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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0

#280

기술 혁명 (2)

“면담을 청하셨다 들었습니다.”

아제리온 황실 병원 병원장실.

그 방의 주인이 언제나처럼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마주 앉은 헤스페론이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 눈의 의안 말입니다만···.”

그는 입을 열며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눈가의 안대를 쓰다듬었다.

라일리 습격 사건 당일 안구를 잃은 후, 그의 오른쪽 눈구멍에는 병원에서 임의로 심은 의안이 자리하게 되었다.

텅 빈 안와를 그냥 내버려 뒀다간 얼굴의 좌우 균형이 무너질 수 있어 취한 조치였으나, 황실 병원에서 준비한 의안인 만큼 그것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최고급품이었다.

핵으로 마정석이 사용되어 건강과 관련된 온갖 이로운 효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마도구라 할 수 있었는데—.

“이걸 교체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랬기에 병원장은 헤스페론이 내보이는 유백색의 원구를 보고 보일 듯 말 듯 작게 눈가를 찌푸렸다.

평범한 성인의 눈알 크기인 유백색의 매끄러운 구슬.

다방면에 식견이 높은 그로서도 도대체 재질이 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범해 보이긴 했지만, 딱히 거기서 뭔가 특별한 힘이 느껴지진 않았다.

‘마법진이 새겨진 것도 아니고 주술이 걸린 물품도 아니다. 애초에 안에 마정석 자체가 없군.’

그냥 딱 잘라 말해 장식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건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병원장은 다시 시선을 환자에게로 돌렸다.

어쨌든 그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야할 의무가 있었으니.

“지금 인공 안구의 배양이 거의 끝나가는 참입니다. 물론 헤스페론 님의 경우 그걸로 시야가 돌아오진 않겠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이전과 완벽히 똑같아 보이게 할 순 있겠지요.”

동공의 움직임은 물론 초점 조절 같은 것들까지.

병원장은 그렇게 되면 더는 안대를 낄 필요도 없어질 거라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의안을 교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만, 어차피 조만간 그 대신 인공 안구를 이식할 예정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헤스페론은 그 말에도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있었다.

“예,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의 의사가 확고한 듯 보이자 병원장도 더는 별말 하지 않고 수긍했다.

어차피 이런 사소한 문제는 진료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니 웬만하면 환자의 의사에 따라주려는 듯이.

‘나중에 인공 안구 이식을 거부한다면 또 다른 반응이겠지만.’

괜한 헛수고를 하게 해서 미안하긴 했으나, 어차피 그래봐야 시력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라고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 눈이니만큼 최대한 효율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간단한 시술을 거쳐 의안을 교체한 직후.

아무렇지 않게 병원 내부의 개인실로 돌아온 헤스페론은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생각대로네. 역시 지금 상태로는 대마법사도 못 알아보는구나.’

그의 오른쪽 눈구멍에 자리한 유백색의 구체.

병원장조차 간파하지 못한 그것의 정체는 율령자에게서 빼앗은 의안, 통칭 ‘캘리카스의 기계안’이었다.

차원을 넘어오면서 모든 신비와 기능이 정지된 탓에 지금은 내부를 뜯어보지 않는 한 그저 특이한 재질의 구슬로 보일 뿐이었지만.

‘괜히 비밀로 하겠답시고 지구로 갔다 오니 뭐니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지.’

어차피 시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이후 그걸 어떻게 구동하느냐였다.

지금 상태로는 단순히 지구에서밖에 쓸 수 없는 반쪽짜리가 될 뿐이었으니.

‘그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분해해서 하워드의 양분으로 삼는 게 낫지. 가장 베스트는 실사용 데이터 수집은 물론 정기적인 점검과 분석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것에 가장 최적인 대상이 바로 헤스페론이었다.

당장 눈 한 짝이 없는 처지이기도 했거니와···.

“후우, 그럼··· 시작해 볼까.”

그에겐 그런 차원의 제한마저 우회할 수 있는 비책이 있었으니까.

깊게 심호흡한 헤스페론이 눈을 감고 오른쪽 의안에 신경을 집중했다.

“······.”

한 세계의 마도구는 다른 세계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은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이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는 또 다른 대전제가 있지 않던가?

각성자라는 존재는 그러한 차원의 법칙에서조차 예외라는 항목이.

‘그렇다면.’

그 마도구와 각성자를 아예 하나로 묶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사용자와 도구라는 관계를 넘어서 온전히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는 불가능하겠지만.’

