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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6

254. 약혼관계 – 우선 순위

“나는 소싯적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지. 대륙 방방곡곡, 들르지 않은 곳이 없어. 남쪽의 따뜻한 바다와 보메르였던가… 제롬 신성 왕국의 성난 화산, 대륙 정중앙에 위치한 인류의 첫 도시 오르빌과 대륙 동부의 늪지대까지. 최초의 마탑이라는 코르넬 마탑도 물론 가봤지.”

– 꼴깍

보리스 할아범이 술을 들이켰다. 화톳불에 비친 주름이 자글자글, 그의 관록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결혼도 안 하고 그토록 먼 여행을 떠난 데에 이유 따위는 없었어. 젊음이란 그런 거지. 등 떠미는 바람과 어디 있을지 모를 친구들, 게으른 마게레 한 마리. 충분하잖아. 쿠버, 그 친구가 같이 마수를 잡자고 애타게 설득했지만 난 결국 길을 나섰지…”

“쿠버?”

“쿠버가 누구…? 앗! 족장님이잖아요!”

둘러앉은 청년들은 벌써부터 미덥잖은 눈으로 보리스 할아범을 바라보았다. 첫 사냥을 다녀와 전사가 된 그들은 선배 전사들로부터 술을 얻어먹고 있었다.

모두 아이나르 부족 사람들이니 말이 선배지 사실은 아버지와 어머니, 삼촌이나 이모들이다. 친족 간의 훈훈한 덕담과 무용담이 오가는 술자리였는데, 보리스 아이나르, 아이나르 부족의 골칫덩이 할아버지가 눈치도 없이 끼어든 것이었다.

보리스 할아범은 치매에 걸렸다. 사냥도 통 다니지 않아 전사 딱지를 잃어버린 지도 오래다.

하지만 나이가 깡패였다.

노인네가 청년들에게 덕담해주겠다고 껴든 걸 매정하게 쫓아낼 수도 없어서 보리스는 흥얼흥얼, 누구도 믿지 않는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그래. 여행을 다녀와 보니 쿠버가 족장이 되어 있더군. 어쨌든, 여행하면서 난 참 많은 걸 보고 느꼈지. 이런 나를 사랑해준 여인도 수없이 많았지만, 여행의 자유로움과 대륙의 신비에 이끌려 어느 곳에서도 반년을 머물지 않았어. 개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웠던 건 역시… 안타로프 대협곡에서 본 사원이야.”

술을 홀짝이는 청년 중엔 레나와 레오도 있었다. 그들은 바짝 붙어 앉아 술안주를 나눠 먹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에도 노구화호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잠들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어. 분명히. 그런데 잠결에 눈을 떠 보니 협곡 한가운데에 거대한 사원이 있지 뭐야.”

‘그때부터 치매기가 있었구나!’

청년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레오는 시큰둥하게 술잔을 기울였지만, 레나는 꺄르르, 치매 걸린 노인의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었다.

“와! 꼭 전설 속의 용사 같아요. 들어가 보셨겠네요?”

“그럼. 들어가 보니 거기엔 푸른 청련달 빛을 받는 검 한 자루가…”

보리스 할아범의 모험담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는 라차르 신의 전당으로 추정되는 그 사원뿐만 아니라 보메르 화산의 한 동굴에서 악행을 계도하는 신, 비나르의 사원을 보았고, 남부 바다 건너에 있는 섬에서 인내와 헌신의 신인 나메르의 신전, 그리고 해가 터오는 동부 늪지대에서 고결한 희생의 여신, 보아르의 사원을 보았노라 주장했다. 청년들은 그의 대단한 허풍에 혀를 내둘렀다.

추임새를 넣어주던 레나도 마지막에 가선 좀 질려버렸다. 레나와 레오가 술자리에서 적당히 빠져나올 때 뒤에서

“벨리타 왕국에 ‘바도보나’라는 성터가 있는데, 거기선 어떤 술잔을 발견했지. 냉큼 집어오긴 했는데, 뭔가 쌔한 느낌이 들어서… 그 술잔은 내가 나중에 수도교회에 기증을… 뭬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해?”

보리스 할아범이 열변을 토했다. 장단을 맞춰주던 레나가 사라지자 청년들이 곧바로 불신을 표한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얼큰하게 취한 레나와 레오는 집으로 돌아갔다. 전사가 된 레나는 기분이 좋은지 레오를 꼬드겼다.

“집에 가서 술 한잔 더 안 할래? 울 아빠가 대전사 아저씨들이랑 술 마실 거니까 너도 데려올 수 있으면 데려오라고 하셨어.”

