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254

#254

닫힌 차원 (3)

휴버트 상회 상회주 집무실.

“···그럼 광물 유통 건은 말씀하신 대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상회주님.” 

“그래, 보고할 사안은 그게 끝인가?” 

“네! 당장 급한 건 여기까지입니다. 뭔가 추가로 지시하실 사항이라도?” 

업무 보고를 마친 디아나가 결재받은 서류를 챙기며 고개를 갸웃했다. 

곱게 정리해 한 곳으로 땋아 내린 머리에 단정하고 격식 있는 옷차림까지. 

이젠 어딜 어떻게 봐도 훌륭한 비서로 성장한 그녀였다. 

“아니, 아까 그걸로 충분해. 따로 일이 생기면 그때 호출하도록 하지.” 

“아, 네! 그럼 전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알아서 조치하고 추후에 보고하도록. 오늘은 잠깐 혼자 집중하고 싶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품에 한 아름의 서류를 끌어안은 그녀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이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달칵— 

그렇게 문이 닫히고 혼자 남게 된 휴버트. 

그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작은 미소를 머금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역시 굉장히 유능하단 말이야? 어지간한 일은 알아서 처리하니 일도 편해졌고.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부족한 게 흠이지만, 사실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니까. 아니, 오히려 나보다 훨씬 낫다고 봐야지.’ 

사실 휴버트가 가진 상재는 딱히 대단할 게 없었다. 

다른 아바타를 통한 금력과 무력, 권력과 정보력 등이 워낙 사기적인 데다, 거기에 어느 정도의 행운까지 더해져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뿐.

그에 반해 디아나가 가진 재능은 진짜배기였다. 

무려 「분석」 스킬이 보장한 ‘천재적인 상재’가 아니던가? 

‘지금도 저 정도 수준인데 거기에 제대로 된 정보까지 쥐여 준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정보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휴버트의 선견지명에 그저 감탄을 토하기 바빴으나, 그의 비서직을 맡게 된 디아나가 보인 반응은 달랐다. 

오로지 직관만으로 해리스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 그의 짧은 지시에 담긴 의도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더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던 것이다.

‘디아나를 비서로 올린 후부터 확실히 업무 효율이 말도 안 되게 올라갔어. 거기다 신뢰도 또한 더할 나위 없으니.’ 

제대로 밀어주기만 한다면 휴버트 상회의 위상을 몇 단계는 끌어올려 줄 인재였다. 

처음엔 그 후각에만 관심 있을 뿐이었거늘, 별생각 없이 산 주식이 몇 배 이상으로 불어나는 것을 본 것처럼 흡족해졌다. 

‘그럼 어지간한 일들은 디아나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난 슬슬 이쪽 일에 집중해 볼까.’ 

그가 따로 혼자 하고자 했던 업무. 

그것은 상회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있는 이 세계에 관련된 것조차 아니었다. 

후두둑— 투욱! 

휴버트의 팔목에 걸려 있던 아공간 마도구에서 나온 한 무더기의 서적들이 옆쪽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와 동시에 은은한 묵향(墨香)이 확 퍼져 나갔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양식으로 만들어져 제본된, 그 표지부터 알 수 없는 문자들이 가득한 이계의 책자들이었다. 

그렇게 「아바타 클라우드」로 전해 받고 따로 담아뒀던 것들이 모두 꺼내지고, 마침내 준비를 마친 그는 그중 가장 위에 있는 책 하나를 집어 들고 곧바로 「분석」을 사용했다. 

<철괴기공(鐵怪氣功)> 

-사파로 분류된 철괴방의 독문 비급. 외공과 병행하여 수련하면 전신 세포로 기가 순환하며, 신체의 성장을 북돋고 몸이 강철처럼 단단해진다. 추후 육체를 매개로 기를 수발하는 데에는 유리해지나, 일정 경지 이상으로 성장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종합 등급 : C- 

-주요 특징 : 다소 낮은 습득 난이도, 빠른 성장 속도, 높은 외공 숙련, 다소 낮은 내공 숙련, 낮은 성장 한계 

‘꽝이군.’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며 대충 내용을 살핀 휴버트가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반대편 자리로 옮겨 놓았다. 

수련자를 적당히 써먹을 만한 수준으로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그런 어설픈 능력은 딱히 그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으니. 

이어서 그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룡채를 시작으로 동정호에 자리한 다수의 수채와 총채주까지 털어 확보한 서적들이 그 성향과 효용성에 따라 하나둘 분류되어 갔다. 

‘흠, 과연···. 정파 무공들의 비율도 굉장히 높은데?’ 