그에겐 그걸 가능하게 해 줄 능력이 있었다.

곧이어 그 능력, 「맹약의 사슬」이 발동하며 작동을 정지한 의안과 교감을 시작했다.

———!

눈가에서 시작돼 뇌까지 치닫는 날카로운 통증.

여태까지 있었던 것 이상의 극렬한 저항이 느껴졌다.

오른팔의 봉인구 때도 체감한 것이었지만, 역시 대상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난이도가 상승하는 것인지 초입 단계에서부터 빡빡하기 그지없었다.

하물며 지금 이 의안은 완전히 활동이 정지한 상태이지 않던가?

당연히 교감을 나누는 게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야 이미 예상했어.’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하워드의 「기술 혁명」이었다.

타 차원의 물품을 구성하는 체계에 개입해 그 일부를 수정할 수 있는 능력.

‘각 차원의 법칙이 달라서 문제라면, 그 부분이 호환되도록 따로 손을 쓰면 되지!’

내부 구조를 재조정해 원래라면 쓸 수 없어야 할 기능을 일부나마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물론 당장은 능력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온전한 재기동 같은 건 어림도 없었지만···.

아주 작은 부분, 예를 들어—.

완전히 침묵 중인 기능에 살짝 숨을 불어넣어 주는 것 정도는 지금도 할 수 있었다.

지이잉—

미리 설정해 둔 조건이 충족되며 눈가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밖으로는 조금의 소음도 새지 않는, 오직 두개골을 통해 본인에게만 느껴지는 미세한 구동음.

‘됐다.’

그 찰나의 순간.

빠르게 내부로 침투한 「맹약의 사슬」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 이쪽으로 와라.’

조우, 협상, 조율, 타협, 강압, 통제···.

거기에 이어 대상을 완전히 휘어잡고 서로를 하나로 묶는 과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그 일련의 과정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새카맣던 우측 시야에 수많은 녹색 기호들이 떠오르며 순식간에 위로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 자리한 한 문장.

<시스템 재기동.>

“···성공이다.”

그 문구를 멍하니 바라보던 헤스페론이 다시 거울을 돌아보았다.

단순한 유백색이었던 의안의 매끈한 표면에 온갖 기호의 나열이 빠르게 지나갔다.

막 부팅되기 시작한 컴퓨터처럼.

그로부터 불과 몇 초 후.

<시스템 온라인.>

<시각 보조 기능 가동.>

<입체 증강 기능 가동.>

<사물 투시 기능 가동.>

<체온 감지 기능 가동.>

<······>

<새로운 사용자, 헤스페론 님을 환영합니다!>

반쪽뿐이던 시야가 한순간에 탁 트이며 사방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개체가 새로운 신체를 이식했습니다. 스킬「기계안 : 캘리카스」을 획득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한스에게 영체가 뜯겨나가 시력을 잃은 율령자와, 눈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힘을 얻은 헤스페론은 상당히 유사한 처지였다.

단순히 외상이 문제가 아니라 좀 더 영적인 이유로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었다는 점에서.

그런 면에서 이 특별한 의안은 그것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이었다.

애초에 이것의 원리는 시신경을 통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에 찍힌 화면을 직접 뇌로 투사해 머릿속으로 상을 그리는 방식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니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단순히 두 눈이 멀쩡했을 때처럼 시야 범위가 회복된 정도가 아니었다.

초점에 따른 시야각은 물론이고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구동 범위까지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엇? 이거 투시도 되잖아?’

심지어 안구만 돌려 자기 머리를 뚫고 등 뒤도 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셈.

때로는 현미경이 되며, 때로는 망원경이 되는 시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타조의 시력이 25라고 하던데. 그게 이런 느낌이려나?’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린 헤스페론이 거울을 바라보았다.

작동이 정지되었을 때의 구슬 같던 매끈한 표면은 온데간데없었고, 어느새 나타난 신비로운 눈동자가 의안의 중심부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홍채 주변을 감싼 푸른빛의 테두리와 그 내부에 가득 차 발광하는 기하학적인 문양들.

“···멋지군.”

사감 하나 없는 백 퍼센트 객관적인 감상이었다.

이런 멋들어진 사이보그의 눈이라니, 남자라면 참을 수 없는 로망이 아닌가!

마지막까지 이것저것 아낌없이 챙겨준 율령자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샘솟을 정도였다.

<미확인 업데이트가 감지되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본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추가 내역 확인.>

그는 이내 슬쩍 눈길을 돌려 우측 시야 한 편에 떠오른 문장을 바라보았다.

