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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

27. 소꿉친구 – 살인

“이게 이것밖에 안 돼요?”

큰 마을 장터에 도착한 레오는 아버지가 가시던 가게에서 육포를 팔려고 했다. 하지만 상인은 쥐꼬리만 한 돈을 내밀었다.

육포는 가격이 꽤 비쌌다. 이만하면 제법 받는 게 정상인데 너무 적었다.

“요즘 시세가 그래. 조금 잘못 말린 것 같기도 하고.”

레오는 말없이 받은 돈을 탁 내려놓고 육포를 다시 짊어졌다. 뒤에서 장사꾼이 뭐라고 했지만 돌아보지도 않았다.

다른 청년들이 파는 것과 달리 육포는 보관 기간이 길었다. 여차하면 먹어버리면 그만이다.

아버지도 육포를 팔라고만 하셨지 팔아서 뭘 사 오라는 말씀은 없으셨다. 그냥 한 번 경험 삼아 팔아보라는 거다.

레오는 안 팔면 안 팔았지 처음 파는 물건을 이런 식으로 푸대접받으면서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한참 헤맨 끝에 정상적인 값을 내미는 상인을 찾아 육포를 털어버렸다. 고개를 푹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앞으로는 이 상인만 찾겠다고 마음먹었다.

레오는 마을 수레로 돌아왔다.

수레는 텅 비어 있었고 경계를 서는 청년과 한스만 한가롭게 수레에 앉아있었다. 다른 청년들은 한 명도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한스만 빼고.

“여어~ 레오 왔어?”

“어. 너도 일찍 왔네.”

“나야 뭐… 금방이지.”

이젠 할 일이 없었다. 다른 청년들이 물건을 파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레오가 파는 육포는 항상 수요가 있고 품질도 평가하기 쉬워서 팔기 쉬운 물품이었다. 반면 다른 청년들은 간혹 다 팔지 못하기도 해서, 수레를 떠나보내고 장터에 며칠 머물며 마저 팔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숙박비도 들고, 돌아오는 길에 뭔가를 사 올 수도 없고, 위험하기도 해서 가능하면 헐값으로라도 하루 만에 다 털어버리는 게 보통이었다.

수레는 내일 새벽에나 출발할 거다.

레오는 짐이 없어서 당장에라도 혼자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런 정떨어지는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료함에 운동이나 하고 있을까 고민하는데, 한스가 다가와 어깨를 툭툭 쳤다.

“레오. 잠깐 일로 와 봐.”

남자는 이런 말을 들으면 이유와 상황을 불문하고 대부분 따라갔다.

저 말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잘 생각해보니 친한 사이라면 안 따라가는 경우가 더 많아서 마법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레오는 한스를 쫓았다.

“어디 가?”

“흐흐흐. 네가 한 번도 안 가봤을 줄 알았지.”

한스가 골목길로 한참 들어가서 낡은 문을 열자, 레오는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다.

열린 문 뒤편에 창관 표식이 있었다.

“야. 난 간다.”

“뭐? 왜? 여기까지 와놓고.”

“난 생각 없어.”

레오가 휙 돌아서자 뒤에서 한스가 도발했다.

“야! 뭐 어때서 그래. 이제 레나도 없는데.”

그가 레나를 언급하자 ‘욱’하고 뭔가가 치밀어올랐다.

“괜찮다니까. 어두워서 얼굴도 안 보여. 그냥 레나라고 생각하면서 하면 돼. 나도 그렇게 몇 번 해봤는데 괜찮았… 악!”

레오의 몸이 저절로 돌아갔다. 발차기를 날리고, 비틀거리는 한스를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녀석은 역린을 건드렸다.

사제가 되기 위해 떠난 레나를 모욕한 것도 문제였으나, 동생… 지난 거지남매의 레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씩씩거리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한스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죽이려 했던 놈이었다. 내년 봄까지만 여행경비를 모으고 몰래 죽여버리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저지를 줄은 몰랐다.

