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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4

천소연

···

라이온하트 연방 마술평의회는 연방을 대표하는 3대 기술 중 하나인 마도를 발전, 논의하는 학술기관이다.

마도가 크게 발전했던 이계의 마술사 여왕 베아트리체가 정립하고 있는 이 마도기술들은 라이온하트의 성법, 야크트 스피너의 기술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연방의 삶을 풍족하게 하고 있다.

마술사들을 양성하는 대학이 건립되고, 지구의 40년이 채 되지 않은 미숙한 마법기술을 웃도는 천년 마술왕국의 기술들이 학장인 베아트리체의 손에 배포되고 있다.

게이트 사태 종료 후 성법에 밀려 마도의 몰락을 예견했던 세계 마법사들에게 있어 베아트리체는 그야말로 실낱같은 희망이었으니 온 세계의 마법사들이 연방의 마술평의회에 참가하려 기를 쓰는 것도 당연하다.

지구의 마법은 성법보다 열등하다. 마법은 법칙이 아니라 일개 재주에 불과한바, 열등한 기술을 가지고 감히 신의 힘과 비교하려 들지 말라는, 레온의 폭언에 얼마나 많은 마법사들이 좌절했던가.

결국 마법사들은 스스로의 명칭을 마술사라 차마 격하시키진 못하고 마도사라는 절충으로 애써 구겨진 자존심을 지키려 들었다.

그것을 베아트리체는 ‘어려서 귀엽다’고 표현했지만.

“그럼 오늘의 의회는 이걸로 마치도록 하지요. 수고들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왕후마마!”

“레이나 왕녀님의 탄신일을 축하드립니다!”

오늘도 가르침을 받은 마도사들이 바쁘게 제 연구에 그것을 적용하려 떠나간다. 베아트리체는 왕성한 제자들의 학구열을 기껍게 여겼다.

“소용이 있는 걸까요?”

그런 모습을 호위 역의 왕실 기사단장 천소연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마술을 가르치는 것 말인가요?”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성법이나 야피 경의 기술력에 비하면 많이 뒤떨어지는 것 같아서요.”

무엇보다 종주인 베아트리체가 아니면 돌아가질 않는 시스템이다.

지구의 마도기술이 베아트리체를 따라잡으려면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쌓아야 할까?

“확실히 만신전의 성법, 야피 경의 기술에 비하면 마도는 뒤떨어지는 부분이 많지요. 절대적인 성능도, 광범위한 범용성도 부족해요.”

성법의 개념강제.

기술의 범용성.

마도는 이 두 힘에 비해 어느 것 하나 이길 수 없다.

마술은 개념을 강제하는 절대적인 힘이 아니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기술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하의 세계에는 마법사가 존재했지요. 그들이 제국을 세웠고요.”

“······반역자들이에요. 인류의 배신자들이고요.”

제국 선제후들을 기억하는 천소연의 미간이 좁혀지자 베아트리체는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왕국을 배신했을지언정 독자적인 기술과 문화를 성립한 건 사실이에요. 의외로 국가의 발전을 주도하는 건 사람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니까요.”

베아트리체는 스마트폰을 보이며 말했다. 오롯이 인류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발전의 산물. 따지고 보면 야피의 기술력도 그것에서 비롯되었으니.

“너무 성법과 주어지는 기술에 고이게 되면 정체될 테니 대안이 필요하답니다.”

그것은 천소연으로서는 보지 못하는 왕족의, 지도자의 관점에서 본 선구안이었다.

그녀는 라이온하트 연방의 왕후로서 인류 전체의 먼 미래를 예상하며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나하곤 다르셔.’

이것이 타고난 왕족으로서 자라난 이의 태생인 걸까.

천소연은 이 차이를 좁히거나 뒤집는 일이 영원토록 없을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의외네요. 천 단장이 마도의 길에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요즘은 왕후전하만 따라다니니까요.”

그것이 못내 불만이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 미묘한 표정변화를 베아트리체는 능숙하게 캐치했다.

“천 단장은 폐하를 따라다니는 게 더 좋으신가요?”

“그··· 수련의 의미에서는··· 그렇긴 해요.”

베아트리체는 천소연이 지난 4년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음을 알고 있다.

그녀의 목표는 성배기사.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와 어둠과 복수의 신 벤타시스의 선택을 받아 세 번째 지구인 성배기사의 좌를 노리는 것이다.

