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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0

81장 점화(2)

프론디어는 제국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인 자리에 섰다.

그중에는 아는 얼굴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모르는 인물들이었다.

저만한 강자들이 자신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폐부가 저릿저릿했다.

철컥.

그러나 프론디어는 망설이지 않는다. 그는 아대를 조작해 흑천을 뿌렸다.

이제 와서 이들 하나하나를 설득할 시간은 없다. 애초에 그럴 마음이 없다.

그저 보여줄 뿐.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그 자신임을.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시는 건 입체 지도입니다.”

프론디어는 페노메논 본부에서 펼친 적이 있는 입체 지도를 다시 꺼냈다.

물론 그때와는 전혀 다른 지도다. 프론디어가 꺼낸 건 제국 전역의 지도였다.

“이 지도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황후 전하께서 보증하실 겁니다.”

“보증하죠.”

필리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즉답했다.

그에 프론디어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지도를 조금 더 키웠다.

“호오, 이것이…….”

“페노메논의 프로에게 들은 적이 있어. 실제로 보니 놀랍군.”

종이를 합칠 필요도, 축척을 맞출 필요도 없이 크기와 각도를 즉각적으로 변용할 수 있는 입체 지도.

지금은 프론디어가 흑천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 유일하지만, 듣기로는 마공품 회사 히치콕도 이 아이디어에 착안해 제작 중이라고 들었다.

입체 설계도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이 또한 오래 걸리지 않겠지.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만곶은 제국 바깥에서 살아갑니다. 그 정확한 위치는 지금껏 아무도 몰랐죠. 다만 추측하기로는 매우 살기 어려운 척박한 지형일 거라는 것이 주된 견해였습니다. 벽의 보호 없이 살아가기 위해선 바깥 마물조차 꺼려하는 환경이어야 하는 게 선결이니까요.”

그래서 원래 만곶의 위치로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는 현재 렌조가 위치한 ‘붉은 땅’도 후보 중 하나였다.

듣고 있던 명문 가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묘하게 과거형이로군.”

“예. 이제는 어디에 위치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만곶의 위치를 아는 것이 가장 난제라고 여겼는데, 그것이 이미 해결되었다?

“오스프리트 님께서 목격하셨습니다.”

프론디어가 맞이하듯 손을 뻗고, 그에 따라 오스프리트가 나왔다.

“모두들 반갑네.”

오스프리트는 모두를 한 번 둘러본 뒤 말했다.

“나를 잠깐 잊었던 기분이 어떠하던가?”

오스프리트의 농담은 참으로 웃기 어려웠다. 모두가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곧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계 밖으로 나갔을 때!”

그 추측에 오스프리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를 향하는 살기를 보았지. 세계 밖에서 관조하던 나는 만곶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아냈네. 아주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방향과 지역 정도는 특정할 수 있지.”

오오오, 사람들의 환성이 울린다. 그 정도만 되어도 이만한 인원이 수색한다면 금방 찾아낼 것이다.

프론디어는 웅성거리는 이들을 잠시 지켜보았다.

사실 프론디어는 알고 있다. 만곶이 어디에 있는지. 선결 지식 중에 하나다.

그리고 그걸 안다고 해서 일이 나아지는 게 아님 또한 잘 알고 있다.

프론디어가 말했다.

“여러분, 만곶이 이번에 일을 벌이는 것은 오스프리트에게 자신들의 거처를 들켰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 말고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스프리트의 목격이 신호탄이 된 것은 확실하다.

“바꿔 말해, 그들은 자신들의 본거지의 위치가 들켰음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쟁을 하려는 것이죠.”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 또한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군.”

“게다가 만곶에 도달하려면 우선 바깥의 마물을 넘어서야 해. 거기서부터 난관이지.”

그들의 말에 프론디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우리는 저들보다 먼저 공격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첫 번째 전투는 말이죠.”

“……?”

이번엔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뜻이여, 시방?”

리드위의 입이 열렸다.

