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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4

라이온하트 vs 오크 (10)

카리나 드라고니아는 역전의 성배기사다.

레온이나 불카누스에 비해 그녀가 성배기사가 된 시기는 늦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무력이 당대의 성배기사들에 비해 부족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녀는 드라고니아 대공가에 대대로 물려지는 용의 심장을 이식받은 드라고니아 대공.

성배기사로서의 길을 걷지 않았기에 성법은 기본 소양 정도로만 다룰 수 있지만, 그녀의 막대한 마력은 다른 성배기사들과의 대결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용의 심장이 숙주에게 부여하는 어드밴티지는 심플하다.

압도적인 마력. 그리고 드래곤 피어.

-뀌익···!

짐승들이 멈칫거린다. 오크 보어 라이더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크산 멧돼지들은 오크들을 태울 만큼 거대함과 난폭함을 지녔지만, 상위 생물에게서 뿜여져오는 프렛셔는 견디지 못했다.

“발이 멈췄군, 쏴라.”

그 틈을 카리나는 놓치지 않는다. 흑룡이 퍼붓는 드레스가 발이 멈춘 멧돼지들을 태워버렸다.

“크···!”

스쿠닉의 챔피언 스키라는 오크 사냥꾼들의 말을 들어먹지 않는 멧돼지들에게 재차 가호를 내렸지만, 멧돼지들은 그의 가호보다 카리나의 기운에 짓눌렸다.

‘저 어린 용이었다면 문제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저 인간의 형태를 한 용이다. 세계수를 통해 탄생한 어린 용들과 달리 저것만큼은 다르다.

무려 200년 넘게 용의 심장을 담아온 그릇은 신화 속 위대한 시조룡 드라고니아의 편린을 가진 존재.

[가라, 감히 용의 신체를 다치게 한 건방진 놈들을 쓸어버려라!]

심지어 용신의 대리인. 황금과 계약의 신 드라고니아가 무제한으로 백업하는 성배기사는 이 땅의 모든 용들에게 가호를 내리고 막강한 마법들을 퍼붓고 있다.

멧돼지들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스키라의 오랜 전우 도트락 정도가 아니면 저 용신의 대리인 앞에서 버틸 수 없으리라.

무엇보다도──

-크롸라라라라라!!

용들이 날뛴다. 추락한 흑룡을 비롯해 네 마리 용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퍼붓는 브레스. 그리고 그들 하나하나가 타고난 마법의 달인이다.

‘이대로라면 밀린다! 대책을 강구해야해!’

스키라는 일단 물러나 스쿠닉의 대투창이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하나 싶었다.

그 투창을 던질 수 있는 건 오크 사냥신 스쿠닉의 챔피언인 자신이나 대칸 무르카 뿐.

필중이라는 막강한 성능 덕에 챔피언 스스로가 던져야 하는 그 대투창은 스키라가 없는 지금, 가호만을 흩뿌리는 장식물에 불과하다.

‘물러난다! 일단 대투창이 있는 곳으로──’

“대전사 결투를 신청한다!”

“······?!”

“······?!”

카리나의 선언에 스키라는 물론이고 오크와 용들까지 그녀를 응시한다. 카리나는 검을 검집에까지 집어넣으며 결투의사를 밝힌다.

“개소리!”

스키라는 카리나의 결투 신청에 이를 갈았다.

오크들 사이에서 대전사 결투란 신성한 의식이다. 오직 강자존을 추구하는 오크들에게 강함을 증명하는 정정당당한 수단.

오크 대칸 무르카가 지금까지 수천 오크들의 결투에서 승리해 대칸의 자리를 지켜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저놈들은 아니다. 저 라이온하트의 깡통 놈들은 오크들의 규율과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다.

오크라면 무작정 죽이고 보는 놈들 아닌가? 그런 놈들이 대전사 결투를 청하다니?

“믿지 못하겠다면 용들을 물러나게 하지.”

카리나가 손짓하자 용들은 무언의 신호를 받아들인 듯 펄럭이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흑룡 또한 찢어진 날개를 펄럭이며 느릿하지만 상공으로 물러난다.

용들이 저마다 건물 위에서 지켜보자 카리나는 으쓱거리며 말했다.

“이래도 거부할 텐가? 그렇다면 실망인데. 위대한 오크 챔피언이 일대일 결투를 거부하다니 말이야.”

“이놈······.”

스키라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이 대전사 결투에 크나큰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마계로 넘어간 뒤로 무르카는 동족의 무의미한 소모를 줄이기 위해 대전사 결투를 금지시켰다.

그것을 이성적으로는 받아들였지만, 다시 말하면 오래간 오크들간의 서열이동이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것은 다른 오크들도, 스키라마저도 불만이었다.

강자와의 투쟁은 오크들의 최고 오락거리였으니까.