「맹약의 사슬」에는 단순히 동기화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강화하는 추가 효과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들을 업데이트로 인식하는 모양.

다만, 그것 때문인지 조금 신경 쓰이는 것도 있었는데···.

<위치 정보 확인··· 실패.>

<위성 접속 시행··· 실패.>

<통신 회복 시도··· 실패.>

<······>

‘거 쓸데없는 짓을. 됐어, 그만해.’

<비상사태 대응 시퀀스 종료. 통상 모드로 전환.>

원래라면 적당히 수동적이었을 의안의 보조 인격, AI 성능도 함께 올라간 것이었다.

물론 「맹약의 사슬」로 확실하게 종속되어 있었으니 별 상관없기야 하겠지만.

‘오른팔에 깃든 흑염룡과 안구에 깃든 AI라니. 뭔가 복잡한 기분인데.’

그래도 AI···, 출신 차원의 이름을 딴 애칭 ‘캘리’는 「갈망의 오른팔」처럼 자기 마음대로 날뛰진 않을 테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좋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한 번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은데.”

새로운 능력을 가졌으면 직접 사용해 봐야 하는 게 인지상정.

헤스페론은 곧바로 개인 병실 밖으로 나가려다 잠시 멈칫하고는···.

‘음, 일단은 숨기는 게 좋겠지. 괜한 관심을 끌 수 있으니.’

짧은 고민 끝에 다시 자신의 오른쪽 눈가에 검은 안대를 덧씌웠다.

물론 그리 해도 눈꺼풀과 안대 정도는 쉽게 투시가 가능했기에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자, 그럼 가 볼까! 일단 산책로부터 쭉 돌고 나서···.”

그렇게 전보다 한층 진화한 New헤스페론이 위풍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

“음?”

오늘도 서류 업무에 이어 병실 순회를 마친 병원장이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무심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시선에 들어온 한 사람 때문에.

잠시 그대로 있던 그의 고개가 자기도 모르게 슬슬 옆으로 기울어졌다.

라일리 황녀가 특별히 부탁한 인물.

헤스페론이라는 사내가 산책로 인근에서 뭔가 수상한 거동을 보이고 있었다.

먼 곳을 보는 듯 멍하니 있다가 화단을 내려다보며 집중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돌리다가, 옆에 있는 화장실 벽을 보고는 기분 나쁘다는 듯 험악하게 인상을 구겼으며.

결국 하나뿐인 눈을 질끈 감았다가도 이내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흐음.”

역시 지금까지 내보인 적 없는 독특한 행동 양식이었다.

그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병원장이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뭔지 모를 의안을 들고 와서 기존 의안과 교체하고 싶다고 했었지.

그 직후에 저러는 모습을 보이니 혹시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군. 이번에 입원하게 된 이유가 과거 영구적 장애를 남겼던 가해자 때문이었으니. 그래도 그간 양호한 모습을 보여 다소 안심하고 있었건만.’

하물며 그는 저주의 영향도 계속해서 받는 상태이지 않던가.

오히려 여태까지 멀쩡해 보였던 게 신기한 거였다.

‘내일은 심리 상담도 준비해야겠군. 그러고 보니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절충할 방법을 생각··· 음?’

그렇게 병원장이 손에 든 차트에 정신없이 뭔가를 써 내려가던 중.

흘깃 헤스페론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다시 멈칫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도 검은 안대에 덮여있는 그의 오른쪽 눈가였다.

“···이상하군.”

그리곤 저도 모르게 한 마디 툭 내뱉었다.

그러나 다시 보니 딱히 이상한 부분이랄 게 없었다.

그래서 그게 더 이상했다.

‘마력의 흐름도 잠잠하고···.’

직감은 뭔가 위화감을 품고 있는데, 이성으로는 딱히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기분 탓인가.’

그 고민은 한창 기행을 벌이던 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살짝 인상을 찌푸린 병원장은 이내 짧은 한숨과 함께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애매한 문제로 계속 시간을 허비하기엔 그는 너무나도 바빴으니.

한편, 그 고민의 당사자인 헤스페론은.

의안의 성능 테스트를 겸한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개인 병실로 돌아오자마자 AI 캘리에게 첫 번째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명령을 이행합니다. 이후 위험 요소가 발견되거나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의복 투시를 차단합니다. 또한 투시 경로에 오물이 있을 시 자동으로 필터링합니다.>

“흠흠.”

누가 뭐래도 그는 어엿한 신사였으니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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