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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0

라이온하트 vs 오크 (6)

하늘에 튕긴다.

-콰아아아아아!

막대한 충격파. 도시 전체를 으스러뜨리는 충돌의 중심. 카리나는 잠시지만 정신을 잃었다.

-크롸라라라라라!!

그녀가 정신을 차린 건 그로부터 십수 초 뒤. 요란한 도마뱀의 하울링에 귀가 아팠던 탓이다.

“시끄럽다.”

[뭐라고?!]

기껏 구해주었더니. 흑룡이 뇌까리며 성질을 부린다. 카리나는 자신을 낚아챈 용의 발톱 위에서 서서이 일어섰다.

“이런······.”

[무슨 일이지?]

“폐하께서 빌려주신 성창을 놓쳤다.”

정신을 잠깐 잃었던 그때, 손아귀 힘이 풀렸던 모양이다. 카리나는 레온과 달리 아공간에서 무장을 회수하고 전개하는 사자심장의 힘이 없기에 성창을 찾을 방법이 없다.

“너와 용들은 날 지원하러 온 건가?”

카리나는 문득 흑룡의 주변을 비행하는 용들을 보았다.

흑룡을 포함해 다섯 마리. 각 전선에 나가 있는 용들을 제외하면 이 다섯 마리는 이번 강습전에 동원된 용 대부분이다.

“전력으론 부족하지 않군.”

[무슨 생각이냐?]

“스쿠닉의 투창 발사대를 향해 강습한다. 신력이 있는 한 투창을 계속 던져댈 거다.”

카리나는 마침 가까운 스쿠닉의 대투창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고크록의 탑과 마찬가지로 오크들의 최강 원거리 병기라고 할 수 있는 스쿠닉의 대투창은 고크록의 탑처럼 막강한 광선을 쏘아대지는 않지만, ‘필중(必中)’ 속성을 지닌 투창을 쏘아댄다는 게 성가시다.

“과거, 내가 드라고니아 대공일 적에 오크 토벌에서 마주쳤지. 파괴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어. 지금이 아니면 힘들다.”

그녀는 한 번 오크 사냥신 스쿠닉의 우상을 건설한 오크 대부족과 겨뤄본 적이 있었다. 수시로 쏘아대는 대투창은 많은 기사들이 희생이 있고서야 겨우 파괴할 수 있었으니.

“오크신의 우상은 저것뿐만이 아니지. 필연적으로 성배기사들이 저것을 파괴하러 갈 것이다.”

따라서 제 역할은 스쿠닉의 우상을 파괴하는 것. 그래야만 오크 대칸과 결투를 벌일 사자심왕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테지.

[좋다! 우리 위대한 용족의 힘이 있다면 그깟 깡통들보다 나을 테지!]

흑룡의 자신감 넘치는 포효와 함께 편대비행을 이루던 네 마리 용들이

“조심해라. 그것을 지키고 있는 건 사냥신의 챔피언. 아무리 용이라도──”

-콰악!

하고, 흑룡의 날갯죽지를 무언가가 관통하고 지나간다. 흑룡이 고통의 괴성을 지르며 추락했다.

-쿠웅!

[······!]

[······동족을 구해라!]

흑룡의 추락에 황급히 낙하하는 용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쏘아지는 투창들을 피해야만 했다.

“크······.”

자신을 낚아채고 있던 흑룡이 추락하는 바람에 함께 추락하게 된 카리나. 그녀는 흑룡의 발톱에서 벗어나 쓰러진 흑룡을 재촉했다.

“일어나라! 한눈팔 때가 아니다!”

[크으으···! 이 빌어먹을 놈들! 감히 나를! 내 자랑스러운 날개를 찢어!]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었다. 날개가 찢어져 비행은 어려워졌어도 용은 용. 그 힘의 근원은 막대한 마력에서 왔으니까.

“그나저나··· 이미 둘러싸였군.”

카리나는 흑룡과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들을 보았다.

오크 사냥꾼들. 멧돼지를 탄 이 보어 라이더들은 오크들의 대표적인 사냥꾼 집단이다.

그리고 유독 거대한 덩치와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멧돼지가 한 마리.

