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70

268. 약혼관계 – 경고

민서는 부러진 갈비뼈의 통증을 잊었다. 양팔을 펼치면 벽에 닿을 법한 제 자취방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튼튼한 스테인리스 냄비, 분홍색 플라스틱 국자와 진동하는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열어보니 차디찬 냉동실, 여름철 찬 공기가 생소하다.

돌아… 왔다.

민서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손이 부자연스럽게 다가가 스위치를 누르자 번쩍. 하늘이 밝아졌다. 아니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눈이 부시다.

차라리 촛불이었으면.

오러블레이드만큼이나 부담스러운 전등을 끄고, 민서가 커튼을 젖혔다. 3층 창밖 아래로 회색빛 아스팔트와 전봇대에 기대어 버려진 5L 쓰레기봉투가 보였다.

저 골목을 돌아가면 대학교가 나온다. 내가 졸업한.

돌아왔다!

민서는 감격에 휩싸였다. 얼떨떨한 감정이 날아가고, 펄쩍 뛰었다. 윽. 부러진 갈비뼈에서 느껴지는 통증마저 반갑다.

몇 시지? 지금이 며칠이지?

날짜는 흐르지 않은 것 같았다. 오튜브를 지겹도록 보다가 내팽개친 휴대폰이 베개와 함께 어질러져 있었다. 그 사실이 민서를 더 기쁘게 했다. [ 레나 키우기 ]를 시작하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다.

“와핫!!”

민서가 주먹을 움켜쥐며 반 바퀴 돌았다. 행정법 총론 기출 문제집을 후루룩, 쓸데없이 넘겨보고 행거에 걸린 옷을 쓰다듬었다. 하악, 허억. 거칠어진 숨으로 울상지었다.

전역했을 때도 이렇게 기쁘진 않았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생소한 세계를 향해 걸음을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었다.

민서는 얼굴에 만연한 울상과도 같은 미소를 어찌하지 못하고 좁은 자취방을 헤매었다. 그러기를 한참, 감격이 잦아들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엄마, 아빠. 채하.

더 생각할 것이 없었다. 민서는 즉각 침대로 달려들어 휴대폰을 집었다. 날짜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려는 찰나였다.

“……”

손가락이 멈칫 굳어버렸다. 집어 든 휴대폰 액정 너머로 노트북 화면이 보인다.

까맣게 빛나는 어두운 배경.

그 위로 엔딩 크레딧이 차근차근 오르고 있다.

봐야 한다. 봐야… 하나?

민서의 기쁨이 잦아들었다.

숨 가쁘게 말을 달리던 방금이 떠올랐기에. 거대한 염소 발굽에 찍히는 걸 피하고자 땀에 젖은 쿠스의 배를 사정없이 박차고, 고삐를 모질게 틀어쥐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해 뒤를 돌아보거든 산더미만 한 아스타로트 대공이 그를 뒤쫓고 있었다. 오금이 저리는 공포를 뿜으며. 결국, 레이의 찢어지는 절규로 약혼관계 회차가 마무리됐다.

시선을 주고 싶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화면을 향했다. 배변 훈련을 받은 개처럼.

그리고, 후회했다.

[ 축하합니다! ]

[ 레나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

[ 진엔딩 2/2 : 완료 ]

[ 레나 키우기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시나리오를 클리어하셨습니다. 플레이어께서는 게임을 종료하실 수 있습니다. ]

[ 레라 아이나르 ]

[ 최종직업 : 기사 ]

[ 결혼 상대 : 레이 덱스터 ]

[ 레이 덱스터 ]

[ 최종직업 : 기사 ]

[ 결혼 상대 : 레라 아이나르 ]

[ 약혼관계 엔딩 : The Knight ]

[ 진엔딩 ]

– 에이브릴 성에서 태어난 레라 아이나르는 행복한 유년기를… (중략) …간의 전쟁에 참전한 레라는 백인장을 거쳐 꿈에 그리던 기사가 되었다. 아스틴 왕국이 점령한 요새 토리돔에서 레이 덱스터와 결혼식을 올렸으나, 아스타로트 대공이 강림했다. 레이의 도움을 받아 달아나던 레라 아이나르는 분노한 대공의 발길질에 추락사(墜落死)했다. –

– 수도 바르나울에서 태어난 레이 덱스터는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으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다. 아스틴 왕국 제1 기사단의 기사였던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 에이브릴 성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곳에서 레라 아이나르를 만났다. 레이 덱스터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검술을… (중략) …간의 전쟁에 참전한 레이는 왕자를 노리고 진지에 침입한 헤르만 포르테 백작을 막아섰다. 월권한 죄로 옥에 갇혔으나, 레라와 옌센 바일레이의 도움, 그리고 노엘 덱스터의 공훈이 참작되어 석방되었다. 준기사직을 잃었음에도 백의종군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벨리타 왕국군이 후퇴하면서 그가 지은 죄가 재평가됐다. 레라와 함께 레이는 토리돔에서 기사 서임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아스타로트 대공이 강림했다. 레라를 데리고 달아나던 레이 덱스터는 분노한 대공의 발길질에 즉사했다. –

[ 거지남매 시나리오 엔딩이 변경되었습니다. ]

[ 소꿉친구 시나리오 엔딩이 변경되었습니다. ]

민서는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화면을 채우며 떠오른 세 장의 사진에 시선을 빼앗겨 넋을 잃어버렸다.

