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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7

최후결전

그것이 발견된 것은 이제 막 라그나로크 플랜이 발표되었을 때였다.

“뭐지 이건?”

유럽의 한 소도시에서 발견된 기이한 물건. 그것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장치였다.

만듦새도 문양도, 기술도 무엇하나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물건.

그것이 길림 공화국의 연구소에서 파괴된 물건이라는 걸 그들이 알 리 없었고──

“어어어?!”

“갑자기 움직인다!”

“마, 마력풍 발생! 모두 대피해!”

전세계의 게이트가 변동 게이트로 변모한 타이밍. 그것은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 * * *

괴물들이 쏟아진다.

뉴욕, 파리, 베를린, 워싱턴, 로스앤젤로스.

-뭐, 뭐야! 갑자기 게이트가 변동 게이트가 됐어!

-바로 던전 브레이크라고?! 내부의 몬스터들도 달라졌잖아!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각지에서 쏟아지는 짐승신들의 권속들은 온 세상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대응해! 헌터들을 모두 소집해!

-왜 하필이면 이런 때!

아무리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몬스터의 침공이 익숙해진 인류지만, 이런 동시다발적인 던전 브레이크는 처음 겪는 일이다.

헌터들이 소집되고 군대까지 동원됐지만, 이들을 저지하는 건 지지부진했다.

“젠장, 뭐 이리 단단해!”

“너무 빨라! 필드보스급 몬스터들이 수백 씩 튀어나오고 있어!”

강하다. 하나같이 ‘문신’이 새겨진 짐승들은 너무나 단단하고 빨랐으며, 강했다.

그들 또한 광범위하지만 신들의 가호를 받는 괴물들. 지금까지 인류가 상대해온 게이트 속 몬스터들과는 격이 다른 셈이다.

“라, 라이온하트! 라이온하트의 성법 사용자들을 데려와!”

“그 사람들 지금 다 대륙에서 전쟁 중이에요!”

“하, 하필 이런 타이밍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불타는 도시를 지켜보는 지도자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루라도 빨리 대륙전쟁이 끝나는 것이었다.

* * * *

한편 짐승신들의 권속들이 대대적으로 침공한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에서 오크 연방과의 전쟁을 지켜보며 라이온하트의 승리를 기원하던 안동길 대통령은 서울을 침공한 짐승신들의 권속을 피해 방공호로 이동했다.

“레온 폐하와는 연락이 닿았습니까!”

안 대통령이 오강혁 협회장에게 물었다.

“조금 전 연락이 끊겼습니다. 저희 위성이 파괴되는 바람에 관측도 어렵습니다.”

“아니, 우주에 있던 위성이 왜 파괴되요? 핵이라도 맞았답니까?”

오크 대륙연방은 라이온하트 연방을 상대로 핵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이 병력에 직접적인 타격은 가지 않더라도 연방 소속국들을 위협하기 위해서다.

이 안으로 들어오면 성배기사의 가호를 받는 존재들을 제외하고 모두 죽는다. 들어올 텐면 들어와보라고 말이다.

“아니요, 조금 전 폐하와 오크 대칸이 격돌했다고 합니다. 그 여파로 저궤도에 있던 위성들은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미친··· 사람끼리 붙었는데 왜 위성이······.”

하지만 그 현실성을 논할 필요성은 없겠지. 그들이 얼마나 천외천의 존재인지, 인간을 초월해 신적인 존재라는 건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젠장, 지원군 파견은··· 포기해야겠군요.”

“예, 부아가 치밀지만··· 그들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안동길 대통령과 오강혁 협회장은 산해관으로 파견할 2차 지원군을 논의하던 중이었다. 국내 10대 길드 중에서도 정예를 파견해 산해관 전선을 밀어낼 생각이었는데······.

“각하! 피하십시오!”

그때, 경악하며 소리치는 경호원. 안 대통령은 순간 제게 달려드는 거대한 수리를 목격했다.

-까아아아악!!

순간 오강혁 협회장이 대통령을 감싼 그 순간──

-크롸라라라라라!!

