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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5

< 유럽 진출 (4) >

온갖 잡동사니가 난장판처럼 널브러진 한 연구실에서.

위이이잉— 카가각!

모터가 맹렬하게 돌아가는 소리에 이어 뭔가를 갉아내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그에 이어 연달아 들려오는 부서지고 깨지는 요란한 소음들.

곳곳에 첨단기기들이 늘어서 있는 외견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작업 소리였지만, 그것도 이곳에선 평소와 같은 일상의 풍경일 뿐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일과가 흘러가던 도중.

삐빅—

그 소란 속에 평소와 다른 이질적인 소리가 끼어들었다.

-닥터, 닥터 계십니까?

그러나 실험실의 작업자는 그것을 듣지 못한 것인지, 계속해서 울려 퍼지던 시끄러운 소음은 그 이후로 몇 차례의 호출이 더 있고서야 서서히 멎기 시작했다.

-닥터?

그땐 이미 처음 불렀을 때 이후로 5분여가 지난 상태였지만, 그 목소리는 익숙하다는 듯 여전히 평온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으응? 뭐야? 한창 잘 되고 있었는데.”

그에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던 실험실의 작업자, 닥터가 툴툴거리며 잡동사니가 가득한 공간을 가로질렀다.

아무 곳에나 걸려있던 수건을 집어 들어 양손에 묻은 붉은 액체를 대충 쓱쓱 문질러 닦으면서.

삑—

그리고 한쪽 구석에 놓인 책상까지 다가간 그는 그 위에 올려진 마도구를 가볍게 톡 건드려 통신을 연결했다.

“예~ 예~ 닥터입니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아, 닥터. 갑자기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됐습니다. 얼른 용건만 간단히 말해주시죠. 어쩌면 지금 막 안구라는 생체 기관의 용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을지도 모를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

말을 빙빙 돌리고 있었으나 결국 당장 진전된 건 딱히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던 만큼, 통신을 건 상대는 별다른 반응 없이 태연하게 소식을 전달했다.

-닥터께서 예의 주시하라 하셨던 사냥감이 유럽으로 들어왔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그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낭보를.

-한국의 팬텀, 하인즈가 프랑스 파리로 숨어들었습니다. 현재는 주변 위성도시들의 테르미도르 지부를 궤멸시키고 폭군과의 충돌이 임박한 상황입니다.

“호오?”

뚱해 있던 닥터의 눈이 그 말을 듣고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한창 애태우며 기다릴 땐 소식이 없더니,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올 줄이야.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우호홋~ 드디어! 프랑스란 말이죠? 그건 조금 아쉽군요. 뭐, 그래도 나쁘지 않아요! 일단 유럽까지 온 이상 목표는 달성한 거나 다름없으니!”

동유럽 쪽에 도착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봐야 시간문제일 뿐이니 큰 상관은 없었다.

이제 늦든 빠르든 미리 안배해 둔 이끌림을 따라 자연스럽게 동유럽, 그중에서도 루마니아까지 향하게 될 터.

거기까지 가면 상황 종료였다.

“공작에게 전하세요! 나중에 실수하지 않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네, 그럼 공작 각하께 그대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에도 관련된 내용으로 특이 사항이 발생하면 곧바로 보고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닥터.

이윽고 가볍게 울리던 마도구에서 나오던 빛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온갖 잡동사니가 굴러다니는 실내에 정적이 감돌았다.

“······.”

통신이 끝난 직후부터 가볍게 턱수염을 쓰다듬던 닥터가 자신의 작업실을 천천히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오랜 연구의 결정적인 실마리가 될 샘플이 손에 들어오기 직전이라 생각하니, 부푸는 기대로 설레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내 그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곤 결심했다는 듯 비장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역시 페퍼로니 피자로 할까.”

오늘의 점심 메뉴를.

지금이 어떤 상황이건 식사는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

사방이 붉게 물든 기이한 공간 속.

까드드득—

그 일각을 새카만 어둠이 잠식해 들어갔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연신 꿈틀거리며 일대를 먹어 치우는 흉포한 괴물의 그림자.

그것은 계속해서 몸집을 부풀리며 쉴 새 없이 영역을 넓혀 나갔고—.

“번거롭게 하는군.”

촤아악—

곧 보이지 않는 수백 개의 손에 뜯겨나가듯, 사방에서 가해지는 힘에 갈기갈기 찢겨 버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상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산산이 조각난 그림자 파편들이 제각기 뭉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한 무더기의 악마 무리가 되어 박쥐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아무리 부숴도 끊임없이 재생성 되어 밀려드는 그림자의 군세.

