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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7

265. 약혼관계 – 토리돔

아스틴 왕국군이 텅 빈 토리돔을 점령하기까지는 이틀의 시간이 걸렸다. 혹시 요새에 마법이 걸려 있는 건 아닐까, 놈들이 우릴 이 요새에 가두고 거꾸로 포위하려는 책략이 아닐까 ─ 걱정하였으나, 우려했던 마법은 없었고, 사방 30리를 돌아봐도 적군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아스틴 왕국군은 토리돔에 조심스럽게 입성했다. 누가 봐도 황급히 떠난 흔적들. 필요한 물건만 끄집어내고 깨어져서 버려진 나무통이 즐비하다. 텅 빈 요새가 주는 을씨년스러움에 아스틴 왕국의 병사들은 말을 삼갔다.

그러나 다음날 적을 찾아 숨 가쁘게 달려갔던 척후병이 돌아왔을 때 환호성이 터졌다.

“적 본대를 발견했습니다! 적은 오와 열조차 맞추지 못하고 달아나는 중입니다!”

“적이 도망쳤다고?”

“뭐래? 못 들었어.”

“놈들이 달아났대.”

왕자와 총사령관에게 올린 보고가 술렁임을 타고 번졌다.

앞 사람에게서 뒤로, 또 그 뒤로.

높다란 성벽에 배치된 병사들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토착민 전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악! 일 년 가까이 지속한 전쟁이 끝났음을 직감한 외침이었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아스틴 왕국 만세! 왕자님 만세!”

뒤이어 병사들이 동참했다. 그간의 노고를 잊었다는 듯이 환호하며 얼싸안았다.

“조용! 조용히 해라!”

지휘관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십인장, 백인장들이 통제에서 벗어났다. 총사령관과 왕자를 비롯한 천인장급 이상의 사령관들이 호통쳤으나 물꼬가 트인 환호는 멈출 줄을 몰랐다. 급기야 토착민 전사들이 춤과 노래를 활용한 각자의 방식으로 승리의 기쁨을 표하고, 병사들이 얼씨구나 어깨동무하면서 고요했던 요새 토리돔이 광란에 휩싸였다.

결과물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왕, 토들러 아키우넨을 기리는 요새이자 아스트로 산의 절벽을 끼고 세워진 난공불락의 성을 점령했다. 전황을 모르는 병사의 눈에도 대단한 성과여서 환호는 광란으로, 광란은 축배로 번졌다.

비록 술은 한 방울도 없지만.

“…병사들이 사고만 치지 못하게 해라. 총사령관, 들어와 보십시오. 기사단장들께서는 기사들을 단속해 혹시 모를 적습을 경계해 주셨으면 합니다.”

병사들의 환호를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달은 왕자가 총사령관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스틴 왕국군 수뇌부는 적의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였고, 천인장들은 병사들을 통제하고자 진땀을 흘리며 뛰어다녔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백인장인 레나도 흥분해서 방방 뛰어다녔다.

“야! 너희들 살아있었구나!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레나!”

아이나르 부족의 전사들이었다.

그들은 누가 아이나르 부족 사람 아니랄까 봐 버려진 나무통을 모아 화톳불을 지피고 있었다. 뿔뿔이 흩어졌던 부족 사람들이 한 대 모여 안부를 주고받았다.

“어? 이게 뭐야. 레나, 너 백인장이야?”

“그러엄! 이 몸이 백인장이시지.”

“이야- 작년 사열식 때 무적의 십인대인지 뭔지 하면서 왕자님한테 포상도 받더니만. 우리 레나가 출세했네! 레오는?”

“레오는 내 분대원이지롱. 레오, 이리 와서 인사… 어라?”

레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레오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뛰어온 건가. 레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함께 입대한 친구의 부고에 눈물짓는 병사를 지나치고, 까마귀 문신이 새겨진 토착민 전사들이 부르는 노래를 흘려들었다. 분대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레오가 저쪽 성벽을 올라가더라고 답해주었다.

저긴 또 왜 간 거야.

레나가 오지게 높은 성벽을 올랐다. 여기가 아닌가? 천혜의 요새답게 구조가 단조롭지 않아서 레나는 이쪽 계단, 저쪽 계단을 헤매었다. 그녀는 다섯 군데의 성마루(성벽 위에 넓게 만들어진 공간)에 들리고서야 레오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높이가 다른 한 성마루에서 레오가 있는 성마루로 가는 계단을 찾지 못해 폴짝, 뛰어내린 결과였다.

