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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0

258. 약혼관계 – 속도

왕자를 호위하는 업무는 확실히 편하다. 준기사가 된 레나와 레오는 왕자를 호위하며 충분한 여가를 보장받았다.

왕자를 호위하는 사람이 그들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는데, 레나와 레오 외에도 4명의 기사가 더 있어서 하루에 4시간이면 그날의 일과를 다 한 것이었다.

물론 레오는 8시간 근무를 섰다.

레나 없이 혼자 있어 봐야 무료하기만 했으므로 레나가 근무를 설 때 번번이 따라붙었고, 어느 날 왕자가 물었다.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인가?”

“장래를 약속한 사이입니다.”

행여라도 딴마음을 품지 말라는 엄포였다. 어투가 노골적이었는지 레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쿡! 레오의 옆구리를 찔렀다.

“하하, 그런가. 보기 좋군.”

아놀프 드 클라우스 왕자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사실 그는 레나보다 레오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 업적 : 아놀프 드 클라우스를 만남 – 클라우스 왕가를 섬기는 모든 귀족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아놀프 드 클라우스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

호감 업적과 {기품}, {왕의 피} 같은 능력 때문일 것이었다. 왕자는 그 유명한 귀족도살자, 노엘 덱스터의 아들에게 종종 의견을 물어보았고, 레오는 막힘없이 답했다. 당연히 레나가 자기 근무를 마치고 돌아간, 레오의 근무시간에서였다.

“진군을 서둘러야 합니다. 자잘한 마을을 다 점령하면서 나아가 봐야 보급로가 조금 안정된다는 것 외엔 득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흠. 총사령관의 의견과는 다르군. 그럼 서둘러야 할 이유는 뭔가?”

“이대로는 가을 무렵이 되어서야 ‘랑즈라’에 도착할 겁니다. 인구가 천이 안 되는 소도시로 성벽이 낮지만, 마법사 때문에 점령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지나치자니 도시 뒤에 강이 있습니다. 적을 뒤에 두고 도하 할 수 없는 노릇이니 저 도시에 하루빨리 도착해 공성을 준비하는 게 상책(上策)입니다.”

지도를 살펴보던 왕자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저 랑즈라라는 도시를 빨리 점령하지 못하면 올해 이 강을 건너지 못한다는 것이지?”

“네. 얼어붙는다 한들 군대가 걸어 넘어갈 만한 강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아스가르드 지방을 수복하려면 진군 속도를 크게 올려야 합니다. 랑즈라를 병참으로 삼고, 강 너머로 넘어가두지 못하면 우리는 머지않아 벨리타 왕국의 물량 공세에 밀리게 될 것입니다.”

아놀프 왕자는 이 역시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벨리타 왕국은 강대국이다. 대륙 중앙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왕국답게 부유하고 인구가 많았다.

추운 북부의, 가난한 아스틴 왕국으로선 맞서기 어려운 상대였는데, 여태껏 아스틴 왕국군이 선방할 수 있던 까닭은 전투 훈련이 필요치 않은 야만인 전사가 병력의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아스틴 왕국은 신병 교육을 생략하고 빠르게 병사를 충원할 수 있었다.

한데 이 장점은 달이 거듭될수록 따라잡혔다.

벨리타 왕국의 신병 교육이 끝나면 대군이 뭉텅이로 충원될 것이고, 그때는 밀려날 일만 남았다. 실제로 반복된 회차마다 그런 일이 벌어져 아스틴 왕국은 아스가르드 지방을 수복하기는커녕, 번번이 패퇴했다.

레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늦어도 내년 봄까지 ‘토리돔’을 점령해야 합니다. 그 천혜의 요새를 점령하면 벨리타 왕국군이 제아무리 대군을 이끌고 온다 하더라도 쉽게 탈환하지 못합니다. 지켜낸다면, 그곳이 국경이 될 것이고요. 그리되면 주변의 토들러… 아니, 아스가르드 평원이 우리의 땅이 되겠지요.”

레오가 저도 모르게 나온 말실수를 고쳤다.

벨리타 왕국에서는 이 아스가르드 평원을 ‘토들러 지방’이라고 불렀다. 거지남매 회차 때의 기억으로 인해 잠깐 혼동했다.

아스가르드 평원과 토들러 지방.

서로 이름을 달리 부르는 이 지역은 두 왕국 모두에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땅이었다.