이레귤러라 할 수 있는 해리스에게 무방비로 본거지를 습격당한 탓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려서 그렇지, 역시 한 성(省)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던 세력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그들이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주변 군소 정파에게서 털어온 것으로 보이는 비급의 수도 상당했던 것이다. 

‘거참, 이거 너무 기대가 컸나.’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수준은 대체로 고만고만했다. 

지금까지 그의 성에 차는 무공이라곤 동정십팔채 총채주인 진덕만에게서 뜯어온 ‘교룡도법(蛟龍刀法)(A-)’과 ‘경파악랑심결(鯨波鰐浪心訣)(A)’을 비롯한 서너 개가 전부.

수적들이 약탈해 수집한 비급의 숫자는 백을 훌쩍 넘어갔지만, 그 대부분은 D급 이하의 별 볼 일 없는 것들이었다. 

‘어휴, 도적놈들이 그럼 그렇지. 어쩐지 애들이 영 부실하더라니 다 거품이었나 보네.’ 

그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휴버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도적놈들이 주변 일대를 지배하던 거대 세력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어쨌든 그의 성에 차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뭐 하나만이라도 걸리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던 와중.

그의 손이 유독 낡아서 표지의 제목도 남아있지 않은 고서로 향했고—. 

“음? 이건?” 

이내 그것의 상세 정보를 확인한 순간, 그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무유팔괘비공(撫柔八卦秘功)> 

-세상의 모든 현상을 나타낸다고 알려진 여덟 가지 상을 다루고자 하는 비원이 담긴 절세 비급. 천지 만물과 끝없는 조화를 추구하며 합일을 이루면 무한정의 내공을 바탕으로 물질세계에 간섭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무재뿐만이 아니라 철학과 만물에 대한 깊은 궁구를 필요로 하기에 익히는 것이 지극히 난해하다. 

-종합 등급 : S 

-주요 특징 : 매우 높은 습득 난이도, 느린 성장 속도, 다소 높은 외공 숙련, 매우 높은 내공 숙련, 매우 높은 성장 한계 

무려 S급으로 판정된 무공이 튀어나와 버린 것이었다. 

‘···이게 진짜로 나오네?’ 

사실 불만스럽게 투덜거리긴 했으나 비급들을 살피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확실하게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바로 「분석」 스킬이 판별하는 등급이 굉장히 짜다는 것. 

그 기준으로 종합 등급 C급이면 군소 방파에선 적전제자나 전수받는 귀한 절기 취급이었고, A급은 대문파에서조차 몇 안 되는 손꼽히는 비전이나 다름없었다. 

‘천살마제를 제외하면 한스가 상대한 강환계 출신들이 익힌 무공은 높아봐야 B등급 정도 되려나.’

그래서 흔히 말하는 ‘천마신공’ 같은 이름난 절세 신공 정도는 되어야 S급 이상의 판정을 받지 않을까 싶었는데···. 

솔직히 쓸 만한 A+급 정도만 나와도 만족하려 했건만, 이건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 

‘심지어 이건 총채주가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군. 일개 수적 두목의 창고에 이런 게 처박혀 있었다니.’ 

아무리 표지가 마모되었다 한들 무공을 익혔다는 인간이 이런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는데. 

그런 찝찝한 마음으로 책자를 펼쳐 안의 내용을 살펴본 그는—. 

곧 왜 이것이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런 취급을 받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늘과 땅의 자리가 정해지고, 산과 연못의 기운이 통···며, 천둥과 바람이 서로 부딪히고, ···과 불이 서로 쏘지 않으니 팔괘(八卦)가 어우러져··· 

-건(乾)은 머리가 되고 곤(坤)은 배가 되며, 진(震)은 발이 되고 ···은 다리가 된다. 감(坎)은 귀가 되고 이(離)는 눈이 되며, 간(艮)은 손이 되고 태(兌)는 입이···. 

‘뭔 소리야 이게.’ 

가만히 책장을 넘기던 휴버트의 입가가 비틀렸다. 

다른 비급엔 난해한 내용을 최대한 풀어 쓰려는 노력이라도 엿보였었는데, 이건 그냥 대놓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가득 담겨 있었다. 

심지어 오래된 데다 보관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아 몇몇 글자는 알아볼 수 없게 뭉개지기까지 했으니.

수적 두목이 어떤 경로로 이걸 손에 넣었는지는 몰라도, 아마 그도 몇 페이지 정도 읽다가 곧바로 때려치워 버렸을 것이다. 

그나마 인체 도해를 비롯해 무공서에나 있을 법한 그림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비급들이 있던 책장에라도 꽂힐 수 있었겠지. 