성마루, 또는 벽마당이라 불리는 그곳은 꽤 넓었다. 수성 병기가 드문드문 세워지고, 때로는 성벽 내부로 들어가는 계단이 있었다.

토리돔이 순수하게 벽으로 세워진 요새가 아니라 아스트로 산의 절벽에 기대어 계단식으로 세워졌기 때문인데, 체성(성의 몸체)이 단단한 암석 지반으로 이루어져서 그 어떤 마법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었다.

레나가 벽마당을 가로질렀다.

레오는 여장(女牆, 성 위에 낮게 쌓은 담. 여기에 몸을 숨기고 적을 감시하거나 공격하거나 한다. 성가퀴라고도 부른다.)에 걸터앉아 저 아래, 드넓게 펼쳐진 아스가르드 평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검은 머리가 날넋바람에 휘날렸다.

“레오, 한참 찾았잖아. 여기서 뭐 해?”

“…왔어?”

레나가 그의 옆, 다른 성가퀴에 걸터앉았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성벽을 타고 남풍이 불어 올랐다.

근사하네.

눈 덮인 아스가르드 평원에 저녁놀이 깔려 있었다. 홀로 우뚝 솟은 아스트로 산 외엔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서 풍경이 가히 장관이었다. 손을 들거든 작은 마을이 점점이, 한 뼘 거리에 놓였다.

전시가 아니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것이다. 양치기들이 양 떼를 몰아 적막한 평원에 고즈넉함을 더했을 터였으나, 아쉽게도 불에 타 연기 오르는 마을들이 전쟁의 참혹함을 일러주었다.

한동안 온 대륙의 모직물 값이 폭등하겠구나. 레나가 돈 되는 생각을 엉뚱하게 떠올리다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뭐하냐니깐.”

“…그냥. 뭔가 이상해서. 이렇게 쉽게 끝날 리 없는데…”

“뭐-어?”

레나가 어처구니없어하며 말했다.

“쉽긴 뭐가 쉬웠다는 거야. 저기서 몇 달을 개고생했는데. 사람들 살 빠진 것 좀 봐봐라. 쉬웠다는 말이 나오나.”

그러니까. 레오는 뭘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놈들은 이 요새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우릴 몇 달은 더 괴롭힐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격퇴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의문스럽게 생각하다 고개를 돌렸다.

“레오.”

함께 거대한 평원을 바라보길 한참, 레나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더 이상 풍경을 감상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전쟁 끝나면 옌센 아저씨랑 같이 바르나울에 가자.”

“벌써 아저씨야?”

“뭐 어때. 전쟁도 곧 끝날 것 같은데. 네가 옥에서 나오기 전에 얘기를 좀 해봤어. 수도에서 머무르다가 기사단 입단 시험이나 마우닌 대회에 나가보는 건 어떨까? 너, 나랑 한 약속 안 잊었지?”

“…그럼. 안 잊었지… 미안해. 나 때문에 늦어지게 됐네.”

레오가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레나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익살 궂게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인 줄만 알아. 자꾸 내 결혼식을 늦추지 말라구.”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만 더 늦춰보고 싶은데? 아야야. 농담이야, 농담.”

과연 농담이었을까. 레나가 그의 볼을 꼬집었다. 레오는 그녀의 매운 손길에 딸려가며 눈물지었다.

뒤로 병사와 전사들의 흥겨운 노랫가락이 들려오고 있었다.

* * *

하지만-

레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은 죄를 간신히 면했다 뿐이지 이번에 기사가 되기 어려우리라 생각하였지만, 아스틴 왕국군이 부리나케 달아나면서 레오의 월권이 재평가됐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이 죽은 게 벨리타 왕국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달아났을 리가 없었다.

아스틴 왕국 수뇌부는 적 총사령관이 직위를 잃었음을 확신했다. 파벌 싸움이 터져서 그가 반기를 들었든 어쨌든, 우리는 당초 목표했던 토리돔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아스가르드 평야는 자연스럽게 아스틴 왕국의 영토로 편입될 터라 시건방진 벨리타 왕국의 소드마스터도 죽이고, 마우닌 왕과 레티이 여왕의 고향까지 되찾은, 최고의 결과를 성취한 것이었다.

레오의 공적이 대두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은 영웅을 낳는 법인데, 아놀프 드 클라우스 왕자는 레오의 업적을 집어삼키거나 덮어서 자신이 영웅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레오를 불러 심심한(甚深한, 마음의 표현 정도가 깊고 간절하다.) 사과를 건넸다.

