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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4

등불 (1)

기사단장 선은 오랜 시간을 에냐 왕국을 위해 살아왔다.

당시에도 선은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며 많은 기사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사령관 룩시우 앞에서는 애송이일 뿐이었다.

룩시우는 같은 기사의 이름을 가졌어도 격이 다른 인물이었다.

그래, 다른 기사들이 선을 동경하였듯.

‘나 역시 룩시우 경을 동경했다.’

그 정도로 룩시우란 인물은 대단했다.

어쩌면 당시의 브라드 왕보다도 더.

한데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룩시우를 만나게 되었다.

‘사령관님……!’

기사 선과 그 자리의 병력은 기뻐했다.

자신들이 동경했던 분!

지지 않는 무패의 기사!

한데, 웬 영주가 나타났다.

그를 보며 선과 병력들은 실망하고야 말았다.

‘저깟 자가 룩시우 경을 데리고 있었다고?’

‘어이가 없군, 고작 저런 자가 룩시우 경을 품을 수 있다 믿었던 건가?’

‘왕도 아닌 귀족 따위가 말인가?’

한 나라에 살아가는 귀족들의 숫자는 2천이 넘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작 영주 따위가 말했다.

네가 있을 곳은 거기가 아니라고.

한심해 보였다.

끽해야 1천이나 2천의 병력을 운용할 수 있을 법한 영주.

그 영주가 소악마 룩시우를, 인간으로 되돌렸다는 은혜만 믿고 나대는 모습이.

하여 낄낄대며 비웃어 주었다.

‘네깟 놈이 얼마의 군대를 이끌고 오든 변하는 것은 없다.’

에냐는 엄연히 왕국이었다.

지금은 인구수가 적었지만 한 명의 영주에게 흔들릴 정도로 약하지 않다.

그런데 지금.

“…….”

선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에냐 왕국 주변은 칠흑처럼 어둡다. 하여 등불이 밝혀지면 그 어떠한 곳보다 환하게 밝혀진다.

화아아아악-!

화아아아아악-!

화아아아아악-!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 등불이 동시에 수십만 개가 발화된다.

그 등불에서 일어나는 빛이 에냐 왕국 전체를 뒤덮기 시작한다.

둥!

둥!

둥!

둥!

또 뒤쪽에서 진격하는 거대한 대군(大軍)은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나의 문양에는 현수가 속한 고야드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저 나라는 어디지?’

또 고야드 측에 전혀 꿇리지 않는 위엄과 기세를 가진 또 다른 나라 역시 있었다.

작은 세계수가 그려진 문양의 깃발들.

아니, 그보다 선이 더 믿을 수 없는 것.

‘말도 안 된다.’

이러한 경우는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이 정도 대군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왕들뿐이다.

일개 영주가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그것이 맞다.

하지만 현수는 명색이 왕의 후예며 구국의 영웅이다.

더불어 배고픔이 넘쳐 나던 한 나라에 식량이 풍족하게 만든 인물.

또 무수히 많은 연(緣)을 쌓아 성군의 길을 걷는 자.

그렇다, 성군의 길을 걷는 자.

대륙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왕의 면모가, 지금 극히 일부이나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선과 기사들을 더 당황하게 만든 다른 것도 있었다.

“크하아아아악!”

“키헤에에에엑!”

한 곳에 자리 잡고 진격하고 있는 흉측한 모습의 군사들.

그들은 분명 지옥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히이이익…….”

“말도 안 돼, 인간들과 지옥군이 왜 함께 있는 거지?”

너무도 비상식적 광경이다.

어찌 인계의 사람들과 지옥의 존재들이 힘을 합친단 말인가?

곧 거대한 대군의 진격에 당황하고 있던 선에게 현수의 목소리가 꽂힌다.

“참는다고 하였지?”

선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룩시우 경 얼굴을 봐서 참겠다.’고 말했다.

이 순간, 거대한 위압감이 선과 수십만 병력을 휘감는다.

분명 어제, 그들은 혈왕과 자신들의 위압감에 억눌려 입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그를 보았었건만.

[압도]

그러나 지금, 현수에게서 풍기는 위압감.

또 갈색 코트를 두르고 100만 대군을 운용하는 그를 보며 거대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참지 마라, 나 역시 안 참을 생각이다.”

[상태이상 압도에 걸리셨습니다.]

[상태이상 두려움에 걸리셨습니다.]

[상태이상 공포에 걸리셨습니다.]