첫 번째 사진엔 레라가 있었다.

하지만 저걸 레라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수십 미터를 낙하해 덤불에 파묻힌 그녀는 목이 돌아가고, 팔이 찢어져 있었다. 터진 복부에 매달린 다리가 이마에 닿았다.

그래도 세 번째 사진 속 레리아나보다는 낫다고 해야겠다. 세 번째 사진은 성벽을 덤덤히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포탄에 맞은 듯한 자국이 벽에 묻어 붉게 흘러내렸다.

소꿉친구 시나리오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호두 두 개를 한 손에 쥐어 으깨는 것처럼 성녀 메리엘과 레아가 아스타로트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서서히 으스러지는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결코 패할 수 없는 성녀, 주신이 그녀를 버린 것이다. 메리엘은 레아와 한 덩어리가 되었다.

“허억.”

민서가 고개를 돌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구름 낀 하늘 햇볕이 들이치는 자취방과 쿵짝쿵짝, 옆방에서 들려 오는 대중가요가 소름 끼치게 평화롭다.

‘나, 난… 아무것도 못 봤어.’

불현듯 떠오른 게 민서의 숨을 더 가쁘게 했다.

비겁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없던 셈 쳐버리려는. 내가 게임을 너무 오래 해서 환각을 본 게 틀림없다는 외면마저 일었다.

토할 것 같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이래선 안 돼. 각오했잖아. 레나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떠나겠노라고. 절대로 혼자 도망치지 않겠다고.

이번 엔딩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 개의 시나리오 전부 다.

하지만… 그렇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대체 몇 년을 저기서 보냈는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이었다.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는 매일 먹거리를 찾아 들과 산을 쏘다니고, 간간이 사냥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권위를 부려 야만인들을 선동하기도 하고, 하르베이 가이단 변경백과 같은 사십 대 초반의, 산전수전 다 겪은 귀족 앞에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태연한 척했으나 그가 눈썹을 찌푸리거나 빤히 바라볼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거지남매 시나리오는 이보다 훨씬 심했다.

{초기 자금}과 카시아가 없었더라면 생존이 문제였을 것이다. 회차가 반복되며 형편이 차차 나아지고, 크세니아를 만나면서부터는 확 풀렸지만, 무언가를 매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었다.

저 세상에서는 게으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우리의 동생, 레리아나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게으른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약혼관계 시나리오는 사정이 좀 나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라 고된 노동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레라와 레이가 연인 관계다.

몸이 편한 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시나리오였다. 난 레이의 정신에 동화되어 채하를 잊어버리고, 레라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 덱스터가 날 유독 불순물 취급하며 싫어한 데에는 그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

둘이 사랑을 나누는 모든 장면을 타인이 관찰하는… 아니, 거의 한 몸으로 느끼는 셈이라 레이는 나를 혐오스럽게 생각했다.

나라고 기분이 좋을 턱이 없었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기에 레이가 참았던 거다. 파혼을 진행했던 회차 이후로는 참지 않았지만.

민서가 얼굴을 손에 파묻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진심으로. 저기서는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더는 끔찍한 엔딩을 겪고 싶지 않았다.

해피엔딩이랍시고 받은 엔딩들도 씨발, 하나같이 괴로웠다. 눈높이가 낮아질 대로 낮아져 견뎌낸 것이지 레아와 결혼하는 순간 그녀와 헤어져야만 했던 레브는 사실 슬퍼했다.

레아를 행복하게 해줬다는 기쁨 뒤에 진한 슬픔이 묻어 있었고, 난 그걸 생생하게 느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나도, 레오들도 언급하지 않았다.

– 그래. 레오들은 레나들을 위해 늘 희생했어. 나도 맹세했잖아. 나도 이젠 걔네를 사랑하잖아. 그러니 돌아가. 돌아가서 행복하게 만들어줘.

‘그래… 그렇지. 더는 남이 아니…’

– 미쳤니? 내가 거길 왜 돌아가? 어떻게 나왔는데. 돌아가면 나올 수 있다는 보장은 있어? 네가 남 생각할 때야? 과몰입하지 마, 병신아.

마음이 시소를 겨루듯 옥신각신 다투었다. 민서는 해가 기울어지도록 갈등했고, 목이 뻐근하게 아파 올 무렵에야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단단한 눈동자로 마음을 굳혔다.

