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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

28화 내면의 정의(1)

청주 게이트 공략후 레온과 안 대통령의 만남은 금방 성사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안동길입니다.”

“반갑소.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요.”

대통령 집무실 앞. 안 대통령은 자신을 만나러 온 레온과 악수하며 그가 생각보다 인상이 좋다는 걸 느꼈다.

‘잘 생겼군.’

겉보기로는 그저 잘생긴 20대 청년 같다. 왕이 된지 얼마 안 되었을까?

“사진 한번 찍으시죠. 자~”

대통령은 기자들이 찍어대는 플래시에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음날 신문의 헤드라인이 훤하다.

‘후후, 좋은 그림이 되겠어.’

안 대통령, 화제의 생존자 레온과 사진. 생존자들과의 유대 공고히.

뭐, 이런 헤드라인이 뜨면서 적당히 띄울 수 있겠지.

대격변 이후로 30년.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게이트와 헌터들의 활약이다.

게이트는 인류사를 통째로 엎어버릴 정도로 끔찍한 참사를 일으켰지만, 반대로 헌터라는 슈퍼스타를 낳았다.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인류를 구하는 영웅의 이미지를 뒤집어쓴 게 헌터들이니 정치인으로서는 가까이 둬서 나쁠 게 없다.

“레온… 폐하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그리하시게. 안 대통령.”

안 대통령과 비서진은 레온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회의까지 열었다.

그는 게이트 너머 왕국의 왕이라 주장했으며 본인이 신들의 대행자라고까지 말했다.

그런 그의 주장을 그대로 들어주어야 할지, 아니면 평범한 생존자나 국민처럼 대해야 할지 말이다.

하지만 결국 레온을 영국 여왕 비스무리한 것으로 대하기로 했다. 레온에게 힘이 없으면 모를까 그는 초력의 강자다.

S급 헌터 이상의 무력을 선보인 초인에게 굳이 호칭 같은 것으로 밉보일 필요는 없겠지.

“먼저 식사부터 하시지요. 레온 폐하를 위해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좋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이대로 식사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면 정치적인 목적은 달성이다.

그렇게 만찬장으로 향하며 기자들이 따라나서는 길. 레온이 멈춰 섰다.

“무례하군.”

“음?”

레온의 돌발행동에 대통령과 비서들, 기자들까지 멈춰 선다. 다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하자 레온이 대통령에게 물었다.

“안 대통령. 저들은 대체 누구요?”

기자들을 가리키는 레온의 손가락에 안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기자들… 이지요?”

“식사를 시중드는 시종들이 아니란 거군.”

“시종?”

갑자기 웬 시대착오적인 소리란 말인가. 안 대통령이 무어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무엄하다! 왕들의 연회에 어찌 평민들이 흙발로 들어오느냐! 왕은 평민과 겸상하지 않는 법이다!”

“”…………!!!!””

기자들은 물론 비서진과 안 대통령까지 숨을 삼켰다.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21세기에 저게 뭔 소리야?

“레, 레온 폐하. 잠깐──”

“물럿거라! 평민의 분수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아, 아니?!”

이 양반이 진짜 왜 이래? 누구 정치생명 죽일 일 있나?!

안 대통령은 다음날 뉴스 헤드라인이 떠올랐다.

「권위주의적인 생존자의 충격 폭언. 대통령과 만찬식사 즐겨──」

이미지 손실과 지지율 하락이 눈에 보인다! 안 대통령은 서둘러 수습했다.

“하하하, 레온 폐하께서는 아직 기자들의 눈이 낯선 모양이다. 이게 다 어쩔 수 없는 문화차이 아니겠습니까? 최근 제가 적극 지지하는 다문화주의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도 이해를 해줘야──”

안 대통령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이 폭언을 해프닝으로 넘겼다. 그렇게 자리한 만찬장에는 극소수의 인물들만이 남을 수 있었다.

그래도 기자 한 명은 남길 수 있었던 게 그나마 선방한 셈이다.

‘후, 그나마 다행이군. 여당 지지 언론사라서.’

안 대통령이 안도의 한숨을 끝마치기도 전에 레온의 폭탄 발언이 이어졌다.

“시끄러운 쥐새끼들이 없으니 그나마 낫군.”

‘제발 좀!’

혹시 야당의 지령을 받고 날 차별주의자로 만들어 추락시킬 셈인가? 아무리 그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평민이 뭔가 평민이.

