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7

26. 소꿉친구 – 여행 준비

모두 깜짝 놀라 노인을 쳐다봤다.오필리아도 의외라는 듯 그에게 물었다.

“코린 경. 왜 안 되나요?”

‘코린 경’이라 불린 그 노인은 성전사였다. 사제가 이동할 때, 사제의 신변을 호위하는 건 성전사의 일이었다.

코린 경은 나이가 들어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는 가끔 사제를 호위했고, 평소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마지막 남은 정력을 쏟았다.

성전사가 되길 희망하는 의욕적인 청년을 내칠 인물이 아니었으나, 그는 레오의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청년은 그릇된 신을 믿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 남부에서 삼십 년을 근무하면서 저 문신을 본 적이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레오의 팔에 닿았다.

여러 개의 나팔이 교차하는 문신.

레오는 아버지에게도 똑같은 문신이 있어서, 단순히 사냥꾼 집안에서 이어 내려오는 것인 줄 알았다.

코린 경의 투박한 말이 이어졌다.

“어떻게 교회가 있는 마을에 그릇된 신을 믿는 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을 성전사로 키우는 건 교리에 어긋납니다.”

야만인들에겐 자신들이 모시는 신이 있었다.

아카이아 제국의 이종족 토벌전 당시 십자교회는 야만인들을 보호했고, 은혜를 입은 야만인 부족 대부분은 개종했다.

하지만 일부 야만인들은 끝내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초창기의 십자교회는 그들을 관대히 여겼으나, 긴 세월이 흐르면서 십자교회는 개종을 거부한 야만인들을 축출하기 시작했다.

코린 경은 저런 문신을 한 부족과 싸운 경험이 있었다. 그때 살아남은 야만인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린 경은 그 당시 교회의 명을 어기고…

과거를 회상한 노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레나도 레오의 문신을 새삼스럽게 쳐다보는데, 불현듯 떠오른 것이 있었다.

옛날에 아빠가 해준 이야기였다.

레오 아버지는 데모스 마을 출신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부턴가 주변 산에 나타나 사냥을 했고, 데모스 마을의 처자를 만나 사랑을 키웠다.

두 사람이 결혼할 때 마을에선 설왕설래가 있었다. 당시 마을의 사제님이 극구 반대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결국, 데모스 마을은 레오 아버지를 받아들였다.

레나는 아버지가

“우리 딸이 레오네 집과 데모스 마을의 두 번째 연결고리가 되려나?”

라고 하시며 웃으셨던 것을 기억해냈으나, 옛날 일이었다.

레나가 사제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그리고 레오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레나의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두 번 다시 꺼내지 않았다.

“……”

한편, 레오는 성전사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분명 다른 신을 모시고 계셨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자,

“으음… 어쩔 수 없네요. 마음은 잘 알겠지만 죄송해요. 교회의 교리를 어길 수가 없군요.”

오필리아 사제가 못을 박았다.

“그럼 저도 안 갈 거예요!”

레나의 말에 레슬리 수도사는 펄쩍 뛰었다.

“레나야! 이런 기적 같은 기회를…”

청년들이란…

오필리아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우린 내일 아침에 출발할 예정이에요.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며칠 기다려 주고 싶지만, 저희 사정이 여유롭지가 못하네요.”

그녀는 레나가 상처받지 않도록 부드럽게 말했다.

“내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끝으로 오필리아는 일행을 데리고 사라졌다.

이런 일은 어른들이 나서기보다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편이 상처가 덜하다는 것을, 그녀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마을 사제님도 수도사님을 달래 들어갔다.

마을 앞에는 레나와 레오만 남았다.

“레오, 나 안 갈 거야. 울지 마.”

레오가 눈물을 흘리자 레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져 같이 울었다.

얼마나 부여잡고 울었을까, 레오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레나. 넌 꼭 가야 해. 네 꿈이잖아.”

“하지만! 난 너랑 같이 있고 싶어!”

“나 때문에 꿈을 포기할 거야?”

“너도 아까 포기하려고 했잖아!”

“…그래도 안 돼.”

“난 너랑 함께 있고 싶어. 너랑 결혼도 하고 싶고, 너랑 아이도 낳고 평생 함께할 거야!”

“안 돼!”

레나의 구애와 레오의 거절이 이어졌다. 둘은 한참 실랑이하다 눈이 마주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레오 너어! 그건 여자가 할 말이라고!”

“너야말로! 그리고 애 낳아주겠다는 말은 너무 이르잖아…”

둘은 손을 맞잡았다.

행복한, 하지만 조금 슬픈 기류가 맴돌았다.

“…집에 아빠 안 계시는데…”

“…응.”

