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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3

한하리(2)

라이온하트 연방 설립 1년하고도 반. 연방에는 홍복이 전해졌다.

왕후 베아트리체 알리기에리 스페로가 왕녀를 출산한 것이다.

왕국의 공식적인 제1왕녀 카리나 드리고니아 대공의 뒤를 이어 제2왕녀로 명명된 레이나는 레온과 베아트리체의 가문명을 합쳐 레이나 스페로 드라고니아라 지어졌다.

레온의 건강체질과 베아트리체의 지성을 물려받은 레이나 왕녀는 야피의 육성관리계획 ‘프린세스 메이커’ 프로그램 하에 성공적(?)으로 자라났고 요즘에는 유모 역할을 하는 야피를 이겨먹고 있다.

“하리언냐!”

“왕녀님, 맛있으세요?”

“응! 마싯써!”

레이나 왕녀야 어지간한 고위간부들은 모두 얼굴을 익혔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잘 따르는 이가 하리였다.

“언냐. 언냐는 왜 배를 까고 다녀? 안 추어?”

“패, 패션이에요······.”

레이나 왕녀가 하리의 배꼽에 얼굴을 부비적 거리고 있을 때였다.

“오오! 왕녀님, 하루가 멀다하고 커졌수다!”

“아, 불카누스 겨──”

불카누스의 목소리에 반가워하던 하리는 그가 양옆에 끼고 있는 글래머러스한 미녀들을 보며 경직했다.

“그··· 두분은?”

“섹ㅍ──”

“됐어요! 됐고요! 교육에 안 좋으니깐! 레이나 왕녀님 앞에서는 그러지 마세요!”

하리의 반응에 불카누스는 두 미녀의 뺨에 키스를 갈겨주곤 다른 곳에서 기다리라고 전했다. 노골적으로 음흉한 시선이 뒤돌아선 미녀들을 향했기에 하리는 레이나의 시선을 가렸다.

“쯧쯧, 뭘 그리 애지중지. 다 알면서 크는 것이오. 그렇지 않나? 스피너 경.”

-조속한 성교육이 교육적 매리트가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연구 중임.

“쫌! 쫌! 두 사람 다 쫌!”

이런 두 사람에게 둘러싸여 어린 시절을 보내는 레이나 왕녀이기에 하리는 조금이라도 더 자주 왕궁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불카누스 경, 요즘 미국에서 유명하시다면서요. 영화도 출현하셨다고.”

“끝내주는 엉덩이의 여배우가 출현한다기에 한 번 자빠뜨려──”

“페토스 님! 저 입 좀 다물게 해주세요!”

[······내 말을 저놈이 들을 것 같으냐?]

하긴. 그랬으면 요즘도 사관학교마다 페토스 제단을 설치하고 정기 기도회를 열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하리 경. 흠······.”

“뭐, 뭔가요?”

“가슴과 엉덩이가 전보다 더 커졌군. 이야~ 꽤 좋은 여자가 되었어.”

“성희롱이에요, 성희롱!”

불카누스는 여전했다. 이 중세 야만족 출신의 성배기사는 현대에 가장 잘 적응한 인물 중 하나였지만, 동시에 가치관의 변화도 전혀 없는 인물.

하지만 그 상남자스러움과 강함 덕에 여기저기서 염문을 뿌리고 다니며 현세를 즐기는 중이었다.

[눈독 들이지 마라, 불카누스. 하리는 안 된다.]

페토스가 경고의 한 마디를 건네자 불카누스는 씨익 웃으면서 양손을 들었다.

“너무 그러지 마시오, 페토스 님. 나도 하룻밤의 유희대상 정도는 가려서 침대로 데려가외다.”

불카누스의 여성편력도 같은 기사 상대로는 자제하는 편이다. 특히 하리는 페토스와 포마 신의 성배기사. 아무리 불카누스라도 원나잇으로 건드릴 상대는 못 된다.

