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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8

에필로그. 라이온하트를 위하여

“흠······.”

[무엇을 그리 생각하느냐?]

여신의 옥음에 레온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옛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아직 신앙이 부족했던 시절을 말입니다.”

[후후후··· 내 기사가 유독 희한한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어 놀라기도 했었지.]

수행기사 초기 레온은 빈말로라도 신앙심 깊은 명예로운 기사가 아니었다.

그는 지구의 문물과 문명에 물든 이세계인이었고, 그러한 관점과 사상은 다른 세계에서의 적응을 어렵게 했다.

[허나, 너는 명예롭고 선한 기사였느니라. 네 여신은 네가 불신으로 가득한 시절부터 지켜보았느니.]

아리아나는 오랫동안 레온을 지켜봤다. 그가 다른 기사들과 귀족들과는 다소 다른 관념을 가지고 있으나 그 행동이 선함에 기반한 것임을 알았다.

[후후, 아직도 기억나는구나. 길두스와 군라르가 오크들로부터 마을을 지킬 때, 내 기사는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홀로 달려들었느니.]

그 용맹이 실로 보기에 기꺼우셨더라.

[레온아. 은애하는 나의 기사야. 너야말로 이 나의 가장 빛나는 기사였다.]

“그거 참··· 영광스러운 말씀이십니다.”

[자, 슬슬 아이들도 일어날 시간이다. 네 여신은 내 기사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노니.]

그 말을 끝으로 여신이 시선을 돌렸음을 레온은 눈치챘다. 신들과 레온은 너무나 가까이 연결되어 있어 이렇게 의도적으로 연결을 끊지 않으면 사소한 것 하나 공유하게 되는 탓이다.

이쯤 되면 반신을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버리겠다 싶지만, 정작 레온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우응··· 벌써 일어나셨어요?”

옆자리가 부산스럽다. 두터운 이불이 부스럭거리더니 그 안에서 붉은머리의 여인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후아아암~”

활짝 기지개를 펼치는 하리. 제국의 제1황비 치고는 퍽 품위 없었지만, 이젠 그러려니 했다.

“으, 설마 오늘 늦잠?”

“나 와써···!”

그때였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아. 붉은 댕기머리의 귀여운 소녀는 침대 위의 하리와 레온을 보고 손가락질했다.

“앗! 아빠하고 엄마 또 레슬링 해써요?”

“으겍···!”

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하리는 이불을 덮어쓰며 숨었지만, 레온은 태연하게 아랫도리만 숨기며 황녀에게 다가갔다.

“뭐, 사이가 좋은 것이라 생각해두려무나.”

스윽스윽, 정수리를 쓰다듬는 레온. 그는 제품에 제국의 3황녀를 안아 들었다.

“혼자 왔느냐?”

“아니! 큰엄마하고 작은엄마하고 언니하고 오빠하고 동생들도 같이 와써요!”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복도를 가리키는 3황녀 한하연. 그 시선 끝에는 라이온하트 제국의 황후인 베아트리체와 제2황비 천소연이 황자, 황녀들과 함께 있었다.

“문안 인사차 왔답니다, 폐하.”

싱긋 웃는 베아트리체 황후를 따라 천소연 황비와 황자, 황녀들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제 어머니들을 닮아 은색과 붉은색, 흑색이 개성 넘치게 섞인 레온의 자식들이다.

“카리나는 어디 있소?”

“대황녀께서는 구대성 부마와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그 말에 팍! 인상을 찌푸리는 레온. 2황녀인 레이나에 비해 세 살 어린 황태손을 보자면 기쁘면서도 어딘가 막막해지는 기분이다.

“쯧쯧, 아침 문안인사도 까먹고 저들끼리 노닥거리기 바쁘단 말이오? 손자 얼굴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곧 결혼기념일이잖아요.”

사정을 봐달라는 천소연의 말에도 레온의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을 때였다.

