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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0

헤이룽 인민국

오크 대륙연방이 결성되고서 밤중에 결행된 반오크연합의 대대적인 기습이 대실패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 중화대륙이 자랑하던 고위헌터들이 말 그대로 갈려 나갔다.

-저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냐?

-미친, S급 헌터가 상대도 안 됐어.

-저 무장, 별철무구 아니냐? 저게 저렇게 찢어질 수 있는 거였어?

-그야 신앙심이 없으면 갑옷에 축복을 적용하지 못한다지만, 최소 유니크급 장비인데······.

반오크연합의 처절한 패배는 중화대륙인들의 저항의지를 꺾었다.

거의 대부분의 중화대륙이 사실상의 항복절차를 밟아가면서 오크에 의한 세계최대국의 부활이 기정사실화되어가는 찰나.

“우린 독재에 저항한다!”

“오크들은 시민들의 의지를 짓밟지 마라!”

저항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곳이 있었다.

“시건방진 놈들. 아직도 저항하다니.”

대륙 동부. 최북단에 위치한 헤이룽 인민국.

대륙의 곡창지대 중 하나인 베이다황 평야를 소유해 게이트 사태 이후 최대위협인 식량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륙국.

그곳에서는 벌써 3차 쿠데타까지 일어났지만, 시민들의 항전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원인은 명확했다.

“우린 만신전 신도다! 이 땅은 만신전의 신들께서 가호하시는 곳이야!”

헤이룽 인민국은 만신전의 신앙이 퍼진 가장 유명한 국가 중 하나다.

베이다황이라는 거대한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음에도 독재 군사정권 특유의 느린 게이트 대처. 부족한 전력으로 인해 던전 브레이크가 수시로 발생해 땅이 마소로 오염됐다.

데메라 여신의 사제들이 가르침을 전파하며 땅의 지력이 회복됐을 뿐 아니라 이곳에서는 유명한 기사담이 있었는데──

“헤이룽 인민국은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 구대성 경이 가호하시는 땅이야! 어딜 오크 놈들이 감히!”

구대성이 성배기사로 각성하기 전, 기사수행을 하며 야생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사람들을 구한 영웅담은 그가 성배기사가 되고나서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이곳 헤이룽 인민국에서 구대성은 이미 영웅. 그들은 오크들의 횡포에 만신전이 막아서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것이 다섯 번째 쿠데타로 이어지자 이곳을 담당하는 블랙오크 불탄은 점령된 대통령궁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빌어먹을 놈들! 자꾸 성가시게 하기는! 전부 쓸어버려야겠어!”

불탄은 인간들의 끈질긴 저항에 불쾌감마저 느꼈다. 그런 그에게 같은 블랙오크 그로칸이 그를 만류한다.

“그만둬라, 불탄. 대칸께서 명령하지 않으셨나. 결코 강압적인 진압을 해선 안 된다고. 적어도 우리 오크의 피를 묻혀선 안 된다고 말이다.”

“흥! 알고 있다, 형제. 정치적인 어쩌구저쩌구 말이지. 무르카 님도 너무 조심스럽군.”

불탄의 불경할 수 있는 말에 그로칸이 그의 어깨를 밀쳤다.

“입조심 해라, 불탄. 대칸께선 불경함을 용서치 않으신다.”

“그냥 해본 말이야. 다른 형제들은 인간 놈들과 명예로운 전투를 치렀다 하지 않았나. 그런데 우린 이 구석에서 애송이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으니 말이야.”

불탄의 말에 뒷자리에 제복을 입은 오크가 움찔거렸다.

그는 헤이룽 인민국의 오크 장군 그룸. 블랙오크들이 헤이룽 인민국에 찾아온 것은 그가 헤이룽 인민국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죄송, 합니다. 대전사.”

노회한 오크 장군은 불탄과 그로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거기에 굴욕감 따윈 없다. 그는 헤이룽 인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오크 전사이지만, 눈앞의 두 블랙오크는 차원이 다른 강자였으니까.

대단한 전사에게 굴복하는 것은 오크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새로운 ‘신앙’까지 가져왔다.

오크 삼대신들.

그들이 가져온 신앙에 오크들은 곧바로 빠져들었다.

강해질 수 있다는데 빠져들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원래 종교 같은 걸 믿지 않는 오크들이었지만, 블랙오크들의 초월적인 강함을 본 그린오크들은 기꺼이 오크 신들을 신앙했다.

“하지만 이 땅에 뿌리 내린 만신전의 세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흥! 인간 경찰들을 더 투입해! 다 때려잡으라 이 말이야!”

불탄의 억지에 그룸은 난처해했다. 그는 인간사회에서 장군 직위를 달 정도로 닳고 닳은 오크다.