‘아스가르드’ 평원. 북부가 아스틴&아스터 왕국으로 분리되기 전, ‘아스란’ 왕국의 이름이 이 평원에서 비롯됐다.

아카이아 제국으로부터 아스란 왕국을 독립시킨 마우닌 왕과 레티이 여왕의 고향이기도 해서 이 땅을 되찾는 건 북부 왕국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반면 ‘토들러’ 지방.

아카이아 왕국의 건국왕, 토들러 아키우넨이 동생 레이시아와 함께 역사에 족적을 남긴 땅이다. 그들이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나, 이곳에서 최초로 인간 세력을 규합하여 이종족들을 물리쳤다는 게 정설로 통용되고 있었다.

그러니 아카이아 제국의 정통성을 물려받았다 자신하는 벨리타 왕국에게 토들러 지방은 너무나도 중요한 땅이었고, 그곳에 우뚝 솟아 있는 ‘아스트로’라는 산에 요새를 지어 두었다. 그게 바로 토들러 아키우넨을 기리는 요새, ‘토리돔’이다.

물론, 그 요새를 벨리타 왕국이 난데없이 지은 건 아니고 아카이아 제국이 먼저 작은 산성을 지어 놨었다. 그 산성이 지어진 까닭은 제1 성인, 아즈라와 관련이 깊었는데…

“자네 말에 일리가 있군. 총사령관에게 전하겠네.”

왕자가 말했다. 그는 뒤이어 쯧, 다소 씁쓸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이기기라도 해야겠지…”

레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왕자가 이끌고 온 원군으로 전선을 크게 밀어내기 시작한 아스틴 왕국군은 자잘한 마을들을 내버려 두고 빠르게 남하했다. 최소한의 보급로만 확보하며 거세게 진격해 랑즈라라는 도시를 포위했을 때는 무더운 여름이었다.

벨리타 왕국의 마법사가 도시를 지키고 있을 게 분명하였으므로 ‘레그드 마탑’ 출신의 마법사들이 도시 주위에 결계를 치기 시작했다.

마나 로드를 무력화해 공성 중에 누구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레그드 마탑은 아스틴 왕국에 속한 마탑으로 붉은색이 저들의 상징이었다.

붉은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도시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동안 레오는 슬슬 경계심을 끌어 올렸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나타났던 곳이 여기다. 그때는 가을로 진군이 빨라진 덕에 시기는 조금 이르지만, 포르테 백작은 우리가 저 도시를 포위했을 무렵에 후방을 급습하려 찾아왔었다.

레오는 레나에게

“레나, 난 네가 일할 때 같이 있어 주는데, 너도 나 일할 때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 청했다. 레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승낙했다.

“헤헤, 미안해. 옌센 기사단장님께서 대련도 곧잘 해 주시고… 그래서 좀 바빴네. 기분 상했어?”

“응. 많이.”

“미안해. 화 풀어어~ 앞으로 안 그럴게.”

레나가 입을 사발만큼 내놓은 레오의 뺨을 감싸며 졸랐다. 레오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이거 놔.” 고개를 돌렸고, 정말 화난 건가? 불안해하는 레나에게 중얼거렸다.

“…해주면 용서하겠지만…”

“응? 뭘 해달라고?”

“뽀뽀해주면 용서하겠지만, 그 전엔 어림도 없어!”

“어이구, 그럼… 이제 됐지?”

– 쪽.

“흠. 좀 풀리는 기분이 들긴 하네. 하지만 더 해주라.”

“됐어. 애도 아니…”

레오가 그녀를 끌어당겼다. 아니, 끌어당겨 입술을 탐하려 했는데 턱! 레나의 팔이 레오의 손을 쳐냈다.

“해볼 수 있으면 해보시던가.”

제법 빈틈없는 자세를 취한 레나. 레오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올려 친 팔을 밖에서 안으로, 팔꿈치로 눌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겨드랑이에 손을 밀어 넣었다.

팔과 팔이 교차하게 만들어 상대를 제압하는 체술이다. 레나의 날갯죽지를 눌러 꼼짝도 못 하게 만들 요량이었는데, 빙글! 레나의 머리칼이 코를 스쳤다.

“어엇?!”

레나가 폴짝, 공중제비를 앞으로 돌았다. 착지한 레나가 몸을 비틀었고, 레오는 겨드랑이로 붙잡힌 팔이 부러지지 않으려거든 딸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 쿵!