그야말로 신화에나 나올 법한 전설의 멧돼지 그리고 그 탑승자가 직접 용들을 사냥하러 왔다.

“크크크, 용 다섯 마리와 대장 깡통이라. 오늘이 내게 있어 가장 영광스러운 사냥의 날이겠군.”

“챔피언인가. 직접 찾아와주다니 수고가 덜었군.”

카리나는 머리의 먼지를 털며 마검을 뽑았다.

“본작이야말로 드라고니아의 대공.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의 적장녀. 카리나이니라.”

“스쿠닉의 대전사 스키라. 오늘 내 수집품에 네년과 용의 골통이 추가될 거다.”

두 신의 대전사가 서로를 향해 충돌했다.

* * * *

기마돌격이란 것은 집단으로 행할수록 그 위력이 배가되는 법이다.

수백의 기병이 백배가 넘는 대군을 깨부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 것은 사람보다 큰 군마와 그 군마에 탑승한 중갑의 기사가 기세에서 보병을 압도하기 때문.

하나로 뭉쳐 돌진하는 기병무리라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 전쟁사에서 최강의 존재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질량이 부족한, 요컨대 위압감이 떨어지는 소수일수록 기병이라는 병과가 주는 파괴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상대가 단기필마.

이쪽이 전쟁의 베테랑으로 이루어진 전사 집단이라면 더더욱.

“멍청한···! 고작 혼자서 우리들을 뚫겠다고?”

S급 헌터이자 오크 공대장이었던 그는 중무장한 제 부하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S급 공략대. 비록 블랙오크들의 등장으로 그 격은 낮춰졌지만, 이쪽도 강자라는 자각이 있다.

상대가 대칸에 필적할 정도로 대단한 깡통이라는 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 큰도끼 전사단은 대륙최강! 그런 우리들을 상대로──?!”

-콰아···!

첫 충돌의 굉음이 터졌다. 선두의 오크들이 공중을 날고 지형이 으깨지며 토막난 시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크··· 기세는 좋군! 하지만 곧 막힌다! 놈은 혼자니──”

어?

【최강 돌격자】

트레잇이나 칭호에서 ‘최강’이니 ‘최다’이니 하는 수식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수식어다.

왜냐면 그것은 정말로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거니까.

그것이 지구라는 좁은 행성이 아니라 모든 차원을 통틀어 악마 군주조차 능가하는 ‘특화’된 힘을 가진 자에게나 겨우 주어지는 것.

하지만 그런 것을 필멸자가 가질 수 있을 리 없다.

‘최강’이니 ‘최다’이니 ‘최대’이니 하는 칭호는 악마 군주들의 전유물. 그렇다면──

“죽어라···!”

악마 군주들조차 참살하고 ‘최강’이라는 호칭을 차지한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가?

“크아악!”

“끄흑?!”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매끄럽고 유려한 라인에 세련된 디자인. 하지만 세상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을 것 같은 고강한 철의 갑주를 입었으며──

신벌 <전장의 불꽃>.

시선으로 불을 뿜어대고──

신벌 <하늘의 창>.

목소리로 천둥벼락을 내리쳤다.

“마, 막아라! 막으란 말이다!”

“못 막습니다!”

인간의 형태를 한 괴인이 검을 휘두른다.

-끄히이이잉!

괴인을 태운 괴마가 날뛰며 녹색짐승들을 짓밟는다.

S급 오크 공략대가 돌파되기까지 불과 3분. 오크 공대장은 부하들을 궤멸시키고 제 앞까지 찾아온 기사 앞에 발발 떨었다.

“크으···!”

이게 무슨 추태란 말인가!

나는 초원의 전사. 오크 대전사다. 수백의 오크들을 이끄는 족장이며 위대한 오크 대칸을 섬기기로 한 전사 중의 전사!

오크 공대장은 애써 투지를 되찾으며 도끼를 들었다.

“나는 네가 두렵지 않다!”

그것은 기적에 가까운 용기. 항거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앞에 두고도 두려움을 떨쳐내 포효할 수 있는 야수의 용맹이다.