“위치도 알았고, 네가 그렇게 불철주야 뛰어다니믄서 사람 모아서 준비도 다 했잖은감? 놈들이 지금 당장 제국의 벽을 때리고 있는 것도 아닌디 먼저 공격하지 못할 것은 뭐시여.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설명하겠습니다.”

프론디어는 손을 휘저었다.

만곶의 위치와 제국의 위치로 흑천이 모여들어 강조되고, 지형이 선명하게 드러나 이동경로가 뚜렷하게 보인다.

“먼저 여러분들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프론디어가 말함과 동시에, 만곶과 제국의 위로 흑천이 쌓아올려진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긴 하나, 만곶과 제국이 전면전을 펼쳤을 때 양측의 힘은 이 정도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만곶과 제국 양 쪽의 흑천의 높이.

악마와 신을 필두로 하며, 험악한 환경에서 자라 암살자와 전투 요원을 길러낸 만곶.

그 전력을 모두가 예측하지 못하는 가운데에 프론디어가 추측한 만곶의 힘은…….

“……음?”

“엉?”

명백하게 제국보다 아래였다.

적어도 흑천이 쌓아놓은 탑이 제국보다 만곶의 높이가 더 낮은 건 사실이다.

황궁 안의 모두는 그 양 쪽의 높이를 보며 잠깐 입을 다물었다. 뭐라 반응하기가 어려웠다. 엄청 심각한 얘기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제국이 더 강하다니.

“여러분들의 생각 그대로입니다. 만곶은 제국보다 약합니다.”

“……아니, 뭐, 그야 그럴 것이긴 한디…….”

어딘가 맥빠진 목소리의 리드위.

그 모습을 보며 프론디어가 말했다.

“힘의 차이가 이 정도로 존재한다면 정면에서 붙을 경우, 힘이 우세한 쪽의 승리가 확정될뿐더러 피해도 경미할 것입니다. 만곶이 바라는 업화 같은 건 번져나가지도 못하고 짓밟히겠죠.”

흔히들 말하는 란체스터 법칙. 물론 여기 사람들이 란체스터라는 이름을 알 리는 없기에 프론디어는 풀어 설명했다.

“그러나 만곶은 그럼에도 공격할 생각입니다. 그들이 제국에 불을 지를 것을 확신하고 있죠. 그들에게 가능한 수는 무엇일까요?”

프론디어의 말에 모두가 잠깐 동안 지도를 보았다.

슈라우드 기사단의 단장, 샌더스의 눈가가 꿈틀했다.

“……난전?”

“첫 번째 정답입니다.”

프론디어가 말했다.

“난전이라니, 어떻게?”

“만곶에는 ‘그림자 전이’라고 하는 독특한 이동 방식이 있습니다. 자기가 지정한 상대 근처로 도달하는 기술이죠. 지나치게 먼 거리는 무리지만, 그들은 한 순간에 누군가의 옆에 붙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프론디어는 좌중을 훑었다.

“여기 계신 분들 중 누군가, 만곶의 그림자에 연결되었을 수 있습니다.”

“뭐, 뭐라고?”

“그게 누구냐!”

회의장 사람들이 무심코 자신의 뒤를 보거나, 그림자를 확인하거나 하지만, 이변을 발견한 이는 없었다.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실제로 프론디어조차 셀레나의 전이를 미리 읽어낼 수 없다. ‘육감’을 동원했음에도 말이다.

셀레나가 스스로 그림자를 끊어낸 것도 그 때문이겠지. 그녀가 프론디어의 그림자에 계속 연결되어 있으면 다른 만곶의 누군가가 프론디어를 노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그들은 자신이 전이할 대상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모릅니다. 제가 만곶이라면 그런 위험한 상황으로 굳이 뛰어들지는 않겠죠. 자칫하다간 그림자를 이은 전원의 목숨이 날아갈 테니.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프론디어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단 한 명.”

그는 미소 짓고 있으나 웃고 있지 않았다.

“만곶의 일원 중 단 한 명이라도 제국의 방벽을 넘을 수 있다면, 그 한 사람은 순식간에 백 이상으로 불어날 것입니다.”

