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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3

#273

재전(再戰) (2)

헤스페론은 「신경과민」까지 사용하며 빠르게 주위를 살펴 상황을 파악했다.

‘제론 외곽의 빈민가.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군. 결계인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준비했나 본데.’

아무리 번화한 도시라도 소외된 이들이 모여드는 어둠은 있기 마련이었다.

지금 그가 있는 장소가 바로 그런 곳.

대신전처럼 수도의 외곽에 있으면서도 그곳과는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자리한, 주변 환경과 치안 모두 열악한 우범 지대였다.

‘즉흥적으로 준비한 게 아니야. 이런 곳에 함정을 파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내 행적을 전부 예측했다는 뜻이겠지.’

이어서 그의 시선이 사방을 둘러싼 삼십여 명의 복면 무리에게로 향했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헤스페론의 감각에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예리한 기세에 음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암살자? 아니, 단순히 그쪽이 아니군. 오러를 익힌 이들은 물론 마법사도 섞여 있는 것 같으니.’

저만한 이들을 아무나 부릴 수 있을 리 없었다.

그것도 암만 빈민가라지만 명색이 수도인 곳에서 결계까지 동원한 습격을 계획할 정도라면 더욱더.

마지막으로 그는 복면을 쓰지 않은 유일한 사내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사실 이 자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존재가 바로 그였다.

“이거 오랜만이네요, 스타브 경. ···아니, 이젠 경도 아닌가?”

마스터급의 무인이자 전(前) 황실 수호대장, 스타브.

그동안 라일리가 별말이 없기에 진즉에 처리해서 묻어버린 줄 알았는데 어떻게 용케 빠져나왔던 모양이다.

“흐— 그래, 오랜만에 그 얼굴을 보니 반갑구나. 정말 보고 싶었다. 덕분에 아주 귀한 경험을 했어.”

헤스페론의 넉살 좋은 인사에 스타브가 실소를 흘리며 답했다.

그가 말하는 경험이 무엇인지는 그 몰골을 보니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간 고생이 많았던 것 같네.’

극의에 오른 기사답게 단단한 근육으로 가득 들어찼던 강인한 육신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어 있었고.

그 안색은 급속도로 진행된 노화와 영양결핍, 피로 등으로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흐흐— 이거 이렇게 마주하니 한 편의 희극이 따로 없군. 아주 우습게 됐어.”

어깨 부분부터 잘려 나간 오른팔과 오른쪽 눈가를 덮은 가죽 안대.

거기다 그 외에도 여러 고문의 흔적들이 몸 곳곳에 남아있었다.

어찌어찌 치료를 한 것 같긴 한데, 육체의 손상이 어찌나 지독했는지 그로 인한 결손과 후유증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혼자서 빠져나온 것 같진 않은데, 역시 저 친구들이 도와줬나 보죠?”

누가 봐도 어딘가에 오랫동안 감금되어 있다가 겨우 탈출한 듯한 그 모양새에 헤스페론이 대수롭지 않게 슬쩍 말을 던졌다.

대충 사정은 짐작이 가지만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과연, 이전과 같은 놈이 맞나 싶을 정도구나. 그 힘도 특이하고. 흑마력도 심연도 아닌 순수한 저주라니.”

하지만 스타브는 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딴소리만 할 뿐이었다.

스르릉—

그러고는 손가락이 세 개만 남은 왼손을 허리춤에 가져가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내 당장이라도 너를 쳐 죽이고 싶다만, 약속한 바가 있으니 참아야겠지.”

이어서 그의 검을 타고 시커먼 기운이 불길처럼 피어올랐다.

그가 전에 사용하던 오러와는 전혀 다른 파괴적이고 섬뜩한 에너지, 흑마력이었다.

“······!”

그리고 그 에너지의 흐름을 느낀 순간.

헤스페론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몸을 비틀고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렇게 검은 기운이 똬리를 튼 팔이 전면으로 향하자—.

콰아앙—!

“큭!”

그것은 어느새 코앞까지 쇄도한 흑마력과 충돌하여 사방으로 강한 충격파를 퍼트렸다.

“쯧, 어깨를 자를 생각이었거늘. 역시 이건 영 익숙지 않구나.”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는 외팔의 암흑기사.

그에 은밀하게 준비한 신체 강화 보조 마법까지 더해 순식간에 뒤로 물러난 헤스페론이 미간을 찌푸렸다.

일단 기습을 막긴 했는데 생각보다 충격이 큰 듯 공격을 막은 팔이 저릿하게 떨려왔다.

애초에 흑마력이란 것 자체가 워낙 공격적인 기운이었기에, 똑같이 공격에 특화된 그의 「갈망의 오른팔」로는 모든 충격을 상쇄할 수 없었다.

‘과연 썩어도 준치라는 건가?’

아무래도 오러홀까지 손상돼서 대신 흑마력을 받아들인 것 같은데···.

극의급에서도 상위권에 있던 강자답게 적응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을 텐데도 굉장한 위력이었다.

