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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

7.준비(1)

엘 헤란 하이누스.

진우는 그녀를 엘이라 불렀다.

엘은 하르뮤의 뒤에 있는 진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눈이 이채가 서렸다.

“아! 제가 모시고 있는 분입니다.”

“그래? 오! 그럼 도련님?”

“네, 그렇습니다.”

하르뮤는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는 그녀의 정체를 모른 척하기로 했다. 상당히 까다로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우는 그녀를 편하게 대할 수 없었다.

“뭐 드실래요? 아! 도련님은 단 거 좋아하시니까 이걸로 하죠?”

“···마음대로 해라.”

딱히 단 거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단 것들이 칼로리가 높으니, 선호했던 것일 뿐이다. 멸망한 세계에서는 구하기 어려웠으니까 말이다. 진우는 엘의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받은 엘은 콧노래를 부르며 커피를 만들었다.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맞은편에 앉은 하르뮤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이나에게서 톡이 와 있었다. 아이나는 최근에 스마트폰을 샀는데, 굉장히 빠르게 적응했다.

진우가 보기에도 아이나는 상당히 똑똑한 편이었다. 혈맥이 타동되면서 그런 부분이 더욱 강화된 것 같았다.

“도련님, 벌써 기사가 떴답니다.”

“그래?”

“일신 그룹의 망나니, 사고치다··· 북한산 원정의 진짜 적은 이진우······.”

아이나가 톡에 기사를 링크해준 모양이었다.

이민철이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진우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묻히기는 어렵겠지.

진우의 기행에 대한 기자가 쏟아져 나왔는데, 묻히기는 했어도 방어복의 문제점에 관한 기사도 계속 나왔다. 공중파 뉴스에서는 특집 편성을 할 정도였다.

“뭐, 어때. 망나니가 사고를 친 것뿐인데.”

“그렇습니까?”

어떤 기행을 해도 ‘망나니 이진우니까’라며 그럴 법하다면서 아무런 의심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행동에 목적이 드러나면, 움직이는데 불편했다. 과감한 행동을 할 때는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제약이 없었다.

이보다 편리한 수단은 드물 것이다.

하르뮤는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가 톡을 보고는 웃었다.

“아이나가 화를 내는군요.”

“음?”

“꾸며낸 게 분명하다면서요.”

“대부분은 진실인데.”

“작은 부분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요. 감춰진 의도 말이에요.”

오히려 하르뮤가 더 기분이 상한 듯했다.

진우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엘이 직접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기분 좋은 커피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건 서비스~.”

엘이 그렇게 말하며 케이크를 내려놓았다.

세계수 잎이 들어간 케이크였다.

엘은 싱긋 웃으며 진우를 바라보았다. 자애롭게 느껴지는 미소였다.

“도련님, 몇 살?”

“열다섯··· 입니다만······.”

“잘생겼네. 내 딸 소개시켜줄까?”

하르뮤가 깜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결혼하셨어요?”

“결혼은 안 했어.”

“앗··· 죄송합니다.”

“아니야. 자식을 가지고 싶었거든. 축구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지금 아들이 여섯! 딸이 하나야!”

“아······.”

하르뮤는 엘의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엘의 정체를 모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엘프 여왕은 후계자가 없다.

후계자라는 개념이 없는 게 옳은 표현이었다.

세계수가 있는 한 그녀는 여왕으로서 계속 존재할 수 있었다. 그녀의 자식들은 그녀가 세계수에서 특별하게 탄생시킨 특별한 하이엘프였다.

“내 막내딸이랑 비슷한 나이인 것 같은데~ 도련님 어때?”

“학업에 바빠서요.”

“와! 도련님이라 그런가? 공부 잘하나봐?”

엘은 호감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엘은 손을 뻗어 진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우의 눈썹이 찡그러졌지만, 엘은 신경도 안 썼다 오히려 더 힘을 주어 머리카락을 헝클어버렸다.

“또 모르지. 우연이라도 만나게 될지. 그때는 모른 척하지 말기! 알았지?”

“사장님, 죄송하지만 저희 도련님은 꽤 인기가 있습니다.”

“그럴 것 같아. 원래 쟁취하는 게 더 재미있는 거 아니겠어? 그게 내 교육관이거든.”

