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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1

장외전투(1)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위대를 향한 오크들의 폭력사태!]

[기적적인 류이밍 후보의 당선!]

[다음날, 오크 쿠데타 일어나지 않아!]

[민주주의가 승리하다!]

-콰직!

큼직한 대화면 패드가 사정없이 악력에 우겨진다. 오크용의 튼튼한 군용 패드였음에도 오크들의 대칸 손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다.”

무르카의 시선이 두 블랙오크를 향한다. 그의

“이유가 있어서였고, 지금은 정면충돌을 피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오크는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었다.

대륙 각지에 파견한 블랙오크들은 무르카를 대변하는 존재다.

그들의 행동은 곧 무르카를 대리했고, 그렇기에 그는 충분한 경고와 신중함을 요구한 것이다.

“하, 하지만 대칸! 저희는 정말로 억울합니다!”

“그렇습니다! 시위대가 멋대로 저희를···! 영상에서도 저흰 그런 짓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불탄과 그로칸도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그들은 정말로 시위대에게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르카는 그들이 자신의 명령을 무시했을 가능성을 높게 치면서도 그들이 죄가 없을 가능성도 점쳤다.

“물러나라.”

무르카의 축객령에 두 오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물러났고, 무르카는 자리에 앉아 사나운 소리를 흘렸다.

“성가시게 됐군.”

“예, 안전권으로 확보했어야 했던 땅이었습니다.”

무르카는 지도를 보았다. 대륙전도. 중화대륙의 광대한 땅이 그려진 지도는 특정 포인트를 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길림의 그것을 확보하고 빠진다.”

“스키라에게 맡기지요. 하지만 헤이룽을 장악했다면 놈들도 눈치챘을지도 모릅니다.”

“글쎄.”

-딱! 딱!

무르카는 턱을 괴고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그건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게 아니겠지. 그렇지 않나?”

무르카의 붉은 시선이 크란의 너머로 향한다.

그곳에는 고블린 한 마리와 인간 마법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떨고 있었다.

* * * *

“감사합니다, 폐하. 폐하의 가호 덕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헤이룽 인민군 신임 대통령 류이밍은 대통령이라기엔 과할 정도로 레온에게 허리를 숙였다.

만신전 아리아나 교단의 신도인 그에게 있어 레온은 교단의 성인. 정치를 넘어서 그의 앞에선 한 명의 교인일 뿐이다.

“류이밍 대통령. 내 구대성 경의 소개도 있어 그대를 돕긴 했네만, 그것이 무상은 아니다. 그러니 그대의 의무를 다하라.”

“물론입니다, 폐하. 저 짐승들의 손에서 이 나라를 구해주신 것만으로 감읍할 따름입니다.”

류이밍 대통령은 구대성이 헤이룽 인민국에서 기사수행할 즈음에 알게 된 정치인이었다.

한적한 시골도시의 시의원이었던 그는 당시 기사수행을 하며 몬스터를 사냥하던 구대성에게 시 차원에서 도움을 주려 노력했다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정치에서 아리아나 여신의 이름을 표방하더라도 여신께서 보시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라 서류의 1차전형을 단번에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본기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길 바람. 적절한 분석 후 유용하게 사용할 것.

류이밍 대통령은 하리의 머리 위에서 지시를 내리는 야피에게 별다른 반감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계성자를 배알하고 지시를 받는다는 것에 영광이라는 눈치다.

“물론입니다, 야크트 스피너 경. 대통령 권한으로 만신전에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습니다. 반발하는 세력은 걱정 마십시오. 저희 정부는 폐하의 ‘라이온하트 연합’에 전적으로 협력할 생각입니다.”

“나라의 통치에는 스피너 경도 협력할 것이네. 유용한 조언을 해줄 테니 그대로 따르게.”

사실상의 내정간섭 선언이었지만, 류이밍 대통령은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이 없었다.

레온은 적법한 지배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그것이 설령 라이온하트의 규율과 상식에 위배되더라도, 신이 내린 권력이 아닌 민주주의라는 기함을 토할 만한 방식이라도 말이다.

“으음, 일단 한국 정부는 모르는 일··· 이라는 걸로.”

하리가 난처한 미소로 애써 모르는 척하자 레온이 피식 웃었다.

“네 정부가 제안한 혜안이네만?”

“저, 정확히는 대통령 각하께서 국정원을 통해··· 귀띔하신 거지만요.”

“그래, 뭐 그런 걸로 해두자꾸나.”

류이밍 대통령 같은 대리인을 세워 암약하고 점진적으로 라이온하트 연방을 구성하자는 안은 안동길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에 지시하여 세운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레온을 지원한 것은 헤이룽 인민국과 이어지는 식량안보 탓도 있었다.

오크 대륙연방이 한국의 주요 식량수입처인 중화대륙국을 장악하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폐하, 일단 중화대륙 여섯 개국을 포섭하긴 했습니다만······.”

