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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5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285화

85장 환원

프론디어의 말에 모두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마나 소진의 영향으로 탈진에 가까운 몸, 창백한 얼굴, 부러진 양팔, 온몸에 흐르는 피.

딴지를 걸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그들이 망설이던 찰나.

“가만히.”

프론디어의 곁으로 한 순간에 날아와, 그 등을 껴안은 이가 있었다.

“가만히 계세요.”

새하얗게 날아온 그녀는 스스로의 색채를 물들이는 듯 프론디어에게 번졌다.

“……아텐.”

“꼴이 이게 뭐예요.”

아텐은 말하면서 그녀의 마나를 담는다. 차가운 숨결이 프론디어에게 닿아 온몸을 감싸 안았다.

“……이건, 설마.”

“아직 완벽하진 않아요.”

아텐은 그렇게 말했지만, 프론디어는 자신의 몸이 서서히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고통은 줄어들고, 무거운 몸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낸다.

“‘환원’ 마법이야?”

“단순한 힐링이에요. 환원의 이치를 섞긴 했지만.”

이전, 드래곤 하트를 먹은 부작용으로 죽어가던 프론디어를 구해주었던 아텐의 마법, 환원.

그러나 그건 아텐이 일순간 본 자신의 미래를 따라한 것이었다. 미래의 그녀는 할 수 있지만 아직은 무리였던 대마법. 우연에 우연을 낳은 기적에 가까운 방식이었기에 아직 아텐이 자유자재로 쓸 수는 없었다.

‘게임에서는 아텐이 프로가 된 뒤에야 환원을 사용 가능했었지. 원래는 얼음 마법이 특기였으니.’

만곶의 습격도 게임에서는 지금보다 한참 뒤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 사건이 겹쳐지면서 만곶의 습격이 앞당겨졌을 뿐. 그만큼 제국이나 콘스텔이 준비가 덜 된 것은 사실이나, 성급하게 시작한 것은 만곶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좀 이상한걸.’

아텐은 회복을 해주겠답시고 프론디어를 뒤에서 껴안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좀 이상한 일이다.

저번에 환원을 할 때는 그냥 손만 대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이번엔 환원도 아니고 그냥 힐링이라는데.

“꼭 이렇게 껴안아야 회복할 수 있는 거야?”

“아뇨.”

“…….”

“그래도 가만히 계세요.”

잠자코 벗어나려는 프론디어를 꽉 붙드는 아텐. 묘한 의지와 힘을 느꼈기에 프론디어는 가만히 있었다.

“……이러면 효과가 더 좋아지는 거야?”

프론디어는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아뇨.”

물론 아텐은 그 기대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가만히 계세요.”

“……넌 여전히 말이 잘 안 통하는구나.”

둘이서 싱거운 대화를 하던 사이.

“프론디어.”

프론디어의 옆에 선 아스터. 그는 정면에 시선을 던진 채 프론디어에게 말했다.

“모두를 데리고 왔어.”

“고맙다.”

프론디어는 손을 들어 올려 아스터의 어깨에 올렸다.

“그럼 지시는 맡긴다.”

프론디어의 말에 아스터가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물었다.

“……네가 하는 게 좋지 않아?”

“또 그 소리.”

프론디어는 아스터 너머로 고개를 기울인다.

그들의 옆에 척척 다가와 정렬하는 사람들. 그들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며 프론디어는 말했다.

“전부 네가 데리고 왔잖아.”

“네가 데리고 오게 한 거지.”

“아니.”

프론디어는 고개를 젓는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네 스스로의 뜻대로, 너의 의지로 한 거잖아.”

실제로 프론디어는 이들 모두를 여기로 데려와 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

프론디어가 부탁한 것은 단 하나.

리더가 되어달라. 그것뿐.

“……비겁한 녀석.”

아스터는 가벼운 핀잔을 주고서는 검을 뽑았다. 엑스칼리버∙베타. 그 화려한 자태를 프론디어가 잠시 보았다.

“가져왔구나.”

“이건 네가 가져오게 한 거다. 반박할 생각 마.”

“그건 그렇지.”

후후, 프론디어는 웃었다. 아스터가 저 검을 손에 넣게 하기 위해 몸소 신성한 숲까지 갔다 왔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아스터, 지시를.”

프론디어가 정면을 보았다.

엘로디의 마법으로 그 주변이 초토화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시체의 군대는 많다. 엘로디가 만들어낸 공백을 서서히 채우며 그들에게 가까워졌다.

처억!

아스터의 검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엑스칼리버의 광채가 선명히 드러나 일대를 밝힌다.

“콘스텔이여!”

아스터는 외친다. 프론디어는 속으로, 참 적절한 지칭이라고 여겼다. 역시 아스터는 리더의 자질이 있다.

