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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9

#259

술래잡기 (1)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실내 단련 시설.

끼기긱— 끼긱—

그곳에선 평소 이상의 심상치 않은 금속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덜컹— 쿠웅!

“후욱, 후우—!”

그리고 육중한 무언가가 바닥에 닿는 소리와 함께, 또 한 차례의 루틴을 마친 나는 땀범벅이 된 채 김이 풀풀 솟아오르는 몸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한 감탄을 토해냈다.

“이거 대단한데? 총량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텐데도 이 정도 수준이라···.”

그렇게 감탄을 토하던 나는 방금까지 사용하던 운동기구를 내려다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은 힘 조절이 미숙했는지 손잡이 부분이 살짝 우그러지고 비틀려 있었다.

“으음, 역시 더 튼튼한 게 필요하겠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구는 초인이 육체를 단련하는 데에는 그리 맞지 않았다.

당연히 그 특성상 기본적인 강도도 굉장히 튼튼한 편에 속했지만 그래봐야 일반인들 기준에서나 통용되는 말이었으니.

‘이참에 그냥 싹 다 하워드의 수제품으로 교체해야겠군. 마침 새로 입수한 재료들을 다루는 연습도 할 겸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있었으니 잘됐네.’

이 갑작스러운 본체의 성장은 휴고를 강환계에 보내기 직전에 행했던 『고유스킬 강화 (1,300,000)』가 원인이었다.

사실 처음엔 휴고를 그곳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

「다재다능」으로 여러 잡일에 능해 본체 곁에 두면 굉장히 편했던 데다가, 새 차원에 가는 것이니만큼 새로운 기분으로 신규 아바타를 뽑아 파견할 심산이었으니까.

‘130만짜리 강화는 물론 연이은 140만짜리에서도 아바타 개체수 증가가 안 나오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그렇게 당연히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연달아 빗나가면서 결국 나는 생각지도 못한 두 가지 능력을 얻는 대가로 휴고를 떠나보내야만 했고.

그 첫 번째가 바로 지금 그의 육체를 강화하고 있는 「개체 투영」의 파생 능력이었다.

이것은 온전히 하나의 개체 정보를 그대로 덧씌우는 「개체 투영」과는 별개로 아바타가 가진 힘의 일정 부분을 빌려오는 식으로, 명확한 쿨타임이 없어서 힘의 소모가 크지 않은 평상시라면 하루 종일 유지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상시 강화형 패시브 스킬이 추가되었다고 보면 되겠군. 무엇보다 대단한 점은··· 그 대상이 되는 아바타가 「개체 투영」처럼 한 번에 한 개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가히 사기적이라고 봐도 무방한 능력이었지만, 아쉬운 점은 그렇게 빌려올 수 있는 힘의 총량이 온전한 「개체 투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능력은 어떻게든 발전시킬 수 있는 법. 여기에 추가적인 강화가 더해지고 숙련도도 더 높아진다면, 어쩌면···.’

어쩌면.

한스의 흑마력과 하인리히의 신성력, 할리의 육체 능력에 혈마법과 정령술까지 동시에 사용하는— 그런 끔찍한 혼종이 탄생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진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거기다 다른 능력도 상당히 쓸 만하고 말이지.’

문제라면 이렇게 빨리 마를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카르마 잔고에 있었다.

골드 드래곤 해츨링 호루스를 만들고 남은 포인트가 200만 정도였다.

그 후 제피아 공화국 사태를 겪으며 한 차례의 폭등이 있었고, 곳곳에 빨대를 꽂아놓은 덕분에 다시 300만을 조금 넘을 정도로 불어났었는데···.

‘이걸로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되었군.’

다음 강화에 필요한 포인트는 150만.

아무리 연금처럼 곳곳에 꽂아놓은 카르마 빨대가 많다지만, 꾸준한 지출인 ‘성장의 비약’이 있으니 뭔가 큰 사건이 없다면 달성하는 데 상당히 오래 걸릴 수치였다.

“뭐, 내가 언제부터 그런 걸 걱정했다고.”

남들이 100만도 힘들어할 때 1000만이 넘는 포인트를 모은 나였다.

내게 카르마란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일 뿐이었으니—.

‘어디 보자. 대충 마무리된 강환계 쪽은 이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니까···.’

내 관심이 다시 나의 텃밭인 아우테리카로 향했다.

***

잠시 강환계에 신경 쓰는 사이에도 아우테리카의 시간은 착실히 흘러갔다.

각자의 위치에서 수련과 업무를 수행하며 기반을 다지는 아바타들.

그리고 그 중, 최근 유독 폭력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가 하나 있었다.

“으으으···.”

“끄흡— 하, 항복! 항복하겠소!”