“그런데 불카누스 경은 결혼 생각 같은 건 없으세요?”

“으음? 그건 갑작스럽군.”

“지난 가을에 라이하르 경 결혼식에 갔었잖아요. 불타는 검 기사단에서도 결혼식을 올린 분들이 몇몇 계시던데.”

불카누스 휘하의 성배기사단 불타는 검의 기사단원들도 지구 생활에 적응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특히 사내란 결혼을 통해 완성된다는 마초적인 집단인지라 기사 중에서는 혼인율이 유독 높다.

“뭐, 나는 아직 젊으니까! 이 영원불멸한 젊음을 좀 더 누릴 생각이네.”

“그러세요? 흐음.”

“왜 그러지? 하리 경.”

“아뇨, 저희 학과에서 불카누스 경에게 호의를 가진 여자 동기들이 꽤 있거든요. 소개팅에 데려가면 대박날 거 같아서.”

“오오~ 소개팅이라 하면 내 들어본 적 있지. 뭐야, 하리 경도 나가는 건가?”

“아뇹, 전 동기생들은 다 애들처럼 보여서.”

그럴 만도 했다.

하리는 헌터 아카데미 졸업 후 쭉 일선에서 살아왔다.

헌터 협회의 공략대로서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여왔고, 레온의 악마 전쟁에서도 최선두였으며 오크 대륙연방과의 전쟁에서는 오크 대장로 크란을 쓰러뜨렸다.

최연소 A급 헌터, 최연소 S급 헌터, 최연소 성배기사이기까지 했으니 그녀 입장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남학생들은 아이처럼 보이리라.

“걔네들, 군대 가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뭔가··· 하하.”

“GRARARA···! 하긴 나 같은 상남자들만 보다가 새파란 애송이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지!”

“······.”

하리는 불카누스의 호쾌한 자신감에 자신이 누굴 생각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뭐··· 따지고 보면 불카누스 경하고 같은 과니까.’

폐하 쪽이 훨씬 미남이지만.

“음? 방금 무슨 생각을 했지?”

“예? 아, 아아···! 불카누스 경이 굉장히 남자답게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GRARARA─!! 너무 빠져들진 말게나!”

연회의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도착한 기사들이 속속 합류했다.

“하리 경! 오랜만이오!”

불타는 검 기사단의 라이하르 경, 갈라탄 경, 타르한 경 외에도──

“여, 안녕하쇼.”

“오랜만이야.”

한국 10대 길드인 불새길드 이용완 길드장과 하유리 부길드장 등 오랜 인연이 모여 신변잡기를 한다.

“맞다, 이용완 길드장님! 결혼하신다면서요! 하유리 부길드장님하고요!”

“어? 그걸 한수호 경이 어떻게 알아?”

“그러게? 우리끼리만 아는 이야기였는데.”

이용완과 하유리가 의아한 반응을 보이자 한수호가 의아한 시선을 야피에게 보냈다.

“응? 야피 경이 경조사 플래너 보낼 때, 언급했었는데··· 미리 알린 것 아니었어요?”

“······전혀.”

이용완의 시선이 지긋이 야피를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야피는 레이나에게 꽉 끌어안겨져 자포자기한 듯 축 늘어져 있다.

해킹인가.

해킹이군.

라이온하트 연방에 프라이버시란 대체.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슈퍼만능로봇이 제가 아는 정보를 사적으로 악용하진 않는다는 것일까.

“다들 요즘 결혼 이야기가 많슴다? 전쟁이 끝나서 연애하기 바쁘신 검까?”

“가문을 일궈 후손을 낳아야 하는 게 의무 아닌가.”

“그럼그럼.”

지구 출신자들과 라이온하트 출신들이 갈리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들었나? 요즘 폐하의 후궁 입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데.”