‘A급 비급들도 이 정도로 난해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서책을 몇 번이나 뒤적인 휴버트가 다시 처음부터 진지하게 비급을 읽어 내렸다. 

그 내용을 이루는 강환계의 문자는 「제노글로시」를 통해 즉시 이해할 수 있었으나, 이 무공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거기에 내재된 함의(含意)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무림계 귀환자의 기억은··· 그래, 그나마 없는 것보단 낫겠구나. 거참, 이게 무슨 암호 해독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참고할 만한 기억들이 다수 있었으니 시간만 투자한다면 충분히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접한 무림계 최고수라 할 수 있는 천살마제의 기억이 온전했다면 더 좋았을 텐···. 

“···아니, 잠깐.” 

그러나 그때, 문득 그의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스킬이란 사용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성과 가능성이 변화하고, 그렇게 발달한 능력도 숙련도에 따라 한계치가 달라진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언어와 관련된 모든 제약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초능력, 「제노글로시」. 

그리고 「감정」의 상위호환으로 어떤 것을 파악하는 데 뛰어난 활용성을 보여준 스킬, 「분석」. 

그는 망설이지 않고 두 스킬을 동시에 발동하며 그것에 모든 정신력을 쏟아부었다. 

‘강환계에서 얻은 첫 수확이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지.’ 

기껏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다른 차원으로 갔는데 여기서 물러나면 너무 꼴사납지 않겠는가? 

그렇게 여유분의 정신력 리소스까지 몽땅 털어 넣자 「신경과민」이 활성화되며 그의 사고가 끝도 없이 가속했다. 

츠츠측—

두뇌가 맹렬히 회전하며 끝도 없이 에너지를 태워댔다. 

처음엔 단조로웠던 「분석」과 「제노글로시」의 연결이 점차 단단해지며, 단순히 문맥의 뜻이 아닌 그 안에 내포된 의미까지 어렴풋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문장에 담긴 저술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뭉개진 단어를 유추하며 전체적인 문장을 추론했다. 

하지만, 역시 아직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 보자.’ 

휴버트는 어느새 손에 쥐어진 VIP 마켓 성장의 비약 한 병을 시원하게 들이켜고 재차 작업을 이어갔다. 

과연 비싼 값을 하는지 약발이 돌자 작업의 진행도가 무서울 정도로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 상태가 7일이나 지속된단 말이지?’ 

그러나 이 일을 끝마치는 데엔 7일까진 필요도 없으리라. 

암호를 풀어나가듯 비급의 난해한 문장들을 파헤친 지 반나절 가량이 지났을 때—. 

《개체가 조건을 달성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암호 해석」를 획득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얻음과 동시에 그간 빡빡하게 진행되던 작업이 한순간에 뻥 뚫려버렸으니까. 

*** 

“흐읍, 후우—.” 

깊은 심호흡과 함께 주변의 기운이 해리스의 폐부로 빨려 들어왔다. 

하이 엘프라는 종족 특성과 초월에 이른 친화력으로 반쯤은 강제로 움직이던 자연의 기운이 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그의 뜻에 따라 순응하고 있었다. 

‘그렇군. 대충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네.’ 

그렇게 강환계의 법칙에 따라 이 세상의 기운과 좀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던 해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휴버트가 새로 습득한 「암호 해석」은 생성 직후부터 비약의 영향을 받아 빠르게 성장을 거듭했고, 자연스럽게 해석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또 그 결과는 강환계에 있는 해리스가 곧바로 실증에 나섰으며, 그건 다시 휴버트의 분석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무유팔괘비공··· 이거 해리스랑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번 방문에서는 적당히 자리를 잡고 추후에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밑 준비만 하려고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커다란 수확을 얻은 것 같았다.

아직 비급의 해석이 다 끝나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그것을 확실하게 익혀 기존의 힘과 조화시킬 수만 있다면···. 

‘그 시너지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어쩌면 그걸로 지금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해리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계수라는 신적인 존재의 도움으로 벽을 넘은 그 순간, 자신은 이미 성장의 한계에 도달해 버렸다는 것을. 

물론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고 초월이라는 것도 그 세계의 최강자 중 하나가 되었다는 방증이었으나, 그래도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때마침 방문한 차원에서 마침 그가 필요로 하던 기연을 접하게 되었다. 

이게 과연 우연일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는 아직 확실치 않았지만···. 

그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한번 묻겠소. 본 가의 영역에는 무슨 용무로 오셨소?” 

지금은 다수의 무인이 잔뜩 기세를 돋우며 각자 뽑아 든 무기로 그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동정호를 떠난 지 약 하루. 

해리스는 목표로 했던 융중산의 제갈세가에 당도해 있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