그것이 라이온하트의 기사라면 응당 있을 법한 야망일 것이다. 그들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혹독한 수행길을 걸으며 자신을 증명하고 명예를 드높이니까.

‘하지만 소연 양은 라이온하트인이 아니지요.’

그녀는 지구인이다. 라이온하트의 방식에 꽤나 익숙해지고 동화되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현대 지구인듸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그런 그녀가 성배기사가 되려는 이유는 명예와 영광을 추구하는 야욕과 정반대였다.

“후후훗······.”

“왕후님?”

천소연이 조심스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베아트리체는 이 어린 기사 소녀가 퍽 귀여웠다.

‘사랑을 위해 성배기사가 되려고 하다니. 귀엽지 않나요?’

[본녀가 보기에도 지고지순한 연심이로다.]

성배기사는 불로의 존재다. 즉 늙지 않으며 그들이 원하는 이상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라이온하트에서는 끝없는 오크와 악마들과 싸우느라 성배기사들이 차례차례 쓰러졌다지만, 현 지구 생태계에서 성배기사들을 위협할 적은 없으니 불카누스가 외치고 다니는 것처럼

천소연은 초조한 것이다.

베아트리체는 꿈과 죽음의 여신 플르의 신관장이니 이미 수명을 극복했다.

구대성이나 한하리도 성배기사로 승화되면서 언제까지고 레온 곁에 있을 수 있는 상황.

자신만은 정해진 수명에 따라 스러져야만 한다. 그것이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다.

‘격려를 해주고 싶지만, 그건 좀 너무한 처사겠죠.’

자신은 일종의 사랑의 라이벌. 그런 라이벌이 건네는 격려는 그것이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비참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힘내세요, 천소연 양. 응원하고 있답니다.’

베아트리체의 관점은 일부일처가 당연한 현대인들에게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관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라이온하트의 여기사들이 좀 더 분발해주길 바라고 있다.

‘솔직히 아침마다 몸이 뻐근해서 힘들거든요.’

[의외로 현실적인 이유로구나.]

무한한 체력을 가진 성배 수호자 상대로 분업을 절실히 원하는 왕후였다.

* * * *

라이온하트 왕성의 복도. 천소연은 엘프 신관의 인사를 받으며 스마트폰에 대고 입을 열었다.

“응···. 지금 일하는 중. 할아버지는?”

[그쪽으로 먼저 가셨다더구나. 우리 딸도 오는 거지?]

“응. 두 분의 호위니까.”

통화하는 대상은 그녀의 아버지 천지호였다.

살육대공 아카샤의 본체 방랑의 마검에 기생되어 마인으로 살아왔던 그는 오랜 기생의 후유증으로 재활운동을 반복해왔다.

이젠 일상생활도 문제가 없어져 이렇게 공적인 행사에도 참가하는 중이었다.

[늘 잘 해내는 우리 딸이 자랑스럽구나.]

“응···.”

소연은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 재회한 아버지에게 어색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친애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저 떨어져 지낸 세월이 너무 길었을 뿐.

“조심히 들어와. 기다리고 있을 게.”

[그래, 곧 가마.]

하지만 서로를 그리워한 세월이 깊은 만큼, 두 사람은 이 간극이 금방 좁혀질 거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감사했다.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해후하게 해준 은인을.

-뚜욱! 뚜욱!

수신이 끝난 휴대전화를 포켓에 넣으며 소연은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자신을 포함한 왕실 기사단이 지키고 있는 레이나 왕녀의 탄신 연회장.

울티마의 기사 김재혁이나 아리아나의 수호기사 한수호. 그 외에도 아카데미 동기들과 대형길드의 저명한 인사들.

왕녀의 세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자리는 이전보다도 화려하다.

모두의 축하를 받는 레이나 왕녀를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도 드는 것이다.

내 아이도 저렇게 축하받을 날이 올 수 있을까?

‘으으···! 뭐래! 진짜!’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셨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해진다. 드물게 표정에 감정이 확 드러난 소연이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장신의 여인이 또각또각 소리 내며 다가왔다.

“이런 날에도 근무인가?”

“카리나 각하······.”

화려한 파티 드레스를 입은 훤칠한 미녀는 제1왕녀 카리나 드라고니아였다.

그녀는 손에 쥔 와인잔을 권했지만, 소연은 조심히 사절했다.

“근무 중이라서요.”