그들은 100만 대군 앞에서 활시위를 당길 수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 엄청난 위용에 기세가 꺾인 것이다.

비로소 시작된 그들의 공격에 성벽 위의 병사들이 쓸려 나가기 시작한다.

***

“성공이네.”

검공 라이센이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 성공이란, 에냐 왕국군이 지레 겁먹게 만든 것에 있다.

에냐 왕국군은 100만 대군의 위용에 사기가 곤두박질쳤으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하여 빠른 속도로 병력 상당수가 쓸려 나가고 있었다.

재밌는 사실은 고야드와 프라함 왕국 양측 모두 10만씩의 군대만을 보냈다는 것.

실제 운용되는 군대는 20만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적들에게는 100만 대군처럼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 밝혀지는 불빛은 결국 시야에 혼동을 준다, 뛰어난 발상일세.”

이를 계획한 것은 현수다.

그는 가장 어두운 시간을 노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20만이 100만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어떠한 임의적인 힘이 있지 않은 이상.

“대단한 자군…….”

또 그러한 힘을 가진 자를 보는 라이센이 경악한다.

인간 틈에 섞인 지옥군.

비록 그 숫자는 적었으나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기사급들과 견주기에 2만 병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더 인상 깊은 건 지옥의 주인, 아수라가 가진 힘이었다.

그는 환영을 부릴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었다.

그 환영을 통해 20만 대군 뒤에 80만 대군의 환영을 갖다 붙여 진짜 100만 대군처럼 만들었다.

이로 인한 효과는 대단했다.

사기가 꺾인 에냐 왕국군이 약 20%가량 약화되었으니까.

하지만 꼭 좋은 상황만 있는 건 아니다.

“……저것들이 정녕 병사가 맞는지 모르겠군.”

라이센의 말에 현수 역시 동감했다.

에냐 왕국군은 일반 왕국군보다 레벨이 더 높다.

동 레벨 대비 훨씬 높은 방어력과 HP 총량을 가지기도 했다.

현수는 혈왕의 손끝에서 느껴지던 마기를 회상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

현수가 라이센에게 말했다.

“모든 군은 에냐 왕국군을 원거리에서 타격합니다. 프라함과 고야드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겁니다.”

두 국가의 참전 이유 중 하나로는 일부의 명분이 있다.

‘이는 이번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이제 두 번 다시 현수는 그들의 군대를 빌려 올 수 없다.

세계수를 나눠 주겠다는 것.

일전의 영웅으로서의 은혜를 되갚아 받는 것이었으니까.

또 자신의 군대가 아닌, 빌린 것에 불과하기에 최소한의 피해로 끝내야 한다.

“이제 어쩔 텐가?”

“혈왕을 만나야죠.”

라이센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군대를 진입시키지 않고 혈왕을 만나겠다니?

곧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현수를 보며 라이센은 그 뜻을 알아챘다.

‘……혼자서 저길 뚫고 들어가겠다는 건가?’

라이센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만큼 이제 현수 스스로가 자신의 힘을 믿는다는 증거였으니.

라이센이 눈을 감는다.

성벽 위, 성벽 뒤. 그 외의 전방위. 엄청난 대군이 현수를 막을 것이다.

***

“……미친 새끼였군.”

단장 선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성벽 위를 가득 채운 병사들과 기사들의 이목이 현수에게 집중되었다.

현재 어떤 적군도 성벽 위에 올라서지 않은 이때.

갈색 코트를 두르고, 한쪽 어깨에 기다랗고 커다란 대도를 걸친 백작 현수가 나타났다.

선은 눈치챘다.

현수가 그대로 진격하여 혈왕이 있는 곳에 가고자 함을.

비상식적 발상이었다.

직선으로 뚫고 간다 할지라도 5만이 넘는 군대다.

특히나 선은 그가 이미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남다른 힘이 있음을 알 텐데.”

수백 년이 넘는 시간.

에냐 왕국은 더 이상 인간이 태어나지 않았다.

그럼 멸망했어야 함이 맞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살아 있었다.

이윽고 달빛에 비친 그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에냐 왕국군이 마인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랬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마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띠링!

[새로운 종족을 발견하셨습니다.]

[마인은, 마기를 받아들인 반인반마의 존재들입니다.]

[명성 200을 획득합니다.]

[압도 50을 획득합니다.]

또 새로운 종족은 인간과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인간이 사용하던 검술, 마법, 스킬 등 다양한 것이 하향됩니다.]

