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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8

#268

디펜스 게임 (2)

전쟁터가 되어버린 타라크 성의 외곽 지대.

콰아아앙—!

촤아악!

그 전장 곳곳에서 흑마력과 신성력, 오러와 혈마력 등 가지각색의 기운이 뒤엉키며 요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덜그럭— 덜그럭!

[크에엑—!]

끊이지 않는 물결처럼, 언데드 간부들의 통솔하에 질서정연하면서도 거칠게 진군하는 불사의 군대가 타라크 성벽으로 치달았고.

그에 맞서서 거인을 상대하기 위해 왔던 이들은 성벽에 합류하여 도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주신의 이름으로 부정한 존재들을 정화하리라!”

“망자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불꽃처럼 타오르는 신성력을 흩뿌리는 도노반 추기경을 위시로 팔라딘 하나와 대주교 둘이 포함된 주신교단의 지원 부대와.

“빨리빨리 움직여!”

“무리하지 마라! 피해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성벽의 수비병들을 채근하며 동분서주하는 왕실에서 급파된 마스터급 기사와 그가 이끄는 최정예 기사단.

“역시 언데드들은 피가 없어서 상대하는 게 영 비효율적이군요.”

“···그런데 거인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도시 방위까지 저희가 개입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이곳은 저희 땅도 아닌데.”

“하이 로드께서 뜻이 있으시겠지. 인근 왕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시려는 것 아니겠나.”

게다가 무려 성혈인 하인즈 2세와 브리키, 그리고 다섯의 진혈이 포함된 최강의 소수 정예인 하이브리드의 뱀파이어들까지.

그 지원군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대단하긴 했으나, 만 단위를 넘어서는 언데드 군세를 정면에서 막아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밖에 나가 있던 그들이 적당히 침공의 예봉만을 꺾고 곧바로 성벽에 합류한 것도 그 때문.

장기전이 될 싸움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렇게 성벽을 수비하는 이들 중에서도 탈리아 왕국에서 온 뱀파이어들은 유독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실상 그들은 그동안 적이나 다름없던 종족이었으니까.

[“확실히 노선을 정한 거니? 인간들 쪽에 붙어서 불사왕에게 적극적으로 대적하는 쪽으로?”]

그렇게 한창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주변에서 은근한 시선이 쏟아지던 와중.

적당히 언데드들을 상대하던 브리키가 슬그머니 하인즈에게 다가오며 의념을 통해 말을 걸었다.

다른 이들 앞에서 하던 존대가 어느새 다시 반말로 돌아왔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그녀에게 바랐던 것도 딱 그 정도였으니.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가볍게 허공을 그어 접근하는 언데드 한 무더기를 일거에 소거하면서.

[“그래, 어차피 불사왕과 우리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또 정상 회의에도 참여하며 세상의 전면에 나선 이상, 대륙에 우리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선 지금까지처럼 소극적인 태도는 한계가 있지.”]

추가로 이렇게 툴크 왕국에 먼저 은혜를 베풀어 둬서 그들이 다른 왕국들과 연대하는 것도 견제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방책이었다.

그 과정에서 은근히 휴버트 상회를 더 밀어줄 수도 있을 터.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 이 정도 수준이면··· 적당히 아슬아슬하게 막을 수 있겠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애초에 그에겐 진심으로 타라크를 함락시킬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거인과 싸울 때도 최대한 도시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제 와서 자신의 손으로 거점을 망가뜨리는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위기를 조장하는 이유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대륙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함에 있었다.

‘슬슬 요즘 약발이 떨어졌는지 벌어들이는 카르마도 줄었고 말이야.’

물론 여전히 불사왕이 저지른 짓으로 알려진 피해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직접적인 언데드의 침공뿐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일어나는 몬스터의 범람과 거인의 출몰까지 그 한 축을 이루고 있으니 당연한 일.

문제는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반복되는 지금 상황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것에 있었다.

‘그 때문에 용사 파티와 하인리히가 활약해도 그러려니 하는 기조가 생겼어. 뭔가 확실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었다.

지금 상태에서 더 나아가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한데 모인 인류의 힘으로 불사왕과 용사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가리는 게 미리 예정되었던 종막.

안방극장의 클라이맥스였다.

‘혁명가를 처리함으로써 그동안 사사건건 귀찮게 하던 변수도 원천 차단했으니, 앞으로 일을 진행하는 데도 큰 무리는 없겠지. 물론 페이스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그렇게 금방 끝나진 않겠지만.’

