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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7

Chapter 267 – 고해성사 (3)

“부모님께 말하기로 했다고?”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강주연의 표정은 확고했다.

“응. 가은이가 제일 먼저 말할 거야. 그 다음은 나, 다음은 채은이.”

문가은, 강주연, 김채은.

그녀들이 순서대로 말하기로 했다는 건, 당연히 나와의 연애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방되고 있는 추세라곤 해도, 아직은 한국에서 용인되지 않는 동시 연애.

하물며 부모님 세대는 더더욱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갑자기?”

그런데 그게 지금이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나는 전혀 몰랐던, 통보 형태의 결정일 줄이야.

“…갑자기는 아니야. 전부터 계속 고민했어.”

“전부터면…”

“가은이나 나 상대로, 너랑 루머 기사 자주 뜰 때부터.”

“아.”

그녀의 말에 그제야 이해가 갔다.

최근 들어 내가 유명세에 오르고, 홀더로서의 굵직한 행보가 많아지면서 나와 내 연인들 간의 루머 기사 또한 부쩍 많아졌다. (실제론 루머가 아니긴 하지만.)

그 대상은 주로 같은 유명 인사인 강주연과 문가은.

강주연은 애초에 <불의 심판> 클랜 마스터의 딸.

클랜의 유일한 후계자이기에 말할 것도 없고…

문가은 역시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로열>의 공주님.

클랜 내 위치로나 외부 시선으로나 핵심 취급을 받는다.

그런 그녀들과 자주 어울려다니고, 중요한 일들은 매번 함께 처리하는데… 당연히 염문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연인인 김채은마저 이번 <파문 공격대>를 통해 인지도가 확 높아졌다.

지금이야 친구나 동료라는 이름으로 둘러대지만, 언제까지 이를 모른 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중에 기사로 접하시는 것보다, 우리가 직접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서 여자친구들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언젠가 밝혀질 사실이고, 그렇다면 우리보단 부모님들이 먼저 알고 그에 맞게 움직여주는 게 가장 깔끔하다.

어쨌든 그들은 우리보다 인생사에 있어 선배니까.

“그래도 말은 해주지.”

다만, 나랑 상의도 없이 결정했다는 게 조금 섭섭했을 뿐.

내용 자체는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미안. 요즘 계속 바빠 보여서….”

그러자 강주연이 내 목을 끌어안으며 사과했다.

그리고 가볍게 맞춰오는 입술.

서툴지만 적극적인 그 움직임에…

서운했던 마음이 금세 눈처럼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이건 반칙이잖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강주연 특유의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과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행동들.

그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빠질래야 나빠질 수가 없었다.

“괜찮아.”

그래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강주연의 눈동자가 살짝 커진다.

“…진짜?”

“응. 주연이 말처럼 요즘 진짜 바쁘기도 했고, 또 나도 언젠가 말하려고 했으니까. 내가 먼저 못 찾아뵌 게 죄송하네.”

연인들의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

이건 그녀들과 사귈 때부터 마음먹었던 일이다.

다만 요즘 굵직한 사건들을 연달아 처리해 오느라,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뤄왔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이야기를 꺼내준 연인들이 오히려 고마웠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있던 찰나.

강주연이 내 품에 안긴 채…

문득 폭탄 하나를 조용히 던졌다.

“그럼 내일 같이 찾아뵐까?”

“어?”

바보처럼 되묻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지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얘기가 귓가를 때린다.

“사실 가은이 말할 때, 나도 같이 말씀드렸거든. 그랬더니 아버지가 널 한 번 봐야겠다고….”

그렇게 말하며 강주연은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

그 시선과 함께.

내 고개도 동시에 떨궈진다.

뭔가 미안하다는 태도와 완성되지 못한 그녀의 끝말.

여기서 확실하게 깨달았다.

‘좆됐다.’

딸바보 강우현과의 2차전

절대 설득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를 설득해야 할 시간이었다.

* * *

“실망이군.”

무거운 목소리가 방 안을 뒤덮으며 내려앉는다.

강우현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방 안 다른 한편에서 팔짱을 낀 채 날 보고있었다.

익숙한 얼굴과 날카로운 인상.

터질 듯한 근육과 장신의 키.

방 한 구석에 놓인 커다란 활….

문가은의 아버지, 문정혁의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같은 소식을 들은 후.

같은 자리에서 날 만나는 중이었다.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 숙여 그에게 사과했다.

사실 문정혁에겐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이야 진짜 사귀고 있다지만, 전에 가은이랑 사귀고 있다는 건 거짓말이었으니까.

함께 술까지 기울이며 했던 얘기들이 모두 거짓이라 생각됐을 테니, 그가 느낀 배신감은 더 컸을 것이다.

“날 상대로 거짓말을 하다니. 배짱도 좋아.”

“아빠! 그건 내가 부탁한 거라니까!”

옆에 있던 문가은이 억울한 얼굴로 소리친다.

날 혼자 둘 수 없다는 이유로 함께 있던 그녀.

하지만 문정혁은 단호했다.

“가은이 넌 나가 있어라.”

“아빠!”

“어허.”

아무리 그녀의 말을 다 들어주는 문정혁이라 해도, 지금만큼은 차갑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건.

옆에 있던 강우현도 마찬가지였다.

“주연이 너도 나가 있어라.”

“…난 아무 말 안 했는데.”

작은 반항은 무의미했다.

