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72

한하리(1)

평양시 라이온하트 대학. 2년 과정의 단기 전문대학이지만, 전세계에서 입학하지 못해 안달인 세계 최고 명문대다.

[고로 계약의 거래과정에선 상호존중을 통해 드라고니아 신께 공양하고──]

평양 라이온하트 대학이 건립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명문대가 된 것은 드래곤 교수라던가 하이엘프 원예과라던가, 드워프 실기학과, 야피 기술공학과 등 그야말로 ‘전문특화’의 최고봉 교수진들과 오직 라이온하트에서만 진학할 수 있는 학과들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취업진로’에 있다.

전 베이징 현 라이온하트 왕성이 있는 라이온하트 연방국가들의 핵심도시.

이곳의 졸업생들은 라이온하트 연방 기사단은 물론 우수하면 왕실 기사단에도 취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연방 신관이라던가 별철 공업단지 취직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들에 우선적인 티오가 나니 세계에서 학생들이 몰려올 수밖에.

물론 이 라이온하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만신전의 신도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말이다.

“하리 선배! 오늘 같이 식사하실래요?”

“아니! 오늘 어딜 가야 해! 다음에 먹자!”

“그래요? 그럼 다음에 먹어요!”

학부생들의 인사를 뒤로하고 하리는 허겁지겁 대학 운동장을 지나 입구로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익숙한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 하리, 이제 끝났냐?”

“김진수 부장님!”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남성. 이제는 슬슬 40줄을 바라보는 한국 헌터협회의 김진수 부장이다.

하리는 재깍 김진수 부장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부장 진급! 축하드림다!!”

“어어, 임마. 부장 진급이 지난주였는데 뭘 이제 와서 또 축하를 해? 그때 통화했잖아.”

“그래도요! 우리 공략과 만년과장 김 과장님이 벌써 부장이라니······.”

“뭐··· 협회에서 공략과는 소방수 역할이니까 출세하고는 좀 거리가 멀긴 하지.”

헌터협회는 기본적으로 엘리트 관리기관이다.

대형 길드들의 횡포와 사건사고의 뒤처리를 맡는 공략과는 대부분이 말단 헌터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라 내부에서는 대학도 졸업 못한 무식한 놈들이란 평가.

김진수 부장은 하리와 함께 레온을 초기부터 보필했던 연 덕분에 차장 진급후 1년 만에 부장 진급이라는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한국 정부에서는 라이온하트 연방의 레온 국왕과의 관계를 신경 쓴다는 것이다.

하리는 김진수 부장의 차에 탑승하며 평양 시내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야~ 그래도 하리 네가 우리 공략과에서는 유일한 대졸자인 거 아냐?”

“아직 졸업은 아니지만요!”

하리는 현재 대학생이다.

게이트 사태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도 벌써 4년.

헌터들의 관리기관인 헌터협회의 일거리는 줄어들었고 공략과는 헌터 관리과로 통폐합되었다.

자연스럽게 협회 내부의 헌터들의 일거리가 사라졌는데, 하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하리가 최연소 A급 헌터라는 천재임에도 굳이 공무원의 길을 선택한 건 경제 효율, 작업효율 등을 이유로 방치되는 미공략 게이트를 공략해 많은 이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저 대학 갈래요!]

하리가 퇴사를 표명하고 진학을 천명하자 협회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야~ 너 퇴사한다고 할 때, 협회장님하고 장관님들하고 대통령 각하까지 와서 말렸잖냐.”

“으으···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위장이 아파요.”

한국 정부 입장에서 하리는 놓칠 수 없는 인재였다.

오크 대륙연방과의 전투에서 하리는 성배기사급 즉, 살아있는 성녀로 승화했고, 전투가 끝난 이후에는 공식적인 라이온하트의 성배기사로 천명되었다.

스스로의 심장만으로 성력을 만들어내는 특이체이기에 불카누스와 같은 전쟁과 불꽃의 성배기사이자 바다와 파도의 성배기사로 발표됐고 이는 한국을 뒤흔들었다.

-크~ 두 번째 지구인 성배기사도 한국인이냐고.

-주모! 썃다 내려!

성배기사 구대성에 이은 두 번째 지구인 성배기사의 등장에 한반도 전체가 국뽕으로 취해있던 차였다.

그런 차에 하리가 진학을 이유로 공무원직을 반납하려 했으니 대통령이 헐레벌떡 달려와 만류할 수밖에.

그들은 출근 안 해도 되니 명예직으로나마 공무원으로 남아있어달라 하리에게 애걸했다.

[축!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성녀. 성배기사 한하리 경의 명예 헌터협회 부회장 취임!]

있지도 않던 명예 부회장 직위를 만들어가면서까지 말이다.

“어떻습니까, 명예 부회장님?”

“아악! 그르지 마요!”

“뭐, 어때. 스물넷에 영관급 취급이라. 하리, 네가 나이 좀만 더 먹으면 대선도 프리패스일 걸? 아, 구대성 경이 있으니까 반반이긴 하겠어.”