“하지만 놈들의 연방에 비할 바는 못 되는군.”

중화대륙 53개국 중 40개국 이상이 오크들에 의해 집어삼켜졌다.

사회의 기반을 오크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속절없이 합병됐다고 봐야 했다.

헤이룽 인민국은 유난히 오크의 장악력이 크지 않은 곳이라 이토록 쉽게 집어삼킬 수 있었을 뿐이다.

“뭐 좋다. 차츰차츰 놈들을 압박해나가면 그만이니. 하지만 라이온하트 연방인가.”

졸지에 오크들을 따라하고 있는 셈이 됐다. 레온은 어느덧 기사단과 함께 어떤 건물에 도착했다.

오크들이 가득 틀어막고 있는 건물이었다.

“멈춰라!”

군복을 입은 오크가 레온과 야피 일행들을 멈춰 세웠다.

“이곳은 헤이룽 국방부 청사다! 아무나 들일 수는──크읍?!”

레온은 오크 군인들을 노려보며 거침없이 기운을 드러냈다.

그가 강압적인 기운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어지간한 생물은 숨조차 쉬지 못한다.

하물며 상대는 불구대천의 원수인 악마 다음으로 혐오하는 생물.

지금까지 그가 오크의 존재를 윤허한 건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법치와 지도자들을 존중해서였다.

“류이밍 대통령이 본왕에게 모든 권한을 넘겼거늘, 짐승 따위가 감히 왕의 길을 막아서느냐.”

레온의 서슬 퍼런 시선에 오크 군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거렸다. 그들은 곧장 무전기를 향해 지시를 기다렸지만, 무전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신경질적이기만 하다.

[어떻게든 막아! 시간을 벌라고!]

그리고 그 무전기의 소리는 레온에게도 똑똑히 들렸다.

“얕은수를······.”

레온이 피식 웃으면서 손짓하자 야피가 순식간에 와이어를 휘둘렀다.

“크읍!”

“이, 이놈이···!”

단숨에 오크 군인들을 포박한 야피와 하리는 뒤따르는 기사들과 함께 국방부 청사에 진입했고──

“어어! 저놈들 봐라!”

“동작 그마아안!”

그곳에서 문서들을 파기하고 있는 오크들을 발견했다.

“제압해라. 나라를 배신한 매국노들이다.”

레온의 지시에 기사단은 오크들을 단숨에 제압하기 시작했다.

레전더리 별철무구로 무장한 기사단이다. 청사에 근무하는 오크들과 국방부 직원들이 막을 수 있는 무력이 아니었지만──

-콰아앙!

벽이 무너지며 웬 거구의 오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 거구만큼이나 큼직한 도끼를 든 그 오크는 풀무장 상태였다.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그룸 장군···!”

하리가 레온 앞에서 검을 뽑았다. 충돌을 예상하고 기사단을 대동한 것이지만, 눈앞의 오크 장군은 경계대상이다.

“얌전히 지시에 따라주세요! 저희는 류이밍 대통령 각하에게서 권한을 일임받았습니다!”

“시끄럽다! 쬐깐한 계집년이!”

그룸 장군의 난폭한 목소리가 하리를 닥치게 했다.

과연, 헤이룽 인민국 전설의 오크 헌터. 무력만으로 국방부를 장악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 선거에 나선 걸물다운 기세다.

“잘 정리하거라. 스피너 경은 짐과 함께 까지.”

-끼룩!

“폐하?!”

하리는 제 머리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 레온을 뒤따르는 야피를 보며 경악했다.

“사, 상대는 S급 헌터인 그룸 장군인데요?! 저 혼자 상대하라구요?!”

혼자 남겨진 하리가 하다못해 야피라도 남겨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레온의 옥음이 무심하게 흘러나왔다.

“명색이 오크 장의사 르노아 공작의 심장을 이어받았다면 짐승 한 마리 정돈 장례까지 치르거라.”

혀를 차며 떠나가는 레온을 보며 하리는 입을 크게 벌렸지만, 목소리는 더 나오지 못했다.

레온의 등 뒤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려는 그롬의 움직임을 막았기 때문이다.

-카앙!

도끼와 검이 부닥치며 거구의 오크와 가녀린 소녀가 힘 싸움을 벌였다.

“꺼져라, 계집!”

“으, 으익!”

요란한 소리가 흐르는 가운데, 레온은 야피가 이끄는 대로 건물 복도를 지났다. 바삐 움직이는 오크, 인간 군인들이 수두룩하다.

“쯧쯧. 군인의 미덕이 아무리 상명하복이라지만, 명예 없는 짐승들 따위에 저리 충실할꼬.”

-괜찮은 것임?

“무엇이 말인가?”

-그룸 장군. 헤이룽 인민국 최고위 헌터. 한하리. 허접임.

“꽤나 평가가 박하군.”

