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256

#256

제갈세가 (2)

“으음—.”

인터넷을 통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수집하던 도중.

시원하게 스트레칭을 한 나는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일단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 나쁘지 않긴 한데···. 역시 성격이 너무 과격해진 것 같단 말이지.”

좌충우돌 강환계를 누비던 이세계의 하이 엘프 해리스.

그는 기어코 제갈세가의 정식 초대를 받아 그 본거지로 입성할 수 있었다.

첫 만남은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지금은 제법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접받게 된 것이다.

‘정확히는··· 저쪽에서도 어쩔 수 없이 대접해 줄 수밖에 없는 걸 테지만.’

현경의 고수는커녕 화경에 이른 이조차 없는 제갈세가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건 그들의 술법과 진법이 그만큼 독보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단 주변 환경을 이용해 현상을 왜곡하는 기문진 뿐만 아니라, 가문의 무사들과 술사들이 한데 어우러져 펼치는 합격진은 화경의 고수조차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니.

‘물론 상대가 현경쯤 된다면 철저하게 준비해 둔 기문진의 도움이 필수겠지. 그나마도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용도로나 써먹을 수 있을 테고.’

그게 거만하게 나오는 해리스에게 그들이 꼼짝도 할 수 없는 이유였다.

물론 힘이 전부인 세계에서 이미 자신의 무력을 증명한 강자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을 터.

그러나 정작 그 당사자인 나는 해리스의 그런 변한 모습을 쉽게 받아넘길 수 없었다.

“으음, 역시 주변 환경 탓인가.”

해리스는 선천적인 태생 때문이든 후천적인 스킬 때문이든 주변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개체였다.

그런 녀석이 세상의 기운이 점차 메말라가는 곳에 떨어졌으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지도.

‘그래도 당장 큰 문제는 없으니 상관없겠지. 어차피 조만간 다시 아우테리카로 보낼 생각이었으니까.’

해리스가 강환계로 전송된 지 이제 곧 5일째였다.

주어진 시간에서 어느새 벌써 절반이나 지나가 버린 것.

그동안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여기저기서 신나게 깽판 친 것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이 정도면 제법 성공적인 스타트라 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시스템창을 뒤지다 흥미로운 것 하나를 발견했다.

강환계로의 진입을 순조로이 마친 직후에 생긴 변화로 보였는데···.

『물품 구매 -상세 보기』

└아우테리카

└강환계

카르마를 지불해 각 세계의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게 해주는 항목.

이전에는 아우테리카의 물건들만 구입할 수 있었던 그 하위 목록에 어느새 강환계 이름이 추가되어 있었다.

‘역시 이렇게도 되는구나.’

그걸 본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정식으로 할당된 세계인 아우테리카만 해당되는 건 아닐지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시스템이 그리 융통성이 없진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곧바로 ‘강환계’ 목록에 들어가서 나열된 상품들을 대충 훑어보았다.

‘만년설삼에 음양과, 공청석유··· 이름만 봐도 뭔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한가득이군.’

처음 눈길을 끈 것은 다양한 종류의 영약들이었다.

그 수준과 성질, 용법이 천차만별인 귀중한 보물들.

강환계의 무림인들이 봤다면 눈이 돌아가서 달려들었을 테지만···.

‘어차피 천부적인 영약 사냥꾼 해리스가 있으니까 당장은 신경 쓸 필요 없겠지.’

사실 지금 있는 융중산에서도 은근히 느껴지는 영약의 기척이 몇 군데 있었다.

거기다 그 크기 면에서 비교도 되지 않게 큰 데다 영험함으로도 이름 높은 무당산이 바로 지척에 있지 않던가?

‘용맥 치고도 상당히 기운이 강한 곳이었지. 다른 곳이랑 다르게 아직까지 기운이 제법 풍부하기도 했고. 그런 곳에서 자란 영약이라···.’

나는 제갈세가로 향하면서 멀리서 스치듯 봤던 영산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적당히 자리 잡고 난 후엔 그것들을 수거하러 가는 재미도 제법 쏠쏠할지도.

그 외에도 상점 목록에는 대환단이니 자하신단이니 하는 이름난 환약들도 꽤 많이 있었다.

