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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1

#281

기술 혁명 (3)

왠지 모르게 무거운 공기가 감도는 커다란 실내.

그 넓은 벽면 곳곳에 웅장한 그림이 여럿 걸려있었다.

바닥에 엎드려 경배하는 피조물들과 하늘에서 그들을 굽어보는 존재.

폭풍과 해일을 피해 도망치는 이들과 거대한 파도 위에서 그것을 보며 대소를 터트리는 거인.

빛에 휩싸인 채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병자를 끌어안는 여인 등···.

기법도 양식도 제각각이었지만 그 그림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하나같이 동일했다.

바로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

딸깍—

그런 경건함마저 풍기는 공간 속에서,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마우스 클릭 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흑마법사 하회탈.”

이내 나직한 여성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전시된 그림들을 지나야 도달할 수 있는 집무실 한편, 그곳에 마련된 컴퓨터 모니터에 온갖 자료 사진들이 떠올랐다.

CCTV를 캡처한 것들부터 시작해 일본에서 찍힌 거대한 본 드래곤, 마지막으로 어느 상하이 빌딩의 난장판이 된 실내까지.

“뱀파이어 하인즈.”

다시 한번 딸깍이는 마우스 소리가 울리고 화면에는 또 다른 이의 행적이 주르륵 튀어나왔다.

혈맹과의 마찰부터 팬텀이라는 이름으로 치안 활동에 이르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정체불명의 성기사.”

다음으로 떠오른 자료들은 앞선 이들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내용은 전부 오직 한 사건에 관한 것뿐.

대형 병원 테러에서 있었던 기적과도 같은 일에 대해서가 전부였다.

“고작 반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한 나라에서 새로 등장한 특급 경계 대상자가 셋. 심지어 그들의 행적을 파악하는 것도 모두 실패했다고···.”

나른하게 말을 잇는 여성의 목소리에 어우러진 마우스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떠오르는 자료들이 빠르게 넘어갔다.

한국 귀환자 협회장, 서울 남부 지부장 윤지윤, 이능관리국의 비밀 요원 등···.

그간 파악된 한국 국적 경계 대상의 목록을 모두 확인한 그녀가 마침내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죽어도 싸군.”

한 치의 동정조차 깃들지 않은 냉담한 어투였다.

역시 아무리 확인해 봐도 결론은 무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일단, 하려고 했던 건 마무리해야겠지. 이쪽과 관계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

모니터 화면에 한 번 지나쳤던 자료가 다시 출력되었다.

목격자가 직접 그린 것은 물론 그 외 다수의 목격자들이 동조했다는 갑옷 몽타주.

잠시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가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났다.

‘같은 뜻을 품은 동지가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지. 그 존재가 유능하다면 더더욱.’

잿빛 머리칼을 지닌 여인, 서기관의 입에 기묘한 미소가 어렸다.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같은 시각.

미국에서 파견된 판테온 총본부의 조사단이 한국에 도착했다.

***

“이걸··· 이렇게 하면···!”

아우테리카 시간으로 약 10일간 지구 유학을 다녀온 하워드.

그는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작업실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곧바로 「기술 혁명」으로 얻은 새로운 지식을 이 세계에 접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필요한 기술의 원리는 이미 전부 파악했다.

어찌해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그 결론에 다다르기 위한 중간 과정뿐.

물론 지금으로선 「기계안 : 캘리카스」 수준의 기술까지 재현할 순 없었다.

당연하지만 아무리 드워프라 해도 그 정도 수준의 첨단 기술을 그저 며칠 만에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었으니.

‘사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직접 사용해 보는 걸 테지만···.’

그러나 겨우 시간 조금 줄이자고 멀쩡한 눈을 뽑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

객관적인 스펙 자체는 떨어질지 몰라도 제작과 관련한 면에서는 드워프의 눈이 훨씬 더 뛰어나기도 했고.

사실 그것 때문에 의안을 곧바로 헤스페론에게 넘긴 것이기도 했다.

‘대충 개념 정도는 파악했으니 나머진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실사용 데이터까지 추가된다면 그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지.’

태생적으로 가진 천부적인 자질과 온갖 성장 보정, 거기에 귀하디귀한 ‘성장의 비약’의 효과를 항상 달고 사는 하워드였다.