어디에선가 날아든 용이 흑수리의 몸통을 물더니 여기저기 물어뜯다 바닥에 내팽겨쳤다.

날개를 펼치면 백 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흑수리가 용의 이빨 아래 너덜너덜 찢어졌다.

“요, 용······.”

[안동길 대통령인가.]

푸른 용은 안 대통령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평양 특별시장인 흑룡이 파견한 외교관이다.

[서둘러 방공호로 이동하시게. 아무래도 이곳은 위험하니까.]

그때, 화살이 날아들고 뻗어나간 나무뿌리들이 짐승들을 격추했다. 사절단으로 함께 온 엘프들과 트리맨들이다.

“각하, 모시겠습니다.”

“끄응······.”

안 대통령은 서둘러 방공호로 이동하면서 서울을 뒤덮은 짐승들을 보았다.

“세상의 종말인가······.”

그것이 마치 인류에게 고하는 종말의 선언 같아서, 침음성을 삼키던 그때──

────■■■■■■■■■■■■!!

섬광이 지나간다. 하늘을 넘어 우주에 족적을 남길 정도로 강렬한 ‘황금빛’이.

“어, 어어어?!”

저게 대체 무엇인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모두가 그것을 알았다. 저것이 신들이 선택한 대리인이 휘두른 극광(極光)이라는 것을.

그뿐만이 아니다.

────■■■■■■■■■■■■!!

우주를 가르는 붉은 파동이 하늘에 소환되었던 게이트를 게이트째로 깨뜨린다. 그 직사광선에 얼마나 많은 흑수리들이 소멸했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싸우고 있다······.”

그들이. 이 지옥 같은 풍경 속에서도 싸우고 있다.

* * * *

격돌이 백합에 이르렀을 때, 사자심왕과 대칸의 주변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연달은 충격파에 의해 빌딩의 뿌리까지 뽑혀 나가는 와중에 살아남을 지형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런 그들의 대결을 방해하는 제삼자가 등장한다.

“철웅······.”

“백랑인가.”

두 무신들에게는 익숙한 짐승신들의 권속들. 그것들이 온 사방팔방에서 몰려들고 있다.

흑수리들이 태양을 가릴 정도로 하늘을 메우고, 백랑과 마저, 철웅들이 지상을 가득 채웠다.

-죽여! 죽여! 죽여!

-반드시! 반드시!

그야말로 아비규환. 주인의 명령을 이루기 위해 모여든 그들은 살아있는 지옥을 재현한다.

“흥. 많군.”

“짐승 놈들이······.”

불과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덮었다. 마치 한도가 없는 것처럼 무한한 짐승의 파도가 인지를 넘어선 ‘셀 수 없는’ 수준으로 모여든다.

그야말로 폭풍. 그야말로 파도. 그야말로 무한. 거기에──

[라이온하트으으으···!]

빌딩을 손으로 짚어 무너뜨리는 커다란 철의 곰.

날갯짓으로 폭풍을 일으키는 흑수리.

포효로 하늘을 울리는 백랑.

발걸음으로 지진을 일으키는 마저.

짐승신들의 화신들. 그들이 오랜 침묵 끝에 나타나고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위대한 무신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기 위함이다.

화신들 전원과 그들이 이끄는 대군세가 오크와 기사들까지 무시하고 오로지 대칸과 사자심왕 앞에 모여든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짐승들은 전 세계를 강타한 짐승들보다 아득히 많은 숫자.

그래, 그들은 모든 것을 걸어 이 두 괴물들을 타도하러 왔다.

이놈들만 없앤다면 모든 게 끝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도, 본능적으로도 아는 것이다.

“크크크큭. 꽤 상황이 애매해졌는데.”

“달라지는 건 없다. 네 녀석은 이곳에서 죽는다.”

제3세력의 등장으로 멈춘 싸움. 하지만 당사자들은 여기서 사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여기 있는 놈들 전부를 죽이고 세상을 정복하는 것쯤은 나 혼자서도 어떻게든 되는 레벨이다. 너만 없다면 말이지.”