안 대통령은 애써 이야기의 방향을 전환했다.

“레온 폐하. 한국 생활은 어떠십니까?”

“대통령의 배려에 편안히 지내고 있소. 그나저나 대통령.”

“예?”

“어찌 왕이 왕에게 존대를 하시오. 말씀 편하게 하시오.”

“아, 아닙니다. 저는 이게 편합니다.”

‘왕 아니라니깐!’

“흐음… 그것 참.”

기자들에겐 평민이니 뭐니 지껄인 주제에 자기에게는 유난히 호의적이다.

안 대통령은 이 남자가 정말로 대통령이란 직위를 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

대통령은 만찬을 하며 최대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 했고, 그런 시도를 레온도 당연히 이해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내게 얻고 싶은 게 있군.’

그것이 무엇일지는 이해하기 쉽다. 사실 지금까지 자신의 행보를 볼 때, 대통령이 바라는 게 그리 많지는 않을 테니까.

최근 스캔들이 터졌다는 기사도 읽었으니 대충 좋은 이미지와 제 치적 세우기용이리라.

안 대통령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레온은 한 나라의 국왕이었다. 악마들에게 세계가 멸하기까지 70년을 왕국을 통치하고, 300년을 산 노괴다.

무력의 비중이 높은 사자심왕이라지만, 말 안 듣는 제국과 이종족들을 다룬 궁정정치의 달인에게 안 대통령은 젊은 애송이었다.

“그나저나 폐하. 식사는 어떠셨습니까?”

“나쁘지 않았소. 이 나라의 식문화는 수준이 높은 것 같군.”

“하하, 식사가 마음에 드셔서 다행입니다.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셨습니까?”

“흠…….”

레온도 일단은 지구인이었다. 한국인이었고, 무엇이 그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지 알았다.

‘그래서 기자를 한 명 남겨뒀지.’

부러 대통령의 정당에 호의적인 언론사 기자를 골랐다. 그는 최대한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갈 테지.

레온은 씨익 웃으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비빔밥이라는 것이 참 마음에 드오.”

“오오, 비빔밥 말입니까?”

플래시를 끈 기자의 카메라 셔터가 울렸다.

“이 비빔밥이라는 음식. 참으로 오묘하오. 뭇 야채들의 색이 조화롭고 아름답군. 이처럼 조화로운 음식을 생각해낸 것은 그대 조상들이 이치를 알고 현명한 자들이기 때문이겠지.”

‘오오… 그거야!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라고!’

아주 좋다. 좋은 반응이다 못해 한동안 윱튜브를 달굴 발언이었다.

[이계의 사자심왕. K-비빔밥 극찬해.]

[일본이 놀라고 중국이 경악하며 미국이 부러워했다! 이세계 왕족도 극찬한 K-푸드의 정체는?]

[전세계가 벌벌 떨고 일본이 부러워하는 놀라운 ‘이것’. 이세계 국왕폐하의 반응은?]

후후, 아주 좋다. 국격상승은 둘째치고 국뽕 치사량과 그로 인해 언급될 대통령의 이름을 생각하면 아주 좋은 멘트였다. 어쩜 시키지도 않아도 이렇게 예쁜 발언을?

“마치 만신전의 신들과 라이온하트 왕국과 같소.”

“으음?”

“짐의 왕국은 신성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중시하지. 이 비빔밥처럼 말이오. 마치 한데 얽혀 서로를 빛내주는 것처럼.”

“그… 렇군요?”

이 말이 나온 이상 안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그 신성과 레온의 왕국에 대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 라이온하트 왕국은 어떤 나라였습니까?”

“명예를 중시하고 신민을 아끼며, 신성을 존경하는 그러한 왕국이었소. 그렇기에 안타깝군.”

“무엇이… 말입니까?”

“이 나라의 백성들 말이오. 내 짧지만 그들의 삶을 둘러보았소. 병에 걸리고 나약하고 안타까이 스러져가는 이들이 너무나 많더군.”

“후… 다 제가 부족한 탓이지요.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오. ‘병에 걸린다’는 게 문제요.”

“???”

기자의 카메라가 레온을 향했다. 자연스럽게 레온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데메라 여신께서 축복하신 작물을 먹는다면 평생 병 따위에 걸릴 일은 없소. 암이라고 했던가? 그런 병 따위를 치료하지 못해 사람이 죽는다니… 솔직히 충격이었소.”

