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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1

259. 약혼관계 – 체면

“빠르군.”

“죄, 죄송합니다.”

벨리타 왕국군 총사령관이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뒷짐을 지고 선 거구의 사내는 이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다.

온 대륙에 셋뿐인 소드마스터 중 한 명이자 벨리타 왕국의 정권을 쥔 사내였다. 그는 강 너머, 연기가 오르는 도시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도시 앞 강변에는 벌써 아스틴 왕국군이 진을 치고 도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심하기는.

그러나 기사인 동시에 정치인이기도 한 백작은 총사령관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사람이 자신이기도 하거니와 제1, 제2 기사단을 일찍 출정시키지 않은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다. 백작이 막사로 돌아와 말했다.

“이미 예까지 밀려난 걸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작전을 말해 보게.”

“혀, 현재로서는 세 가지 방책이 있습니다.”

끼이익… 포르테 백작이 자리에 앉았다. 의자는 제법 튼튼한 것이었음에도 그의 무게에 눌려 신음했고, 총사령관이 말을 이었다.

“첫째는 강을 끼고 적의 도하를 저지하는 것입니다. 돌다리는 파괴하였고, 마법사에게 물어봤습니다. 강폭이 넓어 적 마법사의 방해를 받지 않고 요격하기 좋답니다.”

“…마법전을 벌이자는 건가? 그럼 양측 모두 피해가 클 것인데… 그리고 그런 요격전을 하려면 궁병이 많아야 하지 않은가?”

“네. 그게 문제입니다. 말씀드리옵기 송구합니다만, 궁병은 적이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야만인들이 보통 그렇지요. 하지만 저희는 마음 놓고 강에 마법을 난사할 수 있으니 못해도 반반… 손해를 보진 않을 겁니다.”

“두 번째는?”

“두 번째는 적이 강을 넘어오게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대신 저희도 별동대를 강 너머로 보내야 합니다. 적들은 급하게 진격해오느라 점령지를 다지지 못했습니다. 마을들 대부분을 지나쳤고, 얄팍한 보급로를 유지하고 있지요. 별동대를 꾸려 이를 끊어버린다면 강을 건너온 적들은 이도 저도 못 하게 될 것입니다.”

“흐음. 세 번째는?”

– 끼익.

소드마스터가 팔짱을 풀며 몸을 기울였다. 긍정적인 신호였으므로 새파랗게 젊은 총사령관은 안도의 숨을 삼켰다.

“마지막은 저희가 ‘토리돔’까지 후퇴하는 것입니다. 그, 그 이유는…”

헤르만 포르테 백작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뭐 그딴 게 작전이냐는 듯한 눈총이라 서둘러 말을 이었다.

“저희가 피해를 보면서까지 적과 싸워줄 이유가 없습니다. 저들은 너무 멀리 나왔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주변의 영지들을 점령하지 않아서, 단순하게 말해 군대만 덜렁 내려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목적은 명백합니다. 저들은 우리 군이 신병을 충원하기 전에 토리돔을 점거해 토들러 지방을 장악하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토리돔에 들어가 농성을 하자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시간만 끌면 전황을 훨씬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토리돔을 제외하면 토들러 지방에는 점령할만한 성도, 지형을 활용해 수비를 굳힐 산이나 언덕도 없습니다. 적들로서는 너른 평야에서 대군을 맞이하고 싶지 않을 터라, 결국 후퇴하게 될 겁니다. 후퇴하는 적을 치는 건 쉽고, 바로 이 자리에서 그들은 섬멸당할 것입니다.”

젊은 총사령관이 자신이 선 땅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패퇴하는 적들은 이 강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넘어올 때는 쉽게 넘어왔지만, 그때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앞을 가로막으리라.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눈앞의 전도유망한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삼십 대 초반, 사령관치고 무척 젊은 그는 제게 맡겨만 달라는 듯이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포르테 백작은 그를 한심하게 평가했던 걸 철회했다. 여태껏 밀렸던 것은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보다. 하기야, 적의 총사령관은 그 치열했다는 구일 전쟁을 경험한 장수였다.

