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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

25-1. 카시아 외전

서른 중반의 사내가 초췌한 몰골로 누워있었다. 갓 중년에 들어선 나이지만 그는 죽음을 각오했다.

“아빠! 저 왔어요. 여기 약 가져왔으니까 빨리 드세요.”

“…”

밝은 미소를 띤 소녀가 가게를 박차고 들어왔다.

내 딸이다.

하나밖에 없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사랑하는 아내가 마지막까지 부탁한 내 딸이었다.

“아빠, 여기 물 있어요.”

그는 물을 쉽게 건네받지 못했다.

배변을 보러 가기도 힘겨워 방에 요강을 들여놨지만, 물컵을 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죄책감에 손이 무거웠다.

“얼른 마셔요. 그래야 빨리 낫지.”

딸이 약과 물컵을 손에 쥐여주며 재촉한다.

병에 걸려 자리에 누운 지 반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이 착한 딸은 병든 아비를 버리지 않았다.

이 약은 어떻게 구했을까. 죽어 자빠질 몸뚱이에 딸이 구해온 약을 계속 넘겨야 하는 걸까.

결국, 오늘도 딸의 재촉을 이기지 못하고 약을 억지로 삼켰다.

딸은 똥오줌이 가득한 요강을 비우고 물수건으로 내 몸을 정성껏 닦아줬다. 이젠 당혹스럽지도 않은 일상이다.

딸은 내 몸을 닦아주고 방 앞에 붙은 가게를 지켰다.

신발가게지만 손님은 오지 않았다. 병 걸린 구두공이 만든 신발을 살 사람은 없으니까.

딸이 가게에 작은 침상을 놓고 가게를 보는 척하며 쪽잠을 잔다는 건 알고 있었다.

딸은 밤마다 어디로 나갔다. 아직도 내가 깨지 않게 조심하는 듯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죄책감에 형편없이 쓰러진 몸뚱이를 타박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술집에 나가 일하는 걸까? 하지만 한밤중에 여는 술집이 있을까?

오르빌은 넓으니까 있을지도 모른다. 평생 친구도 없이 구두만 만들어온 내가 모르는 곳이 분명 있을 터였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내 생각이 났다. 아내는 뒷골목 건달들에게 돈을 뺏기지 않으려다 맞아 죽었다. 맞은 곳이 잘못됐는지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듣기로는 딸을 잘 부탁한다고 되뇌었단다.

모르는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내가 죽어야 한다.’

어머니를 잃은 딸을 챙기려 노력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나까지 병에 걸려 드러누워 버렸다.

딸은 내가 드러누운 이후로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아내가 떠나고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던 아이가 이제는 내 앞에서 눈물을 숨긴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내게 숨기고 있었다.

“아빠. 식사하시고 주무세요.”

또 저녁 시간이다. 하는 일이 없어도 형편없는 몸은 하루 두 끼를 반드시 요구했다. 한 끼의 가치도 없는데.

딸은 죽을 쒀서 내 앞에 놓았다. 정말 먹고 싶지 않지만 그러면 딸이 걱정할 거다.

그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죽을 먹었다.

“요즘 남쪽에 있는 콘라드 왕국에서 난리가 났나 봐요.”

딸은 내가 심심할까 봐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날마다 해줬다.

“에릭 드 예리엘? 맞나? 아무튼, 어떤 왕자가 배다른 동생들을 없애겠다고 병사들을 동원했데요.”

나는 조용히 끄덕였다.

“왕위 계승순위에서 밀리는 걸 어떻게 해보겠다고. 진짜 귀족들은 피도 눈물도 없나 봐요. 아무리 그래도 자기 동생들인데 세상에.”

딸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죽기 전에 딸에게 몇 마디 말이라도 남기고 싶다.

“결국, 죽였는지 어쨌는지 그 쫓겨난 동생들 소식은 없고, 기어이 후계자로 인정을 받았다나 뭐라나. 그렇게까지 왕위를…”

결국, 말을 꺼내지 못하고 식사가 끝났다. 말을 꺼내면 본의 아니게 딸을 탓하거나 캐묻거나 화내거나 울릴 것 같았다.

밤이 찾아왔다.

잠든 척하던 딸은 몰래 나갔다.

그는 몸을 어렵게 일으켜 작은 의자에 기어가듯 올랐다.

낮은 천장. 평생 신발을 만들고 잠을 자던 곳.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하고 예쁜 딸을 키운 곳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목이 매달릴 곳이다.

목매달 줄을 거느라 몇 번이나 의자에서 떨어졌지만 결국 달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잠시 침대에 누워 숨을 골랐다.

어제 새벽, 잠에서 깼었다.

