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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1

269. 약혼관계 – 존재 이유

민서는 다시 익숙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화면이 커지며 그를 잡아먹었고, 민서가 엔딩 크레딧을 읽지 못했을 걸 배려하듯이 텍스트를 허공에 수놓았다.

[ 축하합니다! ]

[ 레나의 꿈이 이뤄졌습니다. ]

[ 진엔딩 2/2 : 완료 ]

[ 레나 키우기를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시나리오를 클리어하셨습니다. 플레이어께서는 게임을 종료하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게임을 종료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붙여놓은 단어인가 보다, 생각하며 민서는 약혼관계 시나리오 엔딩이 위로 사라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변경된 엔딩이 떠올랐다.

[ 거지남매 시나리오 엔딩이 변경되었습니다. ]

[ 레리아나 드 예리엘 ]

[ 최종직업 : 포르테 백작가의 시녀 ]

[ 결혼 상대 : 산티안 라우노와 연애 ]

[ 레안 드 예리엘 ]

[ 최종직업 : 베나르 타티안 후작의 시종 ]

[ 결혼 상대 : 크세니아와 연애 ]

[ 거지남매 엔딩 : 마왕 강림 ]

+ 루티나 왕성에서 태어난 레리아나는… (중략) …오랑주 극장의 연극배우가 되었다. 크세니아에게서 연극을 배운 그녀는 수 차례의 무대를 성황리에 장식하였으나, 오라버니인 레안 드 예리엘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추궁했다. 레리아나는 그를 돕고자 분장을 하고 포르테 백작가에 잠입했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의 과거사를 파헤치는 한편, 왕궁에 뻔질나게 들락이는 백작의 생활패턴을 이용해 팔 부러진 거지가 궁금해하는 걸 찾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레안이 백작가에 들이닥쳤다. 레안은 그녀를 마차에 태워 달아나려 하였으나 본색을 드러낸 아스타로트 대공의 손에 사로잡혔고, 토리돔에 내팽개쳐지는 것으로 레리아나는 그녀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

+ 루티나 왕성에서 태어난 레안은 불행한 유년기를… (중략) …거울로 레브의 연락을 받은 레안은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혈통}을 되찾으러 콘라드 왕국에 가긴 갈 테지만 에릭 드 예리엘 왕자가 즉위하는 건 내년 겨울이었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그는 크세니아와 연애하며 한동안 오르빌에 머물렀다. 게스타브 페테르 백작에게 부탁해 길버트 포르테를 멀리 떠나보내고, 카트리나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던 어느 날, 카시아를 만나러 간 레안은 팔이 부러진 거지를 만났다. 궁중 예법을 사용하는 그에게 흥미를 느껴 따라간 레안은 거지의 부탁을 받아 ‘라우노 패밀리’를 조사하는 것으로 한때 타탈리아 왕가의 시종장이었다는 거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요청을 수행해나갔다. 그러던 중 무슨 이유에선지 베나르 타티안 후작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좋은 제안을 하며 레안을 회유하려 들었고, 마침 팔 부러진 거지의 부탁을 수행하려면 더 큰 정보력이 필요했던 레안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동생의 도움까지 받아 라우노 패밀리와 오르빌 ‘왕궁’을 조사해나갔으나, 슬슬 콘라드 왕국으로 떠나려던 초가을의 어느 날, 위기가 닥쳤다. 벨리타 왕국의 침묵하던 왕, 카로만 드 타탈리아가 전국의 모든 교회를 폐쇄하였고, 친히 베나르 타티안 후작을 찾아왔다. 후작의 시종이었던 레안은 불길함을 감지하고 달아났으나, 아스타로트의 눈에 포착되어 사로잡혔다. 레안은 토리돔에 내팽개쳐지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다. +

[ 소꿉친구 시나리오 엔딩이 변경되었습니다. ]

[ 레아 ]

[ 최종직업 : 대사제 ]

[ 결혼 상대 : 미혼 ]

[ 레브 가이단 ]

[ 최종직업 : 성전사 ]

[ 결혼 상대 : 미혼 ]

[ 소꿉친구 엔딩 : 패배한 용사 ]

+ 데모스 마을에서 태어난 레아는… (중략) …그녀가 꿈에 그리던 수도교회 교육시설에 입학했으나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 벨리타 왕국의 수도 오르빌에서 악신이 강림했다는 소식이 파다한 가운데, 십자교회는 성전(聖戰)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레아는 마침 루테티아에 도착한 레브와 함께 성녀의 부름을 받았다. 성녀에게서 주신의 신력을 나눠 받은 레아는 {신성}한 힘을 뽐내며 즉각 대사제가 되었으나 북부를 초토화하고 남하해 온 고대의 아신, 아스타로트 대공을 막지 못했다. 그녀는 메리엘 성녀와 함께 아스타로트 대공의 손에 살해당했다. +