병사를 다뤄본 경험치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히 대국을 읽는 눈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내가 사람을 잘 뽑았어.’

백작은 이만한 청년(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백작의 눈에는)이 있는 한, 우리 벨리타 왕국은 그 모든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리라 ─ 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의 한심한 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늦둥이 자식이고, 후계자가 될 녀석이라 아들의 체면을 생각해 매를 아꼈던 게 화근이었다.

싹수가 노랗게 올랐을 때부터 혼쭐을 내놨어야 하는데… 그의 아들, 길버트 포르테는 아비가 보기에도 낯부끄러울 만치 어엿한 인간 말종으로 자라나 있었다.

이번에는 뭐, 게스타브 페테르 백작이 주최한 동부 여행에 따라갔다고 했던가? 귀족 자제들이랑?

나이를 그렇게 처먹고도 주색잡기 외엔 하는 일이 없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수도교회로라도 보내버릴 걸 그랬다. 제롬 신성왕국은 사실상 십자교회가 지배하고 있으니 거기서 수학했으면 (공부를 하건 안 하건) 차후에 도움 될 일이 있을 터였다.

그것도 아니면 페테르 백작이 저의 외동딸과 길버트를 혼약시키자 했을 때 어떻게든 장가를 보냈어야 했다. 그 가출해버린 왈가닥 아가씨를 구금하는 한이 있더라도.

인제 와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까닭은 거기가 여태껏 혼약을 청해온 유일한 가문이기 때문이었다. 포르테 백작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워낙 망나니라.

자식 농사가 이렇게 어렵다.

왕궁을 ‘지키느라’ 바빠서 어릴 적부터 아들을 자주 접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식 교육만큼은 완벽히 실패한 포르테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상념을 떨쳐내고 현실로 돌아와 총사령관이 제시한 전략들을 음미했다.

세 번째 방책이 좋아 보인다.

그건 일종의 청야수성전술(淸野守城戰術)인데, 꽤 대담한 전술가만이 시행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군을 물리면 물러난 만큼 적들이 우리 왕국의 대지를 짓밟을 것이다. 수많은 농토와 마을이 약탈당하고, 영주는 성을 잃는다. 백성들이 노예로 잡혀가는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은 되려 이 담대한 전략을 구상한 총사령관이 마음에 들었다.

벨리타 왕국은 고작 한 지역을 내어준 정도로 무너지지 않는다. 저 북방의 야만인들은 압도적인 국력 차이를 실감하게 되리라.

하지만 너무 젊어서일까, 총사령관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토들러 지방만큼은 적이 들어서선 안 된다. 적이 그 땅에 발을 디디는 일조차 벌어져선 안 됐다.

토들러 지방이 오르빌 못지않게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적을 물리치더라도 적이 거기까지 오는 동안 군은 뭘 했느냐는 비판이 쇄도할 것이었는데, 그건 비단 전략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였다.

특히 베나르 타티안 후작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 자신이야 이 믿음직한 총사령관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수도로 돌아가면 그만일 것이었으나,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가기도 뭣하고, 이 장래가 창창한 장군의 앞날을 지켜주기로 마음먹었다. 이 주일 정도는 괜찮겠지.

“두 번째 작전이 낫겠군.”

“…네? 저… 제가 생각하기로는 두 번째보다는…”

“아니. 두 번째가 가장 나아. 첫째는 자네도 알다시피 피해가 크고, 셋째는 무모하네. 자네는 군을 강에서 5리(약 2㎞) 물리게. 별동대로 적의 시선을 후방으로 분산시키고, 본대를 활용해 적이 마음 놓고 강을 건너지 못하게 압박해줬으면 하네.”

“무슨 방책이 있으십니까?”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씨익, 미소 지었다. 그가 검을 움켜쥐며 말했다.

“알바세테 남작이 오지 않았다고 하더군. 아스틴 왕국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야. 내가 전쟁을 일으킨 왕자를 잡아 오겠네.”

* * *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제1 기사단의 기사들을 이끌고 강을 건넜다. 아스틴 왕국군이 도하하기 시작한 이튿날 밤이었다. 하류로 멀리 돌아 강을 건너온 백작이 어둠에 잠긴 적진지를 살펴보았다.