아놀프 드 클라우스 왕자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레오가 소드마스터를 막아섰음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였고, 그로 인해 감옥까지 다녀왔음을 온 장병들에게 알렸다.

그가 그의 약혼녀, 레나 아이나르와 함께 준기사직을 잃고 백의종군했다는 것까지 밝혀졌을 때, 레오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아놀프 드 클라우스 왕자의 목소리가 마법의 힘을 빌어 토리돔에 울려 퍼졌다.

“나 아놀프 드 클라우스는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노엘 덱스터의 아들, 레오 덱스터의 성(姓)이 삼대까지 이어질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왕국을 위해 묵묵히 헌신한 레나 아이나르와 레오 덱스터, 이들에게 당장 기사직을 내리고 싶으나 그들의 바람에 따라 다음 주 이들의 혼례를 거행함과 동시에 기사 서임을 내리겠다. 아스틴 왕국의 백성들이여! 수고했다. 공을 세운 모든 이들에게 합당한 포상이 내려질 것을 약속하며, 전사자의 유족에겐 1,500일치의 봉급이 내려질 것이다. 왕국을 위해 싸우다 몸을 다친 이들에겐 100일치의 봉급과 먹고 살기에 불편함이 없을 토지를 수여하겠다. 마찬가지로 왕국을 위해 분투한 기사와 마법사에겐…”

환호성이 터졌다.

그저께 밤, 광란에 휩싸여 군율을 잃었던 것과 달리 절도 있는 함성이었다.

이겼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병사와 전사들은 근 일 년 가까이 떠나온 고향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으리란 생각에 부쩍 들떠 있었다. 돌아가면 아내가 아들을 낳았을 거라 기뻐하는 전사도, 돌아가는 대로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노라 약속한 연인과 결혼할 거라 다짐하는 병사도 있었다.

병사들의 논공행상이 바쁘게 진행되는 동안, 레오와 레나 아이나르는 지나치는 병사 누구에게나 환호와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결혼을 미리 축하해주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레나와 레오의 결혼식은 살아남은 아이나르 부족 전사들의 손으로 준비되었다. 결혼식을 여기서도 하고, 에이브릴 성에서도 할 거냐며

“레나랑 레오, 그렇게 안 봤는데 욕심이 많군! 하하하!”

전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레나는

“아 왜, 부족 사람들한테 축의금은 싹 다 걷어야 할 것 아녜요. 예물도 못 했구만.”

뻔뻔하게 대꾸하며 레오에게 몰래 윙크했다.

“사실 난 예물이 있지롱.”

“…나만 손해 봤네.”

레오가 짐짓 뚱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레나는 싱글벙글, 그녀의 목에 걸린 청색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예쁜 목걸이’다.

레오가 선물한 귀속 아이템이었는데, 결혼할 때, 신랑 신부는 예물을 각자 준비해두면 좋았다. 주례를 봐주는 사제에게 축성을 받기 위함이다. 레나가 레오의 팔짱에 제 팔을 욱여넣으며 말했다.

“넌 에이브릴 성에서 결혼할 때 하면 되지.”

“그래도 내가 손해인걸. 그 목걸이 내가 준 거잖아.”

“아 왜- 선물이라메! 그리고 나도 선물 줬잖아.”

“…”

가죽끈을 주긴 줬지.

레오의 눈동자가 슬그머니 아래를 향했다. 전쟁을 치르며 닳아 없어진 가죽끈에 눈길이 닿기 전에 레나가 그의 고개를 올려세웠다.

“치사하게 굴지 마. 레오 덱스터.”

“치사한 게 아니라, 좀 그렇다는 거지. 나도 뭘 받아야겠는데?”

“뭘?”

레오가 빙긋 미소 지었다. 레나의 얼굴에 바짝 다가서며 요구했다.

“뽀뽀해주면 받은 셈 칠게.”

“엉큼하긴. 그럼 내가 완전, 아주, 매우 손해잖아.”

레나가 그의 입에 입을 맞췄다. 그래. 네가 완전 손해고 말고. 난 그 목걸이 공짜로 받은 거니까.

레나와 레오의 결혼식이 쏜살같이 다가왔다.

토리돔의 가장 넓은 성마루.

아스가르드 평원이 드넓게 보이는 그곳에 아이나르 부족의 관례에 따라 신부 레나 아이나르와 신랑 레오 덱스터의 이름이 깃대에 걸렸다.