[기본적인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전투종족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입니다. 반사신경과 공격 수준 등이 일반 인간보다 뛰어납니다.]

[에냐 왕국군의 레벨이 갱신됩니다!]

[혈왕의 단장 선 Lv.528]

단장 선을 비롯, 모든 이들의 레벨이 25 이상 높아졌다.

현수가 상대해야 할 이들이 종전보다 훨씬 강해졌음이다.

선이 비웃음을 흘렸다.

“100만 대군을 거느리고 왔다 한들, 사령관이 죽으면 모든 기세는 꺾이는 법이다.”

선은 끓어오르는 힘에 숨을 뱉어 냈다.

“내 몸속에 강력한 힘이 꿈틀거리는 것을 모르는가?”

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주둥이도 마인화됐냐? 흑염룡 같네.”

흑염룡이 뭐지?

그래, 현수의 시선엔 딱 그렇게 느껴진다.

수십만의 마인화된 군대가 힘을 주체 못 하고 ‘크크큭’대고 있었으니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그때 퀘스트가 발발했다.

띠링!

[히든 퀘스트: 정화]

등급: S

제한: 에냐 왕국과 싸우는 자

보상: 경험치 X3, 정화된 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름.

실패 시 페널티: 정화 실패.

설명: 에냐 왕국의 이들은 악마 그레모리에게 영혼을 판 혈왕(血王)에 의해 마인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치 않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을 죽일 시 마인의 힘이 벗겨지며 정화될 것입니다.

그를 본 현수는 감탄했다.

‘뜻밖의 수확이다…….’

현수는 3주 후 대아틀라스전을 위해 최대한의 병력을 끌어와야 했었다.

그리고 이 마인들은 사망 시 정화되어 인간이 된다.

이 인간이 된 자들은 사실상 갈 곳을 잃게 될 확률이 높다.

갈 곳을 잃은 자들은 어디로 가겠는가?

‘……이 나라가.’

현수가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의 백성이.’

또.

‘이곳의 기사와 병사가.’

나의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어쩌면.

‘선이라는 이가, 악인이 아니라 꽤 좋은 사람…….’

“……갈가리 찢어발겨 개의 먹이로 던져 주마.”

‘아닌가?’

아무튼, 현수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 그들이 바로 본색을 드러낼 줄은 현수도 몰랐다.

‘빠르고, 단단해 보이며, 강해 보인다.’

성벽 위 대군들이 오직 현수에게 달려든다.

“쳐라!”

“죽여라!”

홀로 5만의 군세를 상대하게 된 현수가 입술을 비튼다.

“오히려 좋아.”

한층 더 강인해진 자들 앞에서 오히려 좋다니?

곧 현수가 외쳤다.

“친구야, 도와줘!”

마인들이 황당해했다.

친구야, 도와 달라니?

현수는 일전에 일회용인 ‘친구야, 도와줘’ 스킬을 얻은 적 있다.

이는, 그를 인용한 것이다.

또 뒤늦게 도착한 그의 친우의 이름.

[성녀 아리아의 출현!]

[가장 위대한 선(善)이 세상을 밝힙니다.]

가장 위대한 선(善).

그녀가 성벽 밑에서 신의 날개를 펼쳐 현수의 위로 날아올라 버프를 선사한다.

[악(惡)에 대한 공격력이 70% 상승하며, 방어력이 40% 상승합니다.]

또 한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현수에게 건넨다.

현수가 쌍룡검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그 검을 꽉 쥔다.

꽈아악-

[아레스교의 성물(聖物)입니다.]

[사인검(四寅劍)을 착용하셨습니다.]

[성자의 기운이 흐릅니다.]

[악에 대한 공격력과 방어력이 비상식적으로 상승합니다!]

‘모든 준비는 갖춰졌다. 얼마나 벨 수 있을까?’

오늘 현수는, 모든 악(惡)을 멸할 것이다.


           


Genius Blacksmith’s Game

Genius Blacksmith’s Game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Score 3.7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The last blacksmith and master artisan left in the world. His hands are crippled in a forge fire, rendering him unable to craft any longer. But then, a virtual reality game, Ares, comes knocking on Hyun-soo’s door.

[Unrepairable Artifact.] [Cannot be crafted due to level restrictions.]

“Huh? I consider myself a manual blacksmith, though.”

For him, no system restrictions apply. The tumultuous game of the genius blacksmith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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