왕자의 깃발은 아직 강을 건너지 않고 이쪽에 남아 있었다. 병력을 물린 적의 의중을 파악하려 애쓰며 부대를 하나씩 보내는 것이었다.

‘누구 생각인지, 저놈들도 머리를 썼군.’

가을을 맞아 다소 차가워진 강물 위로 배다리가 놓였다. 강변에서 징발한 배들을 줄줄이 잇고, 그 위에 널판을 깐 것이었는데, 저러면 물자와 병력 수송이 배를 오가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편했다.

강을 건너간 병사들이 고립감을 덜 느끼는 건 덤이다.

적의 진지는 크게 일곱 개로 나뉘어 있었다.

개중 두 개는 강 건너에서 벨리타 왕국군의 습격을 대비하고 있었고, 하나는 ‘랑즈라’라는 소도시에 주둔하고, 또 하나는 보급을 위한 부대인지 성 밖 근처에 진지를 꾸린 상태였다.

나머지 세 개가 아스틴 왕국군의 본대(本隊)다. 배다리 앞에 있는 부대가 아놀프 드 클라우스 왕자가 있는 부대로, 클라우스 왕가의 깃발이 세워져 있었다. 세 개 중 나머지 두 개는 왕자의 부대를 지키듯 상류와 하류, 양쪽으로 넓게 흩어져 있다.

“우리도 병력을 쪼갠다. 제3, 4, 5기사대(隊)는 도시 근처에 있는 저 부대를 습격해라. 제6, 7, 8기사대는 적의 본대와 저 부대 사이에 매복해 적이 보내는 원군을 끊어 시간을 벌어라. 양쪽 모두 무리할 필요 없다. 최대한 소란을 일으키되, 위험해질 것 같거든 망설이지 말고 후퇴해라. 후퇴할 때도 꼭 강을 건너 본대로 귀환하지 않아도 좋다. 기사 대원들을 하나로 뭉칠 필요도 없이 팀별로 후방으로 돌아가 적의 보급로를 자율적으로 습격해라. 적이 점령하지 않은 마을이 많아서 몸을 숨기기가 어렵지 않을 거다. 모두 이해했나? 그럼 제1, 2기사대는 날 따라라.”

포르테 백작이 8명의 기사대장들에게 명했다.

그의 말을 이해하려면 기사단의 편제(編制)를 알아야 한다. 벨리타 왕국의 제1 기사단(團)은 8개의 기사대(隊)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 기사대에 속한 ‘팀’의 개수는 10개로, 그러니까 사수와 부사수로 묶인 기사 20여 명이 하나의 기사대를 이루었다.

사실 이렇게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다. 한 팀에 3명이 포함되기도 하고, 때때로 한 기사대가 10개 이상의, 혹은 이하의 팀을 포함하기도 해서 기사의 수가 유동적이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20명이 하나의 기사대에 속했고, 포르테 백작의 명을 받은 6개의 기사대가 말을 타고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이끄는 제1, 2기사대는 잠시 기다렸다.

– 피잉!

“적이 접근해온다!”

달조차 뜨지 않은 밤하늘에 푸른 실선이 올랐다. 아스틴 왕국군이 분주해졌으나 그건 기사들이 일으킨 사건 때문이 아니었다. 강 너머, 벨리타 왕국군이 한밤중에 돌연 진군해왔다.

저건 눈속임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아스틴 왕국군은 적의 진군에 놀라 마법사와 기사를 배다리로 건너보내는 둥 바빠졌다. 그러나 뒤이어 후방에서도 푸른 실선이 오르면서 멈칫, 혼란에 빠졌다.

기사들이 후방 진지를 습격하면서 신호탄이 오른 것이었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은 자신들도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러나 서두르진 않았다. 왕자를 지키는 본대가 충분히 빌 때까지 기다렸다가 명했다.

“내가 앞장서겠다. 우리의 목표는 왕자다. 일 점 돌파하되, 마법사가 나타나면 즉각 보고해라. 그럼… 출발!”