사실 막바지 작업을 시작한다 해도 엔딩까지 이르는 데는 아직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지금부터 위기감을 고조시켜 간다고 해도, 명색이 극의 절정인데 어설프게 마무리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서서히 빌드업을 쌓으며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불사성이 있는 북부까지 길을 열어 한스와 대면하는 데까지··· 대충 반년 정도 걸리려나?’

진짜 작정한다면 이 혼란을 더 오래 끌면서 완전히 본전을 뽑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한도 끝도 없이 폭주하며 세상을 망가뜨리기에는 슬슬 눈치가 보이고 있었다.

저기 위쪽에 있는 분들.

지금까지 그를 여러모로 지지해 주었던 후원자님들에게.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 볼까?”]

그렇게 하인즈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브리키가 납득한 듯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그에게서 몇 걸음 떨어졌다.

그리고 그 직후.

그녀의 의념이 움직였다고 느낀 순간.

고오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언데드가 몰려오던 전방에 거대한 핏빛 기류가 휘몰아쳤고.

스카카카칵—!

그것은 그대로 적 병력을 휩쓸며 한순간에 수백에 달하는 수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그대로 뻥 뚫려버리는 언데드 군세 사이의 통로.

브리키는 언데드와 상성이 그리 좋지 않은 뱀파이어였지만, 성혈씩이나 되는 존재에게 그런 사소한 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으헛! 이··· 이건?”

“으음, 설마 이 정도였다니.”

그 신위에 적잖이 놀랐는지 성벽에서 언데드에 대응하던 다른 이들의 긴장한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아무리 지금은 아군인 상황이라지만 오랜 세월 뿌리박힌 선입견이라는 게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이 자리엔 또 하나의 성혈이 있지 않던가?

“호오, 과연.”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뱀파이어들의 활약에 오히려 타오르는 듯한 호승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으니—.

“뱀파이어들이 개심하고 협조하기로 한 건 기꺼운 일이나, 주신교단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이대로 뒤처질 수는 없는 법이지.”

“맞는 말씀이십니다. 게다가 상대는 그 언데드들이 아닙니까?”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제단을 준비하겠습니다.”

바로 성자인 하인리히의 중재 전까지 오랜 세월 뱀파이어와 날을 세웠던 교단의 일원들.

도노반 추기경과 함께 피카올 대신전에서 넘어온 최정예들이었다.

그들은 한순간에 의기투합하며 곧바로 한자리에 모여 신성 주문을 위한 간이 제단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내 추기경이 주도하는 가운데 일제히 기도문을 읊기 시작하자.

우우웅— 콰아아—!

전장 한복판에 이적이 펼쳐졌다.

찬란한 빛의 기둥이 떨어져 내리며 일대의 언데드들을 일제히 소거하고, 그 여파가 사방으로 퍼져 공간을 침식하던 죽음의 기운에 제동을 걸었다.

연이어 펼쳐진 압도적인 장관.

“와아아아—!”

“사, 살았다! 이길 수 있어!”

그에 사색이 된 표정으로 굳은 몸을 애써 움직이던 병사들의 사기가 서서히 치솟았다.

끔찍한 외견을 한 시체들의 진군에 한껏 겁에 질려 있었는데, 드디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쉽진 않겠지만 말이야.’

잠시 흐트러졌던 죽음의 기운이 다시 맹렬하게 치솟는 군기(軍氣)를 타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곳곳에 배치된 데스나이트와 리치 등의 고위 언데드는 물론, 후방에 있던 간부들까지 직접 나서서 대처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달려드는 놈들을 부지런히 처치하면서도 날카롭게 전황을 파악하던 하인즈 2세가 언데드 군세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적진을 휘저으며 한껏 날뛰던 핏빛 기류가 멈춰 선 곳이었다.

‘지금 나까지 자리를 비우면 성벽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일단 조금 지켜볼까.’

당연히 불사의 군대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이 자리에 있는 전력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곤 해도, 명색이 그들은 전 세계와 맞서 싸우고 있는 최강 최악의 무력 집단이 아닌가?

[뱀파이어인가.]

[이거 참, 삼백 년 전처럼 숨어있지 않고 잘도 기어 나왔군.]

[케히히— 성혈의 뱀파이어! 이거 귀한 소재가 굴러들어 왔구나!]

더구나 이번 작전에는 그간 두문불출하던 고위 간부들도 상당수 동원된 상태였다.

