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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4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284화

84장 신호(12)

벨페고르가 만들어낸 시체의 군대.

그들은 속력은 느렸으나 철저하게 앞을 향했다.

벨페고르는 그들의 모습을 즐겁다는 듯 지켜보았다.

“……느리군.”

프론디어 또한, 파르르 떨리는 눈가를 군대에게 향했다.

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대부분은 어기적어기적 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네 발 달린 마물들이 속도가 조금 붙었다.

“녀석들이 아무리 느려도 방벽에는 닿을 것이다.”

벨페고르가 말했다.

이 군대가 방벽에 닿으면, 안 그대로 마물들의 공세에 의해 위태로운 방벽은 확실하게 무너질 것이다.

“그럴 일은 없다.”

프론디어가 말했다. 벨페고르의 눈동자가 그를 훑었다.

“여전히 입만 살았구나. 막아보라 했을 터인데.”

“내가 막을 것이 아니다.”

벨페고르의 눈가가 찌푸려진다.

“……그럼 누가 막는단 말이냐. 제국에서 여기까지는 아주 먼 거리다. 설령 누구 하나라도 온다 한들, 이놈들이 닿는 것이 한참 빠르다. 설령 그전에 만났다 한들 이들 전부를 막아낼 수는 없을 터.”

벨페고르는 말하면서 자신의 추측에 문제가 없나 살폈다. 그러나 틀림없다.

프론디어는 이미 마나가 거의 바닥 났고, 제국에서 여기 만곶까지는 거리가 한참이다. 무엇보다 여기까지의 길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터.

하나 프론디어는 웃는다.

벨페고르의 시선에서는 문제가 없겠으나.

“벨페고르, 네 말에는 세 가지 틀린 점이 있다.”

프론디어의 시선으로는 그야말로 문제투성이다.

“틀린 점이라?”

“첫째로, 이미 말했지만 놈들은 방벽에 닿을 수 없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느냐. 텅 빈 몸인 주제에.”

“물론 마나는 거의 소진되었지. 하나.”

프론디어가 오른손을 든다.

희미하게, 그나마 실낱같은 마나가 그 손에 담긴다.

벨페고르의 눈이 가라앉았다.

“……마나 소진에도 기절하지 않는구나, 역시 네놈은 미쳤다.”

벨페고르는 프론디어에게 다시 피어난 마나의 이유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프론디어는 지난날의 경험을 통해, 마나를 전부 다 쓰고도 기절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거기에 더불어 다소의 ‘편법’으로 마나를 끌어내는 것까지.

“하지만 그깟 좁쌀만 한 마나로 무얼 하겠나. 네놈이 자랑하는 마법진도, 헬하임의 파편으로 만들어지는 직조의 무기도,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벨페고르의 말대로, 그렇게 끌어내는 마나는 너무나 초라하다.

지금까지는 본래 그가 가진 마나에 아주 약간의 보충을 더 했을 뿐이지, 이미 마나가 없는 상태에서 끄집어내는 마나는 대단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래, 이걸로는 마법진도 무기도 만들 수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프론디어는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향하는 지점은 진군하는 시체의 군대가 나아갈 방향, 그보다 한참 앞이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걸 건드릴 수는 있지.”

그가 그렇게 내뱉은 순간.

메노소르포

확장 개방

벨페고르는 저 멀리에서부터 불어오는, 마법의 기운을 느꼈다.

마법진이다.

‘메노소르포’의 마법진이, 저 멀리에서부터 다시금 그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뭣이?”

벨페고르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기이해 잠시 보았다.

프론디어의 마나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아무리 생명력을 억지로 짜낸다 해도 본래 가진 마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터.

그만한 것으로 저 마법진을 만들어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구나! 네놈, 처음부터 작은 마법진을 만들어두고 있었던 거야!”

“정답.”

이건 저번 악마 사건 때 프론디어가 시험했던 트릭 중 하나.

황제의 침소에 미리 설치해 두었던 메노소르포를 넓혔던 그때처럼, 지금도 마법진을 미리 만들어두고서 나중에 펼친 것이다.

