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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1

260화.

다단계 판매.

네트워크 마케팅(Network Marketing), 또는 피라미드 셀링(Pyramid Selling)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인 마케팅에서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다단계는 판매자가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가 곧 판매자가 되는 연쇄구조로 이뤄져 있다.

다단계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보통 안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초대형 다단계 사기사건이터지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바로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라는 조희팔 사건이다. 당시 피해액만 무려 4조 원이 넘었다.

상장사 중에서 1년에 순이익이 4조가 넘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일개 개인이 해낸 것이다!

그 대가로 수만 명이 재산을 날렸고, 수백 개의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

물론 이는 불법다단계였지만, 합법다단계라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피라미드 상위에 있는 사람들은 큰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대다수의 회원들은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게 현실이다.

아니, 수익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돈 써가며 영업하다가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이 허다하다. 오랜만에 동창이나 군대선임 연락 와서 만나러 갔다가 세월 날리고, 돈 날린 청춘들이 어디 한둘인가?

택규는 회사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벽에 ‘JG블록체인’이라는 글자가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인터넷에는 다단계에 끌려갔다 탈출한 사람들, 또는 뒤늦게 정신 차린 사람들의 경험담이 넘쳐난다. 때문에 다단계의 생리에 대해서는 웬만큼 파악하고 있었다.

“어서 앉아.”

택규는 민하영의 맞은편에 앉았다.

‘대체 여기는 뭐하는 곳이고, 얘는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됐을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민하영 사원의 사수 홍창수 대리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혹시 민하영 사원에게 저희 회사에 대해 얘기 들으셨나요?”

“아니요.”

그는 자연스럽게 택규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저희 회사는 JG블록체인이고, 암호화폐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암호화폐요?”

“예. 반트코인이나 에테레움 아시죠? 아시겠지만, 암호화폐는 장차 달러와 금을 대체할 미래의 화폐입니다. 저희 회사는 기존 코인을 뛰어넘는 새로운 암호화폐를 개발했고, 조만간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무슨 코인인데요?”

“제일골드코인입니다. JG코인이나, JGC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현재 코인을 프리세일 중인데…….”

주저리주저리 설명했지만, 결론은 코인을 사라는 것이다.

현재 일반에게 판매하는 코인 하나, 즉 1JGC의 가격은 120원이다. 그러나 회원가입을 하면 그 반값인 6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회원가입이요?”

“예. 250만 원어치 코인을 구매하시면 바로 회원으로 등록되십니다.”

구매량을 늘려 회원등급을 올릴수록 코인 할인율은 점점 커져 30원까지 내려간다.

재밌는 건 이 다음부터다. 그렇게 회원이 된 다음 새로 회원을 데려와서 코인을 구매하게 하면, 소개시켜준 사람은 그 사람이 구매한 코인가격의 10퍼센트를 현금 또는 코인으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또 그 밑의 회원들이 코인을 구매해도 보상받고, 그 밑의 회원이 구매해도 보상받고.

이거 한마디로…….

‘코인다단계잖아!’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고, 그것을 구현한 게 바로 암호화폐다.

그런데 이게 한국으로 건너와 다단계와 결합해 코인다단계로 진화했다!

택규는 혀를 내둘렀다.

‘존나 쌈빡한데.’

보통 다단계로 판매하는 것은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이다. 그런데 설마 코인으로 다단계를 할 줄이야.

아무리 온갖 효능을 갖다 붙이며 폭리를 취해도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은 제조원가가 든다. 판매하는 제품인 만큼 관계기관의 인증도 받아야 하고.

그런데 코인발행은 딱히 돈이 들지 않는다. 그저 숫자를 늘려 전자지갑에 보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셈이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 또는 한국식 4차 산업혁명 아니겠나?

물론 제대로 된 암호화폐를 만들려면 소스코드를 짜고 프로그래밍하는 데 꽤 큰 비용이 들어가지만.(그래서 개발단계에서 소스코드를 일부 공개하며, 자금을 모집하기도 한다)

홍창수 대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JG코인의 가격은 계속 상승 중입니다. 이미 작년에 비해 10배 이상 올랐어요. 앞으로 한두 달만 지나도 다시는 이 가격에 사지 못할 겁니다.”