“으으, 대선이요? 안 그래도 비례대표로 나와달라고 말이 많아요. 전 정치 같은 건 안할 거라구요!”

“그거 참 아쉽네. 대통령 비서실장 좀 해볼려 했더니만.”

“되도 부장님은 비서로 채용 안 해요!”

잡다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 그들은 평양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들의 접근에 다가오는 엘프 관리원.

“어디로 가시나요?”

제복을 입은 아름다운 엘프 관리원이 친절한 미소를 짓자 김진수 부장은 헤벌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헤, 라이온하트 왕성으로 갑니다.”

“그렇군요. 아~ 외교차량인 걸 이제 봤네요. 번외 입구로 가시면 프리패스로 이용 가능하세요.”

“예예~ 감사합니다.”

끝까지 표정이 늘어지는 김진수 부장을 보며 하리가 혀를 찼다.

“그렇게 좋으면 번호라도 달라고 하지 그래요?”

“그··· 될까? 내 나이가 이제 서른일곱인데.”

“저분들 아무리 많아도 네 살이에요. 철컹철컹 당하고 싶으세요?”

“으아아악! 그게 문제라고!”

엘프들은 이제 세계수를 통해 탄생하지 않는다. 인구가 십만을 넘어서자 세계수에 의한 종족부활 프로젝트가 중지됐기 때문이다.

엘프도, 트리맨들도, 드워프들이나 드래곤들도 충분한 숫자가 모였으니 이제는 자연스러운 번식을 통한 번성을 추구한다나.

문제는 그들의 나이였는데, 아무리 성숙한 개체로 태어났어도 많아 봐야 네 살 또는 세 살이라 법리해석상 유아에 속했다.

-왜 우리는 20년 전에 태어난 거냐.

-지금 태어났으면 성인 엘프들하고 연애도 해볼 텐데!

라이온하트 연방 입장에선 딱히 말리지 않는 분위기지만, 사회통념상 이제 태어난 종족들과의 연애시도는 쉽지가 않았다.

“뭐, 한 15년 만 기다려보지 그래요?”

“그때면 내 나이 오십이야!”

“평균수명 200세 시대인데, 오십이면 청춘이죠~”

라이온하트 연방에 의한 축복받은 작물 보급화는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단 기대수명이 늘었다.

병마에 걸린다는 개념을 라이온하트 기사들이 괜히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다.

데메라 여신의 신도들이 육성하는 축복받은 작물들은 이제 세계 표준식량이 되었다.

사람들은 병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시작했고, 기대수명은 당연히 늘어났다.

야피의 하이 테크놀로지와 신성 테크놀로지가 결합되어 회춘 및 노화방지 프로그램도 연방 시민 및 만신전 신도들에게 제공되고 있으니 젊고 건강한 200세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세상 참 좋아졌어.”

김진수 부장은 라이온하트가 가져온 변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누리고 있는 한국 시민으로서 요즘만큼 살기 좋은 시대는 없다고 생각했다.

[곧 열차가 출발합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평양에 설치된 터미널에 김진수 부장이 끌고 온 차량이 안착했다.

초고속자기부상열차에 호환, 장착되도록 설계된 그의 차량은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삼열로 쭈욱 부착된다.

곧 열차가 출발했고 천여 명의 시민들을 태운 자기부상열차가 평양을 떠났다.

10초가 지났을 땐, 이미 서해안 한복판에 맑고 깨끗한 바다가 보였다.

“아~ 저기 고래네요. 서해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더니.”

“포마 신 덕분에 바다 생태계가 많이 회복되긴 했지.”

최근의 변화는 너무나도 빠르고 익숙해지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알 수 있었다.

세상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 * * *

대륙이 53개로 찢어지면서 대륙국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진정한 중화의 승계국임을 천명했다.

하지만 입으로만 떠드는 정통성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들은 상징성이 필요했고 전 수도이자 경제의 중심지였던 베이징은 거기에 딱 들어맞았다.

대륙붕괴 초기 베이징은 대륙국들의 격전지였고, 철저하게 소멸되었다.

주석궁은 미사일 폭격에 날아갔고, 자금성은 벽돌 하나까지 무너졌으며 난립했던 빌딩들은 폭삭 가라앉았다.

최후의 승자로 베이징 공화국이 이 도시를 차지하긴 했지만,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를 재건할 돈이 그들에겐 없었다.

결국 베이징은 방치되었고, 라이온하트 연방 선포 후 그 지리적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서 상하이와 함께 제1호 재건도시가 되었다.

“베이징··· 아니, 왕도도 정말 많이 변했네요.”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연결된 자기부상철도로 불과 15분. 레일에서 내려 다시 운전을 시작한 김진수 부장의 차 바깥의 풍경은 평양과는 또다른 분위기의 대도시다.

“야피 경이 재건을 맡았으니까 영락없이 나이트시티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말이야.”

