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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6

라이온하트 vs 오크 (12)

···

“······.”

도시의 중앙. 오크 대칸 무르카는 피부로 느껴지는 전장의 변화를 감지했다.

발바자, 마그하르, 스키라··· 크란.

그 외에도 마계에서까지 함께한 블랙오크들.

수백 년을 함께한 동족이었고 제자였으며 스승이었다.

“크크큭, 꽤나 즐기다 갔나 보군.”

느껴진다.

동족들의 후련함이.

그들이 끝내 오랜 숙적들에게 패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마지막을 전사로서 죽을 수 있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만족스러운 결과겠지.

“자, 와라. 오랜 숙적이여. 내가 여기 있다.”

거대한 섬광이 하늘을 벤다. 그것은 오크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싸워보길 희망한 놈들의 대왕이었다.

* * * *

신의 힘을 폭주시킨 블랙오크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그들은 목숨을 아낌없이 버렸다. 투쟁을 추구하는 투사들이 제 목숨을 버리는 것쯤이야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다.

단지 라이온하트의 기사들과 비교한다면 그들이 수호, 신앙, 기사도에 입각한 것에 비해 오크들은 신앙 따위 없이 그저 자신의 투쟁과 명예를 위해 목숨을 던진다는 거겠지.

기준은 분명 달랐지만, 그 거침없는 투쟁심이 그들을 강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죽어라, 깡통들의 대왕. 네 전설은 우리들 손에 끝날 것이다.”

죽음을 각오한 일제돌격. 목숨을 던져 사자심왕의 검을 봉쇄하고 뒤에서 붙잡으며 동료의 팔이 절단나는 것도 무시하고 도끼를 내려친다.

그럼에도 견고한 사자심왕을 향해 퍼부어지는 고크록의 대주술들, 폭발투창까지 쏟아지며 도시를 녹일 화력이 집중된다.

그것은 분명 성배기사조차도 견뎌낼 수 없는 공격이었을 것이다.

성검개방(聖劍開放).

-콰아아아아아!!

별빛이 휘몰아친다.

사자심왕의 성검에 집속된 황금빛은 제 목숨을 걸고 성검을 봉쇄한 블랙오크의 희생을 가볍게 찢어발기며 폭풍으로 화했다.

“짐의 검을 고작 목숨 하나로 막겠다고? 버거울 거다.”

도끼질이, 투창이, 주술이 휘어진다. 개방된 성검의 힘에 의해 휘몰아치는 폭풍에 의해 찢어발겨진 블랙오크 대전사들의 육신이 날아든다.

“치잇···!”

블랙오크 대전사들의 신력과 성검의 성력이 뒤섞인 공간. 그것은 일종의 아공간화되어 있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순식간에 삼켜질 이계에서 서로를 응시한다.

“앙고르, 굴팡, 그룩! 가라!”

투신의 대전사들이 덤벼든다. 하지만 레온은 그들과 투닥거려줄 생각이 없다.

성법 <대지의 가호>

그 순간, 바닥이 요동치며 뿌리가 솟구친다.

“······?!”

지면에서 솟구친 날카로운 나무뿌리들이 오크 투사들을 꿰었다. 당대 데메라의 성배기사가 사용하는 나무뿌리와는 철저하게 다른 살상력을 극대화한 자연의 분노.

이뿐만이 아니다.

“너흰 태양 아래에 있다. 그럼 마땅한 예를 갖춰라.”

성법 <타타르의 시선>

도시에 전개되어 있던 작은 태양. 그것에서 섬광이 쏟아진다.

감히 사자심왕을 향해 대죄를 저지른 자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심판의 태양이 단죄를 내리는 것이다.

“피해라!”

“화력이···!”

오크 주술사들은 그것들을 피하지 못했다. 신력을 퍼부어 전개한 방어주술도 타타르의 태양빛을 견뎌내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이놈···!”

불탄과 남은 블랙오크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그들은 코앞에서 폭발투창을 터뜨려가며 사자심왕과의 공명을 노렸다.