레나와 레오는 손을 꼭 붙잡고 어두운 마을을 지났다. 이렇게 손을 잡고 마을 한복판을 걸은 게 언제 적인지 모르겠다.

레오의 집에 도착했다.

레나는 수줍게 레오의 방에 발을 들였다.

오랜만에 와 본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레오의 침대가 눈에 밟혔다.

두 사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레나는 부끄럽게 침대에 걸터앉았고, 레오는 어쩔 줄 모르고 문가를 서성이다 용기를 내서 다가섰다. 레나는 다가오는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레오가 레나의 어깨를 짚고 목을 쓰다듬었다. 입을 맞추자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로 쓰러져 내렸다.

가슴에 닿은 레오의 손이 뜨겁다. 손에 닿은 레나의 가슴이 시원하다. ─ 고 느끼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두 사람을 밝히는 촛불이 뜨겁게 녹아내렸다.

* * *

다음 날, 레오가 아침을 차려줬다.

레나는 함께 앉아 밥 먹는 레오를 훔쳐봤다.

실실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명치가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레나는 그런 속을 숨겼다.

어리광은 충분히 부렸다.

관계가 끝나고 나란히 누웠을 때, 레나는 몇 번이나 울음을 터뜨렸고 레오는 그녀를 끝까지 다독여줬다.

그때마다 레나는 그에게 다시 안겼고 마음속의 슬픔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이 그녀를 진정시켰다.

“이제 가야겠다.”

동이 터 오르고 있었다.

레나는 집을 나서기 전에 그를 마지막으로 끌어안았다. 레오는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레나가 떠난다.

슬픔이 몰려들었지만, 그는 그녀의 등과 자신의 마음을 함께 두드려 진정시켰다.

알고 있던 일이다.

또 보낼 계획이었다.

레나는 사제가 되고 나는 공주를 만들 방법을 찾는 것, 이게 현재로서는 최선이었다.

둘은 함께 교회로 나갔다.

“왔군요. 결정하셨나요?”

오필리아 사제는 마차 앞에서 두 청춘을 기다리고 있었다. 늙은 성전사는 묵묵히 마부석을 지켰고, 말이 푸르륵 투레질했다.

주위로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제 점심, 레슬리 수도사가 신이 나서 축복의 노래를 부르는 걸 들었다.

레나의 꿈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성실하고 예쁜 레나의 꿈이 시작될 것을 다 함께 축복해주러 몰려나왔다.

오필리아의 앞에 선 레나는 레오를 한 번 돌아보고 굳게 다짐하며 말했다.

“네. 갈게요.”

오필리아는 레나의 눈빛을 읽었다.

둘이 잘 해결한 모양이다.

옛일을 떠올리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 출발하죠.”

“잠시만요!”

레나의 부모님이 뛰쳐나왔다.

두 사람이 레나를 확 끌어안았다.

그들은 어젯밤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걸 탓하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쓰다듬으며 힘내라고 응원을 전했다.

“아, 안 주셔도 되는데…”

레나의 손에 들린 작은 돈주머니, 이걸 받으면 부모님은 겨우내 추위에 떠실 것이다. 돌려드리려 했지만, 부모님은 완강하게 손에 쥐여주었다.

“우리 딸을 믿는다. 우리는 항상 네 편이니 그것만 잊지 말아다오.”

부모님과 인사를 마치자 레슬리 수도사님도 슬그머니 다가와 돈 꾸러미를 내밀었다.

“레나야. 네 여행경비로 쓰려고 다 같이 모은 거니 부담 갖지 말고 받으렴. 수도교회에서 맛있는 거 틈틈이 사 먹고… 열심히 해야 한다.”

돈을 모아온 것이 우습게도 레나에게 먼저 기회가 찾아왔다. 이런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온 것을 보면, 레나는 신의 은총을 받은 아이임이 틀림없었다.

레슬리 수도사는 속으로 경배를 올렸다.

“수도사님…”

모두들 나를 위해서… 레나는 코가 찡해졌다.

그때, 그녀의 눈에 레오가 들어왔다. 희미하게 미소 짓는 레오, 그의 웃음이 슬프다.

“레오!”

레나는 달려가 그를 끌어안았고, 마을 사람들은 “엌!”하는 놀람을 억누르려 애썼다.

레나와 레오의 관계를 아는 마을 사람들은 다 같이 오필리아 사제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먼 산을 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둘이 나란히 올 때 이미 알아봤다. 하지만 오필리아는 성관계도 세례 전이라면 문제 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교회의 고지식한 동정 노인네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따지면 자신도 사제가 될 수 없는 몸이었다. 그럼에도 신께서는 내게 영광스러운 신력을 허락하셨다.

오필리아는 뒷짐을 지고 코니 경에게 가는 길이 얼마나 걸리겠냐며 이미 다 알고 있는 질문을 던졌다.

