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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

25화 노이즈 마케팅(1)

야크트 스피너의 부활 이래 레온은 그를 제 길드의 길드원으로 임명하겠다는 전언을 전했다.

“그럼… 절차대로 따로 등록하고 오겠사옵니다! 그… 조금 복잡한 일이라 시간이 걸릴 것 같사옵니다.”

“그래, 볼일을 보고 와라.”

하리를 내보낸 레온은 야크트 스피너와 함께 텅빈 복도를 걸었다. 야크트 스피너 외에 누구도 없는 텅 빈 복도. 그제야──

“쿨럭…!”

-끼릭!

레온은 입안에서 토해지는 피를 틀어막았다.

[괜찮으냐, 나의 기사여!]

곧장 피드백이 온다. 레온은 지금 자신을 보는 이가 여신과 성배기사뿐임에 안도했다.

“괜찮습니다.”

레온의 말에도 아리아나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 신앙이 부족한 땅에서 성배기사를 임명하는 건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지요. 괘념치 마시옵소서.”

멸망해가던 세계에서는 괜찮았다. 그 땅 위의 넘치는 성력이 레온을 가호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비록 신앙을 전파하기는 했으나 극히 일부의 소수일 뿐이다.

성배기사는 신들의 대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살아있는 성자들.

그러한 존재를 승화시키는 일은 막대한 성력을 소모했다. 사자심장을 지닌 레온이 아니었다면 견뎌내지 못할 소모다.

-끼룩?

레온은 야크트 스피너에게서 느껴지는 생각을 읽으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경 탓이 아니다. 부족한 내 탓이지.”

[어찌 이것이 그대의 탓이더냐. 네 여신이 부족함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성은 탓해져선 아니되는 법입니다. 말씀을 거두어주십시오.”

그 말에 아리아나는 침묵했다. 그들의 영광의 기사는 이런 때에도 신실했다. 신을 믿지 않던 무신론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의 기사여. 네 여신이 너의 헌신에 언제나 감사하니라. 허나, 신앙이 부족하다곤 해도 그간 행동에 나서지 않은 네 여신과 신들의 부덕함이 너를 다치게 했다.]

여신은 그의 심장 속 만신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서둘러야 함을 느꼈다.

[푹 쉬거라. 너의 신들을 믿고 기다리거라.]

“아리아나시여?”

그 말을 끝으로 아리아나는 곧장 그들의 만신전이 대피한 사자심왕의 심장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신성들을 마주했다.

* * * *

사자심왕 레온이 121세의 해를 맞이하던 날.

세계가 악종들에 의해 멸망하고 단 한 명의 기사만이 남았던 그때.

레온은 쓰러진 모든 성배기사들의 유지를 이으며 만신전을 자신의 심장으로 대피시켰다.

신들은 부끄럽게도 성자의 몸으로 대피했고 180년 동안 악종들을 멸하는 사자심왕을 지켜봤다.

신들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줄 수 있는 모든 힘과 권능을 사자심왕에게 부여했다.

단 한 명 남은 그들의 성자에게 모든 짐을 지게 만들었다.

따라서.

만신전의 모든 신들이 레온에게 갚을 수 없는 부채감을 지고 있었다.

“아가의 상태는?”

생명과 풍요의 신성 데메라가 안부를 물었다.

“좋지 못하다, 생명. 내 기사는 무리했다.”

이에 전쟁과 불꽃의 신성이 분노했다.

“성배기사 한 명을 임명한 것으로 이리 되다니! 과거, 신들의 찬란한 영광을 지피던 사자심왕은 어디로 갔는가!”

“체통을 지켜라, 전쟁. 그는 200년이 넘는 세월을 신들을 위해 싸워왔고 끝내 승리했다.”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더욱 부아가 치미는 것이다!”

그것은 사자심왕을 탓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를 누구보다 총애하는 그는 스스로에게 치욕을 느끼고 있었다.

빛과 정의의 신성은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을 제 형제자매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고했다.

“180여년의 침묵을 깰 때가 왔다, 나의 형제자매들이여. 내 기사의 고통을 이이상 지켜볼 순 없느니.”

어찌 사자심왕을 지원하고 만신전의 영광을 되찾을 것인가.

그를 위해 그에게만 짐을 지워선 안 됐다. 신성 또한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개척해나가야 했다.

“나의 형제자매들이여. 우리의 유일한 성자를 지원해야만 한다.”

“이제는 유일한 것은 아닐세.”

딴지를 걸어온 것은 철과 대장장이었다. 다른 신성들에 눈에 띄게 작고 왜소하지만 누구보다도 탄탄한 근육질의 신성.

드워프들이 숭배하며 그들의 주신이라 할 수 있는 헤토는 방금 전 새로이 탄생한 성자를 언급했다.

“야크트 스피너. 그 아이가 새로운 성자로 등극하지 않았나.”

“흥…! 신성을 신앙하지 않는 성자라니.”

“불만이오? 전쟁.”

“당연하지! 성자가 되기 위해선 신성을 섬기고 마땅히 자신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것에겐 자격이 없어!”