“하나 마법진을 만든 것만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저놈들 전부를 상대하는 건 무리일 텐데!”

“그것이 두 번째.”

프론디어가 말했다.

“제국에서 여기까지는, ‘먼 거리’가 아니다.”

계속해서 퍼져 나가는 메노소르포의 마법진.

그리고 그 마법진의 영역에 들어서면서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메노소르포

허공 직조, 물결

공방

프론디어의 공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벨페고르가 그 광경에 말을 잃었다.

“……저건 어디서 튀어나왔나. 저만한 크기의 건물을 내가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고?”

공방의 크기는 지난날의 많은 무구를 집어삼키며 그 크기를 계속해서 부풀려왔다.

메노소르포의 마법진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방은 이미 위용이 가득하다.

프론디어에게 저만한 것을 다시 만들어낼 마나는 없을 터. 분명 마법진과 마찬가지로, 저 건물 또한 미리 만들어둔 것이다.

‘전투와 아무 상관도 없는 마법을 미리 가동해 두고 있었단 말이냐! 이 나를 상대로!’

게다가 그걸 느끼지 못하다니, 인간보다 마나의 영역에 가까운 악마, 그것도 칠죄종인 그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벨페고르, 놀랄 것 없다.”

프론디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담담히 말한다.

“너는 직조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나. 잊어버린 건 아닐 텐데.”

“……직조.”

“그래.”

원래 보이지 않아.

가짜니까.

“이놈!”

벨페고르의 손이 뻗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공방이든 마법진이든, 시전자인 프론디어가 죽으면 전부 사라진다.

마나를 머금은 섬뜩한 정권, 이전에는 그 한 방에 프론디어가 땅에 처박히고 데굴데굴 굴렀다.

‘찰나도 빗나가선 안 된다.’

프론디어의 눈이 빛난다. 그의 양손이 벨페고르에 맞춰 뻗었다.

직조란, 공방에 저장된 사물을 허상으로 복제하는 마법.

마법이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아닌 현상.

검이라면 ‘베는 현상’을.

방패라면 ‘막는 현상’을.

직조(織造)

공방 3번제

등급 – 일반

철제 방패

그의 보이지 않는 방패가 벨페고르의 정권과 맞닿는다.

보이지 않으나 거기에 있는 방패는 벨페고르의 주먹과 맞닿는다.

단 한순간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완전한 타이밍에 구현되는 마법.

꽈아앙!

벨페고르의 주먹을 일순간의 방패가 쳐내고,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크아아악!”

프론디어는 방패가 흡수하지 못한 대미지를 그대로 받아 날아갔다.

그의 패링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을 뿐이다.

방패를 뚫은 벨페고르의 힘은 프론디어의 양팔을 부러뜨렸다.

쿵, 쿠쿵!

그는 또 한 번 땅에 처박고 데굴데굴 굴렀다. 마나가 거의 없는 그의 몸은 그 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찢어놓는 듯했다. 그는 엎어진 채 겨우 숨만 쉬었다.

일격에 몸이 엉망진창이 됐지만 아직 숨이 붙어 있다. 그것만으로 감사할 일이다.

키이이익!!

하나 그가 땅에 떨어진 장소가 좋지 않았다.

벨페고르가 직접 노린 건지, 아니면 운이 나쁜 건지.

그는 시체의 군대 바로 앞에 추락했다.

다시 깨어난 시체들은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증오한다. 당연히 숨이 붙어있는 프론디어는 한순간에 그들 모두의 표적이 됐다.

처벅처벅, 서서히 다가오는 발소리, 비명에 가까운 괴상한 울음들. 그들은 프론디어를 조금씩 에워싼다.

프론디어의 엎드린 눈동자는 그저 가만히,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공방으로 시선을 던진다.

——신호다.

콰앙!

그 순간 프론디어가 드러낸 공방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공방에서는,

팔랑-

작은 물방울 같은 것이, 허공을 유유히 떠다니며 앞으로 나아갔다.

“……?”