“……거기서부터 난전이 시작되는가.”

“그렇습니다.”

제국의 방벽은 마물을 막아내기 위해서 지어진 것이지, 인간을 상정하고 만든 게 아니다.

단순한 물량 공세에는 강하지만, 인간이 사용하는 마법과 기술, 혹은 은신을 이용한 잠입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 걸 대비한 게 아니니까.

“프론디어.”

그때 들려온 목소리는 황제의 것이었다.

“두 번째를 말해라. 인내하기가 힘들다.”

“…….”

프론디어는 좀 전에 샌더스의 대답을 ‘첫 번째 정답’이라고 말했다. 즉 두 번째가 있다는 뜻.

그 사이, 프론디어는 잠깐 황제의 얼굴을 살폈다.

‘……돌아오셨군.’

혈색이 좋고, 나른한 기운이 없다.

바르텔로는 너무나도 완전한 황제의 모습으로 옥좌에 앉아 있다.

그것에 깊이 안심하고 프론디어는 말했다.

“두 번째 대답 또한 단순합니다. 약자가 강자와 싸울 때 흔히 하는 수법, 난전만큼이라 흔한 방법이죠.”

“난전만큼이나 흔한 방법?”

“연합입니다.”

프론디어의 대답에 회의장 내의 의문부호가 더욱 크게 떠올랐다.

다만 그 수많은 사람들 중,

“……아.”

필리가 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져 프론디어를 보았다. 잠깐 마주한 프론디어의 눈빛은 필리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말해주었다.

그와 동시에 침잠해진 얼굴로 눈을 감은 오스프리트. 프론디어의 뜻을 정확히 알아챈 인물은 이 둘이었다.

“그게 뭔 소리여? 만곶에게 연합이 어디 있다고?”

대부분의 의문 그대로를 리드위가 입에 담았다.

프론디어가 리드위를 보았다.

“우르파 가주께서는 이미 연합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다.”

“뭐시여?”

“지난 여름에 같이 싸웠잖아요.”

프론디어의 그 말을 듣고서.

들은 뒤에도 잠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미간을 모으던 리드위가.

“……니 시방, 설마, 지금.”

참혹이란 표정이 어울릴 정도의 얼굴이 되어, 말을 더듬었다.

그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듯, 프론디어가 다시 손을 휘젓자 지도가 움직였다.

제국과 만곶을 보여주던 지도는 조금 더 먼 곳을 보게끔 바뀌어, 제국의 방벽 너머의 사방 전체의 대륙을 보여주었다.

“만곶은 벽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서 살아갑니다. 아무리 바깥의 마물이 없는 곳에 숨어산다고 해도, 자급자족을 위해서는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향해야죠. 즉, 바깥의 마물이 있는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바깥의 마물이 가지 않은 곳이라면, 당연히 인간도 살기 어렵다.

그런 곳에서 살아가려면 결국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이동해, 먹을 것이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바깥의 마물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습성도, 인간에 대한 공격성도, 벽 안의 마물과의 차이와, 정말로 다가가서는 안될 심연의 마물까지도.”

프론디어의 흑천이 대륙 방벽 너머로 흩뿌려져 간다. 그와 함께 만곶과 제국 위에 쌓아올려진 것처럼 사방에도 쌓아올린다.

“그들은 바깥의 마물이 언제 제국을 습격할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죠.”

그렇다.

프론디어가 만곶을 그토록 위험시하고, 제국의 전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어필한 이유.

그건 악마나 신 같은 측정한 적도 없는 힘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니다.

진실은 단순하다.

“제국의 사방에서 바깥의 마물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순차적으로, 주기적으로 방벽을 때리던 그들이 모든 방향에서 일제히,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방벽을 부수러 저들의 몸을 부딪힐 것입니다.”

프론디어가 말에 그 누구 하나 대꾸하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떠들썩하던 회의실이 이 순간 그토록 조용했다.

“우리는 저들보다 먼저 공격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사형선고를 받은 죄인처럼, 프론디어의 말을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그들이 우리보다 더 많기 때문입니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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