그는 인간들이 소중히 여기는 인권이니 뭐니 하는 것에 이해하진 못해도 지식으론 알고 있었다.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는 것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블랙오크들이 원하는 진압은 그런 수준이 아니리라.

“슬슬 네 번째 선거였나. 내가 한 번 둘러보고 오겠다.”

“불탄!”

“걱정마라, 형제. 어디 얼마나 대단한 소릴 지껄이는지 구경이나 가려는 것이니.”

그로칸은 그리 말하는 불탄을 말리지 못했다. 당연히 그룸 장군 또한 마찬가지.

불안불안하긴 했지만, 그로칸은 불탄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 * *

헤이룽 인민국은 이번으로 벌써 네 번째 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네 번의 쿠데타. 네 번의 선거,

대부분의 대륙국들은 오크에게 굴복하며 그들의 통치를 받아들였다.

본래 중화대륙의 국가들은 시위 같은 반정부적 행동이 많지 않았으니까.

독재국가일수록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고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우니 시위 같은 것에 참가할 여력이 없는 탓이다.

허구한날, 터지는 던전 브레이크에 땅은 오염되고 살아갈 곳은 점점 사라지니 당연한 노릇이다.

하지만 헤이룽 인민국은 달랐다.

[헤이룽 인민국. 만신전 주도의 토지개발사업 촉발.]

[야크트 스피너 경, 대규모 첨단 농업단지 개발 중.]

미래에 별다른 희망이 없는 헤이룽 인민국에서 만신전이 진출하며 신앙을 퍼뜨리면서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그들은 오크들의 지배를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만신전이 자신들을 지배해주길 바랐다.

“기호 2번 류이밍! 아리아나 여신님의 신도로서 우리 헤이룽 인민국의 발전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네 번째 선거에 나선 후보는 공식적인 만신전 신도였던 류이밍 후보였다.

그는 열광적인 인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선거에 나섰고, 이는 세 번의 낙선에도 선거에 나선 그룸 장군과 비교해 압도적인 지지율이었다.

“칫, 약해빠진 놈들이 모기처럼 왱왱거리기는.”

불탄은 시위대의 행렬을 지켜보면서 혀를 찼다.

비실비실하게 생긴 놈들이 피켓을 들고 오크들 보고 물러나라니 뭐니 지껄인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저리 날뛰니 타고난 전사인 불탄으로선 부아가 치밀 수밖에.

“불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칸께서 명하신 바를 명심해라.”

불탄이 혹 시위대에게 도끼라도 휘두를까 걱정된 그로칸이 재차 경고하자 불탄은 귀찮은 잔소리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성실하게 대답했다.

“걱정마라니까, 형제. 넌 걱정이 너무 많다.”

“후우······.”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그로칸은 걱정이 들었지만, 수백 년간 함께 싸워온 형제를 믿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곳에 라이온하트 놈들 신앙이 꽤 퍼진 모양이야.”

“사자심왕은 우리보다 일찍 지구에 왔다더군. 먼저 자리를 잡았으니 세력도 우리보다 커.”

“놈들은 아직 국가도 형성하지 못한 모양이다만?”

“대장로께서 말씀하시길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고 하더군.”

라이온하트의 힘은 국가의 크기가 아닌 폭넓은 신앙의 전파에서 온다.

사자심왕은 자신이 국가를 세워 정복을 시작하면 기존 국가들의 반발을 살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거부할 수 없는 신앙의 힘. 데메라의 축복받은 작물이나 드라고니아의 황금 계약서 등으로 점진적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말했다.

그로칸은 그것을 들으면서 사자심왕이 교활한 자라고 생각했다.

만신전의 신앙은 완전히 이계의 것이나 그 신앙으로 인한 혜택은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알면서도 잠식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만신전의 신앙이며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곧 세계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장로는 만신전의 방식을 따라할 것이라고 했지. 세계의 오크들을 연방에 가입시켜 세력을 확장하고 힘을 기른다. 그것이 대칸께서 그리는 큰 그림이라고.’

그때까지는 세력을 키우고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지금 시위대들도 오크들이 무력진압하지 않는 것이다.

라이온하트든 다른 국가든 간섭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

그것이 오크의 세력을 최대한 늘리며 라이온하트와의 일대결전을 노리는 무르카의 큰 그림인 것이다.

“저기 오크다!”

하지만 그때, 시위대 중 한 명이 불탄과 그로칸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으음?”

갑작스레 집중되는 시선에 불탄과 그로칸은 의아한 눈을 했다.

그도 그럴 게 시위대의 외침과 동시에 몇몇 시위대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크 놈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라!”