그것을 상대하는 하인즈 2세는 왜 상대의 이명이 폭군이었는지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거기다 단순히 소환 계통이라고 볼 수도 없어. 그야말로 만능···, 이거 까다로운데.’

가볍게 공중에 떠 있던 그가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려 대지 곳곳에 자리 잡고 꿈틀거리는 어둠을 바라봤다.

저 폭군이 사용하는 그림자는 하수인 생성에서 그치지 않고 탐색, 은신, 이동, 공격, 방어 등 모든 면에서 활용 가능한 전천후 이능이었다.

거기다 숙련도도 상당히 뛰어난지, 상대는 그 모든 기능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끈질길 정도로 그에게 대적해 오고 있었다.

‘흡혈인자가 강함의 척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서도 내심 가볍게 여기고 있었나 보네. 반성해야겠어.’

그 때문인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싸움이 더 길어지고 있었다.

미리 수집했던 정보대로 일부러 놈의 주력인 그림자가 약해질 대낮에 결계 내부로 유인하기까지 했는데도.

하지만 그런 감상을 느낀 것은 하인즈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초반에 있었던 몇 차례의 격돌 후에 힘의 차이를 절감하고 최대한 정면 승부를 피하고 있는 상대가 더했다.

‘이거 어이가 없군···. 어디서 갑자기 저런 괴물이 튀어나온 거지? 한국이라고? 거긴 대체 어떤 나라기에···!’

프랑스의 음지를 지배하는 자이며 테르미도르의 주인— 9레벨 흡혈귀, 폭군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그림자 속에 모습을 감추고 쉴 새 없이 공간을 넘나들어 자리를 이동하면서.

사악—

그렇게 기회를 엿보던 그가 재차 한쪽 면의 결계로 쇄도했다.

파지직—

결계와 충돌한 약 1초 남짓.

앞으로 몇 초만 더 투자하면 확실히 뚫고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젠장.”

그는 작업을 채 끝내지 못하고 다시 그림자 속에 파묻혀 곧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 직후, 손상이 갔던 결계가 순식간에 수복되며 일대의 그림자들이 한순간에 찢겨 나가는 것을 보고 억지로 한숨을 삼켰다.

‘대체 에너지가 얼마나 많은 거냐?’

정면 승부를 피하기 시작된 후에 그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주변을 둘러싼 결계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은밀성과 빠른 발동을 위해서였는지 결계엔 주변을 가두는 것 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적이 준비한 전장에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따라줄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또 처음에 상대의 힘을 오판한 탓에 자신만만하게 나서긴 했으나, 그림자라는 특성을 가진 그의 장기는 엄연히 전면전이 아닌 게릴라전이었다.

그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한된 공간이 아닌 넓은 공간이 훨씬 유리했는데···.

‘아니, 단순히 에너지 문제가 아니다. 그림자 군세를 상대하면서 이 내가 한 번에 뚫을 수 없는 수준의 봉쇄 결계를 유지하고, 거기다 탈출의 전조가 감지되자마자 반격과 결계 수복을 동시에 한다고?’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눈가가 씰룩거렸다.

아무리 사전에 어느 정도 준비를 했다 해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도 아닐 터인데.

역시 지금 상태로 저 괴물과 일대일은 도저히 무리였다.

쉬카칵—

“큭!”

거기다 어떻게 알았는지 틈이 날 때마다 귀신같이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서 공격까지 가하고 있었으니, 모든 수단이 틀어막힌 그로서는 속이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빠르군.”

하지만 그렇게 일방적으로 우세를 점하고 있는 하인즈도 속이 편한 건 아니었다.

혀를 찬 그는 사방에서 뻗어오는 날카로운 그림자들을 걷어내고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상대도 상당한 격을 이룬 만큼 작정하고 피하려 드니 인과의 흐름을 이용한 공격도 여의치 않았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 순 없다.’

아무리 인적 없는 산림에 신경 써서 결계를 준비했다지만, 이곳은 수도 파리와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서 개입할 확률이 커질 테고, 그렇게 방해받게 된다면 운 좋게 가둘 수 있었던 상대를 놓쳐버리겠지.

일이 그렇게 된다면 아마 다신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방심한 놈이 제 발로 기어들어 온 지금이 사실상 유일한 찬스라고 봐야 할 터.’

기껏 유럽 땅까지 와서 이렇게까지 시간을 투자했는데 첫 사냥부터 허탕을 칠 수는 없지 않나.