[ 업적 : 민간인 살해 – 민간인 ‘1’명을 살해했습니다. 미약하게 불행해집니다. ]

“뭐야? 이게 무슨 소란이야? 어!”

창관을 지키는 놈이 나왔다.

깡패는 아니었다.

토리토 정도의 마을에 자리 잡을 패밀리는 없었다. 고작해야 건달들이 조직을 만든 수준일 것이다.

‘제기랄… 도망가야겠다.’

레오는 저놈도 죽여버릴지를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시간이 끌리면 큰일이라, 그는 뭐라 뭐라 소리치는 건달을 무시하고 달렸다.

달리면서 속으로 자책했다. 마을 안에서 사람을 대놓고 죽여버렸으니 빨리 마을을 벗어나야 했다. 잡히면 그대로 사형이다.

그는 장터로 뛰었다. 육포를 다시 사고, 물주머니와 로프를 구해서 허리에 둘렀다. 대장간에 들려 사냥용 단도도 구해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배낭과 옷, 신발도 사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멀리서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창관 앞에서 난 사고라 소식이 늦었다. 건달들은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을 거다.

레오는 반대쪽으로 뛰었다.

토리토 마을은 큰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동서남북으로 입구가 뚫렸고, 입구는 마을 자경단이 지키고 있었다.

틈틈이 영주의 병사들도 보였다.

그는 숨을 고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느릿하게 입구를 지나쳤다. 당장에라도 등 뒤로 화살이 날아올 것 같다.

“문 닫아! 살인이야!”

레오는 이미 마을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토리토의 입구가 닫히는 게 보인다.

“야! 방금 나간 놈! 돌아와!”

고작 수십 미터 거리라 안 들릴 리가 없지만, 레오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그대로 걸었다.

주변에서 밭일하던 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웠으나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레오는 대로를 벗어나 숲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 * *

“…하고 있는데 걔를 발견한 거야.”

“그래서?”

“몰래 다가갔지. 약초를 캐느라 정신이 없더라고. 그걸 내가 뒤에서…”

숲속, 두 남자는 경계를 잊고 음탕한 이야기에 심취했다.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던 레오는 발을 뒤로 물렸다.

산적 소굴이다. 많아 봤자 열댓 명이나 사는 듯, 절벽을 낀 작은 산채가 눈앞에 있었다.

작은 담장을 두른 산채 입구에는 산적 두 명이 무방비하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레오는 산채를 크게 돌아 담을 넘었다.

– 바스락

젠장.

낙엽이 지천으로 깔린 가을 숲은 조용히 돌아다니기 힘들었다.

“무슨 소리 안 들렸어?”

“무슨 소리?”

“방금 안에서… 잠깐만.”

산채 귀퉁이에 몸을 숨긴 레오의 귀로 낙엽을 밟는 소리가 다가왔다.

그는 사냥용 단도를 꺼내 들었다.

조금만 더…

산적은 모퉁이를 돌기가 무섭게 칼을 맞았다.

“앗! 커어엌.”

피가 단도를 타고 주르륵 쏟아졌다. 다른 산적이 놀라서 뛰어왔지만 늦었다.

레오는 박힌 단도를 지그시 눌러 살과 철 사이에 공기를 담아 여유 있게 뽑아냈다. 놈은 명줄이 오락가락하며 쏟아지는 피를 부여잡으려 애를 썼다.

“다들 일하러 나갔나 봐? 여기 몇 명이나 있어?”

레오의 물음에 눈앞의 산적이 주춤거렸다.

산적들은 깡패보다 약했다.

조직적이지도 않고 훈련되어있지도 않은 그들은 힘없는 마을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무모한 상인이나 여행객을 털었다.

패밀리가 도시에 있는 큰 대기업이라면, 산적들은 외딴곳에 숨어있는 중소기업이었다.

건달들은 자영업 정도 될까?

산적들은 그의 상대가 못 되었다. 양손검이 없어도 괜찮았다. 소꿉친구의 레오는 산에서 더 강했다.

