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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3

라이온하트 vs 오크 (9)

-쾅! 콰앙!

망치질에 빌딩이 무너지고 발길질에 크레이터가 움푹 패인다.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가 휘두르는 거대한 폭력 앞에 도시란 존재는 실시간으로 무너져내리고 있다.

‘강하군. 성배기사로선 신참이라고 들었는데.’

마그하르는 처음에는 이 신참 성배기사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크 챔피언들이 역사 속 전설의 대전사들이듯 성배기사 또한 시대를 대표하는 초인들.

그들의 각성은 오랜 수행과 퀘스트를 통해 형성되고 그렇기에 한 명의 성배기사가 오래도록 왕국의 성자로 군림함을 알았다.

성배기사란 그런 존재다.

오랜 수행과 수양을 증명한 끝에 신에게조차 인정받은 영웅.

시대의 영웅 수준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거쳐 평범한 농민들은 고조부의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그 시대에 여전히 살아있는 성자란 소리다.

그렇기에 성배기사들은 농민들에게 신의 대리인으로 여겨지며, 기사들에겐 아득히 높은 위치에 기사 중의 기사다.

그런 존재가 고작 일이 년 내로 나타난다? 마그하르는 고개를 저었다.

성배기사란 존재가 그리 쉽게 나타날 리 없다. 녀석은 편법을 통해 성배기사가 된 존재.

자신이, 선조들이 치열하게 싸워왔던 숙적과 동격일 리가 없다고.

“미숙하다!”

부서진 빌딩들이, 건물의 잔해들이 뭉친다. 쏟아지는 쓰레기 더미들이 구대성을 향해 퍼부어졌다.

“흡···!”

그것을 맨다리로 시가지를 주파하며 회피하는 구대성. 압도적 방어력으로 관통하며 뚫고 지나보려 했지만, 역시 수천 톤 단위의 고철이 막아서면 뚫어내기 쉽지 않다.

마그하르가 골렘 결합술을 응용해 움직이는 수많은 고철들은 마치 이 세상의 중력이 반전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성가셔···!”

그것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망치. 성배기사 게오브릭이 남긴 이 위대한 성물은 사용자의 성력을 집속해 거대한 파괴력으로 치환한다.

꽝! 하고 날아가는 단박에 흩어지는 수천 톤의 고철들. 겨우 진격로를 확보한 구대성이었지만──

-고오오오···!

‘온다!’

그리고 고철더미로 가려진 시야 너머. 섬뜩한 광선이 쏟아진다.

고크록의 탑. 그 서슬퍼런 시선에서 쏘아지는 파괴광선이 구대성을 강타한다. 그는 이 광선을 피해낼 만한 기민함이 없다.

“젠장!”

다시 한번 대지의 방패로 막는다. 닿기만 해도 녹는 파괴광선을 무한한 생명력으로 충당하며 버티는 것.

“소연 양!”

“각도 흐트리지 마세요!”

구대성이 버티는 사이 빛의 성력이 집속된 성검이 광선의 강도를 흩뜨린다.

광선이라는 한계에서 오는 빛의 성질 제어 그리고 접근하는 것만으로 살을 녹이는 화력을 버틸 수 있는 단장급 기사··· 오직 천소연만이 이 공격을 상쇄시킬 수 있다.

“김재혁!”

“준비하고 있어!”

성법 <울티마의 분노>

성배기사가 남긴 성물 천둥의 창이 유도하는 번개는 정확하게 마그하르를 향해 떨어졌다.

-콰르릉! 콰쾅!

화려한 폭발이 도시 상공을 밝힌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으로 끝이 아님을 직감했다.

────!!

땅속으로부터 솟구치는 무언가.

지진과도 같은 울림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완성되려 한다.

“어, 어어···!”

그것이 완성되기 전에 성법을 퍼부어 막으려는 김재혁. 하지만 연이어 떨어지는 벼락도 그것의 완성을 막을 순 없다.

“이미 늦었다, 가짜들! 스승님의 뒤를 잇는 오크들의 대주술사 마그하르 님의 절기를 보아라!”

으깨지는 도시의 콘크리트 바닥.

너무나 무거운 그것은 빌딩과 건물의 잔해를 삼키며 육중한 괴이의 모습을 드러낸다.

“저, 저거 산해관에서···!”

곤혹스러움과 당황 속 기사들이 경악하며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산해관에서 수많은 큰바위얼굴들을 결합해 만들었던 초거대골렘. 확실히 그것과 건설설계는 다르지 않지만, 더욱더 거대하고··· 아득하다.