“아니. 난 됐어. 내가 전사가 된 것도 아닌걸.”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아.”

오늘은 할 일이 있는데… 하지만 레나가 조르면 난 어쩔 수가 없다.

레오가 마지못한 척 레나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뽀뽀해주면 갈게.”

“엉큼하긴.”

레나가 레오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레오는 레나의 허리를 안으며 입을 맞췄고,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레나는 예쁘다.

검에 미쳐서 관리를 안 해서 그렇지 선이 진하고 눈코입의 균형이 맞았다.

남자 못지않게 진한 눈썹은 길다.

굵고 짧은 눈썹이 촘촘히, 미간에서 관자놀이를 향해 길게 뻗은 게 그녀의 진한 인상을 부각했고, 살짝 처져서 귀엽게 보일지 모를 그녀의 눈매를 보완해주었다.

머리를 기른다면 정말 예쁠 텐데.

계란형의 얼굴이라 어떤 스타일이든 잘 어울리지만, 단발머리보다는 긴 생머리가 더 예쁠 것이었다. 아니면 동그랗게 볼륨을 준 앞머리라도 있으면 좋겠다. 속눈썹도 다듬고 매서운 한파에 거칠어진 피부에 연지를 발라 관리하면 동생 레나만큼이나 예뻐지지 않을까.

‘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는 없나.’

레리아나는 시대를 초월한 미모를 가졌다. 콧잔등을 중심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 남녀노소와 문화적 배경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외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는 레나가 레리아나만큼이나 예쁘게 보였다.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 ‘그 꼬맹이는 그냥 어린애지.’ 키도 크고 어깨가 넓어 강인하고 성숙한 느낌의 레나 아이나르가 훨씬 예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뽀뽀가 길어졌다.

두 사람의 숨은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말똥히 올려다보는 레나의 눈길에 허락이 담기고, 레오의 손은 그녀의 허리를 떠난 지 오래였다. 달아오른 홍조가 그를 충동질했다.

“…술은 이제 괜찮지 않아?”

“빨리하고… 갈까?”

“안 끝날 텐데.”

레오의 호언장담에 레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만 방을 찾아 레오네 집으로 몰래 들어가려던 찰나에 레나네 집에서 나온 노엘 덱스터와 마주쳐버렸다.

그들의 아버님이자 스승님이다. 레나와 레오는 공손히 손을 모으며

“다녀왔습니다.”

인사했고, 노엘은

“일찍 왔구나. 안에 너희 아버지랑 친구분들이 널 축하해주고 싶어서 기다리고 계시더구나. 들어가 보렴. 레오는 잠깐 이리 와 봐라.”

레오를 불렀다.

칫.

어두워서 다행이다. 레나의 표정이 뾰로통해졌다.

레나가 레오의 새끼손가락을 잡아당겼다. 레오는 어깨를 으쓱, 어쩔 수 없이 레나를 들여보냈다.

아버지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노엘 덱스터는 자신의 서재, 흔들의자에 앉은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벽을 깬 모양이더구나.”

레오가 깜짝 놀라 올려다봤지만, 그는 아들을 잔잔하게 응시할 뿐이었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아버지의 이목까지 피하진 못하는구나.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축하한다. 솔직히 예상은 하고 있었다. 대련을 제대로 붙어보고 싶지만… 혹시 레나 때문이냐?”

“…”

“흠. 그렇게까지 배려해줄 필요가 있을…? 쯧, 아니다. 나도 본의 아니게 내 형님께 상처를 준 적이 있지. 하지만 명심해라. 실력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단다.”

“…네. 명심할게요.”

노엘 덱스터가 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벽을 깨고 나만의 검술을 완성했을 때, 그걸 자랑하고 싶어 견디지 못했다. 기사단 입단 시험에 지원해 역대 최연소 기사가 되었고, 그 당시 준기사였던 엘슨 형님은 기사가 되고자 했던 수년의 고생을 포기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벽에 가로막혀 있던 형님을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실력이 뛰어난 걸 구태여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인제 와서 돌이켜보면 과시할 필요도 없었다.

아들이 참 훌륭하게 처신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노엘이 말했다.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하실 게다. 그러고 보니 산소에 가본 지도 오래됐는데, 봄에 고향에 다녀오자꾸나. 레나도 데리고.”

못 갈 텐데. 전쟁 때문에.