하르뮤의 말을 엘은 여유롭게 받아쳤다.

둘은 제법 친해 보였다.

아예 같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진우는 묵묵하게 커피를 마셨다.

‘이 향기······.’

예전 생각이 났다.

잠시나마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를 잊게 해주었던 향기였다.

손가락 발가락이 얼어붙어 잘려나가는 추위에서, 몸을 녹일 수 있게 해주었던 향기.

고통스러운 기억은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그 기억에 섞여 있는 것이 이런 향기라는 게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어때? 맛있지?”

“그러네요.”

진우가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엘은 귀여워죽겠다는 듯 진우를 바라보다가 두 손을 뻗어 진우의 볼을 감쌌다.

마구 주물렀다.

“귀여워!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나한테 입양 올래?”

진우는 15살이었다.

귀여워 보이기에는 나이가 많았지만, 엘은 진심이었다.

진우는 그녀의 손을 떼어냈다.

“내 아들놈들은 진짜 안 귀여워! 어휴. 저번에는 말이지······!”

엘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한탄하기 시작했다.

하이엘프들은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그 성격과 성향 때문에 어울리기 힘들었다. 엘의 자식들은 하이엘프보다 더했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을 떠올린다면 마냥 그렇다고는 할 수 없었다.

띠링!

엘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엘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후다다닥!

엘이 뛰어가더니 핸드폰을 들었다.

엄청나게 집중하며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으로 터치를 하려다가 신음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엘의 손가락 끝이 떨리고 있었다.

몇 번이고 계속 누르려다가 멈추었다.

꾸욱!

결국 터치를 하는 순간이었다.

피우우웅! 쉬익!

핸드폰에서 효과음이 울렸다. 엘이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천천히 눈을 뜨며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털썩!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무나도 처량해 보이는 모습에 하르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망했어. 난 안 될 거야. 아마······. 난 저주 받았어!”

“무슨 일인가요?”

하르뮤가 엘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한정 뽑기’라는 문구가 떠있었다.

“······게임?”

“오늘을 위해 재료를 모아놨는데··· 망했어. 이렇게 된 이상 다시······!”

엘이 결제 버튼을 연타했다.

순식간에 많은 돈이 사라졌다. 하르뮤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엘을 바라보았다.

“사장님······.”

“뽑으면 본전이야.”

“이미 아닌 것 같습니다만······.”

“10% 세일이니까 10%만큼 경제보복 중이라구!”

엘의 눈빛은 이미 반쯤 돌아가 있었다.

진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돈 때문에 힘든 건 하이엘프의 제사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뽑기를 진행하던 엘은 반쯤 울먹였다.

“이것만 있으면 같이 사냥 갈 수 있는데··· 그런데······.”

진우가 고개를 설레 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실 때였다.

휙!

엘의 고개가 획하고 돌아가며 진우 쪽으로 향했다.

“도련님! 운 좋니?”

“좋은 편이죠.”

“그, 그럼 한 번만 대신 눌러줘.”

엘이 빠르게 다가와 아주 공손하게 두 손으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진우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뭘 원하는 거죠?”

“SSS급 영웅 엘리나! 전사이면서 마법까지 잘 쓰는 팔방미인이야! 파티 방어력이 무려 30%나 오르고, 속도도 빨라서 PVP에서는 거의 무적이지!”

“확률은요?”

“0.00023%”

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요.”

진우는 무척이나 희박한 확률을 뚫고 시간을 되돌렸다.

진우는 망설임 없이 뽑기를 눌렀다. 10연속 뽑기가 아닌 1회 뽑기였다.

“앗!”

10연속 뽑기가 확률이 그나마 조금 올라갔기 때문에, 대부분 10연속 뽑기를 했다.

휘이잉!

“어?”

화면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SSS급이 떴다는 신호였다. 엘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리고 휘황찬란한 무지갯빛이 뿜어져 나왔다.

[엘리나 등장! 적이든 아군이든 모두 나한테 맡기라고!]

“꺄아악!”

엘리나의 음성이 나오자 엘은 비명을 지르면서 진우를 껴안았다.

“나왔어! 꺄악!”

진우는 엘에게 안겨 이리저리 휘둘렸다.

