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63

262화.

최남우는 벤츠 S클래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가 앉아 있는 자리는 오른쪽 뒷좌석. 일명 사장님 자리다.

기사가 운전을 했고, 옆에는 비서가 앉아 있었다. 뒷자리는 다리를 쭉 뻗어도 될 만큼 넓었다.

영업사원 시절 몰고 다니던 10년 된 아반토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래서 다들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건가?

자리에 앉은 최남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에 악수한 사람이 낯이 좀 익은데. 어디서 봤더라?’

그러나 그 생각은 금방 잊혀졌다. 비서가 스케줄표를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다음 강연은 마천동입니다.”

“알겠습니다.”

마천 지점의 회원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많다. 그들은 매번 열렬한 환영으로 그를 반겨주었다.

그곳을 포함해 오늘만 해도 세 곳에서 더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힘들진 않으십니까, 대표이사님?”

최남우는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JG블록체인의 성장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해야죠.”

고급 외제차에 앉아 이동하며 업무를 검토하는 것.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삶이다.

그는 원래 헬스터디라는 중소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수도권 전역의 헬스장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운동기구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이었다.

성격적으로 낯을 가리지 않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지라 일은 적성에 잘 맞았다. 영업실적도 꽤 좋은 편이었다. 그래봐야 월급은 300만 원도 안 됐지만.

최남우는 이대로 영업사원만 하다 끝날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는 성공을 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있었다.

그래서 주식에도 여러 차례 손을 댔지만, 오히려 투자한 돈만 까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강진후가 처음 TV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OTK컴퍼니 CEO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와이프는 전화해서 소리를 질렀다.

[오빠! 강진후 내 사촌동생이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TV에 나오는 OTK컴퍼니 CEO가 나랑 사촌이라고! 얘 우리 아빠 동생의 아들이야!]

“뭐,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인생이 뒤바뀌는 느낌이었다.

한국 재벌들은 족벌경영이라는 훌륭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아무런 능력이 없어도, 심지어는 인격적인 결함이 있어도 혈연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다.

대기업이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 자식에게는 식자재를 납품하게 하고, 사촌에게는 구내식당 운영권을 주고, 사돈에게는 배달을 시키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박스제작이라도 맡겨주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나?

처가식구들과 함께 강진후네 집으로 달려갈 때만 해도 성공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다.

‘상무나 전무라도 시켜주겠지? 아니면, 계열사 사장?’

뭐든 좋다. 시켜만 주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기대는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뭘 받기는커녕 제대로 말도 못 붙여보고 경호원들에게 쫓겨났다.

알고 보니, 강진후네 집이 망하자 처가식구들이 전부 연락을 끊고 지냈다고 한다. 그제야 다들 진작 도와주고 연락하며 지낼 걸 그랬다며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강진후를 설득하기 위해 그 후로 회사에 몇 번 찾아가봤지만, 만나기는커녕 아예 건물에 들어서는 것조차 금지됐다.

너무 화가 나서 게시판에 익명으로 욕이라도 올리려고 했지만, 이미 인터넷상에는 강진후에 대한 욕이 넘쳐났다.

차라리 사촌처남이 강진후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제까지 살던 대로 살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역전의 기회가 눈앞에서 날아가자, 일할 의욕조차 사라졌다. 영업실적은 점점 떨어졌고, 회사에서는 해고를 통보했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전까지는 성공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었다면, 이제는 손만 뻗으면 붙잡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뭔가를 하려니 쉽지 않았다. 돈도 없고, 인맥도 없고, 그렇게 대단한 사업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딱 하나.

바로 아내의 사촌동생이 강진후라는 것뿐이다.

큰돈을 벌 기회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그때 한 남자가 그에게 접근해왔다.

50대 초반 정도의 후덕한 인상을 지닌 남자였다. 그는 자신을 함순표 회장이라 소개했다.

그는 전 정권의 유력인사들, 그리고 유명 정치인들과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자신이 전 세계에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가라고 밝혔다.