심지어 몇몇 문파의 무공 비급과 무림계의 마도구라 할 수 있는 신병이기까지 없는 게 없을 지경.

거기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물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만인동혈보옥(萬人童血寶玉) (1,190,000)』

『영원빙하의 만년빙정(萬年氷精) (780,000)』

『999년 묵은 이무기의 불완전한 여의주 (1,530,000)』

『······』

아직 강환계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름들이었다.

그 가격만큼 가치가 높은 물건이리라는 건 자명한 노릇.

‘이무기가 실존하기는 했었군. 그럼 용도 있으려나?’

그러나 흥미롭기는 해도 지금 단계에서 신경 쓸 만한 것들은 아니었다.

당장은 이런 게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자신이 지금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건 따로 있었다.

나는 『물품 구매』에 원하는 조건을 입력해 그에 해당하는 목록들을 따로 출력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한번 쭉 훑어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고 구매와 「아바타 클라우드」로의 전송을 반복했다.

***

땅—! 따앙—! 땅!

‘음? 이건 무슨 소리지?’

밖에서의 용무를 보고 작업실로 들어서던 자오닉이 미간을 찌푸리며 귀를 기울였다.

당연히 망치로 금속을 두들기는 소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의아하게 여기는 점은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이었다.

“허어···?”

하지만 아무리 집중해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뭔가에 홀린 듯 소리가 들려오는 작업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까앙—! 치이익—!

단조에 이어 담금질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벌거벗은 상체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하워드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열정과 패기가 물씬 느껴지는 기특한 광경.

“이게··· 대체···?”

하지만 자오닉의 시선은 곧바로 그를 지나쳐 오직 한 곳에 못이 박힌 듯 틀어박혔다.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 입이 떡 벌어지고 목구멍에선 저도 모르게 탄성이 튀어나왔다.

“무, 뭐냐? 저 금속은? 어? 저런 게? 으응···?”

고장이라도 난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떠듬떠듬 내뱉는 드워프 거장.

그는 살아생전 본 적도 없고, 이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던 이질적인 금속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아, 오셨습니까?”

그 인기척에 작업을 마무리한 하워드가 고개를 돌리며 그를 반겼으나, 자오닉은 그런 태평한 인사를 받아줄 정신이 아니었다.

그간 하워드가 북부 산맥에서 구해왔다는 희귀 광물을 이용할 때도 그러려니 여겼던 그였다.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명실상부 툴크 왕국 제일 상단으로 성장한 휴버트 상회라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저건 달라. 아니, 다른 정도가 아니야. 저런 게 이 세상에 있었다고?’

지금 하워드가 다루고 있는 금속.

저것은 불과 금속의 축복을 받은 드워프로서 세상의 모든 금속에 통달했다고 자부했던 그조차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냥, 저런 게 존재한다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명백히 눈앞에 있는데 무작정 부정할 수는···.

“크흐흠! 이번에 휴버트가 북부 산맥에서 새로 구했다면서 보내준 금속인데 말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자오닉의 머릿속이 흐트러져 갈 때.

가볍게 헛기침을 한 하워드가 아공간에서 다른 금속 덩어리를 꺼내며 슬쩍 그에게 건네주었다.

‘저런 게 더 있다고?’

그런 속마음과는 다르게 본능적으로 움직인 그의 손은 어느새 그것을 받아들고 있었다.

‘아!’

그리고 그 금속이 손에 닿는 순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느꼈던 감정은 절대 착각이 아니라는 걸.

“이게··· 대체 뭐냐? 어째서 이런 게 이 세상에 있는 거지?”

멍하니 그런 말을 흘리면서도 그는 무의식중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뚫어져라 노려보며 손으로 겉면을 쓰다듬는다. 손가락을 튕겨 진동을 느끼고 공명음을 듣는다.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혀를 내밀어 맛을 보고 쩝쩝거리다, 급기야 입 안에 넣어 아작아작 씹기까지 하니···.

‘어우, 저게 뭐 하는 짓이람.’

그 모습을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하워드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물론 평생을 금속과 함께 살아온 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그의 손에 들린 저것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금속이자, 강환계에서도 귀하다는 ‘만년한철(萬年寒鐵)’이었으니까.