그렇게 걱정 어린 얼굴로 서 있던 연인들이 모두 나가고, 방 안엔 결국 아버지들과 나만 남게 됐다.

삼자대면이었다.

나는 긴장감을 삼키며 그들의 눈을 마주쳤다.

‘…생각을 모르겠어.’

문정혁과 강우현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웠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시선만으론 그 의중을 알기 힘들다.

국내 최정상 클랜의 정상에 있는 홀더들.

그들은 그 자리를 쉽게 얻은 게 아니라는 듯,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단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 우리 딸들하고 동시에 만나고 있다고?”

강우현이 굳은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담아둔 얘기를 할 시간.

시작부터 너무 세게 나와서 살짝 당황했지만, 이제 더 숨길 것도 없었기에 나는 솔직히 답했다.

“예. 정확히는 김채은이라는 친구가 한 명 더 있습니다.”

“허, 아주 당당하군.”

“지금이라도 다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강우현 홀더님께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 문정혁 홀더님께 거짓말을 했던 점. 모두 다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고, 이후엔 일이 너무 바빠 전달이 늦어졌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두 아버지를 봤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쓸 수 있는 무기는 솔직함뿐이었다.

“하지만 주연이와 가은이를 사랑하는 마음엔 결코 거짓이 없습니다. 누구 하나 덜 좋아하지 않고, 두 사람에게 똑같이 마음을 줬습니다. 그리고 그게 계속 변치 않을 거라는 걸… 두 분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진심입니다.”

”…….”

“…….”

방 안엔 침묵이 맴돌았다.

당당하게 진심을 전한 이야기.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버지들도 잠시 생각에 잠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먼저 침묵을 깬 건 강우현이었다.

“우리 딸들과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 내용은 꽤 파격적이다.

하지만 내 대답엔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뭐라고?”

칼 같은 대답이 나오자, 오히려 강우현이 당황했다.

그와 대비되듯 내 표정은 담담하다.

그녀들을 향한 사랑이 계속 변치 않을 것이다.

이 말은 결코 허투루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온 답이었다.

“두 분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두 사람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 앞에 놓인 문제들은 분명 한둘이 아니겠지만… 해결해내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강우현과 문정혁.

<불의 심판>과 <로열>.

이름만 들어도 긴장이 되는 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어제 주연이에게 소식을 들은 이후.

거의 밤을 새며 고민했던 문제다.

머리가 터져라 고민했고, 종이가 찢어질 듯 끄적였다.

‘답은 없었어.’ 

하지만 결국 정답은 없었다.

수십 년 간 홀더 계에서 굴러온 베테랑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면돌파.

진심이 담긴 솔직한 내 이야기.

날 믿고 따님들을 달라.

그 단순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말곤…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정답이 없던 이 주제에서, 어쩌면 최선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 하하하!”

“내가 뭐라 했냐. 도재현은 원래 이런 녀석이라니까.”

“그래, 문정혁. 네 말이 맞는 때도 있구나. 내가 완전히 졌다. 하하.”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린다.

폭소가 터지고 박수 소리가 드문드문 들린다.

‘…뭐야 갑자기?’

난데없는 변화에 난 영문 모를 얼굴로 그들을 봤다.

정면돌파랍시고 솔직하게 말을 건넸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다.

아니, 어떻게 그 무겁던 분위기가 이렇게 한 순간에 바뀌어?

하지만 날 보는 강우현과 문정혁의 시선은 따뜻하기만 했다.

“허락은 진즉에 했네.”

“…예?”

“어젯밤 가은이와 주연이가 말했을 때부터, 우현이랑은 미리 얘기를 마쳤어. 자네 말대로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긴 하지만, 어쨌든 허락해주기로. 어쩌겠는가. 하나뿐인 딸들이 그토록 자네를 사랑하고 원한다는데. 김명현 교수와는 논의하지 못했지만, 아마 그분도 결국 딸을 이기진 못할 거야.”

강우현이 부드러운 어조로 전말을 설명해줬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친구 사이라는 건 알았지만, 설마 딸들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나와의 관계를 논의했을 줄은 몰랐다.

그 결과가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는 점도.

“다만, 자네의 진심이 궁금했을 뿐이네. 자넨 우리의 예상을 보기좋게 적중하며, 담백하게 그 진심을 전해줬던 것이고.”

“하지만 강우현 홀더님….”

“어허. 딱딱하게 강우현 홀더님이 뭔가. 이젠 장인어른이라고 부르게. 하하하.”

웃음이 터지고 두 사람이 내 어깨를 감싼다.

사실 너무 가볍게 말하고 있지만, 그들의 ‘허락’은 꽤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불의 심판>의 유일한 후계자인 강주연.

<로열>의 실질적 후계자 취급을 받는 문가은.

두 사람과 내가 결혼을 전제로 만난다는 건, 단순히 개인사뿐 아니라 클랜사로도 엮일 수 있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우현과 문정혁은 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흔쾌히 우리의 관계를 허락하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우리 앞에 놓일 문제들을 해결할 준비까지 돼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둘 중에 누구랑 먼저 만났나?”

“어허. 말해 뭐해. 애초에 우리 가은이랑은 한참 전부터 사귀고 있었다니까?”

“그건 가짜로 사귄 거라며!”

“이젠 진짜니까 상관없잖아!”

하지만 정작 그런 엄청난 결정을 내린 당사자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을 내게 던지며…

서로 열심히 싸우고 있을 뿐이었다.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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