[보아라, 이것이야말로 나의 절기. 이 거대함 앞에 너희들은 벌레처럼 짓밟힐 것이다!]

으깨진 아스팔트 도로나 자동차마저 신발처럼 겹겹이 쌓아 올리는 그 거인은 그야말로 괴물.

신화시대에도 이런 거구가 있었을까 싶은 도시의 신격화.

기본적으로 오크들의 골렘이란 것은 그저 주변에 눈에 띄는 크고 무거운 것을 재료로 삼는다는 걸 생각할 때, 현대의 도시는 최전선보다도 재료수급이 용이한 곳일지도 모른다.

하물며 고크록의 챔피언 마그하르라면 그 대리인으로서 주력은 무진장 그 자체.

그것이 무식하게 거대한 빌딩골렘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창의성은 둘째 쳐도 파괴력만큼은 절대적이다.

크다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되니까.

“헤비급 이런 레벨이 아닌뎁쇼?!”

“그런 거 따질 시간에 피해!”

초거대빌딩골렘이 그 주먹을 든다. 육중한 무게가 그저 휘둘러지는 것만으로 폭풍을 발생시키는 기현상. 그것이 내리치는 순간, 어지간한 대부대도 궤멸할 만한 충격파가 퍼진다.

“크읍···!”

충격파에 인간 사이즈는 너무나 손쉽게 튕겨 나간다. 그것이 대미지로 이어질 정도의 육체강도는 아니지만, 자세를 잡기 힘들다는 건 기사에게 크나큰 마이너스.

“한 번 부숴보지···!”

그 와중에 구대성은 땅속에서 자라나게 한 뿌리로 자신의 몸을 옭아매 버텼다. 대지의 모든 것이 그를 수호하고 지켜주기에 가능한 일.

풍요의 성법으로 자라난 나무뿌리들은 간신히 그의 몸을 지탱했고, 구대성은 반격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꽈앙!

파괴적인 망치질. 대악마조차도 일격에 머리통을 터뜨린 일격이 내리친 골렘의 주먹을 강타한다.

-콰지직!

그리고 속절없이 박살나는 골렘의 주먹. 여기저기 폐기물들을 끌어모은 탓인지 강도는 강하지 않다. 하지만······.

“재결합?!”

마그하르의 신력에 의해 순식간에 결합하는 잔해들. 골렘의 위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는 마그하르가 쩌렁쩌렁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소용없다! 그 불쟁이도 이 골렘을 단번에 부술 순 없지! 너희들 가짜들로는 불가능하다!]

마그하르의 선언에 천소연은 혀를 차면서 미간을 좁혔다.

“가짜, 가짜··· 시끄럽네.”

“뭐, 우리 짬바가 좀 딸리긴 하지.”

그들도 알고 있다. 비록 아카데미 생도부터 시작해 레온의 파격적인 가르침이 있었다곤 하나 기사로 서임됐을 때는 나름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온이 마계에서 불카누스와 불타는 검 기사단을 데리고 귀환했을 때, 자신들의 강함은 그들에 비교해 ‘차원’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개인의 무력도, 집단전투력도··· 신에 대한 신앙심도.

아마 그건 좁혀지지 않을 간극이겠지. 그들이 자라난 풍토는 당연하게 신을 가까이하고 명예와 충성을 미덕으로 삼는다.

그런 그들에 비해 자신들이 부족한 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일 것이다.

“그런데 왜 오크 짐승 놈들이 우릴 평가하고 난리람.”

“드물게 동감이야.”

구대성이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오크의 평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이 위대한 기사왕으로부터 배운 것은 하나.

악과 오크에 대한 마땅한 분노.

“갑시다.”

성배기사 앞장선다. 구대성은 게오브릭의 망치와 대지의 방패를 들고 수천 배는 거대한 골렘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방법은 있음까? 재생을 못할 때까지 뚜드려 팬다는 건 구대성 경이라면 모를까 저흰 안 됨다.”

“저도··· 그렇게까지 무식한 방법은 모릅니다.”

살아있는 성자, 완벽한 활력. 특히 생명의 성배기사인 구대성이라면 정말 무한히 싸우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격 낮은 잡졸들 상대로나 유효한 싸움법이다. 동격의 강자를 상대로 지구전을 펼친다면 노련한 쪽이 이긴다.

“단기결전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폐하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요.”

그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오크들에게 막강한 가호를 내리고 있는 오크 신들의 우상을 파괴하는 것.

무엇보다 저 주술신의 탑은 충전과 발산을 반복하며 도시를 가르는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 구대성이 저 공격을 대부분 받아내고 있어서 그렇지, 그 타겟이 바뀐다면 아군이 위험할 것이다.