둠 나이트 드렉슬러, 제너럴 스파르토이 트레브, 아크리치 켈리파 등의 간부들이 군세를 파고든 브리키를 둘러싸고 기세를 높였다.

불사왕에게 종속되며 더욱 짙어진 죽음의 힘이 주변을 잠식한 기운과 공명해 강하게 연결되었고.

언데드인 탓에 서로가 서로의 매개체가 된 그들의 흑마력이 폭발적으로 증폭되었다.

“···음, 이거 너무 신냈나?”

그에 「정제혈정」으로 강해진 힘을 믿고 자신만만하게 적 진영에 파고들었다가 가로막힌 브리키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일대일이라면 이 자리의 누구와 싸우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으나, 저들의 기세를 보아하니 그렇게 해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듯했으니까.

콰아앙—!

그렇게 불사의 군대 진영 한복판에서 간부들과 성혈의 뱀파이어가 충돌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주신교단의 신성력과 죽음의 기운이 연신 엎치락뒤치락했고, 어떻게든 버티던 성벽에서의 싸움도 점차 격화되기 시작했다.

폭음, 기합, 비명, 주문, 괴성 등···.

온갖 소음이 뒤섞이며 전장이 점점 난장판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어떻게든 성벽만은 사수하던 하인즈 2세는.

‘이 정도면 슬슬 끝내도 될 것 같네.’

딱 생각한 대로의 상황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으로 그린 듯 완벽한 개판이었다.

***

타라크 인근에 형성된 전장과 멀리 떨어진 곳.

초대형 거인이 쓰러졌던 위치보다도 더 먼 장소에서 또 다른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고오오오—

다른 언데드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짙은 죽음의 기운이 사방을 뒤덮었고.

“으라차차—!”

무엇이든 부숴버릴 듯한 거력이 담긴 손아귀가 거칠게 공간을 찢어발겼으며.

“하압!”

그 사이를 기둥과도 같은 거대한 빛의 검날이 꿰뚫었다.

콰르릉—!

그리고 그에 보조를 맞추듯 다양한 마법과 정령, 성법이 연신 쏟아져 나왔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불사왕과 용사 파티의 충돌.

직전에 새로운 힘을 얻은 할리 덕분에 그 싸움은 이전보다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었으나, 아까까지만 해도 거인과 사투를 벌였던 이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의 그들로선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포기할 수만도 없었기에 이를 악문 그들이 마지막 힘까지 짜내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그 끝이 찾아왔다.

[이런, 원래는 인사만 하고 갈 생각이었거늘. 흥이 나다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말았구나.]

압도적인 기세를 풍기며 시종일관 그들을 밀어붙이던 불사왕이 먼저 순순히 물러났던 것이다.

그럼에도 용사 파티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말대로 더는 손을 쓸 생각이 없는지 그저 낮은 조소만 흘릴 뿐이었다.

[크크큭—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만전의 상태도 아닌데 이 자리에서 정리해 봤자 아까울 뿐이니.]

“···하, 이대로 물러나겠다는 거냐? 불사왕!”

[서두를 필요 없다. 나의 대적자, 하인리히여. 막 새로운 놀이를 시작한 참인데,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벌써 끝낼 수야 없지 않은가?]

아직 남은 시간은 많다고, 음산한 웃음과 함께 거만하게 말한 불사왕이 서서히 높이 날아올랐다.

그것을 보면서도 연이은 싸움에 지칠 대로 지친 용사 파티는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기대되는구나. 과연 너희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나의 성까지 찾아올 수 있을지!]

“···아아, 기다려라 불사왕! 그때는 기필코 너를 심연의 구덩이에 처넣어 주마.”

[크하핫! 그 또한 즐거운 여흥이 되겠지!]

따악—

이내 흑마력이 가득 담긴 손가락이 튕기고, 다시 사방으로 기묘한 파동이 퍼져 나갔다.

그 직후, 성이 있는 방향에서 복귀 신호를 받은 간부들이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오늘은 무력시위를 겸한 맛보기일 뿐이었으니 굳이 끝까지 들이박을 필요는 없었다.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도록 하마. 용사, 하인리히 세인트 랜드가드.]

그렇게 갑작스럽게 등장했던 불사왕은 왔을 때처럼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타라크를 위태롭게 만들었던 언데드 군세만을 남기고.

또한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끝마친 프레젠테이션이기도 했다.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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