“짐승 놈이 의외로 자기객관화가 되는구나.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마.”

레온과 무르카는 여전히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마치 이 전장에서 자신을 위협할 상대는 오로지 서로뿐이라는 듯.

[이놈들······.]

그것이 짐승신들을 거슬리게 했다.

[놈들을 죽여라. 저 두 놈만 죽이면 이 세상은 우리 것이다.]

명령을 내린다. 자신의 숭배하는 문신을 받아들이고 복종을 맹세했을 터인 야만의 짐승들에게.

하지만──

-크르르······.

-키이에에······.

짐승들이 웅성거린다.

두 사람을 포위하는 진형을 더 밀도 있게 채워나가지만 그뿐이다.

그들이 이룩한 지옥을 가지고서도 그 무한의 파도로 겨우 두 사람을 덮치려 들지 않는다.

주인의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말이다.

[이놈들!!]

[움직여라!!]

이에 신들의 노기가 극에 달한다. 그러고도 움직이지 않는 와중에 먼저 발걸음을 뗀 건 짐승들이 아니다.

“라이온하트···!”

“발락···!”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두 무신들. 이 와중에도 서로 말고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철퇴가──

성검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 반대편을 휩쓸어버린다.

────■■■■■■■■■■■■!!

────■■■■■■■■■■■■!!

붉은 폭풍이, 황금의 파도가 짐승들을 덮친다. 동시에──

[감히 천한 짐승들이 여신의 기사를 노리더냐!!]

빛과 정의 아리아나.

전쟁과 불꽃의 페토스.

생명과 풍요의 데메라.

하늘과 천둥의 울티마.

태양과 심판의 타타르.

바다와 파도의 포마.

달과 순결의 디나.

꿈과 죽음의 플르.

철과 대장장이의 헤토.

사자심왕의 신성강림에 응해 만신의 신들이 강렬한 화신으로 강림하고──

[WHAAAAAAAAAA──!! 오크 역사 최고의 투쟁이다! 감히! 감히! 네깟 것들이 방해해!!]

투신 헬칸의 거대한 영체가 짐승들을 짓밟고 주술신 고크록의 영체가 파멸의 녹색섬광을 퍼부었으며 사냥신 스쿠닉의 투창들이 사방팔방에서 터져나갔다.

역대 최강의 사자심왕과 오크 대칸의 무한한 그릇이 담아내는 신들의 강림.

그것은 짐승들의 파도를 상회하는 폭풍이 되어 섬멸한다.

짐승들의 존재 자체를 용서치 않는 신들의 분노 아래 지옥이 철거되어간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 것 같은 풍경에 지구인들이 찾을 수 있는 신들은 그들 뿐이니.

지금 이 순간, 모두가 삶을 바라는 기도 끝에 무신들이 있다.

악마들도, 짐승신들도 판단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이런 괴물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국가를 형성하고 다시 수를 늘리기 전에 죽인다.

씨앗이 발아하기 전에 철저하게 짓밟아 멸종시킨다.

그것이 그들 생존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다. 하지만──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

“오크의 투쟁을 방해하지 마라, 버러지들아!!”

단지.

너무나 불합리하게도.

이들은 어떤 위험도, 불리도 끝내 돌파하는 ‘역사 속 특이점’이라는 것.

그저 그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그들에겐 운이 없었을 뿐이다.

* * * *

열흘하고도 사흘이 지났다.

온 세상을 덮쳤던 짐승들의 습격은 날이 갈수록 신속하게 제압되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세계를 덮쳤던 짐승들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어딘가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마치 주인의 위기를 감지한 것처럼, 눈앞의 먹이를 버려두고 서둘러서둘러 한 대륙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바다를 건너, 산을 건너, 하늘을 날아 한 도시에 접근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죽었을까?

그것이 휘두른 칼질에, 철퇴의 파동에 휩쓸렸을 뿐이라면 얼마나 허탈한 것인가?