“어억···!”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자빠져 넘어지는 붉은머리 황비. 서둘어 옷을 챙겨입다 이불에 발이 걸린 하리가 황자와 황녀들 사이에 둘러싸였다.

“으으······.”

“둘째 엄마 괜찮아요?”

“괘, 괜찮아.”

“근데 둘째 엄마는 왜 맨날 배를 까고 다녀? 안 추워?”

“패, 패션이야!”

하리를 부축하는 소연. 그런 그녀에게 하리가 감사를 전했다.

“으, 고마워.”

“언니, 애도 있는데 무리하지 마세요. 배도 차갑게 하고 다니지 마시고요.”

“3개월이니까 괜찮아! 그리고 내가 불꽃의 성배기사인데 몸이 차가워질 염려는 없어.”

“무리하지 마시고 로테이션에서 빠지세요.”

“그게 목적이었구나!”

가볍게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레온은 고개를 저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보기에 썩 나쁘진 않았으니.

“폐하.”

무방비상태인 레온에게 슬쩍 팔짱을 끼어오는 베아트리체. 싱긋 미소 짓는 그녀가 희소식을 전했다.

“레이나 황녀가 곧 수행길에서 복귀한답니다. 함께 마중 나가시지 않겠어요?”

“음? 벌써 그리되었소?”

“드라고니아 제국에서 그리 남아달라고 청했답니다.”

기사들은 수행길을 떠나 신들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퀘스트를 수여 받길 고대한다.

하지만 이 평화의 시대에 기사들은 자신을 증명할 전장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그리하여 라이온하트 제국은 새로운 전장을 찾을 기사들에게 타차원의 수행길을 권유했다.

일찍이 카리나 드라고니아 대공이 정복해 제국을 건설한 드라고니아 제국 차원 등 사람이 살고있는 곳뿐 아니라 야크트 스피너의 사이버펑크 차원, 베아트리체의 스페로 왕국 차원 등 차원 개척단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수많은 기사들이 여정을 떠났다.

이제 지구를 넘어 여러 차원을 개척, 정복하고 있는 라이온하트 제국은 일곱 차원의 지배자이며 사자심왕은 그들의 지배자이자 수호자이니 드높은 명성이 한 차원에 국한되지 않음이다.

“그럼 아이들과 함께 둘째를 맞이하러 갑시다. 내 안 그래도 아리아나 여신께서 그 아이를 아끼고 있다고 들었으니 신들께서 선택하신다면 능히 황위도 물려줄 수 있음이야.”

“어머~ 아직 정정하신걸요. 불카누스 경이나 구대성 경 밑에서 좀 더 수학하게 하시지요.”

“아바마마, 레이나 누님 만나러 가시나요?”

“나도 갈래요! 레이나 언니 만나러 갈래요!”

시끌벅적한 황자황녀들의 아우성에도 레온은 그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일찍이 그가 왕국과 가족을 잃었을 때, 다시는 보지 못할 풍경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공과 차원을 넘어 엮인 인연들이 끝내 이리도 과분한 세상을 제게 주었다.

이에 어찌 신들께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신들은 언제나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지만, 레온은 이 또한 신들의 인도가 있기에 가능하다 여겼다.

신들이 내린 절대권력과 드높은 명예와 영광의 사자심왕.

일곱 차원의 지배자이자 수호자인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의 기사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그는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 있기에.

이 평화의 시대가 끝나고 진정한 영광의 시대를 열기 위해.

사자심왕은 성검과 성창의 주인이오, 성배의 수호자임을 자처할 것이다.

“그런데 아바마마, 야피 아줌마는 언제 넷째 엄마가 돼요?”

“······나중에 이야기하자꾸나.”

가끔은 세상이 너무 자신에게 쥐여주려 안달인 것 같기도 하다.

* * * *

“일찍이 악의 침공이 있었다.”

그것은 비단 지구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라이온하트도 그러했고, 수많은 세계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겠지.

