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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3

라이온하트 연방(1)

평양 특별자치시.

용족 시장이 개최한 라이온하트 연방 선포식에 온 도시가 떠들썩했다.

[기념비적인 라이온하트 연방이 선포되는 순간입니다.]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폐하께서 발호하신 이 신 동맹은 게이트의 원흉인 악마에 대한 공동대응과──]

[이 연방에는 특이하게도 중화대륙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반오크연방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어──]

오크 대륙연방이 결성된 지도 벌써 한 달.

아시아 대륙은 그야말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저거 위험한 거 아니냐? 오크들이 너무 커지는데?

-대륙 땅을 오크가 다 점령하면 우리도 다음 차례가 되는 거 아니냐?

-우리나라에도 오크들 많은데, 오크들이 쿠데타 일으키고 연방 가입하겠다고 하는 거 아니냐?

무르카는 빠르고 신속하게 오크 대륙연방이라는 거대세력을 일궜다.

아무리 전세계의 위성이 무력화되었다지만,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오크들의 세력을 규합한 엄청난 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각국들은 악마와의 전쟁 여파도 겨우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오크 대륙연방에 형식적인 메시지만 보낼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내정간섭일 수도 있었고, 중화대륙이야 원래 그런 동네이니 새삼스럽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세운 인권과 다종족주의라는 사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 와중에 레온이 공표한 라이온하트 연방은 세계 여러국가 특히 아시아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오크는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위협이었으니까.

“폐하, 이렇게 또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수고하는군, 다케다 협회장. 후지사와 총리는 어디 있지?”

“아, 총리라면··· 지난주에 임기가 다하여 이젠 마츠모토 총리십니다. 후지사와 전 총리께서도 안부인사 부탁하셨습니다.”

“쯧쯧. 지도자를 그리 자주 바꾸다니. 그래서야 어디 뚝심 있게 정책을 유지나 할 수 있겠나?”

“하하······.”

그들의 수련의 성과와 신에 대한 신앙이 더욱 두터워짐을 확인한 레온이 다케다 회장과 직속 헌터들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들 모두가 만신전에서 기사 서임을 받은 기사들이었다.

다음으로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통일한국 대통령 안동길과 한국 헌터협회장 오강혁이다. 그들 뒤로는 신검길드 천진수나 김진수 과장 등 협회인들이 동석했다.

“안 대통령. 라이온하트의 벗이여. 이리 자리를 빛내주어 고맙네.”

“당연히 와야하는 것을요.”

한국은 일본, 대만과 마찬가지로 라이온하트 연방에 가입을 결정한 최대 지원국이었다. 특히 라이온하트 연방의 주 세력이 동아시아권인만큼 한국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전쟁이라면.’

안동길 대통령은 만신전의 움직임을 볼 때, 필히 오크 대륙연방과 공존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평범한 정치인이라면 두 세력 사이에서 충돌을 가늠하며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해야겠지만, 한국은 그럴 수도 없다.

당장 만신전 세력의 근원지가 한국 내부에 있으며 통일의 부하를 겪으며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은 만신전에 사회, 정치, 경제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신전이 공존할 수 없는 적은, 즉 한국도 공존할 수 없는 적이란 걸 의미했다.

“그나저나 상당히 많군요. 이 또한 폐하의 인덕 아니겠습니까.”

안 대통령은 생각보다 많은 중화대륙국, 심지어 동남아 국가들까지 참여한 것을 보고 그럴 법도 하다 여겼다.

동남아 또한 중화대륙 만만치 않게 오크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만큼, 오크 쿠데타를 걱정하고 있는 판국이니.

“폐하.”

살며시 레온 옆으로 다가오는 베아트리체. 여느 때처럼 어두운색 드레스에 면사포를 쓴 그녀는 숨길 수 없는 미모로 주변을 홀리게 했다.

“비체. 무슨 일이오?”

“미국에서 그분께서 오셨다고 합니다.”

“흐음.”

레온은 그 정체를 짐작하고 곧 미국의 사절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미합중국의 홉슨 대통령이 직접 찾아오는 파격적인 방문이었으나 그와의 인사치레는 금방 끝났고 곧 밀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와 마주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레온은 그를 기다리고 있던 백금발의 미녀에게 다가가 손등에 키스했다.

“오랜만이에요. 사자심왕.”

운명의 여신 메리엘. 미합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보호해온 이계의 여신이다.

“방문하실 것을 짐작하였습니다만······.”

“미 정부는 제가 이곳에 찾아오는 걸 난색을 표했죠. 경호 문제 운운했지만, 그건 핑계예요.”

미 정부는 자신들이 확보한 여신이 만신전에 넘어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 레온에게는 상상만으로 불쾌한 일이지만.

“신의 행차를 어찌 천한 것들이 감히 왈가왈부한단 말입니까. 그들의 신앙이 부족한 것입니다.”

“후후, 아직도 저를 이토록 신으로서 대접해주는 이는 당신뿐이군요.”

“마땅히 취해야 할 예를 갖출 뿐입니다.”