하르뮤는 눈을 깜빡이다가 박수를 쳐줄 뿐이었다. 그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고마워!”

“뭐··· 잘 뜨네요.”

엘은 활짝 웃었다.

진우를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르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입을 뗐다.

“그런데 사장님, 그거 뽑으면 사냥 같이 갈 수 있다고 하셨는데, 누구랑 가길래 그렇게 간절하신 겁니까?”

엘은 흐뭇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다가 하르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응, 내 딸.”

“딸이요?”

“응! 뽑으면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엘의 품에서 나온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엘프 공주라······.’

진우는 다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평온한 시간이 흘러갔다.

‘해야 할 일이 많군.’

진우는 커피를 다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비린내 나는 여정이 될 것 같았다. 달달한 향이 사라지자 조금은 쓴 향이 올라왔다.

하르뮤가 먼저 나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진우가 가게 밖으로 나가려던 때였다.

“잠시만!”

엘이 진우를 불렀다.

종이봉투에 여러 가지를 넣더니, 진우에게 다가와 건넸다. 엘은 진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 고마웠어.”

진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진우야, 또 오렴.”

진우의 발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돌리자, 이미 가게 문은 닫혀 있었다.

‘이러니 돈이 없지.’

진우는 손에 들린 종이봉투를 보다가 살짝 웃었다.

이번에는 따듯한 향기가 오랫동안 남을 것 같았다.

* * *

기업 카르텔은 오랫동안 견고했다.

대한민국의 국방부, 그리고 여러 초대형 길드와도 사이가 아주 좋아, 선일 테크의 제품이 전방위적으로 보급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이번에 있었던 행사 ‘미래혁신 군수박람회’는 그저 시연회에 불과했다. 선일 테크를 중심으로 이미 다 내정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진우가 행패를 부리면서 모든 게 어그러졌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선일 테크를 비롯해, 그와 연계되어 있는 많은 기업들은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량으로 생산해놓은 제품들이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행사장에서 시연을 할 때에도 공장 라인을 풀로 돌리고 있었고, 추가 생산까지 하고 있었다.

쾅!

이민철은 책상을 엎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선일 테크가 선보인 기술은 많은 시간과 막대한 자금으로 이룬 것이었다.

저번 북한산 원정 때 사고가 있기는 했으나, 그저 불미스러운 일 정도로 여겼다.

그래, 어쩌다가 발생한 사소한 사고에 불과했다.

그는 불려 온 연구원들 바라보았다.

연구원은 몸을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원인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그, 그렇습니다. 그게······.”

“우연히 발생한··· 낮은 확률의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보고서에 그렇게 적혀있었지.”

“그. 그······.”

연구원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그런 줄 아, 알았습니다. 다, 달과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대기의 마, 마력 패턴이 바뀌어··· 몬스터에게 취약점이 노출된 게 아닌가 하는··· 펴, 평상시에 그런 확률이 나타날 확률은 극히 적은······.”

“씨발! 야, 장난하냐?”

이민철은 성큼성큼 연구원에게 걸어가더니 그대로 손바닥으로 연구원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퍼억!

뺨을 맞은 연구원이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이민철은 그럼에도 화가 안 풀렸는지, 연구원의 멱살을 붙잡고 일으켜 계속해서 뺨을 때렸다.

뺨이 붓고 입술이 터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내가 시발, 그딴 소리 하라고 너한테 돈 주는 줄 아냐?”

“아, 으. 으윽······.”

“돈을 그만큼 받아 처먹었으면······!”

퍼억! 퍽! 퍽!

마구잡이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뒷수습이라도 잘해야 할 거 아냐?”

“커헉! 고, 고려할 데,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하, 그걸 말이라고 해?”

이민철은 일신 그룹의 자제답게 무예를 제대로 배웠다.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다고는 하나 그 힘은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연구원이 피떡이 되자 그는 주먹을 내렸다.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살려······.”

“그럼 이진우 그 새끼는 어떻게 알았대? 해외 유명한 대학 나와서 이렇게 떵떵거리며··· 후우, 연구소에서 돈 타 먹는 네놈 같은 벌레새끼도 몰랐는데 말이야. 참 이상하지? 너무 이상해.”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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