+ 데모스 마을에서 태어난 레브는 행복한 유년기를… (중략) …거울로 레이 덱스터의 연락을 받은 레브는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반란을 준비하던 걸 멈추고 가이단 후작가에 들러 넋이 나간 하리에 가이단을 보살피다 제롬 신성 왕국으로 향했다. 그는 레아를 따라 수도교회 교육시설에 입학했다. 레아와 남몰래 연애하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그해 초가을, 아스타로트 대공이 강림해 벨리타 왕국과 아스틴 & 아스터 왕국을 멸망시켰다. 원정군에 포함된 레브는 대륙에 남은 마지막 소드마스터로서 성녀의 축복을 두르고 최선을 다해 싸웠다. 그러나 아스타로트 대공의 강철 날개에 찢겨 목숨을 잃었다. +

…문제의 원인을 알겠다.

다시 떠오른 세 장의 사진을 애써 외면하며 엔딩 크레딧을 반복해 읽은 민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지난 소꿉친구 시나리오에 있었다.

– “아니. 바르트 경은 잊어버려. 하리에 가이단도 내버려 두고.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복수에 미쳐버린 기사, 바르트 경이 하리에와 팔라스 테르탄을 습격하게 내버려 둔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레브는 레안더러 그를 내버려 두라 말했는데, 지난 거지남매 회차 때 하리에를 어설프게 구해줬던 게 오른 왕국의 콘라드 왕국 침략으로 이어졌었기 때문이었다.

레브의 말을 들은 레안은 여유가 생겼다. 급하게 콘라드 왕국으로 달려갈 이유가 없어서 오르빌에 오래 머물렀고, 지난 약혼관계 회차에서 큰 변경이 생기며 파국이 벌어졌다. 레안과 레리아나가 아스타로트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민서가 생각을 다시 재빠르게 정리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현대인의 관점을 레오들에게 남겨주기 위해서. 이번 엔딩 크레딧을 읽으며 깨닫게 된 것이 많았다.

개중 가장 큰 것은 소드마스터의 존재 이유였다.

하늘이 내린다는 소드마스터.

오러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그 경지는 사실 검술 실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깨달음인데, 신검합일(身劍合一), 검을 자신의 신체 일부로 여겨 몸에 쌓인 마나가 검으로 번지는 현상이 오러블레이드지 딱히 검술의 어떤 진보를 이뤄낸 단계가 아니었다.

실제로 {검술.5v : 포르테류(流)}가 우리가 얻은 검술의 끝이고, 오러블레이드를 제외하면 바르트 경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

– 깃털이나 다듬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말파스. 전쟁에서 이겨서 기분 좋았을 텐데… 큭큭큭. 날개를 허무하게 뺏기고 싶지 않으면 힘내라구. 너희 소드마스터가 가만있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 소드마스터를 죽여준 놈은 어디 있을까?

아스타로트가 아주 정확하게 밝혀 주었지만, 그전에도 힌트가 있었다.

조국이 전쟁을 선포하였음에도 전쟁에 영 관심이 없던 아스틴 왕국의 소드마스터, 아르펜 알바세테 남작과 의아할 정도로 전쟁을 서둘러 종결하고 오르빌로 돌아가고자 했던 헤르만 포르테 백작.

알바세테 남작은 아예 왕자가 있는 후방에만 머무르며 어쩔 수 없이 왔다는 티를 냈는데, 그게 아스틴 왕국을 집어삼키려는 아신, 말파스의 존재를 눈치채서 그랬던 것이라면 앞뒤가 맞았다. 지난 회차에서는 참전조차 하지 않았다.

또, 그들은 공통적으로 유독 왕자를 감싸고 돌았다.

아스터 왕국의 소드마스터, 자코브 모드레드 백작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만백성의 주인인 왕으로서 힘을 축적하다가 왕자의 몸으로 넘어가야 할 아신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걸림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소드마스터들은 아신의 존재를 어떻게, 어디까지 눈치채고 있을까? ─ 이게 관건인데, 민서는 여기서 ‘아!’ 탄식하고 말았다.

바르트 경.

그 복수에 눈이 먼, 소드마스터를 제외하면 아마도 적수가 없을 최강의 기사가 소드마스터와 관련된 의문의 실마리를 들고 있었다. 그는 지난 거지남매 회차에서 레안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 “하리에 가이단한테서 목걸이를 왜 뺏어가신 겁니까?”

–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불길해서 저도 모르게 빼앗아 부수려 했는데, 무슨 짓을 해도 부서지지 않더군요. 동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답변뿐이고… 아, 혹시 그것이 왕자님께서 물리쳤다는 그… 악신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던 것입니까?”

– “네. 관련이 있었지요. 그럼 그 목걸이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 “바다에 던졌습니다.”

이게 너무나도 괴이했었다. 바르트 경이 왜? 어떻게?

