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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5

그러나 직후.

“피해!”

나는 황급히 전명훈과 홍범, 그리고 연진을 밀어냈다.

동시에 거대한 장인(掌印)이 내게 날아왔고, 음양의 태극이 휘몰아치는 장인을 보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이건…!’

느껴진다.

이 일격은, 삼태극을 꺼내지 않으면 죽는다.

콰아아앙!

나는 무형검의 기척을 최대한 숨기며 삼태극을 꺼내 장인에 대고 휘둘렀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나는 천지영기가 미친 듯이 나를 압박하는 것을 느꼈다.

“흐음….”

척, 척….

그가, 공간 균열 너머로 다시 걸어 나온다.

비산한 먼지구름 너머로, 헌원의 ‘눈’이 보였다.

그의 안광(眼光)에 살이 아린 느낌이었다.

그의 눈에는 방금 전과 달리 감(監)이라는 글자가 떠올라 있었다.

찌릿, 찌릿, 찌릿!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천기에 예지가 보였다.

굉장히 가까운 미래의 운명 속에서, 나는 헌원과 싸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만, 역시 확실해졌다. 네놈….”

우우우웅!

합체기 태수(太修)가, 힘을 쓰기 시작한다.

“심족(心族)이로구나.”

“…!”

꽈아아앙!

다음 순간, 그의 손바닥이 다시금 날아왔다.

쩌어어엉!

나는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후려쳐져 건곤성을 뚫고 건곤중역의 산맥 한 곳에 그대로 처박혀 버렸다.

드드드드드드!

용맥(龍脈)이 흔들리고, 대지가 흔들리며 화산이 분화한다.

천지영기 전체가 진동하며, 헌원의 음성이 건곤중역 전체를 뒤덮었다.

[원래도 수상하다고는 생각했다. 네놈이 만들었다는 괴뢰를 조작해 보던 봉래궁 호법들이 모조리 광증에 시달렸기 때문이지. 그리고 네놈이 왜 그렇게 강했는지도 이유가 풀렸군. 천지쌍수에 이어 심족의 힘마저 몰래 익히고 있었다니….]

나는 피를 한 움큼 왈칵 쏟아 내며 똑같이 영언을 토해 냈다.

[심족의 힘을 익힌 게 뭐 어때서 그런단 말이오! 난 엄연한 천족이오!]

[그냥 천족이라면 상관없겠지. 하지만 너는 인족 총연맹의 총의인 마계 정벌을 대놓고 방해했다. 거기에 광증을 유발하는 괴뢰, 심족의 힘…. 그리고 호법 중 하나이자 내 여식인 헌위에게는 혈음계의 것으로 추정되는 법술을 쓴 흔적이 있더군.]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기괴고를 심었던 흔적을 들킨 건가. 제길, 심었던 걸 뽑으면 흔적은 거의 안 남는데!’

역시 저 ‘눈’ 때문인 듯싶었다.

[안 그래도 뇌령도 증발 이후로 천족 전체의 세력이 약해진 지금, 심족의 첩자, 혈음계의 첩자, 그리고 최근 유명한 괴군의 첩자로도 의심되는 네놈을 함부로 놔둘 수는 없겠구나.]

우우우웅!

나는 천지영기에서 느껴지는 의념의 흐름을 느꼈다.

아까는 영역으로 몸을 감싸고 있어서 읽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도리어 영역을 펼치기 시작한지라 의념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씹어뱉듯이 외쳤다.

“웃기는군. 첩자 같은 게 아니라 원래 날 죽일 작정이 아니었나?”

[호오, 영특하구나. 사실 맞다.]

번쩍!

눈앞에서 비둔술의 둔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헌원이 내 앞에 도착해 있었다.

[금신천뢰문을 또다시 한번 멸문시킨 네놈과 전명훈… 너희 둘은 살아 있을 필요가 없다. 거기에 금위 년의 후손까지 당당하게 데리고 온 주제에 그 년과 손을 잡고 금신천뢰문을 망하게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이 가능한가?]

“잠깐! 우리는 하계에 금신천뢰문의 명맥을….”

[너는 지금 집을 짓고 살던 사람을 죽게 한 후, 그 사람의 신체 일부만을 땅 밑에 묻어 놓은 후 그 사람의 체내에 살던 미생물들은 땅 밑에 아직 살아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인가?]

“아니, 그게 무슨….”

[하계에 명맥을 이었다고? 잘했군그래. 나도 하계의 금신천뢰문이 올라오기를 4만 년 동안 더 기다리면 되는 게냐?]

부웅!

꽈아아아앙!

비둔술의 둔광으로 몸이 뒤덮인 헌원의 주먹이 내 얼굴을 후려쳤다.

번쩍!

나는 어느새 건곤중역의 동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미친….’

단순히 비둔술이다.

비둔술만으로 몸을 뒤덮어 움직이는 것뿐인데, 미친 듯이 빨랐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김영훈보다는 반응할 만했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싸울 수밖에!’

나는 눈빛을 불태우며 등 뒤에 삼태극을 떠올렸다.

파아아앗!

천족의 비둔술, 요족의 육신, 심족의 가속.

모든 것을 합일하자 세상이 정지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정지된 세계에서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백홍주를 꺼내 마셨다.

부우웅!

무색유리검이 나와 더더욱 연동된다.

[와라, 헌….]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헌원의 손바닥이 공간을 뛰어넘어 내 머리통을 다시금 후려쳤다.