“”돌아가! 돌아가!””

시위대의 거친 목소리에 그로칸은 불탄이 날뛸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그는 침착했다.

“흥, 입으로만 떠들기는.”

그는 한주먹 거리도 되지 않는 작은 난쟁이들이 제 앞에서 소리만 지르는 꼴이 같잖게 보였다.

오크였다면 차라리 도끼를 들고 휘둘렀을 텐데, 인간들은 제 나약함만큼이나 항의하는 방식도 나약하다.

“이만 돌아가지, 그로칸. 더 볼 것도 없을 것 같군.”

“그래, 좋은 생각이다.”

불탄이 생각보다 잘 참으며 등을 돌렸을 때였다.

-파악!

무언가가 그의 등에 적중하며 노란 액체가 흐른다. 시위대가 던진 계란이었다.

“이 자식들······.”

불탄이 으르렁거리며 시위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자 시위대는 거구의 오크 앞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딜 가나 대범한 인간은 존재하는 법이다.

“어쩔? 어쩔 건데? 이 짐승 새끼들아!”

“이 새끼가?”

불탄은 으르렁거리며 제 앞에 나선 인간을 내려다봤다.

“죽고 싶은 거냐, 인간?”

“어! 죽고 싶다 임마! 어! 죽여봐!”

미친 건가? 그로칸은 눈앞의 인간이 대체 뭘 믿고 이러는지 의심스러웠다.

“불탄, 여기선 참아야 한다.”

무르카는 오크들의 시위대 개입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차라리 선거에서 지더라도 쿠데타를 또 일으키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이것은 명분의 싸움이었고, 라이온하트가 내정간섭을 할 수 없다는 걸 이용해 연방의 세력을 확장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빌미를 제공했다간······.

-툭!

“어?”

“음?”

그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시위대가 갑작스레 불탄과 톡! 하고 살짝 부딪치더니 쿠당탕! 하고 요란하게 뒤로 자빠진 것이다.

“으아아아아악!”

“뭐, 뭐냐?”

불탄과 그로칸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부딪친 시위대는 요란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아스팔트 도로 위를 뒹굴었다.

“아이고오오! 오크 놈들이 사람 잡네! 이거 민주주의 탄압이야! 만신전 신도 탄압이야아아아아!!”

“이, 이 인간 놈이 뭐라는 거냐!”

“으억! 악! 윽! 엑! 내 어깨! 내 팔! 내 다리이이이이!!”

“오크가 시위대를 팬다!”

“야 찍어! 전부 찍어!”

사방팔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수십 대의 스마트폰들이 시위대 폭력오크 불탄와 그로칸을 찍어댔다.

“이, 이놈들이?!”

오크들은 알지 못했다.

중화대륙. 온갖 공갈과 보험사기가 판을 치는 야생의 땅.

이곳에선 당하는 놈이 나쁜 놈인 법.

이 영상은 그 즉시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된 윱튜브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충격!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평화로운 시위대에 오크 대륙연방 폭력으로 진압!]

[블랙오크들에게 폭행당한 시민. 중태 상태에서도 민주주의 못 잃어! 절규!!]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 류이밍 후보, 그룸 후보 질타!]

“대전사님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주둔 중인 블랙오크들에게 찾아온 1번 후보 그룸 장군. 그는 윱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여주었다.

“나, 나는 이렇게까지 때린 적은 없다! 지가 와서 부딪친 거라고!”

“그래, 맞다. 나도 그걸 옆에서 봤다!”

“하지만 영상이···!”

윱튜브에는 더욱 자세한 시위대 영상이 올라왔는데, 그 영상에서는 블랙오크들이 시위대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영상이었던 것이다.

조회수는 이미 1억회를 넘어갔고, 어떻게 된 알고리즘인지 이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다.

[불탄! 그로칸!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영상을 본 블랙오크 사령부에서조차 질타가 내려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 두 블랙오크들은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으나──

[평양 특별자치시장 흑룡! 이번 사태 좌시하지 않을 것!]

[유럽연합. 오크 대륙연방의 반인권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

[홉슨 美대통령. 오드 대륙연방에 대한 규제방안 논의.]

[오크 대륙연방의 과도한 인권탄압에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폐하, 진노!]

이미 일은 벌어졌고, 이 모든 배후에서 지난 실패를 만회하려는 슈퍼로봇은 여론조작에 더욱 힘썼다.

-끼룩!

[헤이룽 인민국 선거결과 발표! 류이밍 후보 당선!]

[류이밍 당선인 보호를 위해 만신전 기사단 파견!]

[오크 쿠데타군! 이례적인 철수발표! 민주주의의 열망은 이루어지는가!]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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