-데이터는 거짓을 말하지 않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헤이룽 인민국의 게이트 영웅 그룸은 닳고 닳은 S급 헌터고 하리는 최연소라곤 하나 S급으로 승격한 지 1년도 안 됐으니까.

“비록 애송이라곤 해도 짐과 함께 악마사냥을 다닌 기사다. 재능도 타고났지.”

야피를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몇몇 오크들이 막아서려 했지만, 야피는 와이어로 간단히 그들을 제압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서버실이다. 야피가 서버실을 불태우려던 직원을 포박하려던 그때였다.

“게다가 한하리가 품은 심장은 오크 상대로──”

-꽈앙!

천장이 무너지며 무언가가 함께 추락했다.

“흐익! 흐익! 흐엑!”

그것은 숨을 헐떡이는 하리와 까맣게 타버린 오크 장군. 숨은 붙어있는 듯했다.

“이, 이겨써요오······.”

“오냐, 수고했다.”

레온은 불카누스 이전, 선대 전쟁과 불꽃의 성자를 기억했다. 그들이 오크와의 전쟁에서 녹색물결을 태워버리던 기억을.

“뭐,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겠으나······.”

내심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었다.

“스피너 경. 얼마나 걸리지?”

-7초면 충분.

야피는 기계팔을 변형해 서버실에 접속했다. 야피가 국방부 청사의 독립된 서버 내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기까지는 불과 4초. 모든 자료를 분석하기까진 3초가 걸렸다.

-최근 6개월간의 데이터 확인 결과. 이상한 점 발견.

“그게 무엇이지?”

-라그나로크 플랜. 해당 계획과 관련해 길림 공화국 내 특정 국방 연구소와 연계한 흔적이 있음.

길림 공화국이라면 과거, 오크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었다가 헤이룽 인민국을 침공한 나라였다.

분노의 주가 만회를 위해 야피가 직접 나서 그들을 처단한 뒤로는 오크들의 세가 예전만 못한 곳이었고.

“흥. 나라까지 진작 팔아먹은 작자였나.”

그래도 거두어진 나라일진대, 짐승 놈들에게 애국심을 바라기엔 거창한 바람일까?

-지금 당장 긴급대응부대를 파견하겠음.

“경의 뜻대로 하라.”

야피가 즉각 발신하자 황해 한가운데의 수면이 흔들리며 미사일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 * * *

-쿠와아아아아아아!!

요란하게 흔들리는 미사일 내부 속. 구대성은 빈말로라도 좋다곤 못할 승차감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허허, 구대성 경! 어찌 그리 떠시오?”

불타는 검 기사단 라이하르 경이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육포를 뜯는 모습이 영 해괴한 구대성.

“이, 이거··· 안전한 것 맞습니까?”

도미네이터급 잠수항모에서 쏘아진 기사 수송용 미사일은 현재 성층권을 통과하고 있었다.

기사를 다섯을 태우고 마하 20의 속도로 우주궤도로 솟구치더니 종말궤도로 낙하하는 것이 빈말로라도 안전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뭐, 안전하지 않으면 어쩌겠소. 이만한 탈 것이 어디 있다고.”

“안전하지 않은 겁니까?!”

구대성이 경악하며 묻자 라이하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가끔 추락하긴 하는데, 걱정마시오. 잘 착지하면 다칠 일은 없으니.”

스무 발 중 한 발꼴이라는 말에 구대성의 안색이 더더욱 창백해졌다.

“괘, 괜찮은 겁니까?”

“괜찮지 않을 건 또 뭔가? 불카누스 경은 우주까지 치솟다가 떨어져도 멀쩡한데.”

“아······.”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불카누스는 뻑하면 성층권까지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일을 반복하는데, 어디 다쳤다는 이야길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 안심──!?”

급격하게 기우는 실내. 구대성은 미사일이 추락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우으어어어···!”

안전? 하다는 건 알겠지만, 역시 무섭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적 놀이공원에 가서도 롤러코스터는 못 타던 그였다.

“부, 불카누스 경!”

“으응? 뭐라고?”

“불카누스 경은 어디서 뭘 하시는 겁니까아아!”

점점 가속을 받는 미사일에 후회가 저민다. 그러니 이 자리에 없는 이를 원망하며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이다.

“어디 별장으로 봐둔 땅을 차지하러 간다던데!”

“예?!”

추락하는 와중, 구대성은 삐걱거리며 부서진 미사일의 철판을 보곤 식겁했다.

안전하다매! 안전하다매!!

미사일 껍데기 일부가 떨어져 실시간으로 분해되는 와중에 저 멀리 하늘에서 목격되는 붉은 불꽃.

-GRARARARARARA──!

아마 성배 기사단조차 보지 못할 만큼 머나먼 ‘영공’. 그곳에서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추락하는 전쟁의 성배기사가 시야에 들어왔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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