그 외침을 기다렸다는 듯, 그들 주위로 정렬한 이들은 고양된 표정으로, 각자의 무기와 마법을 충분히 장전하고 지시를 기다린다.

“우리가 이 전쟁을 끝낸다!!”

그와 함께 시작된 군세의 격돌. 학생들은 눈앞의 무리들을 없애기 위해 각자의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이번 전쟁에서 큰 폭으로 성장한 셋, 아스터와 사이벨, 엘로디였다. 셀레나는 화려하진 않아도 누구보다 고요하게 적들의 생명을 끊어놓고, 그 속도는 보이지 않다뿐이지 앞의 셋과 비견된다.

메이 또한 학습한 재료를 이용해 적들을 쓰러뜨렸다. 배운 것을 시도해보는 실험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흐음, 이렇게 되면 나는 저 악마를 노릴 수밖에.”

오스프리트의 고개가 하늘로 올라간다.

하늘 위에서 전장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벨페고르. 전황이 불리해졌음에도 그의 시선은 냉정하다. 오스프리트와 눈빛이 부딪히며, 올 테면 와보라는 듯 오만한 시선을 내리깔았다.

“총장님!!”

그러나 그때, 프론디어의 목소리로 둘의 눈빛 교환이 끊어졌다.

프론디어는 오스프리트를 보며 소리 내지 않고 입만을 움직였다.

‘이리로.’

그 단순한 요청은 소리 없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어, 오스프리트는 한 번의 도약으로 천천히 날아와 그에게 닿았다.

오스프리트는 팔을 저어, 방음 마법 ‘바람 속삭임’을 주위에 걸었다.

“무슨 일인가.”

“벨페고르에게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총장님을 유인시키는 것이 놈의 속셈입니다.”

프론디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벨페고르는 대죄의 힘을 쓸 수 있습니다. 상대의 저항과 상관없이 강력한 정신 공격을 가합니다.”

“……혹, ‘나태’를 직접 부여한단 말인가?”

오스프리트의 추측은 정확했다. 프론디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총장님께서는 만곶으로 가주십시오.”

“만곶 안으로?”

“예. 저 안 어딘가에서, 신자들이 신을 강림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의 또 하나의 카운트다운.

만곶은 신을 강림시키려 하고, 이제 그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힘은 이제 함부로 중지시켰다간 곧바로 터져 버릴 정도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걸 제어해야만 하는군.”

“예. 총장님만이 가능합니다.”

마법사로서의 격은 엘로디도 충분히 뛰어나지만, 아무래도 적을 배제하는 목적으로 성장해온 파괴 마법사이기에 제어력에서는 아직 미숙하다. 괜히 아대를 끼고 다녔던 게 아니다.

“그럼 저 악마는 어찌한단 말인가. 대죄의 힘은 누구에게라도,”

오스프리트가 그렇게 말할 때, 프론디어가 손을 내밀었다.

“……무언가, 그 손은?”

“주세요, 이제.”

“…….”

“총장님만이 숨길 수 있어서, 맡아주셨잖아요.”

프론디어의 말에 입을 다물고 마는 오스프리트. 프론디어의 진지한 눈빛에 그의 얼굴이 걱정으로 물든다.

“……정말로 괜찮겠는가?”

“설령 일이 잘못되면,”

프론디어는 여전히 그를 껴안고 있는 아텐을 힐끗 보았다.

“……아텐이 저를 구해줄 겁니다.”

“네?”

무슨 소린지 영문을 모르는 아텐. 오스프리트가 긴 한숨을 내쉰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네.”

오스프리트가 한 손을 올리고, 허공에서 빙글 돌렸다.

그러고 나니 좀 전까지 없었던 작은 물체가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었다.

뒤에서 보고 있던 아텐이 그것을 확인하고 놀랐다.

“드래곤 하트……!”

가는 고리가 삼각형의 모양으로 갖춰진 결정.

좀 전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어마어마한 마나의 집약이 그 하나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물론 벨페고르 또한 눈치챘다.

‘저만한 마나를 대체 어떻게……?’

의문은 잠깐이었고 바로 알았다. 오스프리트가 공간 마법을 이용해 숨긴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세계 밖으로 나간 적이 있었던 오스프리트. 물체 하나를 숨기는 것 정도야 간단한 일이겠지.

‘하나 드래곤 하트라니, 황궁에 있던 건 분명 부서졌을 터. 이후 이 대륙에 드래곤이 다시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벨페고르가 오스프리트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드래곤 하트를 자세히 살폈다.

“……아니야.”

그의 직감이 고한다.

“저건 드래곤 하트가 아니다.”

벨페고르의 추측대로, 오스프리트의 손에 있는 물건은 드래곤 하트가 아니다.

이건 프론디어와 메이의 합작품.