전쟁의 신성.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신성들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사자심왕이 보증했소. 이보다 더 중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

“크음…!”

그 말에 전쟁은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 주변에서 성급하다며 핀잔소리가 들렸다.

“정의. 그대가 보기에 야크트 스피너는 성배기사가 되기에 부족함이 있소?”

아리아나는 즉답했다.

“천년의 세월동안 악종의 음모를 저지해온 순수한 존재다. 신앙은 없으나 명예와 충의는 차고 넘치도록 존재한다, 철이여.”

“흥…! 레온 그 녀석이나 정의는 기사도를 지나치게 중시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명예로는 부족하거늘.”

전쟁이 궁시렁거렸다. 그는 여전히 불만인 듯 했다. 아리아나는 그가 결국에는 총애하는 워 나이트를 존중하리라 여기며 철에게 물었다.

“철이여, 야크트 스피너를 언급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 무슨 생각이지?”

철은 아리아나의 질문에 씨익 웃었다.

“180년 전, 단 한 명의 성배 수호자를 제외하고 모든 성배기사들을 잃었소. 성배기사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신성을 강림하는 그릇으로서 스스로를 불태웠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우리 중 유일하게 신자를 확보한 생명을 통해 이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소.”

“그러한가?”

“내 신자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지켜봤어. 그리고 재밌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지.”

생명과 풍요의 신성 데메라.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다른 신성들과 공유했다.

[형님들, 이번엔 요즘 핫한 나주 평야에 왔습니다!]

그것은 한 방송인이었다. 인터넷 방송을 하며 농사를 짓는 일면 농사꾼 박씨.

축복받은 벼의 은혜를 체험한 뒤, 호남 평야와 똑같이 마소가 정화됐다던 나주 평야까지 찾아온 것이다.

“저것이 뭐하는 아해지?”

몇몇 신들이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철이 설명했다.

“이 지구, 사자심왕의 고향인 이 세계에서는 최근 인터넷 방송이라는 전달매체가 발달했다더군. 이는 상당히 효과적인 홍보매체라 할 수 있네.”

“포교활동을 하자는 건가?”

“바로 그렇다. 그들에게 기적을 보여주고 실재하는 신성을 보이는 것이오. 이뿐만이 아니지. 이 세계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전 세계가 묶여있소.”

그 말에 전쟁이 의문을 품었다.

“헌데, 왜 사자심왕은 이를 생각지 못한 것이지? 그는 이 세계의 주민이었지 않았나.”

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안타까운 사실을 전했다.

“사자심왕이 이 세계에서 죽었던 시기는 아직 인터넷이 극적으로 발전하기 직전인 모양이다.”

그러곤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철.

“생명을 비롯해 즉각 써먹을 수 있는 축복으로 사회 각지에서 신앙을 키울 것이야. 그 홍보수단은 인터넷과 뉴스 등의 전달매체가 되겠지.”

“하지만 시행착오는 어찌할 것인가? 레온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신문도 20년에 걸쳐 겨우 정착했었을 텐데.”

“거기서 우리의 새로운 성배기사가 나서는 것이다.”

“”?????””

신성들이 의아한 눈을 했다.

* * * *

-끼룩.

부활한 야크트 스피너는 계산적으로 자신의 상황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메인터넌스 부재. 중앙정보처리장치 필요.」

먼저 도시의 백업을 받지 못하는 지금 확연히 떨어진 연산력. 그로 인해 자신의 메인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돌아가질 않고 있다.

하지만 기계인 그로서도 의문은 있다.

본래라면 완벽하게 정지해야 할 자신이 어째서 움직일 수 있는가.

본래라면 0이어야 할 연산력이 어째서 서브 컴퓨터 수준의 연산력을 보유하고 있는가.

강인공지능은 수천, 수만 경우의 수를 대입해보았지만, 이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무엇보다──

[철과 대장장이의 신성 헤토라고 한다. 지금부터 너는 나의 대변인이자 나는 너의 수호신이다.]

어떤 통신장치도 없이 말을 걸어오는 존재. 그리고 ‘헌터’라는 존재들이 도시를 침략해올 때부터 이해할 수 있었던 ‘모든 언어’.

프로그램 내에 존재하지 않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현상들이 데이터에 입력된다.

야크트 스피너는 이것을 정리할 단어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신성 시스템 작동 중. 이상현상 A를 신성 시스템 대입. 허수로 방치.」

기계도 ‘이건 그냥 대충 넘겨야겠다’로 결론 지을 수밖에 없는 현상의 와중 두 번째 문제가 생긴다.

「출력 13%. 조속한 수리 필요.」

몸체가 100분의 1 사이즈로 줄어든 탓에 출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사이즈에서도 본래의 13% 출력이라는 게 기계로서도 어이가 없지만, 신성 허수로 대입해 대충 넘긴다.

파괴된 육체는 복구가 불가했다. 국내 전산시스템을 해킹해 대체물질을 알아봤지만, 지구상의 대부분의 물질이 본래의 장갑을 대체할 수 없었으며 있다고 해도 수량이 부족하다.