뭐지? 안 대통령의 뇌리가 싸해졌다. 이 새끼 설마 광고하나?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상대는 중세 문명에서 온 왕족이다. 현대 문명의 광고기법 같은 걸 알 리가?

그 뒤로도 레온은 한국의 문화를 치켜세우면서도 은근히 만신전과 신들의 기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모두가 근거가 있었는데, 실제로 축복받은 벼와 정화된 나주평야라는 실례가 있기 때문이다. 마인들이 최근 잡혀들어가 떠들썩한 것도 한몫 했다.

덕분에 대통령과 레온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만신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해졌다.

“식사 즐거웠소. 안 대통령, 산책이나 하며 담소나 나누지 않겠소?”

“그, 그러지요.”

두 사람은 자리에 일어서서 산책길을 걸었다. 기자가 따라붙긴 했지만, 멀리서 사진만 찍는 나름 프라이빗한 시간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남자의 진심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군.’

“그나저나 안 대통령.”

“무엇입니까, 레온 폐하.”

“내 그대들의 정치체계와 문화를 최대한 이해해보려 했소.”

“그거 참 다행인 일입니다. 뭇 생존자들은 지구 문명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거 참 무지한 자들이지. 나는 그런 이들과 다르오. 하지만 말일세.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소.”

“그게… 무엇인지요?”

안 대통령은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이 남자가 하려는 말이 기이할 정도로 신경이 쓰였던 탓이다.

“민주주의라고 했나. 그대는 신민들의 투표라는 행위로 뽑혔다 들었네. 이 나라 국민의 49%가 그대를 지지했다지.”

“하하, 국민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바로 그것이 문제요.”

“예?”

레온은 오연한 태도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신이 선택한 성배의 수호자이자 명예로운 기사인 내가, 비루한 천것들과 똑같은 한 표를 가진다라… 이것이 당최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니, 그야 당연히 민주주의에서는…….”

“짐은 민주주의라는 체제 자체가 비효율적인 제도라 말하고 있는 것일세.”

대통령은 당황스러웠다. 이 야만인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천것들은 둘째치고 평민들의 의무는 땀 흘려 일하고 기사와 귀족들을 보필하는 걸세. 악의 유혹에 쉬이 넘어가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원하고 가진 것에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민주주의 부정.

자본주의 부정.

레온은 현대 지구 정치체제의 결론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며 말했다.

“내 대통령을 위해 충고하지. 진정 행복한 국가는 신들의 선택을 받은 왕이 철권통치하는 완벽한 국가요. 정치도 모르는 평민들이 어찌 왕을 뽑는단 말인가?”

믿기지 않는 그의 발언에 허둥지둥 답변했다.

“미, 민주주의를 부정하시는 겁니까?”

그에 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리석고 우매한 법이라곤 하나 한 나라의 적법한 절차를 걸쳐 형성된 법을 어찌 마냥 부정하겠소.”

후우, 안 대통령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내 충격적인 발언이 그를 강타했다.

“하여 짐이 직접 선거에 나가볼까 하오.”

“예?”

“버러지들의 표까지 받아야하는 것이 불쾌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따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물론 짐이 대통령이란 것이 되면 이 우매한 법을 다 뜯어고쳐야겠지만.”

지금… 민주주의를 폐기하겠다는 건가? 안 대통령은 다시금 심작박동수가 올라갔다.

“폐하! 국가란 곧 국민입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땀으로 세운 것입니다!”

그 말에 레온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오연하게 선언한다.

“짐이 곧 국가요. 결코 그 반대가 있을 순 없지.”

“……!!”

안 대통령은 레온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토록 다를 수 있나. 이토록 오연하고 오만할 수 있나.

안 대통령은 스스로가 정의롭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적당히 부패했고, 적당히 국민을 무시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었다.

‘내가 개새끼지만 이 새끼보다 개새끼는 아니다!’

그의 혈통에 잠재된 독립투사의 혼, 민주투사의 혼이 불사라졌다. 그의 남은 임기 내에 목표가 명확해졌다.

‘아버지, 할아버지 보고 계십니까? 이, 이 끔찍한 권위주의자가 정치하는 꼴 만큼은 제가 반드시 막겠습니다!’

대통령 안동길.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정의가 불타올랐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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