-투콰콰콰콰콰쾅!

연이은 폭파. 사자심왕의 갑주조차 폭발에 흔들리며 그의 신형이 뒤로 밀려난다.

“겨우 이거야, 사자심왕!”

“그럴 리가 있겠느냐.”

불탄은 순간 목을 붙잡혔다. 사자심왕의 손아귀가 그의 목덜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짐이 너희들 따위에게 상처 하나 입을쏘냐.”

-뚜두둑!

목이 부러진다. 불탄은 주변을 동료들의 공격이 이어지지 않자 졸려가는 와중에도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목격한다.

“······!”

태양의 광선에 꿰뚫리고 생명의 뿌리에 관통되었으며 죽음의 안개에 삼켜진 동료들을.

그 짧은 찰나에 사자심왕은 그들 모두를 주살한 것이다.

“짐은 네놈들의 도살자이며 인류최강이다. 힘을 좀 아꼈다 하니 이 내가 우습게 보였구나.”

“크, 크륵··· 크크큭!”

강하다. 어찌 사람이 이토록 강할 수 있단 말인가.

불탄은 목이 졸린 채로 도끼를 들었다. 그리고 내리쳤다.

-깡!

공허한 철의 소리. 불탄은 자신의 도끼질론 저 위대한 사자심왕의 갑주조차 무너뜨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대칸이··· 너를 죽일 것이다.”

그것으로 불탄의 생명이 스러졌다. 마지막 블랙오크 대전사의 숨이 끊어진 순간──

“겨우 나설 수 있게 됐군.”

시뻘건 메이스가 레온을 향해 휘둘러진다.

“왔느냐, 짐승들의 왕!”

레온의 성검 또한 황금빛으로 빛났다.

* * * *

최강의 인간.

최강의 오크.

다중차원을 침략하며 오랜 전쟁의 경험을 쌓은 악마 군주들조차 이겨내지 못한 그들은 분명 차원을 넘어 신들보다도 위대한 투사들.

즉, 그들이야말로 차원 최강의 무(武).

완전무결한 최대최강의 존재들이 드디어 격돌한다.

서로가 무한한 체력을 가지고 수백 년이고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괴물들임에도 그들은 충돌의 순간 자신의 전력을 다해야 함을 깨달았다.

투력개방.

성검개방.

처음부터 모든 걸 쏟은 일격을.

───────■■■■■■■■■■■!!

세상에 소리가 사라진다.

도시를 넘어 대륙에 그 파동이 퍼져 나간다.

-미친··· 저게 대체 뭐야?

간신이 위성 시스템을 복구하고 대륙에서 벌어지는 라이온하트 연방과 오크 연방의 대결을 관측하던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주에서조차 관측되는 파형은 핵병기의 폭발 따위로 비교될 게 아니었다.

도시가 으깨지고 대륙에 퍼진 파동이 수백 킬로미터 퍼져나가 유리창을 깨부순다. 밀려나간 구름은 다시 되돌아올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저궤도에서 관측하던 위성이 대미지를 입었다.

저것이 고작 인간과 오크의 냉병기가 격돌하는 여파라는 것을 누가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격돌을──

“사자심왕!”

“짐승 놈이!”

반복한다.

-꽝!

소리를 앗아가는 철퇴와 검의 격돌.

힘싸움.

비틀기.

쳐내고.

반격하고.

순수한 백병전의 충돌을 반복하며 반복 또 반복. 서로의 갑주마저 으스러지고, 붉은 투력과 황금의 성력이 얽히고 흐트러져 세상에 다시 없을 극한의 충돌이 찰나에 삼십칠 번.

도시가.

붕괴한다.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전장, 오크 인간 할 것 없이 모두가 느낀다. 모두가 목격한다.

원초적인 냉병기의 충돌이, 생명체의 정점에 도달한 극한의 특이점들이 서로를 향해 충돌하는 것만으로 대륙이 으깨지는 광경을.

-꺄아아아악! 빌딩이!

-도, 도망쳐! 지진이다!

-어째서 여기까지 여파가!