거기서 철은 말했다.

[이것을 보아라. 느끼거라. 너의 몸을 만들 수 있는 ‘신의 금속’이다.]

-끼룩!

그것은 보이지 않으나 느껴졌다. 데이터가 없음에도 계산할 수 있었다.

레온과 싸울 때, 느꼈던 이상물리현상. 신성이 개입된 힘. 이것이라면 자신의 몸을 제조할 수 있으리라.

-끼익.

「본기가 무엇을 하면 됨?」

이에 철의 웃음소리와 함께 ‘계시’가 내려왔다.

강인공지능은 빠르게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 * * *

“어? 과장님. 이거 좀 보세요!”

“뭔데?”

“윱튜브인데, 이거 허가 난 거예요?!”

헌터협회 김진수 과장은 부하직원이 보여준 영상을 보곤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나주평야? 윱튜버?”

영상은 나주평야의 광활한 논밭을 보여주며 시작했다.

[저희 나주평야에서만 나는 특별한 작물. 만신전표 쌀의 효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계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 호감이 생기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나레이션을 시작한다.

[만신전 쌀은 뭐가 특별하냐고 묻죠. 이 영상에서 그 답을 드리려 합니다.]

16K까지 지원하는 완벽한 초고화질 영상, 들어보지도 못한 음색의 BGM.

[만신전에 속한 농부들의 아침은 매일 새벽 5시에 시작됩니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영상의 솜씨는 누가 봐도 프로의 솜씨.

[만신전의 농부들은 임시사제 최 영감님과 농부들의 경건한 기도시간으로 시작하지요. 저걸 보세요. 지금도 생명과 풍요의 여신 데메라님께 기도 드리고 있군요.]

제단을 향해 기도를 하는 농부들에게 다가가는 카메라.

농부라기보다는 수행을 쌓는 도사들처럼 평안하고 잡티가 없다.

[무엇이 만신전의 작물들을 특별하게 하나요?]

-데메라께서 축복하신 작물은 먹는 것만으로 건강해지고 병을 낫게 하네. 내 아내는 치매를 앓았지만, 지금은 멀쩡하다네!

-나는 오랜 지병이었던 심장병이 나았어! 지금은 100m를 6초에 달리지!

말도 안 되는 말이었지만, 화면이 전환되며 영상이 전개된다.

병든 개가 쌀밥을 먹고 펄펄 뛰어다니거나, 죽어가는 암 환자가 나아버린다던가.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하나랍니다. 만신전 길드의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폐하께서 섬기시는 만신전의 신들 덕분이지요.]

-데메라시여!

-라이온하트 폐하, 만세!

-만신전의 다른 신성분들도 만세!

“”…….””

어느덧 헌터부서의 협회 직원들이 보게 된 영상. 그들은 영상이 끝나고 수 초가 지나고서야 입을 열었다.

“……이거 누가 만들었냐?”

“만신전… 레온 폐하 아니에요?”

“넌 그 양반이 윱튜버를 할 거 같아?”

“……한 대리가 만들었나?”

“걔 컴맹이야.”

이상했다. 지나치게 퀄리티가 좋은 영상은 둘째치고 애초에 이런 영상을 만든 저의가 무엇인가?

누가 봐도 병맛광고 아니던가? 댓글 속 반응도 그러했다.

-시이이발 이건 또 뭔 광고야?

-뭔 병맛 광고임? 재능낭비 오지네.

-사자심왕이면 요즘 핫한 그 생존자 아님? 청주 게이트 공략한.

-웃기는 놈이네. 아무리 인터넷에 무지한 이계인이라지만, 이렇게 도용해도 됨?

-그보다 이거 104개 국어로 번역되고 있어. 어떤 미친 빠요엔이 만든 거야?

당연했다. 누가 봐도 노골적인 광고에 신들까지 거론되고 있다.

요즘 시사 프로그램에 돈 주고 만드는 싸구려 광고영상도 이렇게 노골적이고 비논리적이진 않을 것이다.

쌀을 먹는다고 암이 나아? 여신이 땅을 축복했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조롱거리로 삼을 내용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 모든 게 한치도 틀림없는 진실이며.

정말로 쌀을 먹으면 암이 낫고, 여신을 목격한 협회 직원들도 존재했으며… 그 모든 중심에 이계에서 넘어온 사자심왕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즉, 이건 레온 측에서 만든 영상이 맞다.

“당장 레온 그 양반 좀 만나봐야겠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김진수 과장은 외출 준비를 하며 한하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

……

업로드 완료.

레온이 기거하는 펜트하우스. 야크트 스피너는 USB-C 타입으로 변환한 보조팔을 노트북에서 뺐다.

“야피 경? 제 노트북 다 쓰셨나요?”

한하리의 노트북을 돌려주며 동체를 끄덕이는 야크트 스피너.

「작전명 노이즈 마케팅. 페이즈 원 성공. 페이즈 투로 이행. 네트워크 해킹 중.」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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