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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4

라이온하트 연방(2)

프렛셔, 라는 것이 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공기가 달라지고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는 이 현상은 지구에서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대격변 이후 각성자들이 시스템창이라는 백업을 얻고 초인들이 등장하면서 이것은 트레잇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의됐다.

대상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버프 또는 디버프를 주는 현상.

가끔 스킬로 체득한 지휘관 계열의 헌터들이 이런 트레잇을 부여하거나 강력한 S급 보스 몬스터들이 ‘피어’를 강제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 사자심장의 오라 】

【 영장류 최다 오크 도살자 】

【 살아있는 반신 】

【 워 나이트의 가호 】

【 성배 수호자 】

【 최강 돌격자 】

───────────

【 오크 대칸의 오라 】

【 오크 최강자 】

【 위대한 정복자 】

【 군왕 시해자 】

【 전쟁군주의 가호 】

【 오크 최다 인간 도살자 】

【 세계 최강의 괴력 】

“””···············!!!!”””

짓눌린다.

격 낮은 모든 것들이 상위존재의 등장에 짜부라진다.

‘숨을··· 못 쉬겠어!’

‘폐하가 계시는 자리에서 이런 압박감이라니···!’

사자심왕의 가호를 받는 기사단과 맨앳암즈들조차 이 오크 대칸의 폭압적인 기운에 사시나무 떨리듯 떨었다.

이토록 많은 인간이 모인 장소에서 생명체라곤 사자심왕과 대칸 두 명뿐인 것처럼, 그들은 시공과 시간을 초월해 시선을 교차했다.

“드디어 만났군. 사자심왕.”

“짐승 놈들답게 남의 잔칫상에 패악을 부리러 왔느냐?”

“그 잔칫상에서 내 목에 칼을 들이대려 하면 패악으로 끝내선 안 되지.”

무르카의 시선에 주변 병사들의 낯빛이 더욱 하얗게 질려갔다.

이 오크가 당장 저 메이스를 휘두른다면 가장 먼저 죽어 나갈 건 자신들이란 것을 깨닫고.

“신들의 의지를 대리하는 짐이 직접 사형선고를 내리면 영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깡통들과 달리 오크는 오직 명예로운 사투로만 결정한다.”

“명예? 명예라고? 너희 짐승들이?”

도저히 듣지 못할 것을 들었다는 듯 레온의 감정이 격하게 끓어올랐다. 사자심왕의 분노는 즉각적으로 공간이 반응했고──

“따, 땅이 흔들린다!”

“미친! 이게 현실인가?!”

하늘의 울티마가 번개로 세상을 요동치게 하고, 대지의 데메라가 온 지각을 들끓게 했다.

“너희 짐승들은 구더기처럼 기면서 비참하게 죽는 것이야말로 도리임을 깨닫지 못한 것이냐?”

그 경천동지의 진노 앞에서 오크 대칸은 광오한 투기를 발산하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너희 도리 따위 관심 없다.”

그 순간, 무르카를 향해 뻗어지는 성검들.

어느새 무르카를 포위한 성배기사들이 무르카를 향해 성검을 겨눈 것이다.

불카누스, 카리나, 구대성··· 그리고 열병식에서 대기 중이었던 야피의 후작급 결전병기와 마술사 여왕 베아트리체까지.

“우리 기사들 손 좀 봐주셨다지. 나와도 한 판 붙어보자!”

불카누스의 이글거리는 시선에 무르카는 상응하는 투쟁심을 보였지만 아쉽다는 시선을 보냈다.

“네 녀석이군, 사자심왕에게 열세 번이나 패했다는 머저리가. 백만의 전사들을 말아먹었다지?”

“GRARARARA──! 내 신묘한 용병술로 신들 곁에 보내드렸지!”

불카누스의 호쾌한 반응에 무르카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라면 달랐을 거다.”

“알게 뭐냐!”

불카누스의 사나운 기세에 주변의 기자와 시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저, 정말 싸우려는 건가?’

‘아직 다들 대피하지도 못했다고!’

게다가 아직 라이온하트 연방의 오크 연방에 대한 선전포고는 개시되지 않았다. 섣부른 공격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짐승 놈이 왕의 존안을 어지럽혔다. 하다못해 비참하게 죽어 그 죄를 갚아야겠지.”