“많은 이들이 악에 맞섰고, 끝내는 패배하기도, 승리하기도 하면서. 하지만 또 너무 많은 이들이 스러져갔지.”

레온은 그들의 최후를 지켜보았다.

그가 새 삶을 얻은 이세계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귀고 함께해온 친구들이 있었다.

또 명예로운 기사가 있었고, 존경할 만한 신관이 있었으며 또 사랑하는 이들도 있었다.

“짐은, 짐의 고향에서 그들의 최후를 보았노라. 누군가는 절망했고 절규했지만, 마지막까지 싸우리라 맹세한 이들도 보았다. 그것은 너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지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들은 더욱 쉽게 타락하고, 더욱 쉽게 패배했지만··· 그래도 겁쟁이들은 아니었다.

“싸운 이들을 기억하라. 노래나 기념비는 필요치 않다. 그들을 추억하고, 그들의 의지를 이으면 그로 충분하리라.”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싸움을 앞에 두고 두려움을 가진 병사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삶의 끝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런 평범한 이들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며, 신에 대한 신앙이 두려움보다 작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이들이 그러하다.

저 앞에 있는 것들은 빛을 집어삼킨 어둠이오,

종말을 부르는 짐승이며,

퍼져나가는 불치의 질병이다.

희망을 꺼뜨리고, 절망의 화신이 되는 자.

사악한 악성을, 이 연약한 시대의 백성이 어찌 맞서겠는가.

누가 이 시대에서 진정한 용기를 지피겠는가.

불가능에 대적하리.

무적의 적수를 이기리.

별에 닿는 휘황을 밝히리.

그 등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을 위해.

“그대들에게서 용(勇)을 보았도다.”

이름 없는 병사들. 기사 하나하나를 응시한다.

그저 쉬운 길이 있었을 것이다.

싸우느냐 침묵하느냐. 너무나 간단한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조차 의무감에 끌려온 자들도 있을 것이다.

내심은 고향을 떠나 이런 곳까지 오기 싫었노라고, 그리 말하고 싶은 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적을 상상해 보아라.”

“가능성이 없는 무적의 적수가 앞에 있다.”

“승리할 수 없다. 적은 너무나 강대하고, 천지가 개벽하는 혼돈을 일으킨다.”

상상해 볼 필요도 없다.

당장 그들 눈앞에 있다.

대적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 재해가.

“너희들이 홀로 도전할 수 있겠느냐? 그럴 의자기 있겠느냐?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있느냐?”

누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가.

누가 감히 기꺼이 나설 수 있겠는가.

“그리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 그리 할 수 없으리라 말하던 이들이 있었다.”

레온은 마지막 싸움을 기억한다. 라이온하트의 최후를 떠올린다.

너무나 강대한 군주와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진 악의 군세를 앞에 두고 절망으로 울부짖는 이들이 있었다.

라이온하트 영광의 기사들조차 그러했다.

“허나, 짐은 아직 이곳에 있다. 짐이 곧 그 증거다! 인류가! 세상이! 악에게 저항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다!”

수많은 기사들이 스러졌다.

존경하던 우둔한 성배기사 제레아가 스러졌고,

꺾이지 않는 신념의 성배기사 게오브릭이 스스로를 희생했다.

오랜 친구 안토크와 길두스가 마지막까지 싸웠으며, 고결한 천둥의 기사 길링엄이, 대성녀 아냑이, 숲의 현자 군라르가, 태양의 기사 록슬리가 있었다.

그리고 무명의 병사들이 있었다.

제국의 잔존병들이 있었고, 숲의 현자들이 있었으며 철산의 난쟁이들과 불타버린 세계수의 엘프들이 있었다.

그들이 두려움 속에서 최후의 의지를 맡긴 이가 있었다.

“내가 있다! 기사가 여기 있다! 사자심왕이 너희들 앞에 있다!”

“너희들 용(勇)의 모범이 여기 있노라!”