신에 대한 무한한 존중. 과연, 만신의 사랑을 받을 법한 신도였다.

메리엘은 만신전을 새삼 부러워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레온 왕은 무르카 발락과 싸울 생각이시지요?”

“물론입니다.”

“아시겠지만, 아시아권을 제외하면 서방 세계는 대칸과 대립을 최대한 피하려 하지요. 그들의 이권이 너무 많이 걸려 있으니까요.”

다종족 인권에서 오크만을 선별해서 뺄 수는 없다는 원칙.

이미 넘쳐나는 오크 이민족들과 게이트 공략에서 너무나 유용한 오크 전사들.

중화대륙이 쿠데타로 무너지는 꼴을 보고도 서방 세계는 안이하게 평화를 짐작했다. 그들은 원래 그런 빈곤한 국가들이니 성공한 것이고 자신들은 다르다고.

“우습지도 않은 일입니다. 오크들의 습성을, 적어도 그 대칸이라는 놈의 야망을 몰라 그리 착각하는 것이지요.”

“제가 운명을 점치지 못하는 존재가 지금까지 셋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악마 군주들. 그들의 힘은 이미 신격을 초월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레온 왕. 당신이라는 역사 속 특이점. 능히 신이 되고도 남을 힘을 가진 존재.”

“······반신입니다.”

그 이상은 생각지도 않는다는 듯 레온이 난색을 표했지만, 메리엘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오크 대칸. 제가 운명을 엿보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거대한 자아의 존재. 사나운 오크 신들조차 아끼는 ‘특이점’.”

레온과 동격의 존재라고 메리엘은 확신했다.

“운명을 점칠 필요도 없답니다. 레온 왕과 대칸 무르카의 승패로 이 행성의 운명은 바뀔 거예요.”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하여··· 저는 합중국을 설득했어요.”

그 말에 레온은 놀랐다. 지금까지 오크 대륙연방에 대한 대처에 가장 난색을 표하던 국가가 미합중국이었다.

[폐하의 의도와 걱정은 알겠습니다만, 미국에는 너무 많은 오크가 있습니다.]

[그들을 전부 죽일 수도, 격리하는 것도 인권단체가······.]

[미합중국은 중화대륙의 개발도상국들관 다릅니다. 우리의 힘은 굳건하고 오크들은 소수의견일 뿐입니다.]

그런 국내정치의 상황을 들며 레온의 반 오크연방 합류를 거절했던 미국이었다.

그런 미국을 설득했다?

“어디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폐하께서 전쟁을 시작하시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의용군들이 지원을 나서는 정도일까요? 미국의 국력을 생각하면 적은 숫자가 아닐 거예요.”

“숫자 채우기는 부족하지 않겠군요.”

그만해도 큰 도움이다. 미국은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지만, 대격변 이후 그 세력이 약화되었고 만신전이 틈을 비집고 확산된 상태다.

지금 추세대로 교세가 확장된다면 20년 뒤에는 만신전이 기독교 신도를 웃돈다는 예측이 있을 정도니까.

이미 미합중국에는 레온의 서임을 받은 기사와 훈련을 받고 귀국한 맨앳암즈들이 수두룩했다.

그들 신앙이 날로날로 성장함은 만신전의 신들이 확인해주는 바이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만, 어찌 설득하셨습니까?”

“선택지를 주었지요. 인간의 지배냐, 오크의 지배냐. 그 운명을 대통령에게 보여주었어요.”

“예? 하지만 여신께선 저나 그 오크의 운명을──”

[레온아, 운명의 여신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이전보다 크게 적다.]

아리아나의 옥음에 레온은 정말로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성력이 희미함을 느꼈다. 육신이라는 그릇에 갇혀 삶을 이어가던 여신이 자신의 그릇마저 깨드릴 정도로 무리를 했던 것이다.

“어찌 여신의 옥체를······.”

“레온 왕이 승리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몸뚱이니까요.”

메리엘의 미소에 레온은 그녀의 손을 다잡으며 결심했다.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겠습니다.”

오늘, 결성된 라이온하트 연방은 오크 대륙연방을 향해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 * * *

평양 상공. 무인드론이나 드래곤이 아니면 비행이 금지된 이곳에서 드물게 헬리콥터가 바쁘게 비행했다. 기자들이 탄 헬기였다.

[여긴 평양 상공입니다. 라이온하트 연방 비준식이 지금, 시작되려 합니다!]

세계각지에서 몰린 기자들은 이 역사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다.

평양시장인 흑룡과 그를 따르는 용족들.

거대한 세계수의 가지 여기저기서 모여든 엘프들과 트리맨들.

2천을 넘는 기사들과 이젠 3만 명을 훌쩍 넘은 맨앳암즈. 그 외에도 세계각국에서 몰려든 기사서임을 받은 기사들도 만만치 않다.

그 엄청난 병력의 열병식이 펼쳐지는 현장의 중계영상을 보며 세계각국의 뉴스룸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엄천난 대군세입니다. 한국, 일본, 대만, 헤이룽, 청두, 구이양, 란저우, 선양, 하얼빈 등 라이온하트 연방가입국 33개국이 결집했습니다.]