하지만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어째서 아무도 어머니를 입에 올리지 않다가 내 실력이 늘었을 때만 이렇게 언급이 되는 걸까?’ 의아해했다. 레나도 뭘 아는 것 같지만 어떤 불문율이 있는 것처럼 구일 전쟁 때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를 입에 담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시작되기 이전의, 그것도 아주 어릴 적의 일이라 레오는 어째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그러한지 알 수 없었다. 또, 기억이 없는 만큼 그걸 파헤쳐야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는 어쩌다 보니 레브의 어머니가 살아계신 것으로 바뀌었다. 레브가 정말 기뻐하긴 했는데…

솔직히 그게 다였다.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시는 것으로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 필요한 어떤 메리트가 생기지도 않았고, 유품인 ‘귀속 아이템’은 이미 받았다.

심지어 진엔딩의 조건까지 알게 되었으니, 그리움조차 들지 않는 어머니의 생사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허나 민서라는 놈과 엮인 이후로 내 인생이 정상이었던 적이 있던가. 이제야 정상적인 삶의 방향을 찾았는데,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전쟁에 나가서 레나와 나란히 기사가 되고, 그녀의 꿈을 이뤄주며 결혼하겠다. 에이브릴 성으로 금의환향해 레나와 행복하게 살겠다. 이걸로 충분하잖은가.

레오는 늦은 시간임에도 다시금 책을 읽기 시작한 아버지를 두고 서재를 나섰다.

기사였고, 아직도 대단한 검사인 아버지가 어째서 책만 들입다 읽고 사는지도 의문이지만, 레오는 초점을 하나에 집중했다.

‘내’ 레나만. 행복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과하게 충분하다.

그 길로 레오는 옆집을 향했다. 레나네 집과는 뒷마당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살갗이 애는 테라스로 나와 건너갔는데…

“아니, 왜 자꾸 술을 따라두는 거예요? 난 아직 다 마시지도 않았는데. 정말이지…”

투덜투덜. 레나의 볼멘소리가 창밖으로 흘러나왔다. 창 안에는 붉게 타오르는 화톳불, 솜씨 좋게 익은 고기와 데호르만을 포함한 거구의 대전사들, 그리고 그들과 대작하는 레나 아이나르가 있었다.

창밖에 선 레오는 자신이 저기에 끼어들 필요가 없음을 알아차렸다. 야만인 전사들의 호쾌한 술자리에 소위 ‘문명인’이 끼어들어 망치고 싶지 않다. 내가 야만인 출신인 레브였다면 또 모를까.

차디찬 한파 속에서 레오는 김이 서린 창문을 닦았다. 닦으면 뿌예지고 닦으면 또 뿌예지는 창밖에서 레나를 지켜보다 자신이 오늘 하려고 했던 일을 기억해냈다. 주머니에서 꺼낸 거울에도 김이 서려 있었다.

[ 업적 : 귀속 아이템, 2/3 ]

[ 검 – 파괴되지 않음. ]

[ 거울 – 연결 가능. 1회. ]

[ 목걸이 – 예쁜 목걸이다. ]

진명을 알지 못해서일까. 원래는 거울 이용이 불가했다.

하지만 지난 소꿉친구 회차 때 만난 성녀가 주례와 함께 내 거울에 축복을 내려주었다. 당연히 레브의 입장에서 전해 들은 것이지만, 이용 불가였던 거울이 연결 가능으로 바뀌었고, 기왕이면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주지 왜 1회 제한을 두었느냐 묻자 성녀는

“이 축복은 다음에 한 번 사용하는 거로 충분하니까요. 주신께서는 당신들을 정말 사랑하시네요. 그분께서 일개 피조물에게 이렇게 섬세한 혜택을 주시는 건 처음 봤어요.”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랑하긴 개뿔. 성녀는 약혼관계 회차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을 알았던 게 틀림없다. 그녀는 레아가 사제가 되면 진엔딩이 날 것을 그때부터 알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이번 회차에서 레나가 기사가 되면서 내가 진엔딩을 맞이하리란 걸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잘 봤다. 그렇게 될 거다.

민서 놈이 내게 기회를 더 줄지 안 줄지 모르니 이번엔 한 점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엔딩을 만들어갈 계획이었다.

민서, 그놈은 어부지리로 이 세상에서 탈출하겠지만… 그래. 걘 그냥 꺼지라고 하고, 레오 덱스터가 거울을 닦았다. 거울에 빛이 어리며 연결이 됐다.