‘그래도 전보다 약해진 건 확실하니 어쩌면 버틸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문제는 저놈들이군.’

마침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복면인들 중 몇몇이 스타브에게 동조해 움직일 낌새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으나,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추가적인 방해가 들어온다는 것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영웅의 발자취」는 아직 사용할 수 없어. 그럼 남은 회피 수단은 소환 해제뿐인데.’

할리를 타라크로 보내서 혁명가를 사냥하고, 쿨타임을 채웠다가 다시 남부로 보낸 게 불과 얼마 전이었다.

하지만 「이계전송진 소환」도 하루 이상의 쿨타임이 남은 상태라 함부로 소환 해제를 하기도 꺼려졌다.

그렇게 그가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때.

-헤론?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요?

복면인들이 설치한 공간이동과 통신을 차단하는 결계를 무시하고, 「맹약의 사슬」을 통해 라일리의 신호가 전해졌다.

조금 전에 있었던 격렬한 충돌에 어렴풋이나마 뭔가를 느낀 건지 한껏 걱정스러워하는 듯한 기색으로.

-아! 라일리. 지금 여기 큰일 났어!

그리고 헤스페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에게 지금 처한 상황을 냉큼 일러바쳤다.

‘라일리도 당사자인데 당연히 알아야지! 이건 오히려 내가 휩쓸린 거니까.’

그녀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일어난 습격, 또 스타브가 한 말로 미루어 보아 목표는 헤스페론을 인질로 잡는 것이었다.

그럼 놈들의 의도가 뭔지는 뻔하지 않겠는가?

-스타브가 그곳에 있다고요?

그렇게 빠르게 일의 전말을 전해 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간 헤스페론에게는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었던 서늘한 기세.

-그러니까, 그놈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단 말이죠?

-어··· 몸이 좀 많이 상하긴 했는데, 어쨌든 살아는 있네.

-하! ···이거 부끄럽네요.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쥐새끼들이 숨어있었나. 하긴, 따지고 보면 주도권을 잡은 게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으니 당연할지도. ···앞으로 처리할 게 많군요.

아무래도 그녀는 스타브가 이미 죽었다고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화풀이를 위해 비공식적인 장소에 놈을 숨겨두고 심문하던 중, 갑작스럽게 세력을 불리면서 생긴 허점을 노리고 들어온 수작.

연결 저편에서 라일리의 짜증 섞인 한숨이 흘러 들어왔다.

-그런데 헤론, 당신 정말 괜찮아요? 스타브가 거기 있다는 것은···.

그러다 문득,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다급하게 물어왔다.

아무리 육체가 손상됐어도 그 경지로 이룬 격은 어디 가지 않는다.

하물며 그녀는 헤스페론이 죽을 둥 살 둥 하며 간신히 놈에게서 벗어나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눈과 팔에 이상이 생긴 건 물론,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으니 걱정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음, 그게.

그리고 그 우려에 대한 그의 답변에는.

-생각 외로, 그럭저럭 버틸 만하네···?

상황에 맞지 않는 자신감이 감돌고 있었다.

***

쐐애액—

스타브가 맹렬한 기세와 함께 달려들었다.

처음 부딪쳤을 때도 느꼈지만 아직 놈과 정면으로 맞붙는 건 위험했다.

‘그럼 정면으로 맞서지만 않으면 되지.’

헤스페론의 팔에 걸린 팔찌가 음산한 빛을 발했다.

그와 함께 폭주하듯 한계치를 넘어 솟구치는 반사 신경.

이전에 사용했던 것과 같이 뛰어난 효과만큼 치명적인 저주가 깃든 물건이었으나, 그것을 사용하는 그에게 망설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크으, 이거 끝내주는군.’

그가 가진 「저주 포식자」가 그것들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오히려 자신의 힘으로 만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경지에 오른 암흑기사를 따돌리기엔 무리였다.

흑마력이 깃든 검이 순식간에 그의 코앞으로 날아들었고.

콰창—!

그것은 피격 직전, 허공에 생긴 방어막을 깨부수며 그의 몸을 베지 못하고 충격파만을 남겼다.

“윽!”

그 여파에 휘말린 헤스페론이 뒤로 날아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장을 뒤집는 충격에 속이 울렁거리긴 했지만, 저 흉악한 칼에 직접 베이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그렇게 스타브의 추격으로부터 잠깐의 시간을 번 그가 다시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이자.

순간적으로 실체화한 수십 가닥의 검은 실이 허공에 흐릿하게 비치며, 그의 몸이 뭔가에 잡아당겨진 듯 빠르게 위로 솟구쳤다.

“크으— 또냐! 귀찮게 하는구나! 이 광대 같은 놈이!”

그에 이번에도 기회를 놓친 스타브가 이를 갈며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저었다.

그런 스타브의 감정과는 반대로 헤스페론은 효용을 다하고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보호 반지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번엔 아슬아슬했군.’