“흐음, 그래요?”

제품이 금방 매진된다거나, 가격이 오를 테니 빨리 사라고 하는 것은 사기꾼들이 흔히 써먹는 수법이다.

이쯤 되니 이 코인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택규가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민하영은 재빨리 말했다.

“마침 세미나장에서 신입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가 열리는데, 한 번 가볼래?”

“그럴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라도 한 번 들어봐야겠다.

* * *

세미나장은 한 층 위에 있었다.

작은 공간 안에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2, 30대 청년들은 물론, 가정주부로 보이는 중년여성들, 심지어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도 있다.

민하영은 마치 감시라도 하듯 택규 옆에 딱 붙어 앉았다.

잠시 후, 40대에 안경을 쓴 남자가 들어와서 강단에 섰다. 깔끔한 슈트에 명품 커프스, 손목에는 롤렉스시계를 찼다. 겉보기에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을 성한수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말했다.

“세미나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주차장에 있는 차를 한 번 보시겠습니까?”

건물 앞 주차장에는 방금 전까지 없던 흰색에 광택이 번쩍거리는 벤틀리가 한 대 서있었다. 사람들은 차를 보며 감탄했다.

“우와! 벤틀리야.”

“저 차 한 2, 3억 할 텐데.”

“나는 언제 저런 차 타보나?”

성한수 팀장은 자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가진 것 하나 없는 흙수저로 태어났고,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부자가 되는 꿈입니다. 그래서 낡은 옷을 입고 돈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을 때도 항상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사는 것을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남들은 그 꿈은 이룰 수 없다며, 불가능하다며 저를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직 어떻게 하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단 1년 만에 꿈을 이뤘습니다.바로 JG블록체인의 회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일골드코인을 처음 본 순간 반트코인을 뛰어넘을 세계최고의 암호화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가진 모든 재산을 털어 제일골드코인을 샀고, 작년에만 30억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지금 외제차를 타고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1년만 투자하시면 얼마든지 저처럼 꿈을 현실로 만드실 수 있습니다.”

그의 얘기에 사람들은 다들 눈을 빛냈다. 그 순간, 택규가 입을 열었다.

“저 차 별로 안 비싸지 않나요?”

그러자 성한수 팀장은 소리 내서 웃었다.

“하하! 벤틀리에 대해 잘 모르시나보네요. 벤틀리는 유서 깊은 영국 자동차브랜드로 롤스로이스 같은 세계적인 명차입니다.”

OTK컴퍼니의 주력 투자처가 자동차회사다. 적어도 남들 아는 만큼은 안다.

택규는 고개를 저었다.

“폭스바겐 그룹에 인수된 뒤 사정이 나아졌다지만, 벤틀리가 롤스로이스에 비할 바는 아니죠. 그보다 헤드램프랑 휠 보니까 한 2006년식 컨티넨탈 플라잉스퍼 같은데, 저거 지금 중고가격 6천도 안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은성차 대형세단 카발루스나 벤츠 E클래스보다도 싸고, 리스로 하면 월 200도 안 될 텐데. 저 정도는 웬만한 직장인들도 다 타고 다닐 수 있어요. 작년에 30억 벌었다는 것치고는 너무 싼 거 타고 다니시는 것 아니에요?”

그 말에 성한수 팀장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어, 음, 제가 클래식카를 좋아해서요. 그래서 오래된 차를 즐겨 타는 편입니다.”

옆에 앉아있는 민하영은 그만하라는 의미로 팔을 잡아당겼지만, 택규는 계속해서 말했다.

“에이, 저건 클래식카가 아니라 그냥 중고차죠. 그래도 외관은 깨끗하네요. 누가 보면 중고차가 아니라 새차인 줄 알겠어요.”

연이은 팩트폭격에 성한수 팀장의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화를 냈다가는 모양이 우스워진다.

그는 웃으며 화면에 PPT를 띄웠다.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실 제일골드코인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최신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JGC는 기존 암호화폐가 가진 모든 취약점을 개선한,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암호화폐입니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암호화폐 중 가장 빠른 처리 속도를 지나고 있으며…….”