{신력 간파} 능력이 아니면 나도 아신을 알아볼 수가 없고, 사제들은 물론 추기경조차도 오리아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 기사에게 무슨 특별함이 있어서 그걸 눈치챘을까? 하리에에게서 강탈해갔을까?

해답은 하나였다.

바르트 경이 오리아스를 견제하는, 대륙의 네 번째 소드마스터가 될 사람이었던 거다.

이 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었다. 4번째 거지남매 회차, 바르트 경을 처음 만났던 노야르 항구에서 그의 동료 기사에게서 들었다.

왕자님을 잃어버리고 돌아와 노야르 항구에서 숨어지내는 동안 바르트의 실력이 급격하게 늘었노라고. 나중에는 모두가 동료였던 그에게서 검술을 배웠노라고.

이는 {귀족 사회} 정보에 포함된 다른 소드마스터들의 성장과 탄생 시기와도 관련이 깊었다.

북부의 두 소드마스터, 아르펜 알바세테 남작과 자코브 모드레드 백작은 구일 전쟁이 끝날 무렵에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왕위 계승권을 놓고 내전을 벌이던 아버지를 죽이고, 그 아들들이 스스로 왕이라 칭하며 등장했을 무렵이었는데,

아르펜과 자코브 모드레드. 둘 다 신통찮은 기사였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만 하더라도.

특히 아르펜이 심했다. 야만인 출신인 그는 마우닌-레티이 대회에서 입상해 제3 기사단에 배정된 것으로 기사 생활을 시작했다.

기사단의 순서가 그렇게 중요하고 대단한 건 아니지만, 스타트를 그렇게 끊었다는 건 당시 그의 실력이 그리 대단치 못했다는 걸 방증했다.

자코브 모드레드는 태생이 귀족이고, 왕실을 지키는 근위기사로 기사 생활을 시작했기에 정보가 부족하다.

다만 그는 소드마스터가 된 다음에야 근위기사단장이 되었는데 그가 근위기사대장직을 거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단번에 벼락출세한 거다.

그 말인즉슨… 아르펜과 자코브 모드레드 백작은 마르하스가 아스란 왕국을 둘로 쪼개어 차지하려 하기에 소드마스터가 된 것이 아닐까? 두 왕국에 나뉘어있는 말파스와 할파스를 각각 견제하기 위해서.

반면, 이들과 다르게 헤르만 포르테 백작은 기사로서 걸을 수 있는 최고의 길을 걸었다.

내로라하는 기사 가문에서 태어나 성년이 되었을 무렵에 제1 기사단에 최연소 기사로 입단하며 그의 화려한 경력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역대 최연소 기사대장이자 역사상 가장 젊은 기사단장이었다. 또, 고작 삼십 세에 소드마스터가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벨리타 왕국의 왕이자 아스타로트인 카로만 드 타탈리아가 즉위한 직후였다.

헤르만 포르테 백작과 아르펜 알바세테 남작, 자코브 모드레드 백작. 이 세 사람이 아신을 견제하고자 하늘이 내린, 주신이 안배한 강자들이라면 바르트 경도 그러할 것이다.

바르트 경이 오리아스의 것이 분명한 하리에의 목걸이에서 불길함을 느꼈다면, 그들은 아신 그 자체인 왕을 보며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무언가 굉장히 불안해하며 왕자를 감싸고, 왕궁을 들락거리지 않았을까… 이게 민서의 추론이었다.

그래서 단순한 헤프닝으로 보였던, 레나들과는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하리에 가이단과 팔라스 테르탄은 바르트 경과 엮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우린 이걸 고작 하르베이 가이단 후작을 오른 왕국에서의 반란에 동참케 할 용도로 이용해온 것이다.

한숨을 내쉬며, 민서가 정리를 마쳤다. 후회는 여기까지,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를 궁리할 때다. 민서는 주신이 내린 퀘스트를 떠올렸다.

[ 퀘스트 : 수호자(守護者), 1/4 – Barbatos ]

우리더러 네 아신을 잡으라는 건가. 그러면 남은 건 콘라드 왕국의 오리아스(Oriax)와 두 북부 왕국의 마르하스(MalHas), 벨리타 왕국의 아스타로트(Astroth)일 터였는데…

[ 시나리오 보상을 선택하세요. ]

그때, 엔딩 크레딧이 사라진 어둠 위로 텍스트가 떠올랐다.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이.

재촉하기는.

늘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민서는 배짱을 부리며 궁리를 이어나갔다.

생각할 시간도 안 주냐? 치사하게. 내가 이렇게 돌아왔으면 인간적으로 뭐라도 줘야 하는 것 아냐?

그러나 약혼관계 회차의 진엔딩 보상 텍스트는 민서가 투덜거리건 말건 덤덤히 빛을 발할 뿐이었다. 기대조차 하지 않은 민서는 옳다구나, 시간을 마음껏 사용했다.

그가 빌어먹을 신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였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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