[ 업적 : 산채 점령 – 다른 산채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

[ 업적 : 산적 열 명 – 산적을 상대할 때 더 강해집니다. ]

레오는 이틀간 산적들을 사냥했다. 처음 잡은 산적들의 활과 검을 빌린 그는, 산적들을 멀리서 활로 쏴서 죽이고, 쫓아오면 쫓아온 걸 죽이고, 숨으면 찾아가서 죽였다.

마지막에는 네 명이 뭉쳐 달아나는 걸 쫓아가 잡았다. 고요했던 산채 주변은 피로 범벅이 됐다.

레오는 그제야 여유를 가지고 산채를 둘러보았다.

이 산채를 찾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다. 더 늦었으면 겨울을 맞아 고생을 진탕 할 뻔했다.

산채는 월동준비가 끝나있었다.

장작도 많이 쌓였고, 식량도 넉넉하다. 산적들이 근면하게 준비해온 것을 날름 삼키며 그는 산채에 자리 잡았다.

계획이 어그러졌다. 아버지와 함께 사냥하며 돈을 모을 생각이었는데, 한스를 죽여버리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데모스 마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살인 장면을 목격한 건달이 있었으니 마을에는 병사들이 우르르 몰렸을 것이었다.

아버지께만 들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떠날까 했으나 그만두었다.

공연히 산장에 들렸다가 누군가에게 들키면, 아버지가 아들을 숨겼다는 의심을 살 공산이 컸다.

그냥 멀리 달아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다.

한동안 고초를 겪을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한스 아주머니가 떠오르며 속이 불편해졌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레오는 추격을 피해 산을 올랐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지만 사제들 때문에 통신은 엄청나게 빨랐다. 아마 살인 사건이 터짐과 동시에 영주성과 주변 마을로 그의 인상착의가 퍼졌을 것이었다.

혼자 돌아다니는 외지인은 눈에 띄었으므로 산행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주변 마을에 출입해선 안 됐고, 최대한 멀리 있는 도시로 가야만 했다.

원래 계획은 동쪽에 있는 콘라드 왕국에도 들려볼 생각이었다.

거지 남매가 쫓겨난 왕국, 여기서 동쪽으로 몇 주만 가면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그곳 수도에 가서 거지남매 시나리오에 도움이 될 법한 단서를 찾을 계획이었는데 물거품이 됐다.

데모스 마을이 있던 영지는 가이단 변경백의 땅으로 콘라드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레오는 그 변경백의 영지에서 살인을 저질렀으니 삼엄한 국경선을 넘을 수 없었다.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동쪽으로 가는 길은 막혔고 바다가 있는 남쪽으로는 갈 이유가 없으니 남은 것은 북쪽과 서쪽뿐이다.

북쪽에는 벨리타 왕국이 있고 그곳의 수도 오르빌은 거지남매 시나리오의 배경이 되는 곳이었다.

‘지금 가면 거지 남매가 있을까?’

동생 레나와 레오가 그곳에도 있을지 궁금했지만, 굳이 그쪽으로 가봐야 얻을 것은 없어 보였다.

설령 그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거지남매 시나리오는 이미 지난가을에 끝나 있었다.

남은 건 서북쪽, 제롬 신성왕국이다.

레나가 사제가 되기 위해 떠났고 레오 역시 반드시 가야 할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왕자를 찾아야 하니까.

계획을 수정한 레오는 한동안 산채를 끼고 사냥하면서 뿔과 가죽 같은 돈이 될만한 것들을 모았다.

그런데 조금 욕심이 생겼다.

‘잘하면 말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은 비싸다. 너무 비싸서 말을 사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산채를 하나 털고 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다.

산채의 산적들도 근근이 살아가는 놈들이어서 돈이 많이 있던 건 아니었다.