[ 업적 : 귀속 아이템, 2/3 ]

[ 검 – 파괴되지 않음. ]

[ 거울 – 소꿉친구. ]

[ 목걸이 – 예쁜 목걸이다. ]

거울로 어벙한 표정의 레브가 나타났다. 그는 정말 놀란 표정이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거울이 고쳐졌어. 저번에 깨져서 버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다행이다. 회차가 넘어갔구나. 어떻게 됐어?”

한 번 사용하고 산산이 깨졌던 거울이 원상 복구됐다. 사실 버려도 괜찮을 지경으로 망가졌지만 레브는 본인의 어머니께 받은 물건인지라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레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지금 어디야?”

“난 지금 가이단 후작의 영지로 가는 길이지. 애들 데리고. 어떻게 됐냐니까? 반란은 성공했어? 레아는 공주가 됐고?”

“야, 갈 필요 없어. 민서 그 병신이…”

레오는 지난 회차가 어떻게 끝났는지를 전했다. 거사를 성공리에 마치고 왕위가 코앞이었지만, 진엔딩의 조건이 레아를 공주로 만드는 게 아니었노라고, 꿈을 이뤄주는 게 조건이었노라 고자질했다.

레브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제자들과 떨어져 나온 숲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입을 열었다.

“…그랬구나.”

“그래. 민서 그 씨X 새끼.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놈만 아니었으면 우리가 그 개고생을 안 했을…”

“너무 그러지 마. 걔도 힘들어한 거 알잖아.”

레브가 착잡하게 말을 이었다.

“어쨌든 전해줘서 고마워. 그럼 난… 아니다. 가이단 후작령에 가긴 가야겠구나. 하리에한테 몹쓸 짓을 했네, 내가.”

“…”

레오도 잠깐 말문을 잃었다. 자신 같았으면 당장 수도교회에 있을 레아를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을 터인데,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레브의 모습이 충격이었다.

원래 저런 녀석이긴 했다. 주장이 강하지 않고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는. 민서의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자기 의사를 확실하게 표하던 레안 드 예리엘과는 또 달랐다.

하지만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레아의 꿈을 이뤄주는 게 진엔딩 조건이라니까?

반란이고 뭐고, 하리에고 자시고 신경 쓸 필요 없이 사제가 될 레아 곁에 붙어서 행복하게 살면 그만인 것을…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레아는 내년 가을에 사제가 되니까 그전에 수도교회에 가 있는 게 좋을 거야.”

“알았어. 고마워. 아, 그리고 거울이 고쳐지긴 했는데, 다시 사용할 수는 없네. 그동안 고생했어. 마무리 잘하고… 우리 나중에 꼭 만나자.”

레브가 연결을 끊었다. 심플하게. 뭔가 기분이 이상해진 레오는 쩌적, 금이 간 거울을 한참 돌려보았다.

이게 대륙 남부 사람의 특징인가. 아니면 내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레오가 고개를 들었다.

다시 뿌옇게 흐려진 창문 너머로 사랑스러운 연인, 레나 아이나르가 보였다. 레오 덱스터는 아무렴 어때, 생각하며 걸음을 돌렸다.

난 내 연인을 지키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최우선이다. 그 외의 모든 건 부차적, 순위에 들지 못했다.

그럼에도 레오는 자신의 방, 침대에 드러누웠음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싱숭생숭, 이상한 기분이 졸음을 몰아내었다.

레안도 그렇고 레브도 그렇고… 왜 이러는 거야 다들. 짜증 나게.

한참을 뒤척였다.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에 똑똑.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레나 아이나르가 눈보라가 몰아치는 창밖에 있었다.

“레나! 이게 무슨 짓이야! 위험하게. 취했어?”

“나 안 취했어!”

레나가 창턱을 넘어오며 외쳤다. 아주 멀쩡한 얼굴로.

그러나 그녀는 만취했음이 분명했다.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레나가 헤프게 웃었다.

“우리이… 아까 하던 거 마저 할까? 나 이리로 온 거 몰라아.”

레나가 레오를 침대로 넘어뜨렸다. 겹치듯 넘어진 그녀는 힘이 빠졌는지 넘어지는 즉시 쿨, 잠들어버렸다.

…맹하긴.

손이 많이 가는 여자다. 레오는 그녀를 침대에 똑바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약혼한, 그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될 여자의 머리를 하염없이 쓸어주다 중얼거렸다.

“난 틀리지 않았어.”

레오는 찬 바닥에 주저앉아 잠을 청했다. 그녀를 지킬 검은 가슴에 품고, 다른 손으론 레나의 손을 꼭 붙든 채로. 창문이 거센 바람에 덜컹거렸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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