‘수작질이다! 넘어가선 안 돼!’

스키라는 그것을 이성적으로 거부하면서도 본능적인 끌림에 매료되었다.

라이온하트의 깡통 기사들은 그 강함이 전 대륙의 오크들에게 널리 퍼져있다.

오크들에게 있어 라이온하트는 종족의 숙적. 그 중에서도 성배기사라 하면 오크 챔피언과 대등한 위대한 전사들이다.

그런 그들과 일대일 혈투를 벌일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오리지널 라이온하트 기사들이 전멸하다시피 한 현 시대에서 이 기회는 스키라의 삶에 있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크··· 좋다! 대전사 결투를 받아들이겠다!!”

결국 그는 오크의 본능을 이겨내지 못했다.

대칸 무르카 발락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응시하고 있었다면 절대로 불가했을 일.

하지만 이 난잡한 전장에서 자신 하나쯤이라면······.

“과연, 위대한 오크 챔피언이로군.”

카리나는 노림수가 통했다는 것처럼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럼 서로에게 부끄럼 없이···!”

마검을 들고 노면을 박차는 카리나. 이에 맞서 스키라도 투창을 들어 도트락에게서 뛰어내렸다.

-꽝!

스키라는 챙겨온 투창을 카리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오크 사냥꾼들의 투창은 대괴수를 사냥하기 위한 폭발투창이 주력이지만, 투창에 그런 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유도투창과 관통투창. 투창에 갖가지 기능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뛰어난 오크 사냥꾼의 자질을 가른다.

“흠···?!”

날아든 투창을 튕겨내는 카리나. 하지만 그것은 곧 있을 수 없는 궤도의 수정을 더해가며 다시 카리나를 향해 쇄도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콰콰콱!

투창이 분해되며 짦은 단창 세 개로 나뉘어 비행한다. 작은 사냥감을 여럿 사살하기 위한 분리투창.

“진부하군···!”

카리나의 마검이 어두운 에너지를 요동친다. 전방위로 퍼부어지는 어둠이 분리투창을 수천 조각으로 분해한다.

절삭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어둠의 성법. 이 범위 제압기에 작은 단창 따위는 버티지 못한다.

“크하핫!”

스키라가 매섭게 창을 찔러왔다. 최근접전의 격투. 카리나는 손쉽게 창을 스쳐보내며 검을 휘두른다.

깡! 하고 투창의 자루를 쳐내는 날카로운 마검. 카리나가 미소 지었다.

“섣불렀군, 오크. 이 최근접전은 나의 영역. 근접 검싸움에선 폐하조차 내게 한 수 물러주시거늘.”

“······!?”

매서운 검격이 연이어 스키라를 압도한다. 투창으로 방어하며 거리를 벌려보려 하지만, 카리나는 결코 거리를 내주지 않았다.

“칫···!”

스키라는 투창을 사용하는 사냥꾼이지만, 동시에 창술의 달인이기도 하다. 오크들에게 근접 병기술은 기본소양. 창과 검의 대결이라면 당연히 유리한 건 스키라 쪽이다.

그런 만큼 창의 전술적 유리함을 한껏 살려 중거리전을 유도하려 했지만, 상대의 발놀림과 공세가 너무 빠르고 노련하다.

거리를 내주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할 수밖에.

스키라나 찌른 투창을 스쳐보낸 카리나가 파고드려는 순간, 투창이 빛을 발했다.

“······!”

최근접의 거리에서 투창이 폭발한다. 폭발은 물론이고 폭발로 인한 연기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온다!’

상대방의 목적은 예상 가능하다. 폭발로 서로에게 대미지를 축적시킨 뒤, 거리를 벌려 원거리전을 감행한다.

카리나는 곧 검은 안개를 뚫고 쇄도할 투창에 대비했다.

-사삭!

가려진 시야 속 쇄도하는 투창들. 분리투창인가 싶지만 소리의 무게가 다르다.

카리나는 보이지도 않는 투창의 무게와 속도를 계산하며 검을 휘둘렀다.

-캉!

첫 번째 투창이 튕겨 나가고,

-캉!

두 번째 투창도 튕겨 나간다.

“······!”

그 순간, 범상치 않은 속도와 무게가 감각을 스친다. 카리나는 검날로 그것을 막아냈다.

-꽈앙!

무겁다. 카리나의 가벼운 몸이 노면을 긁으며 밀려난다. 관통주술이 걸린 중투창 계열. 대괴수를 최대한 상처 없이 사냥하기 위한 물건이다.

“하지만 대인용이 아니지!”

둔한 괴수들과 달리 그녀는 성배기사. 묵직한 대투창이 그녀의 기교에 빗겨나간다.

“칫···!”

