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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8

Chapter 268 – 고해성사 (4)

“오랜만이다, 진우야.”

“아빠?”

난데없는 인물의 등장에, 박진우는 눈을 의심했다.

워낙 기러기 아빠처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홀더긴 하지만, 요 몇 년 간은 좀 심하게 집에 안 들어오던 남자.

자신의 아빠, 박지환.

그가 거짓말처럼 집에 돌아왔다.

심지어 엄마랑 동생은 장을 보러 가 집에 없는…

귀신 같은 이 타이밍에.

박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일부러 지금 온 거예요?”

“…네 엄마랑 여동생이 날 보면, 죽이려고 들 지도 모른다.”

“그건 맞죠.”

확률이 매우 높은 이야기에 곧장 수긍했다.

요즘 들어 유독 손이 매워진 여동생은 그렇다쳐도, 집안의 최종보스인 엄마의 분노한 상태를 보는 건… 박진우 또한 원치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오신 이유가 뭔데요?”

말투만 들으면 뭔가 공격적인 것 같지만,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었다.

아빠는 정말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만 집에 들르곤 했기에, 이번 방문 역시 뭔가 이유가 있어 왔을 것이기 때문.

“역시 내 아들. 아빠 생각도 잘 읽는구나.”

그에 박지환이 환하게 웃었지만, 박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오우- 본론만요.”

“…크, 크흠. 그래. 아빠는 네 친구를 보러 왔다.”

“친구요?”

갑작스러운 단어에 박진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박진우에겐 친구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여자의 얼굴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설마 카밀라 보러 오셨어요?”

“카밀라? 그게 누구냐. 너 외국인 친구도 있어?”

“아니구나.”

그럼 그렇지.

아빠가 카밀라를 알 리가 없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박진우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을 댔다.

“그럼 도재현 보러 오셨어요?”

“그래, 재현이. 아빠가 지금 말곤 시간이 없는데, 집에 찾아갔을 땐 없더라고.”

“집이요? 재현이 집을 아빠가 어떻게 알아요?”

박진우가 황당하다는 듯 되묻자, 박지환은 다시 헛기침을 하며 답했다.

“크흠, 그런 게 있다. 아무튼 그 친구 번호라도 좀 줘봐라. 나중에 시간 될 때라도 연락해야 할 것 같으니.”

루덴아크 학파.

박지환이 오랫동안 쫓던 단체가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

그 핵심 키를 쥔 도재현과의 접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재현이 근데 지금은 좀 바쁠 텐데.”

“그래?”

“네, 아마 전화하려면 한참 후에나 내일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친구의 괴로움은 곧 나의 즐거움.

고생하고 있을 도재현을 떠올린 박진우가 히죽 웃었다.

“걔가 지금 도둑놈이 돼서, 무릎 꿇고 허락을 받아야 될 게 있거든요.”

* * *

-국제 흐름에 한 걸음! 한국도 ‘헨드릭스법’ 시행한다…

-그간 말 많던 다부다처제 법안, 어떻게 바로 통과됐나?

-<불의 심판> 강우현, “충분히 필요한 법안이라 생각한다”

-<로열> 공식 성명, “협회와 국회의 선택을 지지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논의만 됐었던 ‘리암 헨드릭스법’.

세계적으론 이미 흐름이 된 홀더 다부다처제 법안이었는데, 국내에선 여러 가지 문제로 시행이 늦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3대 클랜의 핵심 인물들이 움직이니 그 해결은 순식간이었다.

지지부진하던 법안 통과는 빠르게 통과됐고, 공식 성명을 통해 각 클랜들의 여론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해냈다.

심지어 언론에서 쏟아지는 기사들의 헤드라인마저 호의적이다.

강우현과 문정혁, 홀더 계의 거물인 두 사람의 ‘허락’은…

역시 단순한 의미만을 지닌 허락이 아니었다.

“도재현 홀더는 장인 어른마저 대단한 이들을 뒀군요.”

신문을 쥔 손끝 너머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주 왔던 방 안과 소파.

그 위에 앉은 익숙한 얼굴과 체형.

내게 검술을 가르쳐 준 스승님이자 또 다른 장인어른.

김명현 교수였다.

나는 매우 공손한 자세로 그의 앞에 앉아,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허락의 객체는 당연히 김채은이다.

“정말 놀랐습니다. 역시 국내 3대 클랜이라는 걸까요.”

기사를 보며 연신 감탄하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스승님도 대단하신 분입니다.”

비록 강우현이나 문정혁에 비해선 명성이 살짝 부족하지만, 스승님 역시 충분히 대단한 홀더다.

아카데미 교수로서 명망이 높았고, 교육 철학 또한 확고해 많은 이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자신만의 검법을 만들어내고, 이를 [유수검법]이라는 룬으로까지 승화시킨 건…

그가 오랜 세월 경험과 실력을 축적해 온 최상위 A급 홀더라는 걸 방증했다.

그에 대한 동경을 내비치는 내 눈빛에.