“크하하핫—! 처음의 패기는 어디로 갔나? 고작 이걸로 증명이 되겠어? 자자, 다른 놈들도 사양하지 말고 한꺼번에 들어오라고! 카하핫!”

바닥에 쓰러져 끙끙 앓는 수십 명의 사람들과 그들 한가운데에 선 채 한 사내의 머리를 움켜쥐고 위풍당당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거한.

각자 무기를 움켜쥐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이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 저기에 술 취한 노숙자들처럼 뻗어있는 건 마을 최고의 전사들이고, 심지어 거한의 손에 머리를 잡힌 채 항복을 부르짖는 이는 그들 부족의 족장이자 인근 지역 최강의 대전사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으응? 뭐야, 더 없어? 사양하지 말고 들어와! 확실히 지금까지 지나온 곳 중엔 제일 재밌는 것 같으니. 이참에 로보트 부족이 칼코스 제일이라 자칭할 만한지도 한번 보자고!”

“르바트예요, 할리 님.”

“으음? 로보트가 더 강해 보이는데 말이지. 하여간 더 나설 놈들은 없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참관하고 있던 미스티가 조심스레 그의 발음을 정정했으나, 이미 흥이 차오르기 시작한 할리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만한 야만 전사의 몸에서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는 광기 어린 패기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저도 모르게 몇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으음, 할리 님? 이제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다른 분들도 이제 전부 인정하신 것 같은데.”

결국 미스티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앞으로 나섰다.

지금의 이 소란은 미스티를 대동한 할리의 방문에 부족의 족장과 전사들이 그가 왕의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고 나서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동남쪽의 열대우림을 끼고 있는 덕에 다른 곳보다 좋은 입지를 가진 르바트 부족은 대대로 세력이 강성하며 자존심도 높았는데, 난데없이 처음 보는 이를 섬겨야하는 상황이 되자 작정하고 일을 벌였던 것.

그런데 앞서 할리가 말했듯, 사실 이런 푸닥거리를 한 게 이곳이 처음이 아니긴 했다.

아마 이들도 다른 부족들처럼 적당히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해서 자신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만들 셈이었던 것 같은데···.

“···크흥! 흥이 식는군.”

털썩—

“크윽!”

할리의 커다란 손에 잡혀있던 족장이 바닥에 널브러지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삼켰다.

실컷 두들겨 맞으며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타고난 강골인 그는 그 와중에도 억지로 몸을 꿈틀거리면서도 애써 고개를 들어 할리를 올려다보았다.

2.3미터가 넘어가는 근육질의 거구와 벌거벗은 상체에 각인된 휘황찬란한 문신.

그리고 빛을 등지고 있어 그림자가 드리운 이목구비 한가운데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적광과 녹광.

그저 가만히 서 있음에도 천하를 오시하는 것 같은 패도적인 위압감을 줄줄 흘리는 저 사내가 바로···.

‘···새로운 투왕···. 과연 명불허전이로다.’

내심 탄성을 토한 족장이 고개를 작게 주억였다.

실컷 당하고 난 뒤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엔 거부감이나 분노는커녕 오직 짙은 경외와 존경만이 담겨있었다.

전사의 자존심상 무작정 숙이고 들어갈 수 없어 일단 들이박긴 했는데, 확실한 격의 차이를 체감하고 나니 이제 자신의 위치를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족장 하나만이 아니라 바닥을 기며 끙끙거리던 정예들도, 주변을 둘러싸고 그것을 바라보던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강함만이 최고의 가치인 남부 전사들.

그들의 눈에는 갑옷조차 입지 않은 맨몸으로 오러가 깃든 중병기를 튕겨내며,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으로 전사들을 어린아이처럼 제압하던 그 모습은 그야말로 지상에 강림한 투신 그 자체였다.

“···새로운 투왕께, 르바트의 족장 움페란테가 충성을 바칩니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충성을···!”

그리고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족장과 전사들이 할리의 앞에서 복종을 맹세하며 이곳에서의 일도 모두 마무리되었다.

“아가씨, 이걸로 남동부도 끝이지? 음, 그럼 한 절반쯤 돈 건가?”

“아이 참, 이제 그냥 미스티라고 불러주시라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와! 아무리 작은 마을은 무시하고 부족장들이 있는 곳만 들렀어도 그렇지, 이 짧은 시간에 벌써 절반이나 돌다니. 역시 할리 님은 대단하세요!”

“으하하—! 뭐, 주술의 도움도 톡톡히 한몫했지. 나랑 궁합이 썩 잘 맞는 것 같단 말이야!”

“구, 궁합이라니···. 아이~ 참! 할리 님도. 으히힛—.”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미스티의 머릿속에서 자식은 몇 명을 낳을지에 대한 망상이 폭주할 때, 그러건 말건 할리는 다음 일정을 생각하며 턱을 긁적였다.