불카누스의 말에 집중되는 시선. 같은 자리에 있는 이들뿐 아니라 연회객들 몇몇이 힐끗 시선을 집중했다.

“어어··· 폐하는 이미 베아트리체 왕후님과 혼사를──”

레온은 이미 베아트리체와 혼인한 몸이다. 그런데 후궁이라니? 하리의 당연한 의문은 채 끝나기도 전에 라이하르가 말했다.

“하긴, 후궁을 몇은 더 들여야겠지.”

“엑?”

이번엔 갈라탄 경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네. 전에는 제국 놈들이 설치는 바람에 바쁘셨지만, 지금은 평화의 시대가 아닌가. 왕손을 하나라도 더 낳아야지.”

“······.”

“카리나 대공이야 이미 장성했고, 레이나 왕녀님에게도 형제가 여럿 있는 게 좋겠지.”

“”······.””

당연하다는 듯 후궁과 후손을 늘려야한다는 발상. 하리와 이용완을 비롯해 현대인들은 아연실색했지만, 그들에겐 그것이 상식이다.

“그··· 괜찮은 건가요? 베아트리체 왕후님 동의도 없이······.”

“음? 이 안은 왕후님에게서 먼저 나왔다고 들었네만?”

“예에······?”

현대인들의 표정이 더욱 해괴해졌다.

“왕후님도 왕족이시다. 왕족의 의무를 잘 아시지. 하지만 왕후님은 연방 마술평의회의 국장을 맡고 계시고 게이트 차원마술 연구에도 바쁘시니 말이야.”

베아트리체는 레온의 아내이자 왕후이기도 했지만, 연방의 공식적인 의전서열 2위에 성법과는 다른 방향의 학문적인 마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공인이다.

게이트 사태 종료 후 세계 마탑들이 베아트리체를 중심으로 학문교류와 가르침을 받는다는 건 유명한 사실.

그녀는 몸이 두 개라도 바쁘기에 왕손을 늘리는 방향은 후궁을 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니, 괜찮은 건가요?”

“무엇이 말인가?”

“그··· 왕위 계승순위라던지··· 뭔가 그, 위험? 하지 않나요.”

“라이온하트의 사자심왕은 신들께서 정하시는 것일세. 왕족이라고 하여 사자심왕이 되는 것이 아니야.”

그랬다. 애초에 역대 사자심왕들은 직계혈족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대 사자심왕과 현 사자심왕은 혈연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었으니까.

“아니, 그럼 왕손이 많을 필요가 없지 않나요? 그··· 왕손이 많아야 하는 이유는 왕위계승에 만약을 위해서라고··· 배웠는데요.”

지구의 왕족들은 그런 이유였다.

영유아의 사망이 잦고 어떻게 사고가 벌어질지 몰랐던 과거에는 왕손을 많이 낳아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라이온하트는 어차피 신들이 성배기사 중에서 차기 사자심왕을 선택하는 제도다.

레온이 왕손을 많이 낳는다 하여 차기 사자심왕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연유로 후궁까지 들여가며 왕손을 늘린단 말인가?

“훌륭한 기사에게선 훌륭한 자질의 기사가 태어나는 법이잖나.”

“아······.”

“레온 폐하 정도 되는 기사라면 그 아이가 어떤 천재가 될지 기대되는 법이지. 당장 카리나 각하만 해도 말이야.”

유전학의 기본이다. 뛰어난 우성인자들이 자손에게도 내려가는··· 그것이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확률은 훨씬 높을 것이다.

“후궁인가~ 우리 딸이 스무살만 많았어도 한 번 밀어보는 것인데 말이야.”

“라이하르 경, 따님분 이제 두 살 아니에요?!”

“그러니까 스무살만 많았으면, 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 20년만 잘 기다려볼까. 폐하께서는 그때도 정정하실 터이니······.”

-끼룩. 왜 20년임? 임신이 목적이라면 여성의 초경이 시작되는 나이가──

“아아악! 다들 그만해요 좀!”