적이지만 상찬하기에 부족함 없는 용기를 이 사자심왕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그럼 더 용감히 뒈져라.”

-콰악!

가차 없이 내리친 성검은 오크 공대장을 두 쪽으로 쪼개버렸다.

이렇게 세 개. 성검에 묻힌 오크의 피가 벌써 천(千)에 도달했을 때, 놈들은 나타났다.

“기다리게 했군, 사자심왕!”

망치가 내리친다. 순간의 파괴적인 기세. 레온은 그 공격을 성검으로 빗겨냈다. 동시에 스탈리온이 빠르게 회전, 재빠른 뒷발차기로 놈을 강타한다.

“크···!”

말에게 후려 차진 오크가 뒤로 물러난다. 레온은 그 오크의 피부색이 다른 오크들과 다름을 느꼈다.

“블랙오크인가.”

“흐흐흐, 그래, 내가 위대한 오크 대칸 무르카 발락의 친위대. 블랙오크 대전──”

“짐승 따위가 유언이 길다!”

스탈리온의 주파와 함께 순식간에 접근하는 레온. 그의 성검이 번뜩일 때, 사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덮쳐라!”

한 번에 다섯. 멧돼지에 탄 블랙오크 보어 라이더들이 레온을 덮쳐온다.

“스탈리온!”

레온의 호명. 스탈리온은 놀라운 움직임을 보였다.

직선운동에 특화된 말의 태생적 한계를 가뿐히 무시하고 측면과 대각이동을 섞어 벗어난다.

“뭣?!”

“이런···!”

한순간에 사냥감을 놓친 보어 라이더들은 오히려 서로를 향해 충돌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크···!”

“빠르다 이전의 문제군!”

그야말로 신마일체의 승마술. 기사와 말이 하나라도 된 것처럼 유연하고 재빠르다.

“하지만 숫자의 힘은 이기지 못한다!”

어디에선가 날아오는 녹색 기운. 그것은 사방의 습격에서조차 대응하여 회피한 스탈리온의 네 번째 정강이뼈를 강타했다.

-히힝!

순간 충격으로 무너질 뻔했던 스탈리온이 기어코 기동을 멈추지 않고 지면을 박찼다. 겨우 안전지대에 도착한 스탈리온이었지만, 한쪽 발을 절뚝거린다.

“괜찮으냐, 스탈리온.”

-히히힝!

문제없다. 하얀 신수는 여전한 투지를 보이며 레온과 함께 싸울 생각이다.

“들어가 있거라.”

-히힝···!?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 나를 모욕하는 것인가, 맹우여.

그녀의 시선에도 레온은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기동전으로 상대할 만한 놈들이 아니다. 놈들은 꽤 노련해.”

오랜 전우를 달래며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스탈리온은 분한 시선을 숨기지 않았지만, 전우의 판단을 믿었다.

그렇게 바닥을 밟은 사자심왕에게 블랙오크들이 조소한다.

“성가신 발이 봉쇄됐군.”

철저하게 말을 노린 기습. 기사를 상대할 줄 아는 놈들이다.

“사냥신의 은신술과 주술신의 저주인가.”

반면 레온은 습격 직전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놈들의 비술을 간파했다.

오크는 정면대결을 선호하는 투쟁의 짐승. 그런 그들이 짐승신의 은신술이나 주술신의 저주술을 사용한다는 건 꽤나 실용적인 성격의 베테랑이라는 증명이다.

그리고 검은 피부의 오크라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지난 이백 년 동안 악마들과 사투를 벌여온 전쟁꾼들이란 것.

“제법 벨 맛이 나는 놈들이로구나.”

레온은 주변을 살폈다. 그 짧은 사이, 포위됐다.

숫자는 대략 오십. 기척으로 느껴지는 투기를 보아 그들 전원이 블랙오크들.

성배 기사단에 필적한다는 블랙오크 대전사들이 레온 한 사람을 사냥하기 위해 모였다.

“사자심왕. 네 녀석의 명성은 대륙 반대편에서도 들리더군.”

“아주 오랫동안 우리들은 네놈들과 싸울 날을 기다렸다.”