‘그냥 투왕 즉위 관련 문제였다면 각지의 족장들을 중앙으로 소집하는 걸로 끝이었을 텐데.’

문제는 한창 발테온의 난이 휩쓸고 지나간 남부의 처지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상황 수습은 물론 아직 그 잔당들이 남아 난동을 부리는 곳도 적지 않았으니, 조금이라도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선 이렇게 그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읏차—! 뭐, 그럼 후딱 가 볼까? 자, 다시 업히라고 아가씨.”

“으힛, 역시 셋 정도가 좋···. 음? 네, 네? 네! 할리 님!”

그렇게 대주술사의 도움까지 받아 전속력으로 남부를 질주한 할리.

덕분에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일에 부족 연맹 전체를 순회할 수 있었으며, 이윽고 칼코스의 모든 부족이 인정한 진정한 ‘투왕’의 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간 분산되어 있던 남부의 권력이 그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

작업복을 입은 한 금발의 청년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있었다.

먼지를 털고, 빗자루로 쓸고, 물걸레질하는 그 절도 있는 모습은 한 치의 군더더기도 없이 프로의 기세가 물씬 풍겼다.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 청소에 심취해 있던 도중.

열심히 바닥을 닦던 그는 뭔가를 발견하고 멈칫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여기 얼룩이 생겼군. 주인님께서 아시면 경을 치실 텐데.’

판단과 동시에 조치는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작업복 앞치마에서 작은 병과 솔 등의 도구들을 꺼낸 그는 바닥의 얼룩에 병의 약품을 조심스레 떨어뜨리며 열심히 솔을 문질렀다.

사삭사삭사삭—

“후후후, 이 건방진 얼룩 녀석. 감히 이 몸의 영역을 침범하다니.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내겐 어림도 없다.”

잔혹한 미소를 머금은 그는 피도 눈물도 없이 무자비하게 얼룩을 몰아붙였고—.

마침내 그것은 작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흐흐흐···.”

마치— 과거의 그처럼.

“······.”

바닥에 엎드린 그의 몸이 한순간에 멍하니 굳었다.

평소였다면 바로 일어나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겠지만.

어쩐지 지금은 머릿속이 복잡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사이먼~? 아직도 청소하고 있는 건가요?”

갑자기 들려온 여성··· 주인님의 목소리에 사내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셀 수 없을 만큼의 교육을 거친 그의 몸은 생존본능에 따라 저도 모르게 이미 행동을 옮기고 있었다.

“허업! 예, 예!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지금 갑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느려 터져서 대체 어따 쓴담.”

후다닥 달려와 바닥에 넙죽 엎드린 사내.

그러나 그런 모습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그를 흘겨본 시아나가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러고는 바닥에 넙죽 엎드린 사내, 아제리온 제국의 전(前) 황태자 사이먼 카르테 아제리온의 등을 뾰족한 힐로 콱콱 짓밟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이먼, 요즘 체벌이 없어서 풀어진 건가요? 아니면 오히려 이걸 원했던 건가? 응?”

“으힉! 아, 아닙니다. 주인님! 저, 저는··· 으허헉!”

“흐응~ 역시 그랬군요. 체벌을 포상으로 받아들이다니. 이런 몹쓸 노예를 봤나? 푸훗.”

붉어진 얼굴과 가빠진 호흡.

사이먼은 반쯤 풀린 얼굴을 바닥에 파묻으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젠 제국의 황태자였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린 모습이었다.

쿠르르릉—

그렇게 두 사람이 나름대로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어느 순간.

“···이건?”

미미한 진동과 함께 갑자기 불사성이 살짝 흔들렸다.

평범한 이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미세했으나, 명색이 불사의 군대 간부인 그녀는 확실히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왕께서··· 기뻐하시고 있어?”

다만 그 이유만큼은 그녀도 미처 파악할 수 없었다.

채찍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있던 시아나가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으윽, 주··· 주인님···.”

“아.”

그때 그녀의 발밑에서 앓는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으니 상관없겠지.’

무슨 일이 있으면 왕께서 알려주실 터.

그 전엔 그녀가 고민해봤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 시아나는 그저 지금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녀의 입가에 가학적인 미소가 맺히고.

잠시 쉬던 채찍이 다시 허공을 갈랐다.

***

불사성 심처.

불사왕의 개인 연구 공방.

[크흐흐흐— 드디어.]

그 중앙에서 어둠에 휩싸여 있던 한스가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감정에 반응한 불사성이 호응해 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지금 그는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잡았다··· 이놈.]

비로소.

상당히 길었던 술래잡기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우우웅—

한스의 손에 들린 작은 금속 조각이 잘게 진동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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