그가 밝힌 사업계획은 놀라웠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제일골드코인, 베네수엘라, 국유유전, 원유 등등.

함순표 회장은 싱가포르에 JG블록체인이라는 별도법인을 만들 테니, 최남우에게 그 회사의 대표가 돼서 코인 프리세일과 상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최남우는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맡겨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렇게 그는 일개 영업사원에서 JG블록체인의 대표가 됐다.

최남우는 강진후를 직접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제일골드코인이 상장하게 되면, 우리 처남 역시 나를 다르게 보겠지?’

그제야 뛰어난 인재를 못 알아보고 내쫓았다고 후회하며, 자신을 위해 일해 달라고 붙잡을지 모른다.

만약 그런다면, 이번에는 이쪽에서 매몰차게 거절해줄 생각이었다.

뭐, 조건에 따라 한 자리 맡아줄 수도 있겠지만…….

‘보란 듯이 성공해주마!’

* * *

다단계는 수직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먼저 들어온 회원은 업라인이고, 그 사람이 데려와 새로 가입시킨 회원은 다운라인이 된다. 다운라인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업라인의 수익이 커진다.

민하영은 택규에게 설명해주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구매하면 1JGC가 120원인데, JG블록체인의 회원이 되면 회원가 60원에 구매할 수 있어.”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252만 원을 결제해야 한다. 그럼 총 42,000JGC를 받을 수 있다.

504만 원을 구매하면 45원으로, 756만 원을 구매하면 30원까지 내려간다. 많이 살수록 할인 폭이 커지는 것이다.

택규가 고민하는 듯하자, 옆에 있는 홍창수가 말했다.

“이건 나중에도 소급 적용됩니다. 먼저 회원이 되시고 그 다음에 생각하세요. 카드할부도 가능하고, 은행과 연계해 대출도 가능합니다.”

“10억 원어치 구매할 수도 있나요?”

“예? 10억이요?”

“제가 지금 10억이 있거든요.”

민하영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홍창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몇 년 전부터 하도 10억 모으기가 유행하다 보니,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일반 직장인이 평생 열심히 일해도 모을 수 있을까 말까한 금액이다.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겠지. 역시 이런 건 직접 보여주는 게 최고다.

“못 믿겠으면 보여드릴게요.”

배당으로 받은 돈은 골든게이트 MMF 계좌에 들어있지만, 생활비는 한신은행에 따로 넣어 놓았다.

택규는 즉시 스마트폰으로 계좌에 접속해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홍창수와 민하영은 깜짝 놀랐다. 계좌잔고에는 정말로 10억이 넘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민하영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택규를 보았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된 거야?”

택규는 그 의문을 간단하게 해소시켜줬다.

“로또에 당첨됐거든.”

실제로 한때는 로또 당첨을 꿈꾸며, 열심히 구매했던 적이 있다. 고작 5등에 몇 번 당첨된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진짜로 1등에 당첨된다고 해도 별로 기쁠 것 같지는 않다. 10억, 20억 받아봐야 누구 코에 붙이겠나?

“와아! 말로만 듣던 로또 1등. 정말 축하드립니다.”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 힘든 일을 제가 해냈습니다.”

홍창수는 마치 자신이 로또를 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민하영의 업라인. 택규가 코인을 구매하는 액수의 5퍼센트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10억이면, 무려 5천만 원이 떨어지는 것이다.

택규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물었다.

“상장만 하면 1만 원이라고 했으니, 지금 개당 30원에 10억 원어치 사면, 나중에는 3000억이 되겠네요?”

홍창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이사님 강연 들으셨으니 아실 테지만, 상장만 하면 1만 원 가는 겁니다. 바로 코인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택규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근데 이거 인출하려면 은행에 직접 가야 하는데. 계좌해킹이나 파밍 같은 거 당할까봐 모바일과 인터넷뱅킹을 막아놨거든요.”

그 말에 홍창수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은행이 열지 않는 주말이기 때문이지.

“그, 그래도 ATM기에서 뽑을 수 있지 않나요?”

“출금한도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출금되는 만큼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월요일에 구매하기로 했다.