내륙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해안도시까지 미친다. 그 파동이 역쓰나미를 만들어내며 바다의 안쪽을 덮쳤다.

지상이, 바다가, 하늘이 가릴 것 없이 흔들린다.

날카로운 검기와 파괴적인 철퇴가 자아내는 대참사.

-시, 신이시여.

-경배하라······.

그 힘에 두려워하고 경외심을 가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전장에서 세계는 이 무신들 앞에 굴복하고야 만다.

“크하하하핫! 좋군! 좋아! 살육군주 이래 내 철퇴를 여기까지 버텨낸 건 네놈이 처음이다!”

“어디 버텨낼 뿐이겠느냐! 과연, 짐승 놈들의 왕이라더니 악종 놈들보다 조금은 낫구나!”

그들은 천지개벽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지옥 같은 전장에서 승리한 자들이다.

살육의 군주, 지혜의 군주, 나태의 군주, 혼돈의 군주, 강욕의 군주, 쾌락의 군주──

그 우주 최강의 존재들이 끝내 이 반신들에게 패배했다.

그리고 그건 군주들의 힘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싸우는 존재이기 때문.

인간이, 오크가.

수천, 수만 년동안 서로를 죽이고 싸워왔다.

오크의 강인한 신체능력에 맞서 인간은 스스로를 갈고 닦아 기사라는 전투생명체를 완성시켰다.

오직 전쟁만을 반복하는 철의 기사들은 신들의 힘마저 손에 넣어 초인으로서 녹색 짐승의 파도를 몰아냈다.

이에 맞서 오크 또한 배운다. 그들이 신의 힘을 사용한다면 오크 또한 사용한다.

투신 헬칸, 주술신 고크록, 사냥신 스쿠닉.

위대한 오크 삼대신들은 기꺼이 이 끝없는 싸움에 힘을 빌려주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배우고, 따라하고, 대응하며 끝없이 강해진다.

나이트 오브 렐름이, 오크 워리어가.

그레일 나이트가, 오크 챔피언이.

라이온하트들, 오크 워로드들.

서로가 서로를 완성시킨다. 살아남기 위해, 이 끝없는 생존경쟁과 투쟁 속에서 끝내 ‘신’을 만들어냈다.

“죽어라, 짐승아! 너희는 존재를 용서받지 못했다!!”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를──

“개소리 말고 뒈져라, 깡통!!”

무르카 발락을──

그들은 스스로 신을 만들어냈다.

패하지 않은 불패의 무신들을.

* * * *

“위험햇······.”

지혜와 탐구의 대악마. 한반도에서 있었던 제2차 한국전쟁에서 유유히 도망쳐와 대륙에 당도했던 고블린 대악마는 그나마 안전한 장소에서 전장을 지켜보며 따닥따닥 이빨을 부딪쳤다.

“어, 어쩔까요?”

그 하수인인 레이먼드 쉘먼도 마찬가지. 두 사람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시무시한 싸움에 치를 떨었다.

이미 두 괴물들은 악마 군주의 힘조차 넘어섰다.

이래서 그곳을 침공한 것이다.

이런 괴물들이 배양되는 곳이기에 그 세계를 멸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패배한 것은 악마들이다. 그들은 이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누가 살아남든··· 악마는 살아남은 쪽을 감당할 수 없닷. 올드 원들은 그것을 인지하고 있엇.”

그렇기에······.

“쌍소멸 프로젝트를 개시한닷.”

고브는 레이먼드와 함께 ‘어떤 장치’를 가동했다.

그것을 시작하면서도 그의 생존감각에는 크나큰 위험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 * * *

-콰콰콱!

지면을 갈라버리는 막대한 충돌음이 전장을 휩쓴다.

한참 절정에 달아오른 산해관은 그야말로 붉게 물든 하늘로 마치 이세계처럼 느껴졌다.

“크헉!”

처박힌 짐승신들의 대전사 리가르도. 그런 그를 짓밟는 불카누스가 검을 겨눈다.

“끝났다!”