– 터그덕 터그덕.

천으로 덮인 말발굽이 대지를 박찼다. 소음을 최대한 줄이려 한 것이지만, 사십 필의 기마대가 바짝 긴장한 병사의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물안개로 뿌옇게 흔들리는 화톳불. 병사가 외쳤다.

“거기 누구냐! 정지! 정지하고 암구호를… 앗! 적이다!”

“돌격!!”

– 콰창창!

수십 필의 말이 허리 높이로 박힌 목책을 뛰어넘었다. 평소 기마술을 익히길 소홀히 한 기사 하나가 낙마하고, 철제 받침에 얹혀 불을 피워내던 화톳불이 불씨를 사방으로 흩날리며 넘어졌다. 말에 탄 기사들은 병사들을 짓밟으며 왕자의 막사를 향해 달렸다.

“뭐, 뭐냐? 마, 막아라!”

미친놈들인가. 말을 탔을지언정 적진 한복판으로 돌입하다니.

허나 붉은 화톳불과 달리 새하얗게 빛나는 오러가 들창코 백인장의 머리를 마비시켰다.

“소드… 마스터.”

말을 달리며 양손검을 휘두르기란 쉽지 않다. 해서 포르테 백작은 한 손에 검을 들고 가만히, 오러블레이드를 피웠는데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곤 적을 막아서지 못했다.

군영이 커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수십 개의 천막을 쏜살같이 지나친 그들은 왕자의 깃발이 달린 곳까지 당도하였다. 그때에 이르러서야 병사들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저, 저놈들이 왕자님한테 간다! 막아! 막아! 빨리!”

병사들이 손에 집히는 걸 마구잡이로 던지고, 기사가 탄 말을 창으로 찌르려 들었으나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커다란 막사 앞의 청년을 향해 외쳤다.

“하하하! 이렇게 뵙게 되어 송구합니다, 아놀프 드 클라우스 왕자님. 결국 전장에서 만났군요.”

“…헤르만 포르테 백작님이시군요.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포르테 백작이 말에서 내렸다. 그는 왕족을 향한 예의를 갖추었고, 백작을 둘러싼 기사들은 덤벼드는 병사를 베어버렸다.

왕자가 아는 체하자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왕자의 호위 기사들을 사이에 두고 포르테 백작이 말했다.

“전 왕자님을 잡으러 왔습니다.”

“…그러신듯하군요. 하지만 여기서 어찌 빠져나가실 생각입니까?”

“왕자님의 목숨을 담보로 잡으면 어려울 것도 없지요. 하지만! 왕자님을 존중하고, 이 전쟁이 발발한 데에 저희 공주님의 잘못이 없지는 않으니, 서로에게 좋을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들어는 보겠습니다.”

“제가 여기서 왕자님을 잡은 셈 치고, 군사를 물려 주시길 바랍니다. 적당한 선이라면 화평할 의사가 있습니다. 대신, 침공당한 쪽은 이쪽이니… 그래, 왕자님의 머리칼을 조금 잘라주시지 않겠습니까? 그거라면 저희도 체면이 서겠습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지요.”

왕자는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러자 포르테 백작이 외쳤다.

“죄송하지만 그럴 시간은 못 드립니다! 이건 순전히 왕자님의 체면을 배려해 드린 제안일 뿐인데… 이렇게 하면 결정을 내리시기 쉬워지겠군요!”

왕자의 뒤로 슬쩍, 붉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가 보였다. 더는 시간이 없다 판단한 백작이 오러블레이드를 강하게 내리꽂았다. 전조도 없이 휘둘린 검에 앞에 있던 기사는 반응조차 못 하고 반으로 갈라졌어야 하는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 캉!

“…뭣…?”

오러블레이드가 막혔다. 같은 오러블레이드에 막힌 거면 이해라도 되겠으나, 그의 검을 막은 건 갈색의 수수한 장검이었다.

[ 검 – 파괴되지 않음. ]

레오 덱스터가 빙긋 미소 지었다. 굴레에 묶인 사자가 함정에 걸렸다. 그것도 아주 된통.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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