황제 바르텔로의 쇠약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낸, 프론디어의 오리지날이다. 프론디어의 마력 결정이니 단순히 생각해서 ‘프론디어 하트’라 부르는 것이 옳지만, 너무 오글거려 프론디어 본인이 거부했다.

프론디어는 오스프리트에게서 마나 결정을 받아들었다.

‘……두 번째.’

이론상, 이 마나결정은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 체내에 있는 마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회복되고, 회복되면 메이와 함께 이 결정을 다시 만들면 그만.

그렇기에 효율과 효과를 생각해 봤을 때 프론디어가 그 시도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나 문제는 생각도 못 한 곳에서 발생했다.

—결정이 유지되지 않는군.

—자네가 만든 마나 결정은 ‘드래곤 하트’의 설계대로 만든 것이지 않나. 어쩌면 인간의 마나는 그 설계와 조금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니 잠깐은 그 형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고 마는 것이야.

프론디어의 오리지날 마나 결정은 드래곤 하트처럼 반영구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오스프리트의 조언에 따르면, 그 기간은 길어봤자 보름을 넘기지 못한다. 수량을 늘릴 수 없다는 걸 알고서 프론디어는 마나 결정을 만드는 것을 관두었다. 단 하나, 이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만든 지금 이것을 빼면.

—그걸 삼킬 생각인가?

—드래곤 하트를 그냥 삼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야. 그건 자네 자신의 드래곤 하트라도 다를 것이 없다네. 오히려 더 위험할지도 몰라.

프론디어가 지금껏 드래곤 하트로 마나 증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만들어낸 것이 ‘가짜’였기 때문이다.

실제의 드래곤 하트를 먹은 게 아니었기에 드래곤 하트는 마나 증폭이라는 ‘효과’만을 주었고, 그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프론디어의 피와 살을 깎아 먹었다.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페넬로페의 천’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페넬로페의 천이 발동하지 않는다. 마나를 대신 가져갈 더미 따위가 필요 없으니까.

프론디어는 자신의 마나 결정이니 스스로는 그냥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으나, 오스프리트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굉장히 안이하고 위험한 생각이었다.

드래곤하트가 본래의 광폭한 성질로 인해 먹은 사람의 몸을 망친다면, 프론디어의 오리지날 마나결정은 프론디어의 몸과 ‘지나치게’ 잘 맞을 것이다.

마나는 틀림없이 오를 테고, 그 상성의 시너지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겠지.

그러나 그것을 사람의 몸이 견딜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아텐, 물러서.”

프론디어는 말했다.

그에게 망설임 같은 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얘기는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

그는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길을 걸었고, 언제나 그 선택을 지속했으며.

여전히 지금 여기에 서 있다.

“……하나만 약속해 줘요.”

아텐은 여전히 프론디어의 몸을 껴안은 채로 말했다.

“어딘가로 떠날 때, 저와 헤어질 때,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싸워 상처를 입었을 때.”

프론디어의 등에 묻은 아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 음색이 가련하게 떨렸다.

“꼭 저에게 돌아와 줘요.”

“……아텐.”

“잊지 말아요.”

그를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저는 항상 당신의 뒤를 따라갈 거에요.”

“…….”

“하지만 때로는 당신을 놓칠 것 같아서.”

아텐의 몸이 떨려오는 것을 프론디어 또한 느꼈다.

“……저는, 약하니까.”

“아텐.”

“다른 사람들처럼 당신의 의지가 될 순 없어도.”

“아텐.”

“그냥 돌아와 주기만 하면, 제가.”

스윽

프론디어가 조금 힘을 주어 아텐의 팔을 풀었다.

망연히 프론디어를 바라보는 아텐. 그 하얀 머리에 손을 올리고 프론디어는 웃었다.

“나를 구해줘.”

“…….”

“너에게 내 목숨을 맡겼으니까.”

그 말에 잠시 아텐은 떨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천천히 물러서자, 프론디어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마나 결정을 들었다.

걱정스러운 아텐의 시선을 느끼고 프론디어는 속으로 웃었다.

‘옛날 생각나네.’

아텐을 지키기 위해 렌조와 싸웠을 때.

그때도 프론디어는 아텐의 앞에서 드래곤 하트를 삼켰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르고 그 길을 걸었다.

결국 그 선택은 프론디어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세웠으나.

지금 지나고 보면.

‘그래, 아텐. 그때부터 지금까지, 너와 나는 그랬잖아.’

렌조의 손으로부터 프론디어가 아텐을 구했듯이.

아텐이 프론디어를 구했던 것처럼.

황녀가 아니라.

명문 귀족이 아니라.

아텐 테르스트가, 프론디어 드 로아흐를.

“……간다.”

프론디어는 그 자신이 구해질 것을 믿고서.

마나 결정을 삼켰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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