“쿨럭···!”

사흘밤낮으로 이뤄진 불카누스와 리가르도의 격전. 끝내 패배한 것은 리가르도였다.

“크크큭··· 여전히 더럽게 강하군 그래.”

“그러는 네 녀석이야말로 전보다 훨씬 강해졌군. 이렇게 애먹이다니.”

리가르도는 불카누스가 받아야 할 짐승신들의 가호를 그의 배반으로 인해 대신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백 년에 이르는 마계에서의 전투경험까지.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산이었다.

“과연, 우리 일족 최강의 괴인.”

“아니!”

불카누스는 리가르도를 짓밟은 발에 더욱 힘을 주며 불꽃숨결을 토해냈다.

“나는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의 대리인이자 만신전과 라이온하트를 수호하는 성배기사다! 내 강함은 그렇기에 형성된 것이지!”

“크크··· 정말 종교쟁이가 다 됐군.”

대체 어쩌다 괴인들의 왕이 신들의 사냥개 노릇이나 하게 됐단 말인가.

만신전의 신들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이런 괴인을 길들인 사자심왕이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그래도 제법 즐거운 싸움이었다, 친구. 이제 그만 뒈져라.”

“글쎄······.”

오랜 친구에게도 용서 없는 불카누스를 보며 리가르도가 씨익 웃었다.

“너희들은 지나치게 강해. 라이온하트도··· 오크들도 말이지.”

“흠?!”

순간, 본능적인 감각으로 무언가를 피해 뒤로 뛰어드는 불카누스. 그는 자신을 덮치려 든 무언가가 거대한 부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설마···!”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균열이 일어나고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부리. 그것은 흑수리라 불리는 짐승신의 화신.

“라그나로크 플랜. 너희나 오크들은 대규모 데몬 게이트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조금 달라.”

리가르도는 자신의 등 뒤에서 그 거형을 드러내는 흑수리의 화신 위에 올라타 세상을 응시했다.

그리고 오크들도, 인간들도 모두가 그 난입자’들’을 본다.

-뭐, 뭐야!

-짐승신의 화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세계 곳곳에 열려있는 미공략 게이트들. 그 모두가 붉은빛을 뿜어내며 ‘변동 게이트’로 변모한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악마와 거래를 했지, 불카누스. 누가 승리하던 나와 일족의 신들은 이득이 없으니까 말이야.”

세계에서 괴물들이 쏟아진다.

마(魔)의 멧돼지.

백(白)의 늑대.

철(鐵)의 곰.

흑(黑)의 수리.

세계를 뒤덮은 짐승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사방의 모든 것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너희 라이온하트도, 오크들도 너무나 위험한 존재야. 그래서 이백 년 동안 너희들을 완전멸종시키기 위한 숫자를 비축했다.”

그것은 악마들의 마지막 보험이었다.

그들이 성배기사 게오브릭을 포획하고 짐승신들에게 내주었던 것은 그런 이유.

아주 오래전부터 악마와 짐승신들은 거래를 하고 있었으니.

오크들과 라이온하트의 세계가 멸망할 때, 짐승신을 섬기는 야만족들은 악마들이 내어준 차원에서 그 숫자를 불렸다.

결국 그 마지막 보험이 이렇게 발동한 것이다.

“쌍소멸 계획을 시작하지. 제발 죽어다오. 우리도, 악마들도 너희들이 두려워 어쩔 수가 없거든.”

“리가르도, 네놈!!”

세계에 짐승들이 침공을 개시한다.

싸우던 자들도, 방관하던 자들도, 굴종한 자들도 가릴 것 없이.

[죽여라, 저 증오스러운 철을 입은 놈들을.]

[잡아먹어라, 증오스러운 신앙의 영향을 입은 놈들은 남김없이 멸종시키는 거다.]

[오크 놈들을 모두 없애. 놈들을 우릴 사냥하는 존재들이다.]

[태양을 가리고 야만의 시대를 되돌려라.]

짐승신들의 권속들이 야만스러운 포효를 터뜨렸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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