‘망할 사자심왕, 싸워볼 생각이 가득하잖아!’

‘저 괴물들이 싸우면 도시째로 날아갈 텐데!’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성배기사들로 우글거리는 마굴에 스스로 발을 들이댄 무르카조차──

“흐흐흐흐··· 뭐야, 조금 즐겨봐도 괜찮은 건가.”

상황을 통제할 생각 따윈 없다는 것.

“그럼 뒈져라!”

결국 선제공격을 가한 건 라이온하트 측이었다.

참지 않고 성검을 휘두른 불카누스. 그 거검은 악마 대공을 단칼에 절단낸 괴력검이다. 그것을──

-텁!

간단히 틀어막은 무르카. 그는 건틀릿으로 감싼 팔로 불카누스의 성검을 붙잡았다.

“전쟁기사의 성검을 붙잡다니! 멍청한 짐승이!”

그 순간, 불카누스의 성검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불꽃이 무르카를 휘감았다.

“GRARARA──! 이로써 전공은 이 불카누스가 독차지하게 됐군! 성배왕으로 진화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이말이야!”

[멍청한 놈아! 방심하지 마라! 놈은 멀쩡해!]

“음?!”

불길 속에서 뻗어 나오는 팔. 그것이 불카누스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큽?!”

“이따위 미지근한 불로.”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붙잡히자 불카누스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의 동시 사방에서 성배기사들이 달려든다.

“내게만 신경 쓰면 큰 코 다칠 거다.”

“”······?!””

순간 그들의 오한이 서리게 만드는 거대한 힘. 성배기사들은 무심코 상공을 바라봤다.

“저건···!”

거대한 오크··· 아니, 오크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직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발바닥을 내리찍고 있었다.

“투신 헬칸의 큰발인가!”

숱한 오크와의 전쟁에서 목격했었던 헬칸의 챔피언이 사용했던 권능. 카리나는 물러서려 했지만, 주변에 피하지 못한 기사들과 병사들이 너무 많다.

“제가 막겠습니다!”

구대성은 곧장 대지의 힘을 끌어올렸다. 이곳은 세계수의 뿌리와 가지가 뻗은 성역. 데메라 여신의 가호까지 있는 이상, 구대성의 집단 방어력은 성배기사 중 최강을 자랑한다.

대성법 <대지의 방패>.

거의 즉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속도. 구대성의 성력을 듬뿍 흡수한 세계수의 뿌리가 순식간에 돔 형태의 방패를 형성했다.

-쿠웅!

영체로 강신한 오크 투신의 일격을 방어하는 구대성. 카리나가 피식 웃으며 칭찬했다.

“성법만큼은 확실히 성장했단 말이지.”

“이, 이럴 때가 아닙니다! 놈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건 카리나도 알고 있다. 이만한 신법을 사용했으면서도 무르카에서는 별다른 신력이 드러나지 않았다.

즉, 다른 방금 헬칸의 큰 발은 다른 오크 챔피언이 사용한 것이라는 것.

[구대성, 내 아가! 세계수가 공격당하고 있다!]

신들의 목소리에 성배기사들의 시선이 세계수를 향했다.

세계수에 불이 붙었다.

아직은 일부에 불이 붙은 수준이지만, 오크들이 날뛰며 방화와 파괴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경악스러운 장면을 지켜보던

“오크들이 평양을 침공했다!”

미쳤다.

아무리 적대세력이라고 해도 온 세계의 귀빈들이 방문하고 지켜보는 비준식 한가운데를 침공하다니?

사실상의 선전포고. 아니,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모든 기사와 병사들은 오크들을 저지해라. 한 명도 빠짐없이 말이다.”

그런 와중 레온의 명령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폐하, 설마 홀로?”

“세계수는 여신 이르민께서 깃드신 곳. 그곳을 짐승 놈들의 더러운 발로 더럽힐 순 없지.”

레온은 두 번 명령하지 않았다. 성검을 뽑고 무르카와 홀로 대치했다.

“크··· 알겠습니다!”

“칫···! 아직 되돌려주지 못했는데 말이외다!”

이만한 공세작전을 취한 만큼 다른 오크 챔피언들도 있을 터. 성배기사들은 서둘러 오크들의 테러에 소방수 역할로 뛰쳐나갔다.

남은 기사와 병사들도. 시민들과 방문객들을 보호하며 뒤로 물러난다.