그렇게 격전의 중심지. 온 행성의 짐승들이 몰려 들어간 그곳은 더이상 도시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도시 따윈 없었다는 것처럼 갈사와 고철이 한가득 남았을 뿐인 평야에서, 도시의 빌딩을 대신할 만큼 무수히 많은 짐승시체들이 쌓였을 뿐.

[말도··· 안 돼.]

쿵! 하고 거대한 곰이 쓰러진다. 빌딩만 한 크기의 철웅이 쓰러지자 한바탕 먼지가 일어났다.

“켁, 케켁···!”

하리는 거대한 먼지폭풍에 기침을 토하면서 눈을 비볐다. 그런 그녀 옆에 카리나가 다가와 손수건을 건넨다.

“아, 감사합니다.”

“슬슬 마지막이로군.”

그곳에 모여있는 건 하리와 카리나뿐만이 아니다.

성배기사 구대성과 야피. 라이온하트의 기사단과 용들. 그리고── 오크들.

짐승들의 습격 이후 일시적으로 교전을 중지하고 짐승사냥에 나선 그들은 이제 마지막 싸움을 지켜보는 관객이 되었다.

13일 동안 끝없이 짐승들을 도륙하고 시체의 산을 쌓은 두 무신을 앞에 두고.

“크르르······.”

“카악, 퉷!”

신력을 뻥뻥 터뜨려가며 싸워대던 그들도 마지막 3일은 철퇴질과 칼질만으로 짐승들을 도륙했다.

비록 신력과 성력은 고갈 직전이었으나 그들에게서 지친 기색 따윈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주어진 완벽한 활력은 실로 무한한 싸움을 가능하게 하기에.

[크크크크···!]

[······.]

그리고 이곳에선 신들조차도 관객의 한 명일 뿐.

짐승들을 도륙해가며 제 대리인들을 지켜내던 오크 신들과 만신전의 신들은 모든 신력을 되돌리고 관객으로 남아있길 선택했다.

사자심왕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와 오크 대칸 무르카 발락의 마지막 싸움을 보기 위해.

“······.”

“······.”

두 무신은 짐승들의 사체로 가득한 전장에서 서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

13일의 대전투 속에서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듯 짐승들을 도륙했을 뿐.

하지만 진짜 승부는 결국 서로를 가르는 일격에서 끝날 것이다.

“지친 모양이구나, 짐승.”

레온은 전신이 피투성이인 무르카를 보며 비웃듯 말했다. 하지만 무르카도 조롱을 넘어갈 위인은 아니다.

“잘난 깡통갑옷이 다 부서졌군. 불괴라더니 별거 없었어.”

신력을 소모됐다. 갑주는 부서졌고, 몸은 비명을 지르며 상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쓰러질 순 없다. 마지막 이 순간, 눈앞의 숙적을 두고 감히 쓰러지는 것 따위 허락할 수 없다.

“이제 그만 뒈져라, 깡통!”

“너야말로 죽어라, 짐승아!”

지긋지긋한 상대를 향해 검과 철퇴가 휘둘러진다.

검이 복부를 관통하고, 철퇴가 어깨를 부순다.

쏟아지는 피를 피부를 꽉 눌러 지혈하고 비틀린 팔을 역으로 비틀어 자리를 맞춘다.

검과 철퇴가 다시 맞부딪치며 생기는 힘 싸움. 무르카의 이마가 레온을 내리쳤다.

-쿵!

아찔한 두개골의 격투. 하지만 레온도 지지 않는다.

“이 야만스러운 짐승이!”

그리 말하면서도 똑같이 갚아준다. 쿵! 하고 뒤로 밀려나는 무르카.

“품위 따질 여유가 있나!”

씨익 웃으며 다시 내리친 철퇴. 레온이 검이 철퇴를 빗겨내며 앞으로.

무르카 또한 뒤로 물러날 생각 따위 없이 앞으로.

검과 철퇴를 휘두를 수도 없는 최근접전 서로의 빈손이 움직인다.

-꽈앙!

동시에 휘두른 카운터 펀치. 서로의 얼굴이 으스러지는 와중에도──

“무르카아아···!”

“레오오오온···!”