사랑하는 딸이 그제야 들어오는 걸 들었다. 딸은 내가 누워있는 걸 확인하고 가게에서 몸을 씻었다.

좁은 문틈으로 딸아이가, 사랑하는 딸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닦는 걸 봤다.

천장에 매달린 매듭이 손짓했다.

‘내가 죽어야 한다.’

운신조차 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딸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나는 저렇게 구해온 약을 염치도 없이 집어삼켰다.

내가 딸에게 무슨 말을 남긴들 의미는 없다. 누워서 밥과 약을 받아먹고 대변을 내놓으며 남기는 충고는 가볍다.

딸이라고 그런 일을 하고 싶었을까!

내가 죽으면 딸은 그만두겠지.

자신의 삶을 찾아가겠지.

영특한 아이니까. 나 같은 것보다 똑똑한 아이니까.

이렇게 죽어버리는 건 비겁한 짓일까? 글이라도 쓸 줄 알았다면 편지라도 남겼을 텐데.

그는 조용히 목을 매달았다.

‘카시아… 미안하다. 행복해야 한다. 꼭… 잘 살아야 한다.’

25-2. 소꿉친구 – 사제 이벤트

‘카시아. 이 개 같은 년!’

레오는 속으로 분을 삭였다. 다른 시나리오가 시작됐음에도 분노는 쉽게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 레나가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있어서 화풀이는 뒤로 미루어야만 했다.

그래. 지금은 지금의 레나에게 집중하자.

“레슬리 수도사님이 해준 말인데 글쎄~”

세 번째 소꿉친구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처음엔 이 레나와 결혼했었다. 그때는 이렇게 반복될 줄 모르고, 그 한 번이 전부인 줄 알고 자신의 행복을 좇았다.

두 번째는 레나를 공주로 만들어주려고 수도 네비스로 향했다가 깡패들에게 납치당하면서 끝났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뚜렷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검술} 실력은 레나가 납치당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능력으로 얻은 것을 훈련으로 체득한 정도였고 그마저도 이 레오의 몸에 맞게 다시 훈련해야 했다.

당장은 깡패 두어 명 정도의 실력이다. 양손검이 있다면.

지난 약혼관계 시나리오에서 {합격술}이란 것을 얻긴 했지만, 이건 함께 싸울 사람이 없으면 무의미했다.

그리고 이번에 얻은 보상은 {방중술}…

카시아에 대한 분노가 다시 끓어올랐다. 이딴 것을 유용하게 쓰는 일은 없을 거다.

‘답답하네…’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뒷골목의 규칙}은 전반적인 지식일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시해 주지 않았다.

지난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알아낸 것이라곤 오른 왕국의 두 왕자가 쓰레기라는 것뿐이었다.

이 좁아터진 마을의 레나를 공주로 만들기 위해선 뭘 해야 하나?

‘다시 레나를 데리고 떠나볼까?’

여행 경비는 충분했다.

{초기 자금}은 어김없이 주머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버지께 사냥 실력을 보이고 레나와 함께 떠나겠다고 하면 상당한 돈을 받을 수 있어서 그걸로 다시 한번 여행하면서 정보를 모을 수 있었다.

지난번처럼…

레나는 늘 그렇듯 레오의 곁에서 발랄하게 떠들었다.

“아즈라 성인께서는 평범한 농부셨대. 그런데 어느 날 평생을 부치던 땅을 버리고 아카이아 제국의 수도로 가셔서…”

벌써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였다.

외진 마을에서 주워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레나가 하는 이야기 대부분은 교회에서 들은 것을 자신의 생각과 함께 버무린 것들이었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수도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동경이 담겨있었다.

문득 레나에게 미안해졌다. 나는 레나가 그토록 동경하는 수도교회로 갈 수 있는 이벤트를 두 번이나 막았다.

한 번은 레나와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또 한 번은 그녀를 공주로 만들어 탈출하기 위해서.

‘레나를 수도교회로 보낼까?’

그럼 레나는 사제가 될 거다.

레나의 꿈이 이뤄지겠지.

하지만 그랬다간 나는 탈출하지 못하고 똑같은 고민을 반복해야 할 것이었다.

이걸 무한정 반복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레나를 사제로 만들어주는 수천 번의 인생? 아무리 행복해도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레나도 끔찍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그녀를 공주로 만들긴 만들어야 한다.

‘이번엔 그냥 사제가 되라고 보내고 나 혼자 여행하면서 정보를 모으자.’

레오는 현실적인 타협을 했다. 어차피 레나를 공주로 만들 방법을 알지 못할뿐더러,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한 임무로 보였다.

기왕 정보를 모아야 한다면 레나 없이 홀로 돌아다니는 편이 나아 보였다.

그러면 레나는 행복할 테고, 나는 나중을 기약할 수 있겠지.