평범한 인간의 기준에서 보자면 천재라 불러도 부족할 수준의 불합리함 그 자체.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세계의 변혁을 이끄는 것은 항상 극소수 천재의 몫이었다.

“···됐다.”

공방에 칩거하다시피 하며 작업에 매진한 지 며칠.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작은 금속 건틀릿 하나를 보며 감격에 젖었다.

은빛의 매끈한 표면과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근미래적 외관이 화로의 불빛을 받고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후우, 그럼 어디.”

잠시 홀린 듯 그것을 바라보던 하워드는 이내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자신의 왼손에 착용했다.

시험 삼아 처음부터 자기 팔에 딱 맞는 사이즈로 제작했기에 건틀릿은 손끝부터 팔꿈치까지 빈틈없이 조여들었다.

‘착용감도 나쁘지 않고.’

하워드는 그 상태로 공방 구석의 실험 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제품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 놓은 다양한 재질의 금속판들이 단단히 고정된 채 늘어서 있었다.

‘일단 처음이니까 가볍게 가 볼까.’

재질은 강철, 두께는 한 뼘 정도로···.

테스트 준비를 마친 그가 가벼운 심호흡과 함께 왼손을 움켜쥐었다.

끼긱

치이이익—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분사구를 통해 사출되는 압축 에너지.

그와 동시에 손목 안쪽에 부착된 마정석이 발광하며 거기에서 뻗어간 빛의 실선이 기판의 회로처럼 건틀릿 전체를 뒤덮었다.

‘바로 간다!’

하워드는 싸움 한 번 해본 적 없는 순도 백 퍼센트 장인이었지만, 모두의 경험을 공유하는 아바타에게 그런 사소한 것 따윈 문제도 아니었다.

작고 옹골찬 난쟁이의 육체가 완벽한 자세로 진각을 밟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탄력 있는 허리와 어깨의 회전을 거쳐 주먹으로 전달되었다.

“으랏차차!”

푸화악—!

주먹이 내뻗어지는 순간, 마치 로켓처럼 팔꿈치 쪽에서 분사되는 에너지의 격류—.

그 직후.

꽈아아앙—!

공방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거센 돌풍이 작업실 내부를 휩쓸었다.

“쿨럭! 쿨럭!”

흩날리는 먼지에 기침을 터트린 하워드가 슬그머니 미간을 찌푸렸다.

‘어, 이거 좀 과한 것 같기도···?’

두말하면 잔소리.

한껏 들떠서 신나게 급발진하던 그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미 늦었지만.

쾅!

“뭐야? 누구냐! 습격이냐? 하워드! 괜찮냐? 하워드!”

후다닥 달려오는 소리에 이어 공방 문을 박차고 들어온 자오닉이 큼직한 망치를 들고 사방으로 눈을 부라렸다.

그런 그의 경계는 사방에 흩날리는 먼지의 저편에서 하워드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

“···음, 이거 참. 허허헛!”

두 발로 단단히 지면을 지탱하고 한 팔을 앞으로 뻗은, 교범에 나올 법한 완벽한 자세로 주먹을 내지른 하워드가 민망한 웃음을 터트렸다.

한 뼘 두께의 강철판을 완전히 관통해 틀어박힌 왼팔을 빼내려고 이리저리 용쓰면서.

‘···안 빠지네. 실전에서도 이러면 큰일인데, 이거 문제구만. 역방향 사출도 필요하겠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하는 공방 경비들의 분주한 발소리 속.

하워드는 애써 딴생각을 이어가며 서서히 표정을 찡그리는 자오닉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지극히 평범하고 순조로운 개발 현장이었다.

***

하워드의 지구 유학과 기술 개발이 이어지는 동안 아우테리카의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대륙의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초대형 사건— 교황의 장례식도 무사히 끝마쳤고, 그 뒤를 이은 비공식 3차 대륙 정상 회의도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회담이라 해봐야 뻔한 이야기들밖에 없었지만.”

푹신한 의자에 몸을 파묻은 하인즈 2세가 지그시 눈을 감으며 상념에 잠겼다.

물론 그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저 탈리아 왕국의 대리인으로서 브라이트 공작을 파견했을 뿐.