“후후, 본작이 경이었다면 오늘은 휴가를 내고 제복이 아닌 드레스를 입고 왔을 것이야.”

“일단··· 호위단장, 인데요.”

“두 분께 호위기사는 구색 맞추기지.”

그건 그렇지만. 카리나는 씨익 웃으면서 천소연의 볼을 쭈욱쭈욱 당겼다.

“가카아?”

“뭐, 하리 경도 퍽 취향이네만, 본작은 경도 좋은 후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일단 같은 신을 모시는 기사이지 않은가.”

카리나는 황금과 계약의 신 드라고니아의 성배기사이면서 본래는 어둠과 복수의 신 벤타시스의 성배기사다.

그런 그녀에게는 많은 것을 배웠기에 소연은 카리나와 꽤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경도 참 고지식하군. 일단 들이박고 보는 게 어떤가?”

“······품위를 지켜주세요.”

“크큭, 드라고니아 대공인 본작에게 품위를 지켜 달라하는 게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카리나는 소연의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키득거렸다.

“본디 좋은 남녀는 언제나 노리는 이들이 수두룩하기 마련이야. 완벽한 자신을 준비하며 미래를 기약하는 이들은 항상 시기를 놓치지.”

“그 말··· 하리 선배한테도 하셨나요?”

천소연은 카리나가 제 새엄마 후보들을 엄선한 것을 알았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이들이 하리와 자신이라는 것도.

베아트리체는 이미 잡았으니 이젠 자신들 차례라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발상이다.

“하리 경은 자각 없이 엇! 하는 순간 일을 저지를 타입이야. 그런 순수한 타입은 사고를 크게 치는 법이지.”

술김에 들이박는다던가? 제 아버지를 두고 못하는 상상이 없다.

“······각하는 괜찮으신 거예요?”

“지구인들이 상상하는 것과 달리 라이온하트에선 가문의 후계를 두고 옥식각신하는 일이 없다. 욕심이 있다면 싸워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거거든.”

카리나는 난폭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모두에게 둘러싸인 수백 살 차이의 여동생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무엇보다 귀엽지 않나. 이 나이에 동생이 생긴다는 건 딸이 생기는 것과 다를 게 없어. 그러니 경도 힘 좀 써봐.”

카리나는 천소연의 엉덩이를 팡! 하고 치면서 놀란 그녀를 내버려 두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곤혹스러워하는 구대성이 있는 곳이었다.

“······진짜 이해 안 돼.”

천소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딘가로 향했다. 연회장에서 벗어나는 레온을 향해.

* * * *

레온은 테라스에서 홀로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이따금 손님맞이가 피곤해지면 자주 찾는 장소다.

“폐하.”

“천 단장인가.”

레온은 천소연이 다가오자 음료를 권했다.

“마실 것이라도 가져오지 그러느냐.”

“······근무 중이니까요.”

“고지식한 녀석.”

레온은 샴페인을 마시면서 문득 낮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하리··· 아니, 한하리 경이 말하더구나. 왜 본인은 경어를 안 붙여주느냐고 말이지.”

“하리 선배가요?”

“크큭, 짐은 기사라면 누구에게나 존대를 했건만,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녀석 상대로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었단 말이지.”

그것은 일종의 친근감이었을 것이다. 지구에 처음 귀환했을 때부터 시녀 노릇을 하며 쫄쫄 따라다니던 소녀에 대한, 레온 나름의 친애의 증거였겠지.

“······.”

소연은 그마저도 질투심이 나는 자신에게 놀랐다. 어찌 됐건 하리는 레온에게 특별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었으니.

“폐하.”

“음?”

“후궁 이야기··· 들으셨나요?”

“아아~ 궁내의 소문인가. 새삼스럽지도 않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천소연은 초조했다.

자신은 아직 자격을 갖추지 못했는데, 목표로 한··· 레온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성녀’가 되지 못했는데.

벌써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자신이 더욱 뒤쳐지는 게 아닐까 해서.

“왕궁에서는 흔한 소문이다. 짐의 세계에서도 흔히 있던 일이지.”

레온은 과거를 추억하며 미소 지었다. 과거의 그는 진정한 애처가였다.

달의 여신에게 거역해가면서까지 순결을 맹세한 신녀를 납치하고 언약을 맺었다.

여신의 분노를 감내하며 용서받기 위해 달까지 가서 홀로 신전의 주춧돌부터 지붕까지 지어냈다.

