어져 있다는 것만을 알 뿐.

그리고 이곳, 카론 늪지의 혼돈은 훗날 카인의 손에 들어간다.

‘커다란 바위가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카인이 혼돈을 손에 넣은 자세한 경위는 소설에서 설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먼지의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응? 뭐라고 먼지야?’

먼지의 의도를 깨달은 나는 다른 주머니에 있던 아스트라의 씨앗을 꺼내 먼지의 코에 가져갔다.

킁킁, 코를 발름거리던 먼지가 꿀꺽 씨앗을 삼켰다.

[무한회귀 시스템이 극소량의 혼돈을 흡수합니다.]

뭐라고?

‘아스트라의 씨앗에 담긴 마력이 혼돈이었어?’

그럴 리가.

소설에서 아스트라의 씨앗이 혼돈의 마력을 지녔다는 말은 없었다. 그저 조금 특별한 종류의 마력이라고 언급됐을 뿐.

설마 그 ‘특별한 마력’이라는 게 혼돈이었던 건가? 그게 아니면.

‘설마 숲의 오염 때문에?’

먼지가 방향을 알려왔다. 나는 서둘러 발을 움직였다. 먼지가 무언가를 감지한 이유는 아스트라의 씨앗을 삼켰기 때문이다. 그 효과가 영구히 이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놀란 일행이 나를 쫓아왔다. 나는 그저 앞만 보며 달렸다.

“데미안!”

질척한 늪지가 발을 잡아끌었다. 몇 번인가 물웅덩이에 빠질 뻔한 위기를 넘기며, 그리고 먼지와의 연결을 느끼며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고요하고 차분한 늪의 공기는 묘하면서도 무거운 냄새를 풍겼다. 부패와 생명, 그리고 무언가 오래된 것의 냄새다. 어느 순간 먼지의 의지가 매우 강렬해졌다. 틀림없다. 이곳이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앞의 바위를 봤다. 한 걸음 다가가 손을 가져다 댔다. 내가 찾는 혼돈이 이 아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꺼내야 할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도 이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리메이크 시전이 취소됩니다.]

[발현 범위가 시전자의 능력을 초월했습니다.]

리메이크 스킬로도 바위를 부수거나 움직일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발상을 전환했다. 바위를 움직일 수 없다면, 바위를 지탱하는 지면을 움직이면 된다.

***

세실은 데미안의 행동을 지켜봤다.

조금 전까지 바위에 손을 얹고 멀거니 서 있던 데미안은 이제 주변의 늪지를 검으로 쿡쿡 찔러보고 있었다.

뭘 하는 걸까, 세실은 생각했다.

세실은 데미안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데미안! 어떻게 된 거야!”

테오가 뒤늦게 달려왔다. 덩치와 족제비도.

데미안이 아끼는 동료들. 세실은 이들의 관계가 부러웠다. 데미안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동료라고 여기고 있을까.

“뒤로 물러나 있어.”

데미안의 말에 세실은 그렇게 했다. 눈치 없는 족제비가 말을 안 듣길래 옷깃을 잡아당겼다.

히엑! 웃기는 소리를 내며 족제비가 끌려왔고, 데미안이 바위 아래로 팔을 뻗었다. 세실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며칠 전의 어느 협곡에서도 데미안은 저런 행동을 한 적이 있다.

쯔저적!

세실의 눈이 동글게 커졌다. 바위 아래의 늪지가,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삽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움푹 파였다. 그러자 지지 기반을 잃은 바위가 옆으로 기울며 무너졌다.

세실의 머릿속에 보급로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도 데미안은 신기한 마법을 부렸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검을 만들어 균열을 부쉈다.

“찾았다.”

조금 전까지 바위가 있던 늪지에서 데미안이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조각. 언뜻 돌처럼 보이기도, 보석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실은 홀린 듯이 그것을 바라봤다. 조각에서는 낯익으면서도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주의를 끌어당기는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세실은 늪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

나는 이변을 감지했다.

혼돈의 조각을 손에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면이 젤리처럼 물컹해지며 내 몸을 끌어당겼다.

‘이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반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간 혼돈의 조각은 거대한 바위를 지탱할 만큼 지면을 단단하게 유지해 왔다. 그러나 조각은 이제 내 손에 들어왔고, 지면은 혼돈의 힘을 잃었다.

쿠르르르르르······!

바위가 늪에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액체처럼 변한 늪 위로 소용돌이가 그려졌다. 마치 배수구 위의 물이 쓸어 내려가는 것처럼.