본능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저 둘의 싸움에서 자신들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오크 놈들의 대장 노릇을 한다는 녀석은 여럿 있었지만, 이런 교활한 놈은 처음이군.”

“사자심왕. 네 녀석의 명성은 내가 정복한 땅에서도 들리더군. 세계를 한 바퀴 돌아 한 판 붙어볼 생각이었는데, 악마 놈들 때문에 늦어졌어.”

성검과 메이스가 빛난다. 척 봐도 경이로운 성력이 집속된 전설의 무장들은 제 주인만큼이나 흥분한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숙청의 명분을 먼저 줄 줄이야. 제힘을 과대평가했구나.”

“오늘 선전포고를 했을 놈이 뭘 새삼. ‘그 계획’을 봤을 텐데?”

라그나로크 플랜.

최근 오크들의 준동과 그들이 장악한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최종계획’은 레온은 물론이고 세계가 오크 대륙연방을 적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계획이 들통난 이상 이 오크 대칸은 라이온하트 연방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과감한 기습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 확실히 보통 오크 놈은 아니란 걸 인정하지. 어차피 싸울 거라면 세계를 적으로 삼더라도 과감하게 행동에 옮기는 대범함! 과연, 그 무식한 놈들 중에서도 난놈이긴 하구나.”

레온은 불의의 습격을 당했음에도 불쾌함보단 끓어오르는 혈기로 넘쳐났다. 지구의 관습과 명분이라는 것에 더는 휘둘릴 필요가 없으니까.

“허나, 나 또한 준비했지. 네놈들을 위한 파멸계획을.”

-공작급 전천후 최후무장 플랫폼 가동. 모든 결전병기에 파멸 프로토콜 개시.

“흠···?”

그 순간, 지상에서, 해상에서, 우주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육상결전병기 후작급 메인 자폭드론 제어 시작. 죽음의 신관장 베아트리체의 인공 성물 ‘죽음의 안개’ 살포 플랜 개시.

-해상결전병기 도미네이터급 다탄두 핵어뢰 대륙붕 폭파 개시. 바다신의 신녀 한하리와 연계, 13km급 파고 형성 완료.

-우주결전병기 위성 무장플랫폼 뫼비우스급 하전입자포에 의한 주요도시 포격 개시.

레온 또한 준비하고 있었다. 오크 대륙연방과의 개전과 동시에 발동할 파멸장치를.

성법에 의한 무고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한 대량살상병기의 무차별 공격. 그것이 지금 오크 대륙연방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전멸시킬 생각 가득한 공격. 훗날의 종전협상 따윈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무지성에 가까운 증오에 세계정상들은, 시민들은 경악한다.

어째서 이토록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란 말인가?

“크크크큭···!”

“흐하하하···!”

모두의 의문 속, 사자심왕과 대칸. 두 시대의 거인들은 오늘 처음 만났음에도 기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서로를 향한 맹목적인 증오. 오직 최악의 경우만을 상정하고 서로를 죽이려 든다.

그래, 이것이 라이온하트와 오크의 역사.

수천, 수만 년 동안 서로를 죽여온 증오의 역사가 세계의 인권이니 합리니 뭐니 하는 것 따위를 압도한다.

오직 서로의 파멸을.

최소한의 선조차 무시하고 파멸장치를 가동한다.

“웃기는 일이다. 이토록 선명한 적의를 느끼는데, 이 지구인이란 놈들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유화책이니 인권이니 지껄인단 말이지.”

“그래, 이 어설프고 무른 아해들은 알지 못해. 기껏해야 자신들끼리 싸워온 게 전부인 평화주의자들이니 말이다.”

이것은 관성이다.

인간과 오크가 마주치면 당연히 칼부림이 나야 하는 것.

그것을 문명이니 평화니 하는 것들로 억눌린 세계를 지켜본 두 반신들의 감상은 무엇일까?

“”개소리!!””

성검을 든다.

영장류 최다 오크 도살자.

“뒈져라, 짐승아! 너희들은 버러지처럼 밟혀 죽는 것이 어울린다!”

철퇴를 든다.

오크 최다 인간 도살자.

“죽는 건 너다, 깡통! 200년이나 미뤄진 죽음이 너를 찾아왔다!”

차원 전체를 통틀어 최강의 존재들이 서로를 향해 격돌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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