“도중에 악마 놈들이 끼지만 않았어도 마지막 전쟁은 네놈들과 우리들의 싸움이었을 텐데.”

오크들이 아낌없이 신력을 드러낸다. 그들 또한 신들의 선택을 받은 오크 삼대신들의 전사들.

오십의 정예 블랙오크들이 자아내는 신력은 레온의 별철갑옷조차 짓누를 정도로 압력을 자아냈다.

“자, 싸워보자. 힘과 힘의 대결을!”

“네 녀석은 대칸에게 닿지도 못하고 죽을 거다!”

레온은 성검을 들었다. 황금빛으로 번뜩이는 성검에 아리아나 여신의 빛이 집속됐다.

“곧 죽을 놈들이 기세만큼은 좋구나.”

* * * *

-쿵! 쿵! 쿵! 쿵!

빠르다.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 구대성은 따로 말이 없다.

정확히는 성배기사의 격에 걸맞은 말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에 가깝다.

초월자로 각성한 뒤부터 그의 도약걸음이 축복받은 준마를 아득히 뛰어넘은 탓이다.

“구대성 경! 가, 같이 좀 갑시다!”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김재혁과 천소연. 그리고 그 뒤의 기사단이 겨우 따라잡을 정도로 빠른 속도에 제지가 들어온다.

“끄응, 미안합니다. 서둘러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후우··· 우리가 늦는 것도 있지만 말임다.”

재혁은 헐떡이는 말을 쓰다듬으며 전력질주의 피로를 덜어주려 했다. 그 잠깐의 휴식시간. 소연이 앞으로 나온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건 주술신의 챔피언과 그 우상이에요. 작전을 짜서······ 아, 젠장! 구대성 경!”

구대성이 곧장 대지의 방패를 들었다. 이 전장에 도착하고 몇 번이고 보강했던 대지의 방패. 그리고 그는 기사단을 향해 쏘아진 녹색 섬광을 정면에서 막았다.

“후우···! 쉴 틈을 안 주는군!”

그들의 파괴 목표인 고크록의 탑. 그것은 넓은 시야로 그들을 지켜보며 수시로 파괴적인 섬광을 쏘아댔다.

“이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건 성배기사 클래스. 하지만 완전히 막아내려면──!”

레온이 섬광의 힘을 약화시켰던 그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고 녹색 섬광을 베어낸 것은 천소연이었다.

성마이검(聖魔二劍)──

그녀의 이검이 고크록의 탑에서 쏘아댄 섬광을 베어낸다. 한하리와 마찬가지로 드물게 두 신의 축복을 받은 그녀는 그만큼 성력의 양이 많다.

아리아나의 빛의 검으로 섬광에 집속된 빛을 흡수하고, 벤타시스의 어둠의 마검으로 약화된 섬광을 벤다.

덕분에 구대성도 큰 무리없이 섬광을 떨쳐낼 수 있었다.

“호오~ 성배기사뿐 아니라 나름 괜찮은 녀석들도 있었던 건가.”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오크 주술신의 챔피언 마그하르.

그는 열 기가 넘는 큰바위얼굴 골렘과 수천의 오크 전사들과 함께 그들을 맞이했다.

“진짜 라이온하트 출신은 없군.”

마그하르. 이백 년 넘게 대칸을 보좌하며 악마들을 사냥해온 이 노괴는 지구인으로만 구성된 어린 기사단을 보며 모멸의 시선을 보냈다.

“너희들이 내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이제 막 기사가 된 가짜들이, 이 마그하르를 상대하겠다고?”

노골적이기까지 한 무시. 하지만 그것이 나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나주 기사단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레온과 같은 시대를 산 괴수가 아닌가?

“아니.”

그러나 그들의 선두에 서서 주술신의 챔피언이 보내는 모멸을 반박한 것은, 어쩌면 이 자리에서 가장 자존감이 없었던 ‘평범한 사내’였다.

“우리들에게 네 평가 따윈 필요 없어.”

성배기사 구대성. 범용한 자로서 가장 위대한 한 걸음을 내건 남자.

그는 더이상 움츠러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그리고 우직하게 한 걸음을 내디딜 뿐.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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