‘…아니야. 역시 레나들을 저렇게 내버려 둘 순 없어.’

딱 한 회차만 진행하면 된다.

아무래도 포르테 백작을 죽인 게 문제였던 듯싶은데, 그것만 없던 일로 하면 세 개의 시나리오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 씨발.

– 저, 저… 저 봐라. 씨발. 좆 같은 거. 또 지랄 났네.

어두운 노트북 화면. 엔딩 크레딧이 사라진 자리에 메시지 창 하나가 덩그러니 떠올라 깜박이고 있었다.

[ 수호자(守護者) 퀘스트가 해금된 상태로 로그아웃하셨습니다. 재진입하시겠습니까? 수호자 퀘스트를 완료하기 전까지는 게임을 종료하실 수 없습니다. Yes / No ]

[ 08 : 14 ]

저 숫자가 시(時)와 분(分)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게도 분과 초(秒)였다. 노트북은 달칵이는 소리를 내며 시간을 떨어뜨렸다.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민서는 기어이 욕설을 고래고래 퍼붓고야 말았고, 옆방에서 들리던 노랫가락이 멈췄다. 그러나 카운터는 멈출 줄을 몰랐다.

[ 07 : 31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나이다. 아멘.1)

욕설을 뱉어낸 민서가 숨을 헐떡였다. 그는 자칭 신을 믿는다는 종교쟁이들이 왜 저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해달라 비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민서는 달칵달칵 내려가는 카운터 앞에서 몸부림쳤다. 무성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윽고 넋 나간 표정으로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는 가능하면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혀로 입술을 축이고, 눈을 깜박였다. 앉은 자세로 허리를 한 번 펴보고, 무릎을 쓰다듬었다.

[ 05 : 29 ]

레이 덱스터의 굵은 다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체가 튼실한 산골짜기 소년, 레브보다도 못하다. 레안보다는 훨씬 낫다……

엄마. 아빠.

하지만 밀어 넣으려던 생각이 두서없이 치솟았다. 격정이 몰려들었다. 눈에 습기가 어리며 코가 시큰해졌다. 생각을 참지 못한 민서는 결국 손을 들어 눈가를 감쌌다.

[ 04 : 50 ]

악문 잇몸 사이로 울음이 터졌다. 눈물범벅이 되어 제 무릎을 탁, 탁, 두들겼는데, 그렇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의 눈에 휴대폰이 들어왔다. 시간을 확인한 민서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엄마, 아빠. 멍청한 아들이, 세상 멍청한 결정을 내리려 해요. 목소리라도… 가기 전에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요.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잊어먹었다.

민서는 주소록을 찾아 아버지를 검색하려 하였는데, 그 순간 벼락에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아신, 세레스(Seares)의 경고가 떠올랐다.

= 당신은 머지않아 기로에 설 것입니다. 그때 절대로 당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연락하지 마십시오.

그건 레브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그건 내게… 나에게 남긴 경고였다.

민서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다시 감싸 쥐었다. 사실은, 정말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부모님께 연락하면 내 마음이 약해지리란 것을. 부모님을 핑계로 레나를 저버리려 했음을.

그건 악마의 달콤한 유혹이었다.

[ 01 : 42 ]

민서가 힘없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버지가 피시던 레종 블루 한 대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한 손에는 휴대폰을, 다른 손으론 마우스를 움켜쥐었는데, 이 노트북은 아버지가 사주신 것이었다.

인서울이라니! 애썼다! 기뻐하시며 대학 입학과 동시에 선물하셨고, 이 휴대폰은 어머니가, 군대를 다녀온 아들에게 본인도 써본 적 없는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해 주신 것이었다.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어쩐지 면회를 따로 오신다 했다. 옛날 일이지만.

후우.

담배 연기를 뿜으며 민서가 각오를 굳혔다. 마우스를 버튼 위에 올리고, 다른 손으론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채하의 번호는 기억이 났다.

[ 01 : 06 ]

멍청한 짓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채하는 괜찮다. 그녀의 목소리는 들어도 각오가 흔들리지 않을 터였다.

나는 레나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채하의 꿈을 망쳐버렸다. 그러니 반드시, 반드시 돌아오겠다. 레나들의 꿈을 이뤄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돌아와 너에게 용서를 구하겠다. 함께… 나아가겠다.

[ 00 : 34 ]

뚜르르르 뚜르르르르, 컬러링 없는 통화 대기음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달칵, 전화가 걸렸다.

“…응. 민서야. 잘 지냈어?”

현실에 지친 목소리였다. 채하는 애써 밝은 톤으로 말했다.

“난 요즘 면접 보러 다니고 있네. 공부는 잘돼가? ……왜 말이 없어.”

[ 00 : 01 ]

카운터는 멈춰 있었다. 창문이 열린 자취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밖 아스팔트 위로 레종 블루 한 까치가 떨어졌을 뿐.

1) 기독교 주기도문(主祈禱文).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