베이징··· 현 왕도는 다른 계획개발도시들과는 퍽 다른 분위기다.

나이트시티처럼 극한의 도시 편의성을 두고 계획개발된 도시에 비해 왕도는 생각보다 소박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하지만, 그건 현대 메가로폴리스들과는 다른 낮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수도를 형성하고 있다.

“후후, 알 것 같아요.”

이러한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을 하리는 본 적이 있다.

멸망했던 라이온하트 왕국. 만신전이 모셔져 있던 인류 최후의 도시가 이처럼 아름다웠다.

필시 야피가 보았던 도시 데이터를 그대로 재건에 사용한 것이리라.

“뭐, 이런 중세 왕성 같은 도시지만, 지하에는 온갖 편의시설들이 있으니까. 놀이공원도 있다지?”

“저도 가본 적 있어요! 기념 마상창시합장도 참가했거든요.”

“나중에 한 번 내려가 봐야지. 슬슬 도착이다.”

주거구역과 분리된 왕궁은 장엄하고 화려한 왕족의 거주지다.

하얀 신관복을 입은 이들이 돌아다니고 무인로봇들이 청소와 작업을 병행하는 걸 보면 이곳이 중세인지 근미래인지 헷갈린다.

“손님들 많구만. 영국 왕실부터 호주 대통령 부부까지 왔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요?”

“아침부터 먼저 출발했지. 안동길 전 대통령 각하도 저기 계시는군. 요즘 이 동네에서 사신다더라.”

라이온하트 왕궁에는 각국의 명사들이 수두룩하다. 오늘이 연방 차원에서 기념일이었기 때문이다.

“아! 수호야! 재혁아!”

“어? 누나!”

“하리 누님!”

덕분에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고.

“두 사람 요즘 티베트 쪽에서 고생한다면서?”

“그쪽엔 아직 야생 몬스터들이 남아있어서 말임다.”

“자연환경에 적응해서 위장한 몬스터들이 많아. 아, 그리고 나 달라이 라마하고 사진도 찍었다?”

“오! 진짜네? 사인 좀 받았니?”

대학에 진학한 하리와 달리 수호와 재혁은 현역 기사단장으로 라이온하트의 국경과 영토를 수호하는 중이다.

이건 나주 제1기사단 출신들 대부분이 그러했는데, 의외로 진학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건 하리뿐이었다는 모양이다.

“연회장에서 지금 준비 다 해놨데. 누나도 서둘러야 할걸? 불카누스 경하고 구대성 경은 진작 도착했어.”

“야피 경도 말임다.”

“으음··· 야피 경은 뭐 맨날 보는 얼굴이니까.”

야피는 나이트시티에 본체를 두고 연방 전체에 자신의 대리기체들을 파견한 상태다. 당장 하리의 평양 라이온하트 대학의 담당교수가 야피였다.

「야 유기물명 한하리. 이게 최선임?」

「흐잉! 야피 경! 왜 교양수업 기초물리학에서 양자역학을 알아야 하는 거죠?! 아얏!」

「성배기사가 이런 건 기본으로 알아야 하는 거 아님? 너 본기가 못 되라고 이러는 거 같음? 다 잘 되라고 하는 거 아님? 근데 왜 안 따라옴? 시키는 것만 잘하고 가르쳐주는 것만 복습하면 되는 데 왜 못함?」

「요즘 것들은 왜 근성이 없음? 노오오오력이 부족함. 노오오오력이. 오늘 양자역학 마스터하고 다음은 초끈이론의 실패와 재증명에 대해 익히도록 하겠음.」

「사, 사람살려!!」

“······누나도 고생하네.”

“뭐지? 내가 아는 대학생활하고 비슷한데 뭔가 다름다.”

“그렇다니깐······.”

우는 소리를 내는 하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김진수 부장. 그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어기 야피 교수님 계시는구만.”

“히익!”

기겁하며 뒷걸음질치는 하리. 하지만 하리는 이내 팔족보행하는 미니멀한 본체가 힘겹게 바닥을 기는 걸 목격했다.

“야, 야피 경?”

-놔, 놔라, 유기물.

“까르륵!”

야피의 동체에 꾸역꾸역 매달려 까르륵거리는 여자아이. 미니멀 사이즈라곤 해도 신성 원자로 본체를 장착했기에 그 출력이 어마어마한 야피가 아이의 손에 붙잡혀 꼼짝 못하고 있다.

물론 아이가 다치지 않기 위해 힘을 줄이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 야피가 그런 배려를 할 상대는 많지 않다.

“하리언냐!”

특징적인 푸른 눈동자에 살랑거리는 은발의 여자아이가 하리를 보며 엉기적엉기적 다가왔다.

“왕녀 전하!”

레이나 스페로 드라고니아.

사자심왕 레온과 마술사 여왕 베아트리체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님.

오늘은 레이나 왕녀의 세 번째 생일잔칫날이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