가장 돈이 되는 건 그놈들이 가지고 있던 사업밑천인 무기였다. 칼과 방패, 몇 명은 가죽 갑옷까지, 이것들을 다 팔고 사냥으로 돈을 모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냥 산채를 하나 더 찾을까?’

아무리 겨울이 사냥하기 편한 계절이라지만,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냥꾼도 움직이기 싫은 건 마찬가지였다. 처음 와보는 산이라 사냥하기가 쉽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말을 간신히 사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양손검도 구해야 하고 여비도 있어야 하는데 올겨울에 사냥을 아무리 잘해도 그건 무리였다.

그는 유혹에 흔들렸다.

말이 있으면 더 멀리까지 돌아다닐 수 있다. 산적에게 강하고 산채를 찾기 쉬워지는 업적도 생겼다.

레오는 돈을 편하게 벌기 위해 살인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미 한 번 저질렀는데, 두 번 저지르는 게 뭐 대수냐 싶기도 하고…

‘어차피 그놈들도 나쁜 짓을 하고 다니지 않나?’

날이 추워질수록 그의 마음이 조금씩 기울었다.

* * *

레나가 루테티아에 도착했을 때 도시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오필리아 사제와 코린 경과 함께 마차를 타고 넉 달을 달려왔다.

오랜 여행으로 여독이 쌓였지만, 레나는 피로를 잊고 흥분해서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꿈에 그리던 수도교회가 장엄한 모습을 드러냈다.

신성왕국의 수도 루테티아는 뒤로는 산을 끼고 앞으로는 강이 흐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수도교회는 루테티아 뒤편에 있었다.

루테티아 외성을 나가 뒷산을 향해 잠깐 달리면 고풍스러운 또 다른 성을 마주하게 된다.

새하얀 성벽과 찌를 듯한 첨탑들, 성 안쪽은 구석구석 사소한 곳까지 조각과 그림이 담겼다.

이 작은 성 전체가 하나의 교회로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를 통솔하는 십자교회의 본단이었다.

레나의 눈에는 경건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사제님으로 보였다.

흥분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레나를 오필리아 사제가 자제시키며 말했다.

“레나, 당신은 제 추천으로 교육 시설에 들어가게 될 거에요. 자주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제가 어디로 발령 날지 아직 모르겠네요.”

오필리아는 그녀와 몇 달을 함께 지내며 나름의 평가를 내렸다. 똑똑하고 성실한 데다 보기 드물게 참한 아가씨다.

어릴 적부터 신학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기초도 아주 탄탄했다.

본래라면 그냥 교육 시설에 넘겨주고 끝내려 했다. 그러면 알아서 수속을 밟고 입학했으리라.

하지만 오필리아는 레나를 직접 데리고 들어갔다.

레나의 수속 따위는 그녀가 곁에 있어 준 덕분에 신원을 확인하는 정도로 끝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업을 청강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졌으며 많지 않은 독방까지 배정됐다.

오필리아의 추천은 상당히 강력한 것이었다. 그녀는 대사제에 근접한 고위 성직자였다.

독방으로 안내된 레나는 감격해서 짐을 정돈하지도 못하고 문 앞을 서성이며 볼을 꼬집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침대에 걸터앉아 얼떨떨한 정신을 가다듬었다.

수도사님 말로는 가장 마지막 학년이 되어서야 독방을 쓸 수 있게 해준다던데…

오필리아 사제는 레나가 의식까지 확실하게 치를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특혜를 요청했다.

물론 방은 좁았다.

투박한 침대와 작은 책상이 비좁은 방에 간신히 들어와 가득 메웠다.

하지만 여럿이서 공동생활하는 것과는 비교하기 힘든 혜택이었다.

레나는 이 모든 은혜에 감사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레오는 잘 지내고 있겠지?’

겨울이니 레오는 열심히 사냥하고 있겠지.

‘레오가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레나의 기도는 추천해주신 오필리아 사제님, 마을 사람들과 레슬리 수도사님, 부모님과 레오를 위해 오래도록 이어졌다.

수도교회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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