그 결과가 이 모양이다. 일종의 메어치기, 레오가 스스로 뛰었으니 레나가 메친 것은 아니지만 모양이 그렇게 됐다.

단단한 모랫바닥.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레나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입을 꾸욱 귀엽게 다물며 ‘어디 계속해보든가.’ 도발했다.

하하! 내가 널 좀 만만히 봤기로서니… 이 몸이 소드마스터이시다!

레오가 몸을 튕기며 달려들었다. 투닥투닥, 팔과 팔이 얽히고 때로는 안짱다리를 걸어 상대를 넘어뜨렸다. 체술로는 레나도 만만치 않아서 다소간의 시간이 걸렸으나, 결국 힘이 강한 레오가 레나를 깔아뭉갰다.

“에이, 안 되네. 항복할… 읍!!”

레오와 레나가 키스를 나눴다.

아주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만치 달랐다.

그땐… 내가 레나를 따라 전장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약했었다. 지금은 나보다 강한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모르겠다.

격세지감에 젖어 레나를 바라보는 그때, 레나가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나, 너한테 지는 게 참 싫었다. 옛날엔 너 여리여리한 샌님이었잖아.”

“언제적 얘길 하는 거야?”

“내가 너 처음 봤을 때. 그런데 검술 실력은 엄청나더라. 무기술이라면 나도 쫌 자신 있었는데 말이야.”

“내가 그랬나?”

“응. 또래한테 져보긴 처음이었어. 그래서 손도끼를 버리고 아빠한테 졸랐지. 옆집 기사님한테 검술을 가르쳐달라 부탁해달라고. 언젠간 널 꼭 이기고 싶었거든.”

…미안하지만 평생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레오는 원치 않은 죄책감을 느꼈다.

“그런데 넌 항상 나보다 앞서가더라. 이길 것 같으면 또 앞서 있고… 솔직히 지금도 그래.”

“…”

“하지만 이젠 신경 안 쓰기로 했어.”

“…뭐?”

역시 완벽하게 숨기지는 못했나 보다, 이제 레나가 푸념을 늘어놓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레나가 나를 또렷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었다.

“내 검술이 완성된 것 같아. 아니, 완성이란 말은 좀 과하네. 만들어진 것 같다고 하자. 그런데 만들고 보니까 남이랑 비교하는 게 별 의미가 없더라구. 내가 내 검을 얼마나 똑바로 긋느냐의 문제일 뿐이었어.”

“…”

“그냥 그렇다고. 어제쯤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여전히 널 이기고 싶긴 하지만… 이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네. 하하. 그런데 우리 전공은 언제 세워? 왕자님 호위만 하고 있으면 기사가 되는 거야?”

“아니. 하지만 기다려 봐. 우리가 활약할 기회가 올 테니까.”

레오가 호언장담하며 레나의 손을 붙들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해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경지에 오른 그녀가 자랑스럽다.

갓 자신의 검술을 창안한 기사의 마음가짐이 저랬다.

– 나만 잘하면 된다. 내 방식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게 우선이다.

독자적인 검술에 빠져 하염없이 파고들었고, 평범한 검사와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는 시기였다.

물론, 저 단계를 깨고 더 나아가려면 상대를 다시 신경 쓰기 시작해야 한다. 대련이든 비무든, 생사결이든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

예까지 생각한 레오는 크게 웃고 말았다.

미련을 떨쳐냈음에도 여전히 나를 쫓아오려는 레나. 그녀가 자신의 검술에 대한 집착이 심한 저 3번째 단계(업적 시스템에 의하면)를 쉽게 떨쳐내고, 4번째, 남과 어우러지는 검술의 세계로 금방 돌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도 어디서든 대우받을 실력이지만, 그쯤 되면 소드마스터에게도 크게 꿀리지 않는다. 아버지와 옌센 바일레이, 로이드 아그낙, 하젠 경과 같은 기사단장급의 경지고, 소드마스터를 제외하면 아마도 가장 강한 기사일 바르트 경과도 한판 붙어볼 만한 실력이었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레나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이토록 완벽하게 갖춰졌으니.

이에 부응하듯 헤르만 포르테 백작은 아스틴 왕국군이 랑즈라를 점령할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레오는 정말 가을에나 등장할 모양인가보다 ─ 생각하고 말았다.

민서였다면 아마 다르게 생각했을 것이지만…

레나의 성장이 너무 빠르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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