쩌어어어엉!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그의 손바닥을 피하며 공간을 베어 나갔다.

―――――!

소리조차 따라오지 못할 속도로 움직이며, 우리 둘은 허공에서 수천 합을 주고받았다.

그가 익힌 태산열제공은 천지쌍수 공법인 탓인지 다른 천족 수도자들보다도 육체를 움직이는 빈도가 큰 듯했다.

그는 왼손에는 음양(陰陽).

오른손에는 오행(五行)의 힘을 두르고, 끊임없이 나를 몰아쳐 왔고 나는 전신에 괴군의 회로까지 두른 채로 천지심괴의 전력을 이끌어 냈다.

부웅!

쩌어어어엉!

그의 손바닥과 내 검 끝이 부딪혔다.

쿠구구구구구구!

그 충격파에, 수계 전체보다도 크기가 클 건곤중역 일대가 모조리 녹아 용암 바다가 되어 버렸다.

하계라면 진즉 세계가 몇 번이고 멸망했을 일격!

전명훈은 우리의 전투를 따라오지 못하고 연진과 홍범을 지킬 뿐이었다.

그러나 헌원과 상당하게 싸움을 이끌어 가는 나는 정작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자… 여력이 남았다.’

그와의 대련이 길어질수록, 그와 몸을 마주 대고 합을 주고받을수록 점차 그의 의념을 읽기가 쉬워졌다.

그는 ‘꽤 놀라’하고 있었다.

합체기인 그를 상대로 선전하는 것이 놀라운 듯한 의념.

그것뿐이었다.

내게 진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원영기라 들었는데, 느껴지는 깨달음의 크기는 천인기로군. 그새 승급했나?]

[….]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할 여유가 없이 헌원과 합을 주고받았다.

그가 주먹을 뻗칠 때마다 건곤중역의 차원 자체가 우그러진다.

내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수천 개의 공간 균열이 생긴다.

[천인기부터 합체기인 나와 이 정도로 합을 주고받을 수 있다니, 이전에 천만 년, 이후에 천만 년. 다시 없을 천재가 틀림없구나.]

[….]

[그리고, 그 천재에게 은원을 졌으니… 빨리 죽여 버리는 게 낫겠지.]

쩌어엉!

헌원의 발차기가 나를 노렸다.

무(武)의 관점에서 보면 절도는 있을지언정 빈틈이 많았지만, 발차기에 담긴 [힘] 그 자체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빈틈을 알고서도 반격할 수 없었다.

‘제길!’

나는 전심전력을 다해 그의 발착기를 막아 냈다.

쿠구구구구!

그것만으로 나는 건곤중역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다시 밀려났다.

쉬이이이이―

분명 팔을 들어 막았건만, 내장이 진탕된 기분이었다.

나는 팔을 바라보았다.

헌원의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겁천, 지족의 방어력, 방어법술까지 전부 펼쳤는데도 흔적이 남았다….’

문제는 저게 전력이 아니란 것이다.

[자, 그럼 잘 놀았다. 이제 잘 가거라.]

쿠구구구구!

내 주변의 천지영기가 움직이더니 나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그 기술을 쓰려는 건가!’

나는 소름이 끼치는 걸 느끼며 음양오행의 주박이 나를 완전히 잡기 전에 빠르게 그 주박에서 빠져나갔다.

우우우웅!

그리고, 나는 저 위쪽에서 공간을 접어 달려온 헌원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귀찮군. 얌전히 당해 주면 안 되나?]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공격기는 알고 있소. 태산열제의 기술을 쓰면 상대가 누구든 뒈져 버리겠지. 하지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기술 아닌가?]

순수한 속도로, 헌원은 절대 김영훈의 위가 아니다.

그러므로, 김영훈의 속도에도 반응했던 나라면 충분히 헌원의 기술은 피할 수 있다.

[맞다.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그렇게 생각했다.

쿠구구구구구!

“…어?”

나는, 건곤중역 전체에, 음양의 주박이 나타난 걸 보았다.

[그럼 잘 피해 봐라.]

우우우웅!

헌원은 자기 자신을 주박 안에 넣었다.

음양오행이, 천지만상을 뒤덮었다.

[태산(太山).]

“미친!!!”

나는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건곤성으로 달려갔다.

‘건곤중역 전체가 영역권이라고!?’

광한계는 수계보다 아득할 정도로 넓다.

그리고, 건곤중역 역시 수계보다도 한참은 컸다.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한세월이 걸린다.

‘잘못 생각했다.’

헌원과 맞서면 안 됐다.

처음부터 미친 듯이 도망쳤다면 목숨은 보전할 수 있을 터였다.

헌원은 건곤중역을 떠나지 않는다 했으니까!

나는 마침내 건곤성에 도착해, 홍범과 연진을 보호하는 전명훈을 포착했다.

“전명훈!!! 홍범!!! 연진!!!”

꽈아아아앙!

도착하자마자 비선대를 내리친 나는, 차원 장벽을 우그러뜨렸다.

“나가! 당장 나가!!!!!!”

그리고, 헌원의 목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열제(裂帝).]

“나가아아아아!!!”

꽈아아아아앙!

차원에 구멍을 낸 나는 전명훈과 홍범, 연진을 간신히 밀어 넣고 그들을 광한계 바깥으로 쫓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나는 간발의 차로 헌원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세상이 빛에 휩싸였다.

* * *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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