“제가 정면으로 가겠습니다. 소연 양과 재혁 군은 ‘전략목표’를 파괴해주세요.”

“하지만 구대성 아재. 저야 화력 원툴이지만, 소연이 없으면 저 광선을 어떻게 튕겨내게요?”

“어떻게든 버텨볼 겁니다. 다른 기사단원들도 오래 버티지 못해요. 신속하게 결판을 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구대성이 가장 큰 위험을 무릎 써야만 한다. 하지만 그는 각오가 되어 있다.

그가 과분하게도 성배기사란 업을 짊어졌을 때부터, 언제나 그럴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갑니다!”

구대성은 정면으로 우직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향해 마그하르는 온갖 주술을 퍼부었다.

둔화의 저주, 생명감소의 저주, 거리감각 상실의 저주.

신력으로 움직이는 골렘을 운용하면서 동시에 주력으로 성배기사의 움직임을 저지한다. 구대성의 몸은 실시간으로 무거워지며 이동에 방해가 됐다.

[때려 부숴라.]

그리고 둔화가 눈에 띄자 곧장 내리치는 골렘의 주먹. 성배기사의 돌파력이라면 능히 피해낼 수 있었겠지만, 그를 묶는 저주가 그것을 가로막는다.

“젠장···!”

내리치는 거대 주먹. 그 무게는 실로 빌딩급. 그것을 대지의 방패로 막아낸다.

[크크큭, 짜부가 됐나?]

이만한 무게를 단일개체가 견뎌낼 리 없다. 마그하르가 성배기사를 처리했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흐음?]

골렘의 주먹이 들린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성배기사라도 일신의 근력에는 한계가 있을진대, 지금 저것은 빌딩 한 채의 무게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괴력. 하지만 마그하르는 곧 그 힘의 근원을 알아차렸다.

[나무 뿌리?]

도시의 지하에서부터 자라난 거대한 나무뿌리들. 그것이 구대성을 도와 골렘의 주먹을 밀어내고 있다!

[하···! 꼴에 생명의 성배기사라는 거냐!]

마그하르는 곧장 저주의 주력을 나무를 향해 쏘았다. 생명력을 앗아가는 쇠락의 저주. 이에 강건한 섬유질을 자랑하던 나무뿌리가 순식간에 삭아 들어간다.

“어림없지···!”

성법 <생장의 축복>

이에 맞서는 구대성의 성력.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생장과 번성을 약속하는 생명의 성배기사.

그가 자리하는 한 그 어떤 풍화와 쇠락도 생명의 끈질김을 꺼뜨리진 못한다.

“이제 좀! 꺼져!”

구대성은 나무 뿌리들로 생긴 여유를 이용해 망치를 휘둘렀다. 꽝! 하고 단번에 비산하는 골렘의 주먹.

무게만큼은 대단하지만, 결국 고철 잔해 따위를 뭉쳐 만든 만큼 연마된 강철에 비할 바는 아니다.

[소용없다!]

마그하르의 신력이 골렘의 주먹을 재구성한다. 이번엔 하나의 견고한 주먹이 아니라 고철 더미들이 일제히 구대성을 향해 퍼부어졌다.

“크으···! 이런 걸론···!”

날 상처 입힐 수 없다. 그저 시야가 좀 가려질 뿐이다.

‘잠깐? 시야가 가려져?’

찰나의 틈. 마그하르가 조작하는 고크록의 탑이 녹색 광선을 퍼붓는다.

“큽?!”

대지의 방패로 막아냈지만, 역시나 구대성이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성배기사의 별철갑주조차 녹아내리는 파멸의 광선. 천소연 정도의 빛의 성법을 다루는 기사라면 모를까 순수한 생명의 힘으로는 성장과 동시에 타버리고 만다.

“크으으으읍···!”

구대성은 필사적으로 광선의 파괴력을 버티면서 한쪽 발을 들었다. 그의 의지대로 대지가 호응해주기를 기도하며.

대성법 <대지의 창>

대지에서부터 솟구치는 날카로운 토사. 그의 의지대로 솟구친 지형은 날카로운 창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그 기능은 전과는 달랐다.

[지형을 바꿔 방패로 삼을 생각인가! 하지만···!]

“······?!”

구대성은 순간 자신의 손이 허전해졌음을 느꼈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난무하는 고철의 파도가 제 손에 쥐여진 망치를 낚아챈 것이다!

“이런···!”

부주의로 무기를 놓쳤다. 구대성은 낭패감을 느꼈다.