게다가 수도교회는 신성왕국의 수도 루테티아에 있으니, 어쩌면 레나가 교회에서 공부하다 왕자를 만나는 이벤트가 있을지도 몰랐다.

사제가 되고 싶은 그녀가 왕자를 선택할지는 의문이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레오는 마음을 굳히고 속으로 되뇌었다.

‘레나를 보내고 나는 여행한다. 레나를 보내고 나는 여행한다. 레나를 보내고 나는…’

민서의 정신이 조금이나마 뚜렷할 때, 이번 시나리오의 큰 틀을 새겼다.

뭘 혼자 중얼거리느냐고 레나한테 혼났다.

* * *

주말이 왔다.

“레오~”

“어! 잠깐만. 밥 거의 다 먹었어!”

레나는 처음으로 교회에 가지 않았다.

지난 새벽, 잡초를 뽑으며 사제에 대한 꿈을 조금 내려놓은 그녀는 자연스럽게 레오의 집을 찾았다.

‘오늘은 산버섯을 캐러 가야지. 레오한테 할 이야기도 있고…’

레나는 문 앞을 서성거리며 레오를 떠올렸다.

요즘 레오의 눈빛이 변했다. 구체적으로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어쩐지 날 아련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내가 포기한 걸 눈치챘나?’

레오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친구니까.

만약 이미 직감하고 있다면 사제공부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오는 뭐라고 할까?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줄까? 아니면 좋아할까.

어릴 적 사제가 되겠다고 고백한 이후로 레오와 거리가 생겼다. 그쯤부터 항상 붙잡던 손을 놓았던 것 같다. 아마 사제는 결혼하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그때의 나는 꿈에 빠져 레오의 마음을 보지 못했다.

어린 레오는 많이 상심했겠지…

“레나!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밖으로 나온 레오는 씨익 웃고 있었다.

뭔가 자기만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이다.

“흐음~? 너 표정이 수상한데? 장난치려고 그러는 거지?”

뜨끔했는지 레오의 왼쪽 귀가 씰룩거렸다. 레나만 알고 있는, 그가 당황했을 때의 습관이었다.

“너 이상한 짓 하면 가만히 안 둘 줄 알아.”

레나는 으름장을 놨다.

이렇게 해두면 착한 레오는 장난을 치지 않았다.

오늘은 심각한 날이란 말이야. 레오는 멍청이!

“아니야. 그냥 반가워서 그런 건데…”

“그래? 암튼 너 오늘 나한테 장난치면 죽어!”

주먹을 흔들면서 위협했다. 레오의 찔끔 기죽은 모습이 귀엽다.

“알았어… 그런데 무슨 일이야?”

“오늘 너 뭐해?”

“오늘은 한가하네. 어디 같이 갈까?”

“응! 우리 산버섯 따러 가자.”

“그래. 잠깐만 기다려.”

레오는 들어가더니 금방 나왔다.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빠르다.

“준비가 엄청 빠르네?”

레오의 왼쪽 귀가 또 씰룩이자 레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뭐 숨기는 거 있지?”

“뭐, 뭘? 없는데?”

“아닌데. 분명히 뭘 숨겼는데? 너 자루 줘봐.”

레오는 그녀의 의심을 푸느라 한참을 고생해야 했다.

‘아씨…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걸. 얘는 눈치가 너무 빨라.’

시나리오별로 만나는 레나들은 성향이 완전히 달랐다.

소꿉친구인 레나는 똑똑하고 재치가 좋았고, 약혼관계의 레나는 그렇게 똑똑하지는 않지만 강인한 전사이고 고집이 셌다.

거지남매의 레나는 어리고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라 뭐라 평가하기 힘들지만, 뛰어난 재능이 있고 다른 레나들보다 다소 게으른 편이었다.

다른 레나들이 워낙 부지런해서 더 비교되는 것이었지만, 동생 레나는 확연히 잠을 오래 잤다.

어려서 그런 건지 예뻐서 잠이 많은 건지…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소꿉친구인 레나는, 레오는 물론 이십 대 후반인 민서보다 똑똑한 것 같았다. 교육과 정보가 부족할 뿐이지 추리력이 좋다.

지난번에 네비스에 갈 때도 그랬다. 그녀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도 네비스에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을 것을 어렴풋이 예감했었다.

이윽고 레나와 레오는 산기슭에 도착했고, 그 이후의 진행은 전과 거의 같았다. 레나가 산버섯을 따며 하는 이야기가 조금 변한 정도다.

둘은 산버섯을 따다가 자리를 잡았다.

“아~ 해봐”

“아~~~”

“우물우물…”

“우물우물…”

이제 레나가 사제공부를 포기하겠다고 할 거다.