코린 경은 무뚝뚝하게 짧으면 넉 달 길면 다섯 달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레나와 레오의 포옹이 끝났다.

“갈게…”

“…힘내.”

레나는 마차에 오르면서도 레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마차를 모는 말들이 힘차게 투레질하며 발을 구르자 마을 사람들이 억지로 실은 먹거리들이 덜컹거렸다.

“레나! 힘내라!”

마을 사람들은 레슬리 수도사의 지휘에 맞춰 찬송가를 불렀다.

격려와 애정이 듬뿍 담긴 찬송가는 마을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레나는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을 뚝뚝 흘렸고, 곁에 앉은 오필리아 사제는 그녀를 말없이 달래주었다.

* * *

레나가 떠나고, 레오는 사냥에 집중하며 여행경비를 모았다.

양손검을 살 것까지 따지면 {초기 자금}으로는 턱도 없었다. 이젠 레나를 데리고 떠나겠다는 명분이 없어서 아버지께 돈을 받지 못할 터였다.

레나가 사제가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레슬리 수도사에게 가서 묻자, 그는 레오를 딱하게 여기며 답해주었다.

“의식을 받기까지 보통 4~5년이 걸리는데, 내 생각에 레나는 3년쯤 걸릴 것 같구나. 신학 공부를 많이 해둔 것도 있고, 워낙 똑똑하거든.”

수도교회의 의식은 사제가 될지 수도사가 될지를 결정하는 자질 평가로, 매년 가을에 행해졌다.

레슬리 수도사의 말대로라면 그에겐 3년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레나가 사제가 됨과 동시에, [레나의 최종직업이 결정됐습니다.]… 뭐, 이런 엔딩이 떠오를 테니까.

긴 시간이다.

레오는 지금껏 한 시나리오에서 3년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가장 짧은 건 첫 거지남매 시나리오로 단 이틀을 살았고, 가장 길었던 건 카트리나를 죽이고 부상당해 돌아왔던 약혼관계 시나리오였는데, 그것도 일 년 반이 안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한 3년이 보장됐다. 오랫동안 여행할 생각이니 돈은 넉넉히 벌어두는 편이 좋았다.

레오의 아버지는 사냥을 열심히 하는 아들을 기특하게 여겼다. 게다가 물이 올랐는지 아들의 {사냥} 실력이 벌써 예사롭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뱀술을 꺼내어 아들에게 권했다.

아직 성년이 되지는 않았지만 어엿한 사냥꾼이라면 직접 담근 술을 맛봐야 하는 법이었다.

레오는 독한 뱀술을 홀짝이며 산장에 맥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술을 마시던 아버지가 불쑥 입을 여셨다.

“바르바토스(Barbatos)님을 어떻게 생각하니?”

“…죄송해요. 별로 좋아할 수가 없네요.”

아버지는 가만히 계셨다.

이유를 묻는 거다.

“이 문신 때문에 레나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레오는 그때 있던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속에서 성전사가 나왔을 때 레오 아버지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그는 아들이 성전사가 되려 했다는 말에는 침음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한 손에 뱀술을 든 채 다른 손에 들린 꼬챙이로 꺼져가는 화톳불을 한참 뒤적거리다가 말했다.

“내일은 네가 육포를 가져다 팔아봐라.”

레오는 조금 놀라서 아버지를 쳐다봤다.

산장에서 만든 육포를 아버지와 함께 장터에 가져가 판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그걸 그에게 단독으로 맡기기는 처음이었다.

‘인정을 받은 건가?’

아버지는 더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둘은 조용히 뱀술을 마시다 정리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레오는 육포들을 잔뜩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왔다.

무지하게 무겁다. 처음 팔아본다는 기대에 욕심껏 챙긴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비탈길에서 한 번씩 짐을 내려놓고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레나와 산열매를 따던 숲 초입에 들어서자 가슴이 아려왔다. 마을 입구에선 그녀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던 기억에 눈가가 시큰해졌으나 불청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레오 아니야. 오랜만이야.”

“어, 한스네.”

“물 좀 마실래?”

한스가 허리에 찬 물주머니를 내밀었다.

레오는 사양했다.

“난 간다.”

“그래~”

저 자식을 어떻게 할까.

지난 시나리오에서 저놈이 우릴 팔아넘겼었다. 레나는 납치당했고, 왕자들에게 팔렸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부득부득 갈린다.

‘우리를 왜 팔아넘겼을까?’

한스는 레나에게 호감이 있었다. 그때 우리가 떠나는 것을 보고 질투한 게 아닐까?

아니, 이유야 어찌 됐건 상관없다.반드시 죽여버리겠다.

레오는 살기를 삼키며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우니 레나 생각이 났다.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흔적은 어디에나 있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