스키라와 카리나는 자연스레 대치 상태에 놓였다. 아직 여유가 있는 카리나와 투창이 소모되고 있는 스키라.

그 심리적 간극을 결정지을 이변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

“······?!”

스키라를 비롯해 오크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한다. 그곳은 스쿠닉의 대투창이 있는 곳. 그곳에 드래곤들이 브레스를 퍼붓고 있었던 것이다.

“뭐하는 짓이냐!!”

“무슨 소리지?”

“결투 사이에 용들로 대투창을 노리다니!”

“결투의 당사자는 너와 나뿐이다. 그들의 행동을 막을 이유가 없지 않나.”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거리는 카리나. 그녀는 위장을 위해 빌딩 위에 남아있는 드래곤 두 마리와 함께 키득거렸다.

“하지만 이미 전략적으로는 패했군, 스쿠닉의 챔피언. 너희 오크들은 저걸 지켰어야 했는데 말이야.”

“이노옴···!”

스키라는 분노하며 남은 창에 스쿠닉의 신력을 모조리 집중시켰다. 이렇게 된 이상 성배기사 하나라도 처치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지가 안 맞는다.

“일격싸움인가. 뭐, 응해주지.”

카리나는 검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일격일탈의 최강의 검격. 마검에 집속된 벤타시스의 성력이 맹렬한 기운을 뿜는다.

대관통투창──-

휘황의 마검──

격돌의 순간, 쩌적 하고 지형이 갈라진다. 서로가 서로를 스친 순간, 광대한 힘이 충돌한 여파가 사방의 빌딩과 건물들을 모조리 무너뜨렸다.

“젠장··· 이 정도의 차이라니······.”

그리고 고꾸라진 건 스키라였다. 그는 제 몸을 반토막내고 상처에 타오르는 듯한 어둠을 남긴 카리나의 마검을 뒤돌아봤다.

“전대 사냥신의 챔피언을 죽인 게 나다. 내게 두 번 보인 기술이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건 오만이지.”

“그런··· 가.”

스키라의 챔피언을 쓰러뜨린 카리나는 사방에서 집중되는 사나운 시선을 느꼈다.

블랙오크 사낭꾼들. 그들은 자신들의 대장이 결투에서 패하는 것을 바라보며 부아가 치민 듯했다. 하지만······.

“꺼져라, 인간.”

“네 승리다.”

대전사 결투의 승자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것이 오크의 전통. 설령 그것이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을 정도로 우직하더라도.

“부왕께선 네 녀석들을 혐오하시지만, 뭐, 이런 점만큼은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 같군.”

예나 지금이나 이 오크들은 존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사들이다.

다만, 인간과 같은 영역을 공유하는 이상, 둘 중 하나는 굴종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 * * *

춥다.

베아트리체는 과거, 빙하대륙에서 가혹한 추위에 시달렸음에도 이 땅의 겨울이 그에 부족하지 않다고 체감했다.

서리여왕의 궁전. 도시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침식필드.

이를 공략하기 위해 불꽃의 신녀인 하리와 두 드래곤을 백업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겨우 이거냐, 마술사 여왕.”

강하다. 베아트리체는 거대한 얼음성벽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오크 대주술사를 응시했다.

“여, 여왕님, 이거 좀 위험해요.”

“알아요, 하리 양.”

베아트리체는 공중에 박제되다시피 얼어붙은 용들을 보았다. 하리가 휘두른 불꽃이 얼음에 달라붙어 녹이고 있지만, 서리여왕의 얼음은 그것을 제대로 녹이지 못한다.

“데이터 상의 서리여왕보다 훨씬 강력해졌어요. 역시 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일까요.”

“으으······.”

오크 대장로 크란. 무르카의 뒤를 잇는 오크 대륙연방의 2인자.

그는 시베리아 설원에서 부활한 서리여왕의 심장을 획득했고 그것을 완벽하게 제힘으로 삼았다.

베아트리체와 하리를 제외한 모두가 크란에 의해 얼어붙고 봉인되었다.

“파도의 성법은 사용하지 못해요. 바로 역이용 당해요······.”

[나의 힘을 더욱 더 사용해야 한다, 하리야.]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의 조언에 하리는 각오를 다졌다. 그녀의 시야 앞에 펼쳐진 전장에는 수많은 얼음병정과 서리거인들이 접근하고 있다.

베아트리체는 원거리전을 전문으로 하는 마술사. 그렇다면 전위를 맡아야 할 건 자신밖에 없다.

“전진 앞으로.”

그녀의 검날에 불꽃이 휘몰아친다. 하리는 일생일대의 대전투를 앞에 두고 신께 기도드렸다.

“부디 제게 승리를.”

“엄호할게요, 하리 양.”

베아트리체의 마력이 요동친다. 천지를 개벽하게 만드는 대마도의 울림과 함께 불꽃의 신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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