시체들은 프론디어를 덮치려다 말고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물방울을 보았다.

그건 너무 작아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어찌 된 연유인지 그들은 그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모든 신경이 거기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던 시체에게 물방울이 닿은 순간.

콰아아아아아아——!!!

물방울은 불꽃을 두른 폭풍이 되었다.

폭풍은 근처 시체를 모두 표적으로 삼아 연쇄하여 나아간다.

프론디어 주변의 더러운 것들이 일시에 거두어지고, 잔인하리만치 깨끗한 공백을 만들어 불꽃 폭풍이 나아간다.

주작오름 – 무간지옥.

어설픈 시체들은 뼈도 못 추리고 전부 불태워져, 그들은 서로가 있기에 오히려 불꽃의 먹잇감이 되어 지상에서 사라진다.

“……!”

그 광경을 눈에 담고 프론디어는 공방의 모습을 확인한다.

문이 열린 공방으로부터, 한 소녀가 ‘선두’로서 발을 내디뎌 등장한다.

노을빛의 머리카락,

푸른 호수를 담은 눈동자.

그저 거기 있는 것만으로 풍경을 만드는 소녀는, 드물게도 그 눈동자에 어마어마한 분노의 색을 부풀려.

“감히.”

처억!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앞으로 나와, 시체의 군대를 앞에 두고 섰다.

“네깟 놈들이 누굴 건드리려느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엘로디의 목소리. 그녀 단신으로서도 시체의 군대에 밀리지 않는 듯 엘로디는 휘황찬란한 색을 발한다. 엘로디가 다룰 수 있는 신력들 하나하나가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니에스!”

벨페고르 또한 그 모습을 확인하여, 긴장한 목소리를 뱉었다.

다섯 신의 사랑을 받는다는 엘로디에 대한 정보는 그도 충분히 들었고, 충분히 주의하고 있었다. 만전인 상태라면 그가 충분히 이길 수 있겠으나, 그는 프론디어의 전력 공격을 몸으로 받아낸 상태.

나태의 특성으로 멀쩡한 듯이 보이지만 이미 상당한 대미지가 쌓여있다.

하나 듣기로 엘로디는 어디까지나 마법사. 지금 반죽음 상태인 프론디어를 생각하면 벨페고르가 근접전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그런데 그의 생각을 끊는 듯.

저 멀리에 있던 프론디어의 나직한 음성이, 너무나 귀가 좋은 벨페고르에게 잔인하리만치 선명히 들렸다.

“오는 것은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그 말에 응답하듯.

저벅

공방에서 하나둘씩, 프론디어의 신호에 응답한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스터, 사이벨, 셀레나, 메이, 아텐. 그들을 시작으로 콘스텔의 학생들이 제국의 문을 넘어 이곳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등장한 오스프리트. 그가 엎어져 있는 프론디어와 벨페고르의 모습을 확인했다.

‘……칠죄의 악마에게 저만한 상처를 입혔단 말인가.’

오스프리트는 프론디어 단신의 무력이 어느 정도까지 도달했는지를 깨닫고, 그 오싹함을 조용히 감추었다.

“프론!”

“프론디어!”

엘로디와 다른 이들이 프론디어의 모습을 보고 놀라 외쳤다.

온몸에 피를 흘리고, 양팔이 부러진 채 엎어져 간신히 호흡한 프론디어.

“……흐읍!”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양팔을 쓸 수 없었으니 오직 허리와 하반신으로 상체를 들어 올렸다.

오래도록 기다린 동료들을 어설프게 맞이할 수는 없었다.

“모두.”

프론디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이곳에 도달한 이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는 자신이 방벽의 인원 배치를 한 것이, 그리고 그것이 제국에서 어떠한 수정과 보완도 없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어느 하나도 잃을 수 없기에 어느 하나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던 배치 상황. 여기 있는 모두가 괴로웠을 것이다.

프론디어는 동료들에게 무리를 강요했다.

그래서.

프론디어는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서, 저도 모르게 말했다.

“다친 데는 없어?”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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