멈추지 않는다.

휘두르고, 베고, 싸워서.

서로를 넘어선다.

서로가 서로의 한계까지.

생에 있어 단 한 번뿐인 극한까지 몰리며.

그렇기에 다가오는 끝을 무의식적으로 아쉬워하면서──

“후우···!”

일보 후퇴.

당연히 이보 전진을 위한 포석.

서로에게 남은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내 최후의 일격을──

-오싹.

죽는다.

두 무신은 동시에, 동일한 감각을 느꼈다.

이것으로 둘 중 하나는 죽는다. 그들에게 기이하리만치 머나먼 이야기였던 투쟁의 패배를, 서로가 직감한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거냐.

앞으로 나아간다. 본능처럼, 오로지 앞으로.

그들은 종의 대표. 물러설 수 없고 물러서서도 안 되며, 패배를 용납받지 못한다.

투력해방 <투신의 철퇴>

성검해방 <빛의 성검>

그들의 생을 건 일격.

그것이 충돌한 순간──

세계의 패자가 결정된다.

* * * *

모두가 숨을 삼키는 과정. 승부가 결정났다.

“폐하···!”

그 일대일 대결을 지켜만 봐야 했던 베아트리체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결국 레온을 향한 목소리를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도저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본능적인 감각. 이 세기의 대결에 감히 노이즈를 넣을 순 없다는 경외감.

그리고 그것은 오크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이 대결의 끝을 방해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무르카가 뒷걸음질 쳤다.

딱 한 발자국. 그러곤 거친 숨소리를 내쉰다.

“크흐음······.”

무르카는 어깻죽지부터 허벅지까지 반으로 갈라진 제 몸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부러진 철퇴를 응시한다.

반보 부족했나.

침통하다.

생애 있어 첫 패배.

위대한 오크 대족장들을 거꾸러뜨리고, 악마 군주들마저 골통을 깨부순 그는 처음 있는 이 패배가 어색하고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

그는 투사였고, 패배자의 의무가 무엇인지 알았다.

“졌군.”

그 솔직한 인정. 레온이 대답했다.

“내가 이겼다.”

얄미운 선언에도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남은 건 ‘대칸으로서의 의무’.

“오크 대륙연방 지도자! 대칸 무르카 발락! 네놈들에게 제안한다!”

그 말에 레온의 시선이 움찔거렸다. 그는 불쾌한 선언을 들은 듯 미간을 좁혔다.

“패자가 승자에게 제안을 할 주제가 된다 생각하느냐?”

“흐흐흐, 불가한 건 아니지. 우린 아직 협상할 거리가 남았을 텐데?”

“네놈······.”

아픈 곳을 찔렸다는 표정인 레온에게 무르카가 말했다.

“지금부터 오크 연방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라. 그러면······.”

무르카는 자신을 지켜보는 오크들을 둘러보았다. 침통한 표정의 그들을, 이제 패잔병 사냥에 도륙될 운명인 그들의 살길을 열어줄 의무가 대칸인 그에게 있다.

“이 행성의 모든 오크들을 오크의 신들이 데리고 떠날 것이다.”

사실상의 종전선언.

레온은 사라진 도시와 전세계를 상처입힌 아비규환 속에서 저항할 오크 군벌들을 떠올렸다.

아마 결국은 라이온하트 연방이 승리하겠지.

하지만 오크 대륙연방이라는 거대한 반 세계연방을 이룩한 그들은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그들은 이 불리한 싸움마저도 투쟁이랍시고 영광과 명예를 찾겠지.

전성기 라이온하트도 결국 끝내 오크들을 멸종시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좋다. 네놈의 제안을 받아들이마.”

마음에 안 들지만 세계에서 오크를 완전히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면.

레온은 그 제안을 부아가 치밀면서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네놈 종족을 데리고 꺼······ 칫.”

레온은 대답하지 않는 무르카를 보며 혀를 찼다. 그는 서 있는 채로, 두 눈을 뜬 상태로 숨을 더 들이키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오크답지 않은 놈이었군.”

전쟁이 끝났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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