토리돔의 모든 장병이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는 레나와 레오에게 축하와 환호를 던지고, 레나는 그녀가 바라던 대로 하늘하늘 연약한 드레스가 아닌, 단단한 갑옷을 입었다. 길게 자란 그녀의 연노란색 머리가 은빛 갑옷 위로 흘러내렸다.

마침 날씨도 좋았다. 북쪽을 향해 희게 떠가는 뭉게구름이 땡볕을 간간이 가려주었다.

그때, 계단을 오르던 중간에 일단의 무리가 끼어들었다.

아이나르 부족 전사들이

“이 자는 우리 부족의 여인네를 잡아가는 나아쁜 놈이오! 문명인이 토착민 처자를 데려가다니! 이래도 되는 거요?!”

소리 높였고, 성 아래와 위, 주위에 깔린 전사들이 “아주 파렴치한 놈이구만!” 추임새를 넣었다.

레나와 결혼할 때마다 매번 당했던 짓이다. 팔을 잃은 레나와 결혼할 땐 아무도 해주지 않았지만.

레오는 “문명인이라 죄송합니다!” 소리쳤고, 전사들이 박장대소했다. 병사들도 실소하며 토착민의 독특한 결혼식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토착민과 문명인. 차별이 없는가 하면 있고, 있는가 싶으면 없는 아스틴 왕국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죄송한 건 아는구먼. 오케이! 통과!”

그러나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더 가로막혔다.

레나를 얼마나 사랑하냐. 행복하게 해줄 수는 있느냐 물어보는 전사도 있고, 집의 재산을 물어보는 작자도 있었다.

만인 앞에서 키스로 사랑을 증명하라는 말에 참다못한 레나가 뻥! 물어본 사람을 계단 아래로 밀어버렸다.

그 이후론 막는 사람이 없었다. “화끈한 아가씨일세.” 박수를 받으며 성마루에 올랐다. 그곳엔 남풍에 휘날리는 깃대와 왕자, 옌센 바일레이, 총사령관과 장군, 참모들, 마법사와 기사들, 주례를 봐줄 사제가 신랑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나와 레오가 왕자 앞에 다소곳이 무릎 꿇었다. 높이가 제각각인 성마루 위에서 병사들이 환호하고, 기사들의 갑주가 햇살에 반짝이는 가운데 아놀프 드 클라우스 왕자가 선언했다.

“그대들은 왕국의 충직한 검으로 살아갈 것을 맹세하는가. 클라우스 왕가의 영광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대는 기사이자 검일 것이니, 맹세는 깨지지 않으리라.”

그와 함께 레오의 눈앞에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 축하합니다! ]

[ 레나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

[ 진엔딩 1/2 : 레나와 결혼하세요! ]

“축하하네.”

왕자는 나지막하게 말하곤 사제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감동에 벅차 단단한 갑옷이 오르락내리락, 레오는 행복에 겨워 눈을 감은 레나를 바라보았다. 손을 잡자 레나가 고개를 들었다.

“레오. 어떡하지. 나… 나 정말…”

“크흠! 제가 살다 보면 나쁜 날도 있지만, 좋은 날도 온다고 말씀드렸던가요?”

안 했다, 이 양반아.

레오가 감격스러운 순간에 끼어든 사제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번쩍, 그 능청스러운 사제는 민머리에 비친 햇살로 응수하며 말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지만요. 하하. 축하드립니다. 두 분, 제 앞에 서시지요. 혼인 기도문부터 올리겠습니다. 주신이시어. 만물의…… 어?”

그때, 사제가 고개를 돌렸다.

사제만 그러한 게 아니라, 토리돔의 모든 인간이 고개를 돌려 바람이 불어오는 남쪽을 바라보았다.

아스가르드 평원의 지평선. 그 끝에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존재감에 눌려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다.

구름이 달아났다.

해가 홍련달에 가려 짙은 적색이 대지에 흩뿌려졌다. 바람에선 ‘동물’ 내음이 나고, 우수수수, 검은 이끼가 자라나 붉게 물든 요새를 덮쳤다.

‘둡’이다. 사형수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레오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그것을… 아니, 그들을 알아보았다. 사뿐사뿐 걸으며 손을 정답게 맞잡은 그들은

“레, 레안? 레리아나?”

레안 드 예리엘과 레리아나 드 예리엘 남매였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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