쉬익—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사방에 뿌려진 기운의 일부가 순간적으로 실처럼 모습을 드러내며 몸을 잡아당긴다.

그것은 그에게 단순히 속도뿐만이 아니라, 자유자재로 허공을 노니는 변화무쌍한 움직임까지 제공했다.

‘저주의 잠복과 실체화를 이용한 기동력. 실전에서 제대로 써 보는 건 처음인데, 이것도 생각 이상으로 정신력을 많이 잡아먹네.’

애초에 저주란 은밀함에서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이었다.

물리적으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끊을 수도 없고, 강력한 에너지로 대기 중에 숨은 저주를 소거한다 해도 잠깐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갈망의 오른팔」에 의해 끊임없이 수복된다.

‘그 잠깐의 시간이야 마도구와 스테이터스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고.’

거기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소모되는 저주는 마도구로 다시 채울 수 있기까지 했으니.

‘처음부터 몰래 열심히 뿌려놓은 보람이 있군.’

한정된 공간에서 제공된 약간의 시간.

이곳은 이미 그가 저주로 엮은 거미집이었다.

물론 일대를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대마법이라면 조금 위험할 테지만, 여기에 그 정도 수준의 대마법사는 없었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또 왔군.’

그때, 헤스페론의 시선이 옆으로 휙 돌아갔다.

기동성의 우위로 잠깐 스타브를 따돌리긴 했으나, 애초에 자신의 적은 그 하나만이 아니었다.

쉬아악!

이동 경로를 예측했다는 듯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복면인이 검을 휘둘렀다.

그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지, 스타브에게 맡긴다는 듯 조용히 있던 처음과는 달리 적극적인 태도였다.

‘하지만 이 정도 상대라면···.’

애초에 저주(詛呪)란 기본적으로 지극히 공격적이고 유해한 성질을 띠고 있었다.

지금처럼 기동력으로 응용하는 건 부가적일 뿐이란 소리.

복면인이 목전에 다다랐다.

그는 그쪽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고.

그대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

그리고 그와 동시에.

놈의 주위에, 손과 연결된 수백 줄기의 검은 실타래가 형체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푸확—!

순식간에 중심을 향해 조여들며 한 무더기의 피 안개를 흩뿌렸다.

단순히 실체화를 이룬 물리력만이 아닌, 저항력과 방어력을 극단적으로 깎아내는 저주를 섞은 주살(呪殺).

일정 이상의 격을 이루거나 이능적 방비를 통해 내성을 키우지 않은 상대에게라면 필살에 가까운 수법이었다.

‘물론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긴 하지만.’

화르륵—!

그렇게 하나의 생명을 거둔 직후, 똬리를 틀듯 헤스페론의 팔을 휘감고 있던 검은 불꽃이 어떠한 형상을 이루었다.

뱀처럼 기다란 몸통에 어깨 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머리.

위로 치솟은 한 쌍의 뿔과 풍성한 갈기를 가진 흑룡이 예리한 눈매를 휘며 만족스럽게 이빨을 드러냈다.

한 생명이 마지막까지 품고 있던 한(恨)을 먹어 치우듯.

“이노옴—!”

“이크.”

콰드드득—!

콰아앙!

그리고 헤스페론은 무서운 기세로 달려와 일대를 파괴하는 스타브의 흑마력을 피해 급히 몸을 날렸다.

다시 「아바타 클라우드」로 공급받은 저주 마도구들을 잔뜩 착용하면서.

-헤론, 정말 괜찮겠어요? 그때처럼 공간이동을 할 수는 없나요? 아니, 역시 제가 다시 돌아가는 편이···.

그때, 전투에 집중하느라 잠시 끊겼던 라일리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언제 살벌한 분위기를 풍겼냐는 듯 그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오직 걱정과 불안만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아니, 대표가 그러면 모양새가 이상해지잖아. 아직은 괜찮아. 생각보다 내가 많이 컸던 모양이야. 이거 어쩌면 혼자 벗어날 수도 있겠는데?

역시 때가 될 때마다 꼬박꼬박 『성장의 비약(7일) (200,000)』을 마신 보람이 있었다.

압도적인 경지의 차이조차 현질로 대체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자본주의란 말인가?

카르마 상점 만만세다.

-후우— 거기 위치가 제론 남동부 빈민가라고 하셨죠?

-어? 어··· 그런데.

-괜히 혼자 벗어나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최대한 버티는 데 집중하세요. 곧 사람을 보낼 테니까.

하지만 그런 헤스페론의 자신감에 돌아온 것은 라일리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역시, 진즉에 모조리 쓸어 버렸어야 했···.

그 뒤를 이어 뭔가 살벌한 소리가 튀어나온 것 같았지만, 그는 다시 뒤를 쫓아온 스타브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 그냥 흘려버렸다.

‘비약의 효과에다 실전까지 곁들어지니까 성장 속도가 대단한데!’

그런 사소한 것에 관심을 두기엔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숙련도를 신경 쓰기도 바빴으니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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