「경은 힘만큼은 성배기사에 부족함이 없지만, 노련함이 부족해. 대인전, 심리전, 잔재주에 너무 쉽게 당한다.」

카리나가 자신을 훈련시키며 했던 경고. 하지만 구대성은 끝내 카리나에게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물론 실력은 늘어났다. 전보다 훨씬. 베테랑 성배기사의 일대일 교습을 받았으니 그 기량은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배기사의 기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성배 기사단원들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야.’

구대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의 기량과 라이온하트 전쟁의 역사를 대표하는 기사들의 기량은 아득한 경험의 간극이 존재했다.

마그하르가 구대성을 보고 가짜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망치도 없이 네깟 놈이 뭘 할 수 있지?]

그의 조소 속. 구대성은 귓가를 시끄럽게 하는 고철의 파도 속에서 읊조렸다.

“앞으로.”

그저 전진. 무기를 잃었다고 해서 해야 할 것이 달라지진 않는다.

-콰, 콰콱!

막대한 고철의 파도를 방패만 앞세워 뚫고 지나간다. 그의 앞으로 가는 길은 대지의 창이 만들어낸 루트를 따라 우직하게 정면이다.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오는 거냐! 멍청한 놈!]

마그하르는 수많은 저주술을 퍼부으며 다시 한번 구대성의 움직임을 묶는다. 소모전으로 가면 이쪽이 유리. 게다가 망치를 잃은 이상 이전처럼 손쉽게 골렘을 파괴할 수도 없을 터다.

“앞으로···!”

하지만 다리가 무거워도, 수천 톤의 고철들이 앞을 가로막아도.

설령 가짜라 매도당할지라도.

“앞으로!!”

그가 할 수 있는,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 자신하는 한 가지.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하지. 경은, 근성이 있어.」

“앞으로오오오오오오!!”

그저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런 무식한 놈!]

그런 단순무식함에 마그하르는 비웃으며 골렘을 움직였다. 파편화한 팔 대신 다른 한 팔의 주먹을.

이것으로 놈을 짓눌러 부숴버린다.

[뒈져라, 가짜 놈···!]

수천 톤 무게의 주먹이 구대성을 향해 휘둘러진다.

너무나 거대한 골렘이 개미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격이다. 구대성은 그 어중간한 자세를 놓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대성법 <대지의 창>

그 순간, 지상에서 솟구치는 지형의 변화. 대지 그 자체가 호응하며 쏘아지는 창. 그것이 골렘의 몸통을 관통한다.

[······!]

관통한 대지의 창이 골렘을 저지한다. 어중간한 자세에서 주먹이 닿지 않는다.

“이야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틈, 골렘까지 뻗어나간 천연도로를 구대성이 내달린다.

[흥··· 소용없다! 파괴된 부위는 다시 재결합하면 그만──!?]

순간, 마그하르는 구대성이 망치 대신 쥐고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나무뿌리.

그의 생장의 권능에 의해 자라났던 나무의 뿌리가 그의 손에 달려있다.

[이놈···! 설마!]

막아야 한다. 그것이 마그하르의 본능이었다.

-콰아아아아!!

파괴되었던 주먹의 잔해가 구대성을 가로막는다. 그 자리에서 미니골렘화··· 아니, 정규 큰바위골렘보다도 세 배는 거대한 골렘이 되어 구대성을 가로막으려 든다.

“방해된다!!”

구대성은 주먹을 휘둘러 그것을 때려 부쉈다. 망치질까지도 필요 없다는 듯 때론 온몸을 던져 몸통 박치기로 박살내고 너덜너덜한 대지의 방패를 던져 골렘을 박살내며.

망치에 의존해 성배기사 노릇을 할 생각 따윈 없다는 듯.

우직하게 앞으로.

[멈추──!]

성배기사가 도약한다. 초인적인 각력이 그를 대포알처럼 쏘아냈다. 그렇게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반파된 골렘의 정중앙.

구대성은 뿌리를 쥐고 있는 주먹을 골렘에게 때려박았다.

-꿍!

대지의 창에 의해 반파되었던 골렘의 중앙은 손쉽게 박살났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고철이 뭉친 골렘 안, 유일한 ‘생명’이 파고든다.

성법 <생장의 축복>

그 순간, 골렘의 내부에서 순식간에 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생명의 성배기사 성력을 퍼부어 급속성장시킨 나무는 마그하르가 대처할 시간도 없이 내부에서부터 자라났고 푸른 녹음이 바깥으로 삐져나오기까지 한다.

[이런···!]

마그하르는 그것이 단순한 성장이 아님을 직감했다. 실제로 골렘의 움직임이 멈춘 것이다.