[즉, 이 라이온하트 연방 헌장을 비준함으로서 유럽연합, 미합중국 그리고 오크 대륙연방에 필적할 거대 연합국가가 탄생하는 셈입니다.]

[신생국에 한국이나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개발도상국. 하지만 결국 국력의 핵심은 만신전입니다.]

[실재하는 신의 기적. 그리고 그 신들을 대리하는 성배기사들이 존재하죠. 이들만으로 강대국의 전력을 초월합니다.]

[그 외에도 영국과 미국이 꽤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건 상기할 만한──]

그때였다. 평양 특별자치시를 가르는 대동강에 무수히 많은 끼끼룩족들이 상륙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포 시에서 황해안을 따라 대동강까지 이동해온 끼끼룩족 전사들의 상륙작전 퍼포먼스였다.

[크라샤트리아족도 뺄 수 없죠. 미합중국 해군의 평가로는 바다에서 저들을 당해낼 수 없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들은 규합한 존재가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폐하. 다시 말해 이 연방의 지도자는 사자심왕시지요.]

[꽤 오래된 논제이긴 했지요. 이계의 존재에게 지구의 정치를 맡길 수 있는가?]

[하지만 지난 1년간, 레온 폐하는 우리와 다른 상식을 지녔으면서 유려하게 대응했습니다. 유엔 인권위원회 사찰로 촉발된 악마 추종자 잠입 사건들은 말이 필요 없죠.]

[만신전의 방식이 너무나 비인권적이라는 지적은 자주 나옵니다만··· 악마나 그 추종자에 대한 인권을 존중해야 하냐는 시민들의 의견이 거센 것도 사실입니다.]

레온은 분명 지구의 대세 정치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민주주의를 혐오하며, 자신의 권리가 시민의 투표가 아닌 신들의 선택으로 말미암은 왕권신수설을 신봉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원칙도 있었으니.

[타국의 법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중세 왕족인 셈입니다. 그에게는 외국의 거슬리는 법을 짓밟을 수 있는 힘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역시 이번 연방의 설립목적을 생각하면 기준은 명확합니다.]

[반 오크 연방. 즉, 라이온하트 연방은 오크 대륙연방과 대립할 가능성이 크지요. 레온 폐하는 악명 높은 ‘오크 레이시스트’. 영장류 최다 오크 도살자라는 트레잇까지 보유하신 분이니까요.]

[악마와 오크에 한해서는 존중이고 뭐고 없다는 주의이시긴 했죠.]

오크니까 적대한다. 모두가 레온이 철저한 오크 혐오자임을 알았다. 그리고 이 연방의 설립목적도.

“라이온하트 헌장 제1조. 모든 권력은 신들로부터 나온다. 사자심왕은 신들을 대리하는 존재. 따라서 모든 법의 위에 선다.”

[역시··· 저 헌장에 대해선 말이 많습니다만.]

[개인의 도덕성에 모든 걸 맡겨야 하는 체재는 지구에서 언제나 실패해왔죠. 하지만 이번은 다를 거라는 말이 많습니다.]

[모든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그 법칙을 깰만한 존재들이 있기 때문입니까?]

[만신전. 즉 신들입니다.]

실재하는 신이 내린 살아있는 권력. 하지만 언제든지 그 권력은 신들에 의해 회수될 수 있다.

신들의 도덕성을 논하는 가타부타는 제외하더라도 태곳적부터 ‘철인’을 꿈꿔왔던 인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지도자의 탄생이었다.

“짐은 신들께서 내리신 신성한 권력으로 세상을 이롭게 이끌 것을 맹세한다.”

[하지만 의미가 있을까요? 만신전의 신들께서는 사자심왕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만.]

“나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는 또한 한 사람의 기사로서, 연방의 모든 백성들을 지키는 방패가 되고 그들의 적을 무찌르는 창이 될 지니.”

[악마 군주들을 쓰러뜨리고, 대적할 자가 없는 초인이십니다. 우리 모두가 살육대공을, 혼돈의 군주를 쓰러뜨린 천외천을 목격했죠.]

“하여 짐을 따르라.”

[그 누가 사자심왕과 동등할 수 있겠습니까. 연방 비준국들은 그저 믿을 수밖에요.]

“그럼 승리할지니.”

[의심할 여지 없는 절대권력의 탄생입니다.]

─────────!!!!

비준식이 선포된 순간이었다.

평양 한복판.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도와 열을 짜고 성배기사들이 대기한 그곳에 ‘게이트’가 열렸다.

“뭐, 뭐야?”

“이 타이밍에 게이트?!”

모두가 당혹스러워하는 가운데, 레온은 그 게이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사나운 야수의 기운을 느꼈다.

-저벅! 저벅!

그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걸을 뿐인데도 공기가 짓눌린다.

이 세계에서,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라는 천외천의 초인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그가 정화하는 공간을 짓누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

“무, 무르카?!”

“대칸 무르카다!”

오크 대칸 무르카 발락.

그가 적진 한복판에 찾아왔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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