아무리 최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나, 뱀파이어의 왕인 그가 교황의 장례식에 몸소 나서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은가?

‘한창 이리저리 바쁜 와중이기도 했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우테리카와 지구를 동시에 신경 써야 했던 그였다.

요즘에야 이런저런 이유로 하인즈까지 지구로 갈 여력이 없어 자연스럽게 팬텀 활동이 휴업 상태가 되었다지만···.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한가한 건 아니지.’

아무리 유능한 선원들에게 대부분의 일거리를 떠맡긴다 해도 선장이 되어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는 법이었다.

최근 오바이포까지 흡수하며 흡혈왕의 자리에 오른 이래, 국가뿐만이 아니라 종족의 운명 자체가 그에게 달린 셈이 되었으니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는 업무량이야 오죽할까?

아마 흡혈왕 업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얻은 관리 계통 특전, 「군주의 권세」가 없었으면 아예 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특전 덕분에 대부분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물론 모든 일들이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오래 걸리고 있는 실종자 수색, 부통령 케일라 맥클레어의 아들에 관한 일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오바이포의 뱀파이어들을 전수 조사하며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지체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에 합당한 이유는 있었다.

‘설마 그 일에 혁명가 놈이 직접 개입했었을 줄이야.’

끈질긴 추적 끝에 도달한 존재.

하필 이제는 죽고 없는 역천의 서약의 리더, 혁명가가 그 마지막에 있었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놈이군.’

당연하지만 아무리 대륙의 정보 조직들을 한 손에 넣고 주무르는 그라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추적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놈은 그 한스조차 행적을 쫓는 데 애먹었던 상대인데, 무려 20여 년 전의 움직임을 쫓는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찝찝하긴 해도 결국 어떤 의식의 제물로 희생되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그래도 일단 계속 추적해 보긴 하겠다만. 내가 직접 원수를 갚아 주기도 했으니 케일라에게 할 말은 있겠군.’

툴크 왕국에 나타나 타라크를 습격한 거인이 바로 혁명가 본인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가 복수까지 대행하게 된 셈.

이만하면 대충 체면치레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음은.”

그렇게 중얼거리던 하인즈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처음 세웠던 목표인 뱀파이어 일통과 양지화는 이미 모두 완수했다고 봐도 좋았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대로 내버려 둬도 알아서 굴러가겠지.

그렇다면, 이제 하인즈 2세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앞으로 뭘 목표로 삼아야 할까?

‘···이제 슬슬 때가 된 건가.’

그가 아우테리카에서 해야 할 일들은 얼추 끝났다.

그렇다면 다음은 뻔하지 않나!

“지구.”

생각해 보면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타이밍이기도 했다.

번천회는 무려 동아시아 전체를 총괄하는 지부가 날아간 상황이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놈들은 지금쯤 그곳을 향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터.

‘경계 대상인 한스가 한국을 벗어나 제 안방이나 다름없는 중국까지 발을 뻗었다. 놈들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

거기다 의도치 않은 일이었지만, 하회탈의 재등장 이전까지 한창 화제가 되었던 성기사 하인리히도 놈들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율령자의 기억 파편을 통해 북아메리카의 지부장인 서기관이라는 놈과 공조하려는 정황을 파악하지 않았던가.

‘기억 손실이 크지 않았다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텐데.’

아쉽긴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서기관이란 놈이 판테온의 요직에 있다는 걸 미리 안 걸로 만족해야겠지.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건, 놈들의 시선이 한스와 하인리히를 쫓아 동아시아로 쏠리면 다른 쪽은 평소보단 조금이라도 허술해질 거라는 사실이었다.

놈들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왕 갈 거 챙길 수 있는 이득은 되는대로 챙기는 게 좋은 법.

‘그래야 어떤 함정이 있더라도 확실히 깨부술 수 있을 테니.’

조용히 앉아있던 하인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앞을 가로막은 한계를 뛰어넘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조금 위험하다 싶을 때마다 계속 도망만 다닐 수는 없지 않나!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한 하인즈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입술을 핥으며 스스로에게 선언하듯 나직이 속삭였다.

“그럼 가 볼까. 유럽으로.”

지구에서 뱀파이어의 세력이 가장 강성한 땅.

세계 미식의 중심지로.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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