레오는 기다렸다.

“나 사제공부 그만둘까 봐. 수도교회까지 갈 수도 없고, 거기 교육비도 있어야 하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준다지만 생활비도 조금은 필요하겠지.”

레나가 다리를 쭉 펴며 자리를 고쳐 앉았다. 기지개하는 척도 한다.

귀엽다. 속을 털어놓는 게 부끄러워서 하는 행동이었다. 레나를 싫어할 수가 없다.

그와 동시에 레오의 몸도 경직됐다.

“엄마 아빠 둘만 두고 떠나버리기도 싫고… 이렇게 같이 숲에 다니면서 살고 싶기도 하고… 너는 내가 사제 되러 갔으면 좋겠어? 안 갔으면 좋겠어?”

뻔히 미래를 알고 있는데도 목이 달아올랐다.

레오는 레나를 좋아했다.

그녀의 고백에 설레는 걸 참을 수가 없다.

할 말을 미리 준비해두길 잘했다.

“안… 크음, 안 가고 나랑 같이 있는 것도 조, 좋지만, 네가 포기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레오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지난번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애꿎은 산버섯만 박박 긁었다.

“그래에~? 왜에~?”

레나가 짓궂게 묻자 턱이 뻣뻣해지고 양팔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를 까먹어버렸다.

“왜… 는 뭐가 왜야. 뭘 그런 걸 자꾸 물어.”

달콤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정신 차리자. 난 레나와 헤어져야만 할 사이다.

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던 손에 레나의 손이 닿자, 붙잡으려 했던 이성은 자취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는 붙잡힌 손을 빼지 못했다.

* * *

더위가 꺾일수록 레오는 착잡해졌다. 이 여름이 끝날 즈음이면 수도교회를 향하는 사제가 도착한다.

그동안 레오는 사냥을 가지 않고 가능한 한 레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레나는 가끔씩 그의 손을 덥석 잡곤 했다. 그때마다 레오의 심장은 덜컹거렸고, 오랜 친구 관계는 연인으로의 발전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나와 함께 들에서 먹거리를 채집해 돌아오니 마을 입구에서는 사제님과 레슬리 수도사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여성 사제와 한 노인도 함께였다.

레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올 것이 왔다.

“레나! 이제 왔구나!”

“됐다! 됐어! 이건 신께서 널 굽어살피신 게 분명해!”

레슬리 수도사님이 밝게 외치며 레나에게 달려왔다.

레오는 눈을 감아버렸다.

‘나는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레나를 보내고 나는 여행을…’

여성 사제가 레나를 향해 자애롭게 웃으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거 꿈 아니지? 레…”

레나가 벙찐 표정을 지으며 레오를 돌아보자 일순 침묵이 흘렀다.

이전의 레나는 꿈을 포기하고 레오를 위해 이 이벤트를 거절했었다.

이대로 말없이 있으면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레오는 아쉬움과 한탄을 삼키고, 레나를 보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뱉어진 말은 당초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어차피 신성왕국에서도 정보를 모을 것 아닌가? 따라간다면 그보다 좋을 수가 없다. 레나와 함께 루테티아까지 편하게 도착할 수 있고 거기서 같이 공부하면 된다.

수도교회는 사제만 기르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교회의 검이자 방패가 되어줄 성전사도 함께 육성했고, 레오에겐 {검술} 실력이 있었다.

신?

레나와 함께할 수 있다면 믿어주겠다. 누구보다 깊게 믿으며 레나와 만나게 해준 은혜를 찬양하겠다.

“제 신학 공부가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무기술도 제법 배웠어요. 성전사가 되고 싶습니다. 모아둔 돈도 있고요. 어떻게 안 될까요?”

레오는 간절히 부탁했다.

“레오…”

레오네 집안은 사냥을 신성하게 여겨서 레오도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사냥꾼이 되고 싶어 했다.

레나는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레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져서 그의 손을 붙들고 만지작거렸다.

레나를 데려가려던 중년의 여성 사제, 오필리아 사제는 눈앞의 두 청춘을 바라보았다.

어떤 관계인지 알 것 같았다.

‘옛날 생각나네…’

사제가 되기 위해 떠나던 날, 오필리아도 미묘한 감정을 나누던 친구와 헤어졌었다.

수년간 사제공부를 하면서 많이 보고 싶었고, 그럴수록 그 마음을 신께 바쳤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애틋한 추억으로 남았다.

오필리아는 관대해졌다.

마차에 한 명을 더 태우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저런 간절함이면 훌륭한 성전사로 성장할 수 있겠지.

“괜찮을…”

“안 됩니다.”

곁에 있던 노인이 무뚝뚝하게 뱉었다.

모두의 눈이 그에게 쏠렸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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