[뿌리로 내부를 장악한 건가!]

이것을 제거하려면 골렘을 아예 통째로 재분해하여 재결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그들은 줄 생각이 없다.

성마이검(聖魔二劍).

“······!”

섬뜩한 울림. 성검과 마검이 자아내는 날카로운 기운이 마그하르의 오한을 저리게 한 순간, 기사단장은 이미 검을 휘두르고 있다.

근처 빌딩에서 최대한 성력을 끌어모아 단 한 번의 도약을 해내는 천소연. 그녀가 휘두르는 검이 마그하르를 보호하는 골렘의 콕핏을 향해 휘둘러진다.

[이익···!]

다급하게 제 주변의 방비를 강화하는 마그하르였지만, 상대는 어둠과 복수의 신 벤타시스의 권능을 휘두르는 기사단장이다.

어둠의 마검이 가진 힘은 심플.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절대절삭. 그 마검은 순식간에 고철로 뭉쳐진 골렘의 콕핏을 절삭했다.

그렇게 절삭된 고철과 바위들이 떨어져 나가고 마그하르의 모습이 포착된 순간, 천소연의 성검이 마그하르를 향해 찔러진다.

“끝이──”

“얕보지 마라, 애송아!!”

마그하르의 눈빛에서 녹색 섬광이 퍼부어진다. 고크록의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권능. 고크록의 시선.

크란이나 무르카라면 정지궤도의 위성조차 격추시키는 파멸의 섬광이지만, 마그하르 정도라도 눈앞의 가녀린 기사 한 명을 끝장내기엔 충분하다.

“큭···!”

하지만 천소연도 반응이 빨랐다. 서둘러 성검의 빛으로 마그하르의 녹색 섬광을 막아낸 것이다.

“앗···!”

하지만 정면에서 받아낸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아슬아슬했던 자세가 무너져 떨어진다.

“후우···!”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마그하르는 곧장 골렘을 장악한 뿌리부터 해결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때, 문득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 천둥의 힘을 다루는 애송이는 어디 있지?’

-콰르릉!

섬뜩함을 느낌과 동시, 요동치는 하늘의 기운. 먹구름과 함께 황금빛 천둥번개가 어딘가로 내리치고 있다.

“네놈···!?”

건너편의 빌딩. 천소연과 정반대편에서 그 창잡이는 창을 있는 힘껏 당기고 있었다.

‘창에서 요동치는 천둥벼락을 동반’한 채.

“비나이다 비나이다. 울티마 님, 제 죽창이 명중하게 하시옵소서!”

[흥···! 간절히 기도하면 하늘인 내가 이루어줄 것이다.]

“조아쓰! 믿고 쏩니다!”

다음 순간, 활처럼 당긴 팔을 있는 힘껏 앞으로 던지는 김재혁. 그가 던진 에픽급 아이템 울티마의 성물이 마그하르를 향해 던져진다.

“크으윽···!”

그것을 목격한 마그하르는 직감했다. 저 창이 자신을 꿰뚫을 것이라고.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린 마그하르가 한 결정은 하나.

“흩어져라!”

신력으로 뭉친 초대형골렘을 흩어버리는 것.

“어어? 미친 저거 뭐야!”

거대한 골렘이 삽시간에 흩어지는 모습에 김재혁이 당황했다. 골렘이 흩어지면서 마그하르도 추락했지만, 그 덕분에 재혁이 던진 창이 마그하르를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아씨! 막타 놓쳤다!”

그렇다면.

“구대성 아재!!”

“구대성 경!!”

두 기사가 부르는 이. 마그하르의 눈이 번뜩였다.

“네놈···!”

추락하는 마그하르를 향해 몸을 던지는 생명의 기사. 마그하르는 망치도 방패도 없이 맨몸으로 제게 도약하는 놈을 향해 씨익 웃었다.

“한 발자국 모자라다, 가짜!”

그의 시선에 눅진한 녹색 신력이 모여든다. 서로가 공중에서 발판 없이 추락하는 상황. 그렇다면 주술사인 자신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아니, 충분해.”

“······?!”

그 순간, 마그하르는 보았다. 수없이 회전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드는 한 망치를.

“이놈···!”

녹색광선이 쏘아진다.

망치가 내리친다.

진한 녹색의 섬광과 푸르른 녹음의 색을 발산하는 망치의 충돌은 서로의 신력과 성력을 밀어내며 길항한다.

“내가··· 이긴다!!”

섬광을 밀어내는 망치의 일격. 그것이 끝내 섬광을 튕겨냈을 때, 마그하르가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은 차가운 망치의 표면이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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