“ATM기 가서 뽑아올게요.”

잡은 물고기가 도망 갈까봐 걱정이라도 되는지 홍창수는 재빨리 말했다.

“이 주변 잘 모를 테니, 민하영 사원이 같이 다녀와.”

둘은 건물을 빠져나왔다. 큰 길로 나가면 바로 한신은행 ATM기가 있다.

걸어가면서 민하영은 택규에게 물었다.

“정말로 로또에 당첨된 거야?”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대박이 터졌다. 아마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겠지.

“이제 이걸로 제일골드코인 사서 대박 터트려야지.”

순간, 민하영은 걸음을 멈추고 택규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미쳤어?”

“왜? 10억 넣으면 3천억 벌 수 있다며?”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번에 10억을 넣는다는 게 말이 돼?”

자신이 코인을 10억 원어치 구매하면, 민하영에게는 1억 원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아직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는 모양이다.

“너도 확신은 없는 모양이네.”

택규의 말에 민하영은 당황했다.

“나, 나는…….”

“넌 웹툰작가가 꿈이었잖아. 그래서 대학도 만화콘텐츠과로 갔고. 그런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등학생 때도 택규는 오타쿠였다. 친한 친구도 얼마 없었고, 여학생들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민하영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만화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택규는 만화책을 빌려주거나 각종 정보를 알려줬고, 그림에 대해 조언도 해주었다.

‘웹툰 작가는 되지 못했더라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다단계를 하고 있을 줄이야.’

“제일골드코인이 새로운 꿈과 희망인 거 맞아?”

민하영은 화내듯 말했다.

“다, 당연하지. 괜히 사람 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믿지 못하겠으면, 그냥 가!”

말은 그렇게 해도 눈빛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돈 뽑아서 회원가입은 하고 갈게.”

“어, 어째서?”

택규는 웃으며 말했다.

“재밌잖아.”

* * *

택규는 남은 주말 동안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 JG블록체인과 제일그룹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는 한편, 반썸 대표에게 연락했다.

반썸에는 난다긴다하는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다. OTK컴퍼니 부대표의 지시에 그들은 즉시 제일골드코인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월요일에 회사로 출근해 박상엽을 만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박상엽은 깜짝 놀랐다.

“진후 사촌누나 남편이라는 놈이 강진후 이름을 팔아서 코인다단계 사기를 치고 있다고?”

“제가 직접 보고 왔어요.”

그는 택규가 모은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일에는 두 회사가 관련되어 있다. 바로 제일골드코인을 발행하는 JG블록체인과 베네수엘라에서 유전사업을 하는 제일그룹이다.

JG블록체인의 대표는 최남우, 그리고 제일그룹의 대표는 함순표다.

“JG블록체인은 코인다단계 회사라 치고, 이 제일그룹은 정체가 뭐야? 설립된 지 6개월밖에 안 된 데다가 건강식품제조업체로 등록돼 있는데, 뭔 유전사업을 한다는 거야?”

엄밀히 말해 이 둘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러나 JG블록체인이 제일골드코인을 팔아서 챙긴 돈은 유전개발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전부 제일그룹으로 흘러들어간다. 사실상 제일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상엽은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법인을 나눈 이유는 소유관계를 복잡해 보이게 만들고, 나중에 문제가 터졌을 때 빠져나가기 위함인가?”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기꾼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죠. 각하께서도 그러셨잖아요.”

어쨌거나 최남우는 바지사장이고, 모든 일을 주도하는 것은 함순표다. 그렇다면 어째서 함순표는 최남우에게 JG골드코인의 대표이사를 맡겼을까?

그야 강진후 친척이기 때문이겠지.

강진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 친척이 대표라는 것만으로도 신뢰도를 얻고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쉽다.

박상엽 황당해하며 물었다.

“이거 진후에게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요. 여친이랑 놀러간 놈에게 이런 일까지 신경 쓰게 할 필요는 없죠.”

“그럼 어떻게 하게?”

택규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진후가 돌아오기 전에 처리하죠.”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