알아듣기 힘든 설명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암호화폐는 목적에 따라 쓰임이 다르지만, 핵심은 바로 P2P로 연결된 분산 컴퓨팅 기술이다.

그런데 지금 설명에 따르면 이건 암호화폐라기 보다는…….

‘그냥 게임머니 아니야?’

발행주체가 마음만 먹으면 발행할 수 있고, 한정된 사이트에만 등록해서 거래한다면 게임머니와 다를 게 없다.

정확한 소스코드를 봐야 알겠지만, 분산 컴퓨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과연 이런 코인이 상장이 될 수 있을까?

“질문 있으십니까?”

그러자 택규는 손을 번쩍 들으며 물었다.

“코인백서는 발간되었나요?”

“백서요?”

“예. 어떤 형태로 블록체인 기술이 구현되는지와 보상에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백서가 있을 거 아니에요? 기존 암호화폐의 소스코드와 뭐가 다른지알아야 투자를 할 텐데.”

성한수 팀장은 잠시 당황했다.

“그, 그렇죠. 백서. 물론 있습니다. 조만간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분산 네트워크상에서 추가로 발행되는 코인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궁금한데, 거래내용을 증명하는 알고리즘이 POW인가요, POF인가요?”

“음, 아, POW요?”

“작업증명 아닌가요?”

“그게…….”

“아니면, POI? 중요도증명?”

표정은 웃고 있지만,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성한수 팀장은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제일골드코인은 최신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러한 알고리즘들을 다 아우르는 소스코드를 프로그래밍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뭔 개소리…….”

성한수 팀장은 손뼉을 치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자! 질문은 이쯤 받기로 하고.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것은 바로 수익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상장에 앞서서 사전판매, 즉 코인프리세일 중이고 저희 JG블록체인에 가입하신 회원님들만 저렴한 가격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작년 초에 제일골드코인을 구매한 가격은 3, 4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현재는 120원까지 치솟았습니다.아마 이 가격 역시 금방 보기 힘들어지겠죠. 올해 말에 상장을 앞두고 있고, 상장 예상가는 1만 원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장만 하면 바로 100배를 벌 수 있는 것이다.

이게 현실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100배 이상 오른 코인들은 수두룩했다.따지고 보면, 반트코인과 에테레움 역시 과거에는 수십 센트에 불과했고.

그러나 그것도 다 옛말.

이미 수많은 알트코인들이 상장된 데다가 코인시장이 침체에 빠지며 이제 그 정도 대박은 사라졌다.

게다가 전 세계에는 상장하겠다는 코인들이 수백 개가 줄지어 대기 중이고, 그중에는 사기나 다름없는 스캠코인(Scam Coin)도 한둘이 아니다.

택규는 팔짱을 낀 채 생각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사기인데.’

한국의 경우 아직 암호화폐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보니, 사기를 치더라도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이런 짓을 벌이는 건가?

한 청년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올해 말 상장이 진짜인가요? 만약 상장이 안 되면 어떻게 되나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상장이 안 될 경우 코인을 전액 환불해드리겠습니다.”

한 중년여성도 손을 들며 말했다.

“왜 그 거래도 별로 없는 작은 거래소에 잠깐 상장됐다가 상폐되는 경우도 있다던데.”

“맞는 말씀입니다. 세상에 사기꾼들도 많고, 가짜 코인들도 많으니까요. 그러나 제일골드코인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마침 오늘 대표이사님께서 저희 지사를 방문해 주셨는데, 직접 보시고 얘기를 들어보시면 확신을 갖게 되실 겁니다.잠깐 이 자리에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자,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택규는 단상 위에 올라서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나이는 30대 초반. 큰 키에 마른 몸, 얼굴은 하얗고 뺀질뺀질하게 생겼다.

예전에 진후네 집 앞에서 본적이 있는 얼굴이다. 그때 소리치며 경호원들에게 질질 끌려나왔었지.

‘이 인간이 여기서 왜 나와?’

그는 단상 위에 서서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JG블록체인의 대표이사 최남우입니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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