역시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선 이쪽도 조금 무리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성혈에 오르고 나서도 그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우테리카에선 오바이포와 더불어 다른 시작의 혈맥들이 남긴 정혈들을 손에 넣었고.

지구에서는 불완전하나마 9레벨에 도달했던 알파의 피를 흡수했다.

‘그 뒤에 있었던 혁명가와의 싸움에선 힘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상태여서 전력을 낼 수 없었지.’

거기다 그땐 하인리히와 할리를 보조하는 데 집중하느라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이번 기회에 실전 데이터를 얻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다른 흡혈귀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정점에 오른 자신의 힘을 제대로 시험해 보기엔.

“하아—.”

그리 마음먹은 하인즈가 깊은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체내의 기운을 감추는 「존재부정」을 유지한 채, 뱀파이어라는 종족을 구성하는 근간— 「피의 종주」를 일깨웠다.

두근!

「혼혈진화」로 한계까지 진화한 혈액이···, 「정제혈정」으로 극한으로 순수하게 정제된 혈액이 「피의 신비」를 담고 전신을 휘돌았다.

두근!

그는 「통찰」로 자신의 체내를 관조하며 「급가속」을 이용한 인과의 조절로 한순간에 변화를 앞당겼다.

뿌득— 뿌드득—

치이익—!

끊임없이 가속하며 온몸을 순환하는 혈액과 전신 모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과 증기.

혈류량의 증가로 근육이 한껏 팽창하고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다.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지만···.’

더 좋은 작업 환경과 도구가 있을 때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지 않은가?

그것은 하워드로서 직접 제작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자신이 늘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후우우.”

그리고 육체는 생명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도구.

‘그럼···.’

그렇게 하인즈 2세의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평소엔 봉인되어 있던 인자들이.

한꺼번에 눈을 떴다.

***

쉴 새 없이 몰아치던 폭풍이 멎었다.

하지만 몸을 숨긴 채 기회를 노리던 폭군은 함부로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뭐지?’

알 수 없다.

분명 적이 갑자기 멈춘 지금이 이 자리를 빠져나갈 절호의 기회일 텐데, 오랜 세월 그의 목숨을 지켜 준 본능은 무조건 숨죽이고 있으라고 비명을 질렀다.

그에 잠시 몸을 멈칫했으나, 그는 곧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일단 빠져나가는 걸 우선한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었다.

일단 시도해 보고, 뭔가 잘못되었다 싶으면 그때 재빨리 숨으면 되겠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결계로 쇄도한 그는 결계를 향해 전력을 다한 공격을 내질렀다.

파지직—

고작 몇 초.

별다른 견제가 없는 상황 속에서 드디어 공간을 가로막고 있던 벽에 구멍을 뚫은 순간—.

오싹!

그의 등줄기에서 소름이 내달렸다.

직후 그는 본능에 각인된 대로 힘을 운용했다.

한순간에 전신을 뒤덮은 어둠에서 솟구친 날카로운 가시가 사방을 꿰뚫고, 바닥에서 솟구친 새카만 거인의 손아귀가 공간을 뒤덮었다.

동시에 결계 안에 드리운 모든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눈 깜짝할 새에 이쪽으로 뻗어 나왔다.

그리고 그 모든 현상이 일어나는 한 호흡도 되지 않는 사이, 어느새 바닥의 그림자에 깊게 파묻혔던 그는···.

“드디어 잡았구나, 쥐새끼.”

뒤이어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쑤욱— 촤앗!

바닥 깊숙이 파고들어 온 강인한 손아귀에 목을 틀어 잡힌 채,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지상으로 끌어 올려졌다.

‘···크윽, 대체 언제?!’

그리고 그 주위로.

그가 직전에 흩뿌렸던 그림자들이 산산이 부서지며 벚꽃처럼 흩날렸다.

전부 음침한 검은색이었던지라 그다지 운치는 없었지만.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s Path to Greatness

My Alter Ego is Becoming A Giant, 내 분신이 거물이 되어간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Horror of the Continent: The Immortal King Brings Despair, While the Light Knight Defies the Divine Will. In an era of chaos, numerous heroes emerge, striving to navigate the tumultuous land. However, amidst this turmoil, sudden and enigmatic forces make their appearance on the continent. Little did they know, it was all me. …To be precise, they were my alter egos sent to this other world. #Unintentionally becoming the villain of the world. #Somehow, I become both the demon king and the hero. #One person, multiple ro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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