순간 김명현 교수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손사래를 쳤다.

“하하.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닙니다. 그냥 단순히 두 분에 대해 감탄이 나와 말한 것뿐이에요. 내가 조금 오해하게 말을 했군요.”

그는 잠시 신문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날 봤다.

부드러운 목소리처럼, 그의 눈빛에도 여전히 따뜻한 기운이 담겨있었다.

“도재현 홀더도 그 대단함을 느꼈으면 좋겠군요. 두 분이 도재현 홀더의 동시 교제를 흔쾌히 허락했다지만, 그 안엔 정말 많은 고민과 격한 감정들을 참아냈을 겁니다.”

스승님의 말에 느껴지는 게 많았다.

강우현과 문정혁이 웃으며 날 편하게 대해줬지만, 그 과정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고민이 있었으리란 것.

딸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

마찬가지로 딸을 가진 그가, 그리고 또 내게 그 허락을 하려 하는 스승님이 건네는 말이… 가슴 한 켠에 쿵하고 다가왔다.

“명심하겠습니다.”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스승님이 한 번 더 따뜻한 미소를 보이셨다.

“채은이랑 만나는 것도 허락하겠습니다. 사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제자고 뭐고 도재현 홀더를 한 번 죽도록 패고 싶었는데….”

말끝을 잠시 흐린 그가 품 속에서 편지 하나를 꺼냈다.

“이 편지를 읽으니 도저히 그렇겐 못하겠더군요. 역시 딸 이기는 아버지는 없는 걸까요.”

얼음꽃 그림이 새겨진 푸른색 편지지.

빼곡하게 적힌 종이가 무려 5장이나 있었다.

김채은이 아빠를 설득하기 위해 직접 적은 편지였다.

그 안엔 채은이가 왜 날 좋아하게 됐는지, 어떻게 세 명의 친구와 만나게 됐는지, 그 속에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은 어땠는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오로지 지금의 상황을 아빠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편지였다.

그걸 보고 있으니, 그녀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감정들이 맘 속에 피어났다.

‘…다들 엄청 힘써줬구나.’

김채은뿐만이 아니다.

듣기론 강주연과 문가은도 아버지들을 설득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자신들끼리 먼저 얘기를 나눴었다는 점도 강력히 피력했고, 그들 모두 진심으로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솔직하게 말했다고 한다.

난관으로만 여겨졌던 아버지들의 허락.

이를 비교적 쉽게 얻어낸 데엔…

여자친구들의 깊은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도재현 홀더.”

스승님이 문득 내 어깨에 손을 올리시며 말을 건넸다.

그리고 조용히 마주친 시선.

아이러니하게도, 난 그의 눈빛 안에 담긴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랑.

그건 분명, 딸 김채은에 대한 헤아리기 힘든 사랑이었다.

“채은이를 많이 아껴주세요. 도재현 홀더도 아마 알겠지만, 채은이는 부모의 사랑을 절반만 받고 자란 아이에요. 부족하게 자라왔고, 그만큼 애정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김채은에겐 어머니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오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

그에 대해선 깊게 캐묻진 않았었다.

채은이도 엄마에 대해선 자세히 말하지 않으려 했고, 스승님인 김명현 교수 또한 이를 언급하지 않았었으니까.

여전히 그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스승님은 직접 그 부분을 내게 언급하며 부탁하고 있었다.

“부족한 애정을 도재현 홀더가 채워주세요. 제가 지금껏 봐 온 채은이라면, 도재현 홀더의 그 애정을 기쁘게 받아들일 겁니다.”

부족했던 엄마의 사랑만큼…

더 많은 사랑을 채은이에게 채워달라고.

한 명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부탁이었다.

“평생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약속했다.

그 모습에 스승님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든든하네요.”

내 연인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마지막 허락을 받아내는 순간이었다.

“자! 그럼….”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즐기시던 스승님이, 문득 손뼉을 치며 자신의 검을 꺼냈다.

“훈련장으로 갈까요?”

“…예?”

“중요한 일도 마쳤으니, 슬슬 수업을 시작해야죠. 오늘은 도재현 홀더가 찾아낸 유수검법의 새 궁극스킬에 대해 연구하기로 했잖아요?”

싱긋 웃으며 잔인한 말을 꺼내는 장인어른.

그렇다.

김명현 교수는 내 장인어른이기 전에…

전담수업을 가르치는 전사 계열 스승님이셨다.

‘아니, 오늘은 좀 쉬고 싶은데….’

예외 없이 진행되는 수업에 절망했다.

사실 그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었고, 근 며칠 간은 아버지들의 허락을 받는 일로 심적 피로가 누적돼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사위와 함께 하는 검술 연구라니. 너무 재밌는 시간이 되겠군요. 하하.”

그 말 한 마디에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이건 반칙이잖아요.’

이제 막 교제를 허락받은 상황에…

나아가 점수까지 딸 수 있는 기회.

여기서 장인어른을 실망시킬 순 없는 노릇이었다.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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