그 위대한 사랑 이야기는 라이온하트 왕국의 동화로도 전해졌고, 레온은 첫 번째 왕후를 잃을 때까지 오직 그녀만을 옆에 두었던 것이다.

레온이 다시금 사랑을 하기까지 얼마나 큰 각오가 있었는지를 지켜본 천소연이었기에 쉽게 그에게 다가설 수 없었다.

‘처음은 동경이었어.’

과거, 천소연은 오직 어머니와 삼촌들을 살해한 방랑의 마검에 복수할 생각이 가득했다.

레온의 등장에 많은 이들이 기사도에 대한 동경으로 들떴으나 소연은 오직 성법의 기능만을 주시했다.

성법. 개념의 힘. 그것이 있다면 복수할 수 있으리라고.

[발칙하구나, 계집아.]

그런 불순한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이는 악신으로까지 불리던 어둠과 복수의 신 벤타시스 뿐이었다.

[나만은 네 발칙한 거래에 응하지. 너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나만은 힘을 준다. 그 행운을 가벼이 여기지 마라.]

벤타시스는 그녀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복수의 대가로 그녀의 영혼을.

[너의 복수를 내가 긍정하노라. 네게 주어진 선물이 파멸의 어둠을 결집하리라. 오직 나만이 너의 바람을 이루리라.]

그녀가 그 거래를 받아들이고 복수의 화신으로서 영혼을 저당잡히려던 순간──

[뭐하는 짓이냐, 위대한 복수자여.]

「그저. 종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스승의 마음이오.」

레온은 그녀를 위해 빛을 내려주었다.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의 축복까지도 천소연에게 인도한 것이다.

[‘네 딸’을 잃었을 때처럼?]

레온은 소연에게서 잃어버린 자신의 딸, 카리나를 겹쳐보고 있었다. 카리나 또한 복수를 위해 자신을 포기했으니까.

그래서 소연도 어느 순간 레온을 ‘아버지’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레온이 잃어버린 딸을 소연에게서 겹쳐보고 있듯, 소연 또한 잃어버린 아버지를 레온에게서 겹쳐보았다.

‘하지만 이젠 아니야.’

레온은 딸을 되찾았고, 소연 또한 아버지를 되찾았다.

그렇게 서로에게서 다른 사람을 겹쳐보던 두 사람은 비로소 해묵은 과거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동경은 연심으로 발전했다.

그건 아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겠지.

옆에서 지켜보며 존경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기사라는 걸 깨닫고, 점점 그 사람에게 매료되어 끝내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은 여느 소녀에게도 매한가지일 테지.

소연은 다른 여기사들과 달리 그 연심을 포기하지 않고 간직했을 뿐이다.

“폐하, 폐하는 후궁을 들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흐음?”

소연의 질문에 레온은 드물게 대답을 망설였다.

레온은 분명 현대 지구인들에게 괴리된 사상을 가진 중세의 기사왕이었지만, 동시에 지구의 상식을 보존한 과로사한 청년이기도 했으니까.

한 여인을 평생토록 사랑한다. 그것을 레온은 이미 깨뜨리고 말았으니 단호히 그러지 않으리라 말할 수 없었다.

이미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해버린 자신이 말로만 떠든다고 해서 무슨 자격이 있겠는가.

“저. 노력할게요.”

당신의 옆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

레온은 결연한 시선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소연을 보며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직접적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기에.

“존중하마.”

그저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그리고 그건 소연에게 충분한 대답이었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선 그때······.

“앗! 소연이 여기 있었구나! 폐하도!”

붉은댕기머리 소녀와 마주친다. 소연은 물끄러미 하리를 응시했다.

“소연아?”

본인의 감정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순수한 성녀를 바라보며──

“안 질 거예요.”

──선전포고를 한다.

“???”

그 말을 테라스를 벗어나는 소연. 하리는 때아닌 선전포고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음표를 가득 띄웠다.

“소, 소연아? 그게 무슨 뜻이야? 폐하? 뭐였어요?! 저 뭔가 잘못했나요?!”

“크크큭.”

“아닛, 폐하. 웃지만 마시구요!”

제 잘못을 몰라 허둥거리는 하리를 뒤로하고 레온은 신들에게 하소연했다.

“무섭군요. 젊다는 건.”

[네 여신이 허하도록 하마.]

부추기는 여신을 향해 레온은 그저 말없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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