“세실!”

왜인지 멍하니 서 있는 세실을 향해 외쳤다. 세실의 어깨가 움찔했고, 상황을 알아챈 세실이 내게 달려오려 했다.

“오지 마!”

그런 세실을 내가 막았다. 나는 이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다. 이곳으로 오면 함께 빨려들고 만다.

“일행과 함께 피해! 그래야 나를 도울 수 있어!”

흔들리는 세실의 눈에서 불안이 보였다. 그럼에도 세실은 고개를 끄덕였고, 테오 일행과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조각을 찾기 전, 일행에게 물러나 있으라고 말한 것이 천운이었다.

“테오!”

역시 테오는 내 뜻을 알아차렸다. 테오가 기사의 검집을 뽑아 들었고, 나는 그것을 향해 거미줄을 발사했다.

“당겨!”

촥! 거미줄이 검집에 달라붙자마자 테오가 외쳤다. 테오, 덩치, 족제비, 세실이 합심해 검집을 잡아당겼고, 그에 맞춰 나도 거미줄을 수축시켰다. 그러나 내가 예상치 못한 것이 있었다. 늪의 흡력(吸力)이 너무 강했다.

일행의 힘에 거미줄의 힘이 더해져도 흡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어느새 나의 몸은 가슴을 넘어 턱까지 늪에 잠겼다.

“크륵······! 큭······!”

나는 혼돈의 조각을 놓아버렸다. 조각을 포기하고서라도 늪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내 몸을 끌어당기는 힘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성해졌다.

울컥, 입 안으로 액체가 밀려들었다. 폭풍 같은 소음이 귀를 울렸다. 어둡게 얼룩진 시야 속에서 무어라 소리치는 일행의 얼굴이 보였다.

[거미줄이 끊어졌습니다.]

[거미줄이 소멸합니다.]

암흑이 내 시야를 덮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동상이 된 것처럼.

나는 늪 속으로 빠져들었다.

깊게.

더 깊게.

.

.

.

그 안에서 나는 느꼈다.

【■■ 속의 ■■가 리메이커를 응시합니다.】

어떤 거대하고 불가해한 존재가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의 파편을 포식합니다.】

그건 누구였을까.

***

‘······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꿈결 속을 떠도는 영혼 같기도, 깊은 바닷속을 가로지르는 땅울림 같기도 했다.

‘······데미안.’

소리는 낱말이 되어 형상을 갖췄다. 작은 속삭임.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표류하던 내 의식이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해 냈다.

눈을 떴다.

심연처럼 깊은 연녹색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세실?”

“쉿.”

세실은 신중하면서도 다급한 얼굴이었다.

“일어나. 조용히.”

세실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날. 따라와.”

세실은 살금살금 발을 움직였다. 가늘게 떨리는 손은 내 손을 놓칠세라 바짝 움켜쥔 채였다.

깜깜한 밤이었다. 나는 몽롱한 정신으로 영문도 모른 채 세실의 뒤를 따랐다. 구름 사이로 숨어든 달빛이 희미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내 발이 멈춰 섰다.

“데미안. 왜.”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데미안.”

“어딜 가려는 거야? 세실.”

세실의 눈이 가늘어졌다.

“쿠. 위험해.”

“쿠?”

“쿠. 구했어.”

“구해? 무엇을?”

“데미안. 늪. 하지만. 위험.”

세실의 숨이 거칠어졌다. 한꺼번에 여러 단어를 말하는 것이 어려운 듯했다.

“잠깐만 세실. 늪에 빠진 나를 쿠가 구했다고?”

불안하게 눈을 굴리던 세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 해.”

세실이 재차 내 손을 잡아끌었다.

“어디를?”

“쿠에게서. 멀리.”

“그가 우리와 함께 있었던 거야?”

나는 뒤를 돌아봤다. 부연 안개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데미안. 제발.”

고개 돌려 세실을 바라봤다. 세실의 눈동자는 구슬프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알았어.”

그리고 난, 세실이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는 다시 발을 움직였다. 그러나 몇 걸음도 채 걷지 못하고 나는 멈춰 섰다.

“테오는?”

“······.”

“테오도 데리고 가야지. 족제비와 덩치도.”

짧은 정적이 흘렀다.

천천히 고개 돌리는 세실을 마주한 순간 나는 흠칫 숨을 들이켰다.

마치 무정물처럼,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는 차가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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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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