‘그래도 역시 드워프는 드워프네. 단번에 그걸 알아보고 말이야.’

하긴 자신도 느꼈던 것을 그가 느끼지 못할 리 없었으니 당연할 테지만.

하워드는 아직도 정신을 놓고 금속을 탐닉하는 자오닉을 바라보며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계의 법칙이 깃든 마도구는 다른 세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

그 사실은 이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물질 자체가 가진 물성이 변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추가로 뭔가 특별한 신비를 담을 순 없겠지만, 만년한철은 그냥 그 자체로도 최고의 금속이라 할 수 있지.’

오히려 이세계의 신비를 거부하는 특성을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단단하기는 더럽게 단단한데 마법의 효과마저 무시하는 절대 불괴의 갑옷이라던가.

‘굳이 전체를 만년한철로 만들 필요도 없어. 적당한 두께로 겉에 두르기만 해도 충분할 테니.’

당연히 물질의 성질이 달라 다루기 어렵고 필요한 곳에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그거야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 않나.

방법이야 찾다 보면 어떻게든 나오는 법이었다.

자신은 창조에 있어선 불합리하다 느껴질 정도의 사기성을 타고난 종족, 드워프 장인이었으니까.

“세상에. 이게··· 이게 북부 산맥에서 나왔다고? 대체 그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부, 불사왕인가? 놈이 무슨 짓을 한 건가?”

그때, 드디어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자오닉이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직 만년한철 외에도 현철(玄鐵)이나 운철(隕鐵) 등 다른 금속들도 많이 남아 있는데···.

‘음, 그건 천천히 풀자.’

아직 그의 도움이 필요한 일도 많은데, 지금 다 보여줬다간 놀라 쓰러져 버릴 테니.

***

해리스가 강환계에 진입한 지 5일이 지나 6일째가 되던 날.

잠시 제갈세가의 영역인 융중산을 떠났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다시 돌아왔다.

“해 대협, 갑자기 어딜 다녀오시는··· 음? 그분은··· 누구십니까?”

그 옆에 처음 보는 누군가를 데리고서.

그에 세가의 정문에서 외출했던 해리스를 맞이한 천기수호대 2대주의 얼굴이 미묘하게 비틀렸다.

그렇지 않아도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 때문에 부아가 치미는 상황이었는데, 이젠 외지인까지 제멋대로 안으로 들이다니.

“아, 아직 전달받으시지 못한 모양이군요? 지인을 데려오겠다고 말하고 나갔는데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뭔가 착오가 있었나 보군요.”

정확히는 수발을 들던 이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휑하니 나가버린 것이었으나, 한층 뻔뻔해진 해리스는 표정 변화 없이 능청스레 대꾸했다.

“그럼 이만 들어가도 될까요? 어서 빨리 이 친구를 소개하고 싶어서 말이죠.”

“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아! 이제 됐습니다. 들어가시지요.”

곤란한 얼굴로 말을 잇던 그는 곧 안쪽에서 은밀하게 전해진 전음(傳音)으로 허락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심 더는 그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지라 그는 얼른 입구에서 비켜서며 무언으로 재촉했다.

얼른 그들이 안으로 사라져 버리기를.

하지만 상대는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해리스와 함께 온 청년이 걸음을 옮겨 그의 앞에 다가왔던 것.

그러고는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그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폐를 끼쳐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무사님.”

“···아닙니다. 저야 명받은 대로 움직일 뿐이지요.”

상대가 그렇게 예를 차려오자 2대주 또한 거기에 맞춰 포권으로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

앞선 불청객과 같은 일행이라 그와 동류일 거라 지레짐작했거늘, 생각 외로 상식은 있는 이라 생각하며.

“인사가 늦었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그리고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무복을 걸치고 허리엔 고풍스러운 한 자루의 검을 찬, 어느 명가의 자제처럼 보이는 청년이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하승훈이라 합니다.”

헤스페론의 가명으로도 사용했던 이름, 하승훈.

해리스에 이어 강환계로 투입된— 개체명 ‘휴고’의 새로운 가명이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