“너희들을 이끌고, 끝내 승리할 운명인 나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가 기꺼이 너희 앞에 서리라!”

천둥 같은 목소리가 세상을 타격하며 성검이 찬란한 황금빛을 뿜었다. 모두가 그 찬란한 빛에 포근함을 느꼈고, 가호를 느꼈다.

“기억하라! 사자심왕과 마지막까지 싸웠던 기사들을!”

“기억하라! 천년의 세월 악의 종자를 봉인하며 도시를 지킨 명예로운 기계를!”

“기억하라! 세상을 위해 절망을 반복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마술사 여왕을!”

“하늘과 땅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명예와 영광은 잊혀지지 않고 후세는 이를 지표 삼아 별을 향해 걸으리니.”

“너희들의 의지를 불멸한 것으로 드높여라!!”

성검에 휘황이 감돈다.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성스러운 빛 속에서 신수와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끼릭! 끼리릭!

8개의 다리가 움직였다. 걸음걸이를 맞추듯 천천히.

-쿵! 쿠웅! 쿵!

기계들이 하나되어 바닥을 밟았다.

-저벅저벅!

기사들이 기수를 돌리며 앞으로 나서고, 그 뒤로 군화가 오와 열을 맞춰 이동한다.

그 움직임이 합쳐지자 능히 세상을 흔들었다.

“혼돈의 군주 라크샤르가 쓰러진 뒤로 백 년이 흘렀다. 이제 우리는 저들의 대지에 섰구나.

그들이 밟은 땅은 검다. 대지에는 신들의 축복이 깃들지 않았고, 대기에는 텁텁함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것으로 인해 절망하지 않으리라. 두려워하지도 않으리라.

왜냐하면 이것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기 위한 장소이기에.

새로운 명예와 영광을 드높이기 위한 대지이기에.

“겨울은 끝났다. 이제 봄을 열 차례.”

“우리의 검과 방패는 봄을 향해 나아갈 지팡이가 될지니.”

“겨울의 불씨가 이어져 지금의 불꽃이 되었음을!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저항했던 그들의 의지를 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려라!”

레온의 목소리가 신들의 가호 아래 지평선 너머까지 들린다.

그들이 쥔 창이, 겨누고 있는 총이, 큼직한 집게발과 하늘을 활공하는 드래곤과 페가수스들이 사자심왕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싸운다!”

“이곳 머나먼 악성의 땅, 마계에서 놈들의 무덤을 만들고 우리의 비석을 세우리니!!”

“”라이온하트를 위하여! 로드 라이온하트!!””

그들의 용맹한 외침이 지상을 떨게 했고, 창공을 흔들었다. 그 목소리에 움츠러드는 수많은 악들을 보며 레온이 외쳤다.

“지금 이곳에 육백칩십만 맨앳암즈와 그들을 이끄는 라이온하트의 십삼만 기사들이 집결해 있으니! 놈들의 군세가 비록 우리보다 다섯 배는 많지만, 본왕은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배기사 구대성, 한하리, 천소연.

베아트리체 알리기에리 스페로.

카리나 드라고니아.

야크트 스피너.

불카누스.

그 외에도 일곱 명의 라이온하트 신성제국 성배기사들이.

그런 그들을 이끄는 성배의 수호자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가.

“나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가 귀공들의 검과 방패가 되리니! 놈들을 섬멸하고 악의 패배를 세상에 알릴 것이다!”

레온이 투구를 썼다. 그가 성검을 높이 치켜세우며 외쳤다.

“여신을 위하여···!”

“”명예를 위하여···!!””

“””라이온하트를 위하여!!!”””

전군! 승리를 향해 앞으로···!!

-WHAAAAAAAAAAA─────!!!!

-WHAAAAAAAAAAA─────!!!!

-WHAAAAAAAAAAA─────!!!!

-WHAAAAAAAAAAA─────!!!!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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