따라가지 못하겠다. 하리는 조심스럽게 레이나 왕녀의 귀를 틀어막곤 조심히 자리를 떴다.

‘교육상 너무 안 좋잖아!’

대놓고 첩을 두라는 이야기를 아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중세 기사들이란!

하리가 레이나를 안아들고 레온을 찾는데, 레이나가 하리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물었다.

“하리언냐. 둘째 엄마 할래?”

“예에?!”

“신님들이 말해써. 엄마는 만을수록 조테.”

“······.”

하리는 지긋이 허공을 응시했다.

‘포마님?’

[나만 그런 거 아니다······.]

[조기교육이지. 암.]

‘페토스님!’

두 신들과 옥신각신하는 사이 하리는 레온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이고, 우리 한하리 성녀님! 대한의 자랑!”

“엑? 대통령 각하?”

정확히는 안동길 전 대통령. 통일한국 초대 대통령인 그는 임기가 끝난 이후에는 이곳 라이온하트 왕도에서 거주하는 중이다.

참고로 하리의 협회 퇴사를 가로막으며 그녀를 명예 부회장으로 임명한 것도 안 대통령이다.

“어이구~ 레이나 왕녀님도 계셨군요.”

“안동길 할아부··· 저언하아~”

“허허허.”

레이나 왕녀가 귀엽다는 듯 미소 짓는 안동길 전 대통령. 그의 등 뒤로 방금까지 그와 사담을 나누고 있던 금발의 사내가 보인다.

“한하리냐.”

“아, 옙! 폐하! 그동안 기체후일향만경하셨사옵나이까!”

“오냐.”

“아바마마아~”

레이나는 곧 하리의 품에서 벗어나 레온에게 아장아장 걸어갔다. 그런 그를 안아 올리는 레온.

“스피너 경이 돌보고 있다 들었는데.”

“아옙···! 스피너 경과 불카누스 경이 좀 교육적으로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요.”

“흐음?”

레온이 의아한 눈을 했지만, 하리는 차마 폐하의 후궁과 왕손 늘리기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다 왔다고 말할 순 없었다.

“그럼 폐하,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연회 때 다시 봅시다.”

안동길 대통령이 하리를 스쳐지나갈 때였다.

‘화이팅!’

‘화이팅? 뭘요?’

‘껄껄껄.’

사람 좋은 할아버지 미소를 지으며 스윽 지나가는 안 대통령.

“······.”

설마··· 자리를 비켜줄 테니 힘 좀 써보라는, 그런 뜻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괜한 이야기를 듣고 와서 자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럴 것이다.

“크, 크흠···! 폐하, 소연이는 어디로 갔나요?”

“천소연 기사단장이다. 사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 공적인 호칭으로 부르도록.”

“그, 그러겠습니다.”

“천 단장이라면 비체와 함께 있다. 왕도에 지어진 마술평의회장에서 일을 보고 있음이야.”

천소연은 현재 왕실 기사단장으로서 왕족의 경호 및 수행 임무를 맡고 있었다.

물론 레온과 비체가 누군가의 호위가 필요한 존재는 아니지만, 허례허식은 필요한 법이다.

“천진수 신검 길드장님이 자주 좀 한국에 오라고 성화시던데.”

“뭐, 천소연 그 아이야 워낙 성실하지 않느냐. 성배기사의 좌를 노리겠다며 열심이지.”

“성배기사라··· 음?”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갸웃거리는 하리. 레온이 레이나를 고쳐 안으며 시선을 보내자 하리는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폐하.”

“무엇이냐?”

“저는 왜 한하리 경이라든지, 한하리 성녀라든지··· 왜 호칭에 경어를 안 쓰시는 거예요?”

저 성배기사잖아요?

살아있는 성녀잖아요?

“······.”

레온은 말문이 막힌 듯 하리를 쳐다보기만 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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